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그림을 보는 때란 마음이 그리 고요하고 평화로운 때가 아닐 때가 많다.
잠시 하던 생각에서 벗어나보고 싶을 때 그림을 찾고,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으니까.
음악을 듣다 보면 하던 생각에 더 빠져 들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하여,
그림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은, 읽던 책의 페이지를 접고 새로운 책을 들춰 볼 때의 메카니즘과 비슷하다고 할까. 읽던 책은 잠시 잊는 것이다.

-- 앤디 워홀 'Moon Explorer' --

-- 쪼우 웨이 'Bird man No.10' --
할머니 댁에 다녀온 아이의 짐꾸러미 속에 들어있던 전시회 팜플렛 <Wander on the sky 展>.
여의도 63빌딩의 60층 전망대에 있는 갤러리에 다녀온 모양이다. 사실은 이날 아이맥스 영화관의 은하철도 999 영화를 보러 갔다가 내부 수리중이어서 대신 들른 곳이었단다. 나의 옛동네. 예전에 엄마는 매일 이 앞에서 버스 타고 학교 다녔다는 얘기 해주니까 아이는 안 믿기는 모양 ^^
얇은 팜플렛이었지만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많았다. 대부분 팝아트 혹은 표현주의 작품들. 장욱진 화백의 그림도 한점 있고, 이 성자 같은 원로 화가의 그림도 있다. 위의 두 그림은 아이가 제일 맘에 들었다고 꼽아준 두 작품. 역시 아이 다운 선택이다. 아래 쪼우 웨이라는 화가는 아마도 다리가 불편한 사람일 것 같다나. 그래서 저렇게 사람들이 붕붕 떠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림을 그렸을 것 같단다.

-- 채현교 '나는 어디로 가고 있다' --
오늘 우연히 발견한 그림. 수채화의 멋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가? 경계가 없는 색깔과 형태. 어찌 저렇게 그릴 수 있는지, 그리기에 문외한인 나는 궁금하기만 하다. 서초동의 갤러리 무이에서 현재 전시중이라는데, 서울에 산다면 한번 가보겠구만.
새해에는 또 어떤 산을 넘어야 할 것이며, 그 산 앞에서 나는 또 얼만큼의 고민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인가.
'희망찬 새해' 라고 말하기보다 차라리 이렇게 솔직해지고 싶은 시간, '나는 어디로 가고 있나?' 라는 통상적인 문장 대신 '나는 어디로 가고 있다' 라고 붙은 저 그림의 제목이 더욱 눈에 띄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