동화란 꼭 어린이만 대상으로 하는 책이 아니라, 어린이가 등장하는 책이며, 어린이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는 어른도 읽는 책이라고, 바로 이 사람, 황 선미 작가가 말했단다.
아직 우리 나라 창작 동화를 그리 많이 읽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제일 먼저 황 선미 작가의 책들을 골라서 읽어보기로 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작가별로 모아서 읽어보려고 하는데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일단 오늘 도서관에 가서 황 선미 작가의 책을 다 뽑아다가 앉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그 중 세권이다.  

 

   

 

 

 

 

 

(2007 베틀북)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첫번째 이야기는 '코딱지만한 괴물'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를 따라 이사가는 영민이가 단짝 친구이던 푸름이에게 남긴 선물은 세마리의 물고기가 담긴 어항. 이름도 지어 불렀을 정도로 영민이가 아끼던 물고기를, 떠나간 영민이 생각하며 애지중지 보살피는 푸름이의 마음이 그려져 있는 이야기이다. 
두번째 이야기는 '울타리를 넘어서'
'네티'라는 이름의 개를 보기 위해 경비 아저씨의 야단을 불사하고 아파트 사이의 울타리를 넘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네티가 도둑을 잡는 수훈을 세우자 관리사무소 측에서는 울타리에 쪽문을 만들어 아이들이 네티를 맘놓고 만날수 있게 해준다.
세번째 이야기는 '앵초의 노란집'
앵초는 민우가 새로 이사간 동네에 사는 이상한 여자 아이의 이름이다. 별명이 꼬마무당인 이 여자아이는 무당이었던 할머니가 돌아가신후 새가 되었다고 믿고 소원을 빌며 돌탑을 쌓는다. 처음엔 몸싸움도 벌일 정도로 사이가 나쁘던 민우와 앵초는 점차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네번째 이야기는 이 책의 이야기들 중 제일 좋았다고 생각되는 '괭이 할아버지'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여 책이 많은 곳은 그냥 못 지나쳤다는 작가의 경험담이 생각나는 이야기였다.
알고보니 이 네편의 이야기중 '울타리를 넘어서'와 '앵초의 노란집' 두편은 한권의 책으로 먼저 출판된 적이 있었다.

 

 

 

 

 

 

 

 (2003, 두산동아) 

책 앞 머리에서 작가가 이 글을 쓰게 된 배경을 읽으면서 벌써 마음이 무거워졌다.
미용실에서 일하는 엄마와 단둘이 살면서, 다리의 매자국 때문에 늘 긴 양말을 신고 다니는 아이, 패스트푸드로 점심과 저녁까지 혼자 때워야하는 아이, 그러면서 반 친구들로부터는 따돌림을 당하는 종호에게 반장이며 모범생인 다빈은 은근히 마음이 쓰인다. 하지만 다빈의 엄마는 다빈이가 종호와 어울리는 것을 그리 탐탁지 못하게 생각한다. 그것을 알아챈 종호, 학원을 빼먹고 종호집에 들렀다가 엄마에게 호출을 받고 급히 떠나는 다빈을 보내는 결말 부분이 마음에 울림을 주기에 옮겨 본다.

골목을 나설때 였다.
"윤다빈!"
종호가 불렀다. 돌아보니 어느새 어둠이 내려 골목이 어두웠다. 종호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목소리는 분명히 들렸다.
"다시는 나랑 안 논다고 해!"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별안간 울음이 가슴에 꽉 차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두워서 잘 안 보여도 괜찮다.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내 친구에게 할 수 있는 대답은 그것 뿐이었다.

황선미 작가는 특히 글의 엔딩 처리를 참 잘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읽고 난 후에도 그 울림이 한참 가도록.
막다른 골목은 종호의 집이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현재 종호의 상황을 의미한 것 같다.  

 

 

 

 

 

 

 

(2001, 두산동아) 

작가가 아버지를 그리며 쓴 작품이라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내용 자체가 참신한 소재는 아니었지만, 작가의 생생한 표현력과 등장 인물에 대한 섬세한 심리 묘사로 지루하지 않게 읽혀졌으며, 오히려 다른 곳에서도 많이 접했음직한 흔한 소재로도 이렇게 감동을 주는 글로 써낼 수 있음에 대해 이래서 그녀의 책이 많이 읽히는가 보다 짐작해보기도. 

사람은 말야, 복권이 당첨되는 것처럼 살 수 없는거다. 하루 아침에 뭐가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는거다.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하나하나가 쌓여서 이루어지는거지.

아버지가 아들 찬우에게 한 말이다.
힘든 상황이지만 한줄기 희망의 빛을 보이며 끝맺어서 마음이 가벼울수 있었고, 역시 훌륭한 마무리.

올라타기만 하면 새처럼 날 듯한 말끔한 자전거, 그것은 앞으로 항상 아들을 지탱하기 위해 고단하게 낡아질 아버지의 삶이라는 걸 찬우는 알았다

이 밖에 예전에 읽은 책으로'나쁜어린이표'가 있고, 그러고보니 황선미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할만한 '마당을 나온 암탉' 도 귀에만 익었지 아직 못 읽어보았다. 포함하여 더 읽어보면서 작가에 대해 더 알아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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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05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황선미 작가 책 꽤 여러 권 읽었는데
'마당을 나온 암탉'과 '푸른개 장발'을 읽어보시라 추천합니다.

hnine 2009-01-05 06:54   좋아요 0 | URL
'푸른개 장발'은 빌려놓고 못 읽었네요.
꼭 읽어보겠습니다.
'울타리를 넘어서' 책은 마지막의 괭이 할아버지를 제외하고는 저는 좀 별로였어요.

진주 2009-01-05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선미'하면 대번에 '잎싹'이 떠오르는데! 어캐 아직 못 만나보셨네요^^
마당을 나온 암탉 저 표지에 얄궂게 생긴 애가 잎싹이예요~ㅎ
연극으로, 외국으로 번역되어나갔노라는 입소문에 걸맞는 수작이죠.
동화지만 저는 주로 주부들에게 많이 선물해줬어요.똑같은 내용을 양장본으로 예쁘장하고 활자크기 줄여서 성인용으로 나온 것이 있거든요. 책 선물 해주고 여간해선 좋았더라는 피드백 인사받기 힘들지만 이 책은 반응 무지 좋았구요..단점이라면, 곤히 잠든 한밤중에 전화오는 경우가 두어 번 있었지요. 감동에 겨워 울먹거리며 전화오는 건 좀 곤란..^^

hnine 2009-01-05 12:01   좋아요 0 | URL
초등학교 1학년 때이던가 국어책에 엄마닭의 말을 안 듣고 집을 나와 제멋대로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노랑병아리 얘기가 있었지요. 지금 생각하니 그때 국어책에 실린 글들 중에 좋은 것들이 참 많았어요.
'마당을 나온 암탉'은 읽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읽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유명한 책, 빨리 읽어보고 싶네요. 선물용으로도 그만이로군요 ^^
 

새해가 아니면 안보게 될 것 같은 영화 <예스맨>을 보았다.
짐 캐리, 그는 그 배우 자체가 정말 하나의 상징이다. 갈등이 내포된 웃음의 상징이랄까. 내 부족한 어휘로 표현할 길이 없지만, 뭔가 사연 있고, 고민이 담긴 코미디의 상징이라는 뜻이다. 

영화에서, '예스맨'이 되기 전의 그는 좀처럼 예스라고 대답하지 않는 사람, 즉 세상에 별로 내키는 일이 없는 사람이다. 비디오 대여점에서 제목도 보지 않고 쓸어 담아온 비디오들을 보며 시간을 죽일 망정, 좀처럼 친구의 전화도 받는 법이 없고, 모임에 가는 일은 더구나 없다. 현대 사회에서 한 그룹으로서 점차 늘어가고 있는 사람의 성향이 아닐까 한다. 이 시대는 소통의 수단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했으나, 동시에 그래서 쉽게 비교당하고 좌절하기 쉬우며, 상처받으면 치유되기 어렵다. 즉 친해지기는 휠씬 쉽게 친해질 수 있으나, 서로 믿고 진심을 나누기는 어려워진 시대. 

예스맨이 되기로 서약하고 나서 그에게는 여러 가지 좋은 일이 잇달아 생기지만, 진심이 담기지 않은 예스는 결국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닐까? 진심이 담기지 않은 대답은 언제건 다시 내가 해결해야 할 짐으로 돌아오는 것. 

날이 갈수록 알 수 없는 소외와 외로움으로 위축되어 가는 현대인들, 예스라고 자신있게 외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사회. 그 간격은 자꾸만 벌어져 간다. 어디까지 벌어질 것인가. 그 과정에서 또 어떤 타입의 새로운 인간상이 만들어질 것인가.

결론은 역시 헐리웃 영화답게 간단 명료하게.
Yes든 No든, 자기 진심이 담기지 않으면 오래 못간다~ ^^ 

('과속스캔들'에 이어, 이 영화 역시 혼자서 유유히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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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3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04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요에 바치네 

 

 

내가 어리석을 때 어리석은 세상 불러들인다는 것 
이제 알겠습니다 

누추하지 않으려 자꾸 꽃 본다 꽃 본다 우겼었습니다 

그대라는 쇠동전의 요철 닳아
없어진 지 오래건만 

라일락 지는 소리들 반원의 무덤이던 아침부터
대웅전 앞마당 지나는 승려들 가사먹빛 다 잦아들던
저녁, 한 여름의 생선 리어카와 봄의 깨진 형광등과
부러진 검정 우산 젖어 종일 접히지 않던 검은 눈동자
까지
다 내가 불러들인 세상임을 

그 세상의 가장 큰 안간힘,
물 흔들지 않고
아침 낯과 저녁 발 씻는 일임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 김 경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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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구입한 첫 시집, 김경미 시인의 <고통을 달래는 순서> 중에 수록된 시, '고요에 바치네', 이 시를 읽고 나니 '자업자득', 심하게는 '자포자기' 라는 단어가 자꾸 떠오르면서,
알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시인을 만나 물어 보고 싶은 마음.

"받아들이는 사람 몫이지요."
그렇게 답변하시려나?

그러면서도 자꾸 자꾸 읽게 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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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9-01-04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네요. 잘 읽고갑니다. ^^

hnine 2009-01-04 15:25   좋아요 0 | URL
시집 제목도 멋지죠? ^^

글샘 2009-01-05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디, 제목이... 김경민디요...

hnine 2009-01-05 01:04   좋아요 0 | URL
고쳤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날마다 뽀끄땡스 - 제4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93
오채 지음, 오승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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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아님에도 그 책을 골라 읽게 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책의 경우에 나는 익살스런 제목에서 느껴지는 발랄함 때문이라고 하겠다. 제4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이라는데, 책의 배경처럼 실제 어린 시절을 안마도라는 섬에서 보냈다는 올해 스물 아홉된 작가의 말에서 바다 냄새가 철철 넘쳐나고 있었다.
아버지를 여읜 후, 엄마마저 재혼하여 뭍으로 나가고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민 들레. 전교생이 들레와 진우, 두명 뿐인 밤섬 학교에 어느 날 보라가 전학온다. 들레와 진우, 보라를 중심으로 학교 이야기, 선생님 이야기, 엄마 이야기, 헤어짐의 이야기 등이 구수한 남도 사투리와 함께 엮여져 있다.
엄마나 아빠 중 한 사람의 부재, 새 친구와 친해지기 전의 갈등, 정들자 헤어짐 등은 창작동화에서 참 많이 다뤄지는 이야기이라 새로울 것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른의 눈이 아니라 글에 등장하는 아이의 나이로 돌아가 만약 내가 이 나이때 이런 상황에서 살게 되었다면 어떻게 대응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자 조금 더 진지해질 수 있었다. 아들을 먼저 잃고 며느리도 재혼하여 손녀를 혼자 키우면서도, 며느리를 가여이 여기고 손녀를 공부시키기 위해 땅콩 농사 짓기에 여념이 없는 따뜻하고 낙천적인 할머니에게 '뽀끄땡스'추기는 생활의 활력소이고 즐거움이었다. 그러면서도 들레에게 말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매일 뽀끄땡스 추는 것 같겠냐고.
'같이 살아야 엄마지, 같이 못 사는 엄마가 무슨 엄마여.' 뭍으로 간 엄마를 그리워하는 들레의 볼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이 글들이 모두 서울 표준말로 쓰여졌다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남도 사투리가 내용과 아주 잘 어우러져 있어 읽는 동안 색다른 즐거움과 유쾌함을 주었다.
초등학교 5~6학년 이상 권장되는 책이라는데 그 연령 대 아이들이 주위에 없는 나로서는, 과연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은 뭐라고 얘기할지, 어떤 느낌일지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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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05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끄땡스~ 읽으셨군요.
남도사투리가 제겐 익숙한 일상이랍니다.^^

hnine 2009-01-05 06:45   좋아요 0 | URL
뽀끄땡스, 꼽따...경음이 들어가니 소리가 경쾌해져요.
사투리가 주는 정감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은 순오기님 서재에서 제일 먼저 보고 기억해 두었더랬지요 ^^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우리나라 지리 이야기 사계절 1318 교양문고 4
조지욱 지음 / 사계절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 1학년때 '국토지리'라는 과목을 배운 것을 끝으로 나의 지리 공부는 끝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디 국토지리 뿐이랴. 세계사가 그러하고, 정치 경제라는 과목이 그러하다.
흔히 문과 과목들은 암기 과목이라고 여기며 암기에 약하다는 것이 이과를 선택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던 무지몽매함의 시기였음에도, 지금 기억에 지리라는 과목은 단순히 암기 과목은 아닌 듯 하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원인이 있고 그에 따른 결과가 있다. 

이 책은 현직 고등학교 지리 교사가 쓴 우리 나라 지리 이야기인데, 1318 교양문고 라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읽기 시작하면, 책을 읽는데 필요한 시간과 집중력에 비해 얻는 것이 생각보다 참 많은 책이다. 국토 이야기, 지도 이야기, 기후 이야기, 지형 이야기, 자원과 산업 이야기, 인구와 도시 이야기, 지역개발과 환경 이야기, 마지막으로 북한 이야기에 이르기 까지, 읽다 보면 내가 단지 지리를 모르고 있었다기 보다는, 상식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우리 나라의 국경선은 언제, 어떻게 정해졌나?
-영토는 클수록 좋을까?
-장마는 왜 생길까?
-우리 나라에서 열대야가 없는 곳은 어디일까?
-남부지방과 북부지방 중 어디 김치가 더 짤까?
-도대체 얼마나 커야 대륙일까?
-백두대간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어느 시점부터 환경이 오염되었다고 부르는 것일까?
책 중의 작은 소제목이 모두 이런 식의 물음 형식으로 되어 있다.
우리가 보통 쓰고 있는 지리와 관련되 명칭, 용어등이, 알고 보니 모두 정확한 기준과 정의를 가지고 있었다니.  

중학생 정도 이상이면 누구나 읽어볼만한 친절한 지리 안내서로 권해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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