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1920~1940
엘리자베스 키스 외 지음, 송영달 옮김 / 책과함께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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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대하는 순간 든 생각은 1920년에서 1940년의 우리 나라를 방문했던 콧대 높은 영국인의 눈에 혹시 우리 나라가 미개한 나라로 보여지지는 않았을까 하는 우려였다. 하지만 읽어가면서 이 책의 공동 저자인 엘리자베스 키스와 그녀의 여동생 엘스펫 로버트슨 스콧 자매가 지닌 한국의 문화와 한국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서서히 전해져 왔다. 아름다운 산과 들, 한국인들의 순수한 심성, 깊이 파고들수록 더 존경스러운 한국의 문화, 아름다운 한국의 미술품들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등, 아무런 연고없는 아시아의 한 나라에 머물면서 이렇게 그 나라에 애정을 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실적으로 그려진 여러 계층의 한국 사람들의 모습, 대부분은 아무런 표정이 없지만 단정하게 두 손을 모으고 모델의 포즈를 취한 그들의 진지함과 성의가 엿보인다.
글을 읽는 재미도 있지만, 그림을 보는 재미도 못지 않다. 서양인의 눈에 비친 한국 사람들의 그 순박하고 진솔한 모습이란. 한국 사람들의 얼굴 특징이 잘 나타나 있으며, 분명 그린 방식은 서양화일텐데 동양화적인 색채감이 드러나게 그려져있다. 인물 뿐 아니라 풍경, 건물, 의상 등도 얼마나 세밀하게 잘 그렸는지, 수록된 66점의 그림들이 사진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듯 했다.
이 책은 원제가 <올드 코리아>라는 책을 번역해놓은 것이며, 그림과 그림의 설명은 언니인 엘리자베스 키스가, 본문은 동생인 엘스펫이 주로 썼다고 한다. 번역은 재미 학자인 송 영달이 했는데 미술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전공과 상관없이 한국 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이 책에 수록된 그림의 상당수는 이 분 소장이라고 한다.
그 당시 우리 나라 사회상을 엿보는 재미, 이미 눈에 익어버린 우리의 사는 모습이 글로서, 그림으로서 자세히 묘사된 것을 읽는 재미로,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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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은 별로 달가와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늘 라디오를 켜놓고 있었다. 대학 실험실은 읽고 생각하고 머리를 써야하는 장소라기보다 몸을 움직여 일하는 일종의 육체 노동 장소이기 때문에 라디오의 음악 소리가 하등 방해될 것이 없었다. 그것도 고상한 클래식 음악 채널이 아닌, 로컬 방송 채널, 즉 제일 수다스럽고 번잡스런 채널에 거의 고정되어 있다시피 했다. 하루 종일 있다보면 유행하는 노래를 하루에도 몇번씩 듣기 일쑤였다. 그래서 귀에 익숙해진 노래들 두 곡을 올려본다. 그당시 이 노래들이 영국에서만 인기였는지, 한국에서도 알려져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Spice girls는 요즘 우리의 원더 걸스에 비유할수 있을까?  어린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두 좋아했고, 네명의 멤버중 특히 좋아하는 사람의 옷이나 머리 모양을 따라하고 다니는 여자 아이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네명은 본명 외에 불리는 이름들을 모두 하나씩 갖고 있었는데 Posh spice라고 불리던 Victoria Posh는 나중에 축구 선수 베컴과 결혼하여 더 유명해졌다.

 

 

 

영국에서는 말투가 단순히 말투 이상의 무엇 (신분, 출신, 교육 정도 등등) 을 나타내는 수가 많은데, 위의 노래 시작 전에 나오는 이들의 영어 억양이나 발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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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편지

이 해인

또 한 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 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 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 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 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 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 할 것
너무 많아 멀미 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 내고
새 달력을 준비 하며
조용히 말 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 날이여'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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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05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시를 잊고 있었네요. 고맙습니다~~
마지막 두번째 연 12월이 12우러 로 됐어요.^^

hnine 2008-12-05 19:52   좋아요 0 | URL
ㅋㅋ 감사합니다. 바로 고쳤습니다. 오자 없으면 hnine이 아니지요 ^^

마노아 2008-12-05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니에게' 오타 같아요.
암튼, 마음에 콱 와 닿는 시군요. 이 계절에, 이 시점에 꼭 필요한 조언이에요. 아름답습니다.

hnine 2008-12-06 06:01   좋아요 0 | URL
모자람, 불만, 후회 등을 걸러내어 이렇게 곱게 시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시인들의 능력인가봅니다. 내가 나에게 마음을 닫아 걸었으니 외롭지 않을 수 있겠나 싶어요. 오자 지적 앞으로도 부탁드립니다. 제가 많이 덜렁대거든요 아시겠지만 ^^

하늘바람 2008-12-06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12월 시간이 가네요 믿을 수 없이 빨리.
아무 준비도 못했는데 정말 빨리 갑니다

hnine 2008-12-07 06:15   좋아요 0 | URL
올해 후반기는 예년에 비해 일을 더 많이 한 것도 아닌게 시간은 더 빨리 간 것 처럼 느껴져요.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기로 해요 ^^
 
마음속의 그림책 - 부모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의 호소문 에듀세이 3
이희경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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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저자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방법으로 잔소리나 꾸중이 별 효과가 없음을 깨닫고 대신 상담과 심리 치료로 눈을 돌린다. 뒤늦게 그와 관련된 공부를 하여 실제로 소위 비행청소년이라고 하는 아이들을 지도하면서의 사례들을 책으로 엮어 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관심이 있어 벌써부터 읽어보려고 마음 속에 두고 있던 책이어서 그런지 읽기 시작한지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사례로 든 청소년들의 하소연이 드러난 말과 그림에 공감을 하는 것과 동시에, 자식을 낳아서 바르게 키우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또한번 절감하게 된다. 왜냐 하면 부모 역시 나이를 더 먹었다 뿐이지 상처받고 좌절하는, 약하디 약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문제 있는 가정의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밝고 건강하게 자라기 힘들다면, 그 아이들만큼 속으로 울분을 쌓고 상처를 지닌, 어찌 보면 더 오래 곪은 상처를 가지고 있을지 모를 부모들의 문제가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은 이런 부모들보다 약자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부모로부터의 폭언이나 폭행을 그대로 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하지만 부모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이 아이들에게 불합리하게 대한 그대로, 아니 그의 몇 배가 되어 자신들에게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이다.
자식의 눈으로 보기에 올바르고 합리적이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그런 부모가 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자식을 키워본 사람은 알리라.
세상의 부모가 될 사람들에게 말해 주세요. 잘 기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 최소한의 양육도 못할 사람은 부모가 되지 말라구요. 이제까지 저는 살아오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어느 학생의 이 말을 아무 느낌 없이 들을 부모는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림을 그려 자신의 감춰진 속마음을 표현하고 그것을 해석하여 심리 치료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찬성만 하는 입장은 아니나, 어느 수단을 동원하느냐 보다는, 어느 수단이던 간에 그들의 마음 속 얘기를 풀어놓게 이끄는 것이 중요한 관점일 것이다.
일단 가르치고 훈계하려고 들기 전에, 이렇게 그들의 얘기에 우선 귀기울여 주고, 제일 나중에 가르침을 위한 말을 한마디 해줄 수 있는 선생님이 아이들 가까이에 많이 계셨으면 좋겠다. 부모 혼자서 하기에 참으로 어려운 수행이므로.

(이 리뷰의 카테고리를 '나는 엄마'로 했다가 '나는 나'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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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5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05 1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배부른 돼지가 되기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라는 말.
문득 그 말이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머리 한 구석에 콱 걸렸다.
배고픈 소크라테스처럼 사는 것이 배부른 돼지처럼 사는 것보다 과연 더 가치있는 삶일까?
그렇다면 그건 누구의 기준으로 그렇다는 말인가.

배부른 돼지로 사는 삶도, 배고픈 소크라테스로 사는 삶도, 그 사람에게는 모두 소중한 삶이란 말이다. 이것보다 저것이 낫다는 식의, 꼭 비교 순위를 매겨야 하는 습관은 우리를 아주 쉽게 편견에 물들게 한다.

배부른 돼지의 행복을 그 누가 뭐라 하리. 남의 것을 빼앗아온 음식이 아니라면, 판단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여름 한철 노래만 부르고 겨울을 준비 하지 않은 베짱이의 삶이, 쉴틈 없이 일을 해서 겨울 대비를 든든히 해 놓은 개미의 삶과 흑백 논리로 비교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겨울이 되어 음식이 똑 떨어진 베짱이가 개미의 도움으로 양식을 얻기는 하지만, 베짱이도 개미에게 보답할 것이 있지 않을까? 당장이 아니라면 최소한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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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2-04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드릭이 생각나네요.
전에 어떤 카툰에서는 그 베짱이가 투기로 돈을 엄청 벌어 개미들이 일할 의욕이 꺾이는 내용도 있었어요. 그 자체로 충분하고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 그것을 간과할 때가 참 많지요.

하늘바람 2008-12-04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사실 전 베짱이에 가까워서요

hnine 2008-12-04 19:46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아주 사소한 계기에 하게 된 생각을 글로 써보았어요. 베짱이와 개미의 시나리오가 참으로 다양하군요. 그런데 우리는 오직 하나의 이야기에 얽매이고 있는 듯 해요.

하늘바람님, 대부분의 사람들이 베짱이처럼 살 때도 있고 개미처럼 살때도 있고, 뭐, 그러지 않을까요? ^^

미미달 2008-12-07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배부른 돼지가 배를 부르게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미련한 인간이 되지 말라는 메시지는 아닐까요?

근현대사 공부 중인데 친일파가 떠오르네요. ㅋㅋㅋㅋ

hnine 2008-12-08 00:23   좋아요 0 | URL
그럼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일착으로 제외되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