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아트 앤 더 시티 - 뉴욕 거리에서 현대 미술을 만나다 Culture Travel 1
양은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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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의 어느 한 시기를 이렇게 어느 장소, 또는 어느 한가지 일에 몰입하여 다른 것 잊고 지낼 수 있는 인생은 멋진 인생이 아닐까. 한가지 일을 결정하거나 추진시키려 할때 수십가지 안될 가능성과 다가올 장벽에 대해 미리 걱정하고 계산하는 보통의 사람들에 비한다면, 저자처럼 미술이 좋아 휙 날라간 뉴욕에서 미술 구경하고 미술 공부하며 11년이라는 세월을 뉴욕 사람으로 살며 자신의 욕구를 만족하고 돌아와 다시 그 시기를 이렇게 철저하게 해부하고 다시 관망하며 뉴욕에 관한 속속들이 책을 써서 세상에 내어놓을 수 있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을 모방한 제목 '아트 앤 더 시티'. 이 책에는 culture travel 이라는 시리즈 넘버가 붙어 있다. 문화 예술 면에서 뉴욕과 결부시켜 어울리지 않는 말이 있으랴.  아트면 아트, 뮤직이면 뮤직, 패션이면 패션, 영화면 영화...
유럽에 비해 길지 않은 역사를 지닌 뉴욕에 박물관과 미술관이 하나 둘 생겨나던 시기에는 유럽의 예를 많이 참고로 했던 것 같다. 유럽의 미술관에서 부족했을지 모르는 풍족힌 재정적 지원, 그리고 다민족 국가라는 배경으로 인한 좀 더 다양한 문화에의 개방성, 넓은 땅덩어리 등은 뉴욕을 세계적으로 많은 예술인의 발걸음을, 또는 마음을 붙잡아 놓는 커다란 자석 도시로 만들어 놓았다.
이 책의 앞장을 열어보면, 우선 눕혀진 뉴욬시 지도가 세번 접혀서 삽입되어 왼쪽 뮤지엄 마일에서부터 오른 쪽배터리 파크까지 한 눈에 들어오게 되어 있다. 지도를 뒤집어 보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로마식 조각 공원, 팝 아트 작가인 로버트 인디애나의 유명한 작품 'LOVE', 클로이스터스의 예배당, 또다른 예술가촌인 윌리엄스버그의 간판이 다닥다닥 붙은 건물 사진이 연속으로 이어져 있다. 아래 한 귀퉁이에는 토니 로젠탈의 '알라모'라는 커다란 큐브 조각의 사진까지.

책의 내용도 뉴욕의 지역을 중심으로 '뉴욕에 내리기전', '그리니치 빌리지', '소호', '로어 이스트사이드, 이스트 빌리지' 등으로 나누어 그 지역의 미술과 관련된 역사, 가볼만한 미술관이나 화랑, 까페, 설치 미술, 이런 곳에 스튜디오를 내려면 월세가 어느 정도 된다는 것에 이르기까지, 뉴욕 레지던스로 살아본다 한들, 관심이 없었다면 모르고 있을 여러 가지의 중요한, 또는 사소한 정보까지 빠뜨리기에 아까워 최대한으로 실어놓은 것 같다.

삭막하면서도 무한한 자유를 느끼게 하는 도시, 뉴욕. 저자뿐 아니라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하게 느꼈을 그 도시의 금속성, 사람이 꾸미고 이루어 놓은 것들에 오히려 사람이 위축되고 압도되어 보이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사랑에 빠질 정도는 아니었던 도시 뉴욕을 저자는 돌아온 지금도 생각하면 코끝이 찡해진다고 하는 것은 그녀의 예술에 대한 사랑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 표지 색깔도, 두께도, 크기도, 여행 가이드를 손에 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던 책. 뉴욕을 떠나 저자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리의 도시, 예를 들면 서울을 이렇게 애정어린 필치로 오목조목 설명하고 사진직 찍어놓은 책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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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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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싶어 했다. 아이들이 노는 틈에 끼어 함께 웃고 장난 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잘 끼워주질 않았다. 그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 더 개구장이 짓을 했고, 괜한 행동으로 심통을 부리기도 했고, 아이들을 툭툭 건드리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그럴수록 당연히 다른 아이들은 이 아이를 그들 노는데에 더욱 안 끼워주게 되었다.
아이는 집에 돌아와 속상한 마음을 엄마한테 하소연했다. 엄마는 네가 양보를 잘 하고, 네가 하고 싶은대로만 하려고 고집부리지 않으면 친구들이 잘 놀아줄거라고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안 놀아주는 친구들이 원망스러워 아이가 친구들을 선생님께 일렀던 모양이다. 그것이 불만스러웠던 친구 엄마들로부터 아이 엄마에게로 요새 며칠 계속 전화가 걸려오는 일이 있었고, 아이 엄마는 마음이 아팠다. 안그래도 아이가 따돌림 받는 것 같아 내색은 안해도 측은해하고 있던 차에, 다른 엄마들로부터 원성의 전화까지 받자니 화가 나기도 했다. 갈피를 못잡는 마음을 달래느라 아이 엄마는 오늘도 방에 들어가 한동안 혼자 있다 나왔다. 엄마가 자기 때문에 속상해 있다는 것을 알고 아이는 엄마에게 쪽지를 써서 휴지 몇장과 함께 엄마 방문 틈으로 밀어 넣었다. 훌쩍 거리는 소리가 들렸나보다. 쪽지에 코푸시라고 써있는 것을 보니...

 

(사진 제목은 오늘 마노아님 페이퍼를 보고 가져다 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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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30 0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11-30 08:00   좋아요 0 | URL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말씀하신대로 값진 훈장이 될수 있도록, 너무 무겁게만 생각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엄마가 꿋꿋해야 아이도 꿋꿋하게 설수 있겠지요.

2008-11-30 0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11-30 08:42   좋아요 0 | URL
예, 정곡을 찌르셨습니다 ^^
엄마된 사람이 워낙 비사교적이다보니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다니는 타입도 못되었고, 집에 형제들이 있으면 몰라도 혼자 크는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격려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마노아 2008-11-30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아이는 엄마 마음을 살필 줄 알잖아요. 배려하는 아이로 자라게 될 거예요. 초등학생 아이를 둔 동료 선생님들은 엄마들과 함께 어울리지를 못해서 자신의 아이가 따돌림 받는다고 힘들어하곤 했어요. 급식도우미를 제대로 못 가면 그때문에 또 차별받기도 하구요. 뭐든 과하면 모자람 못한 법인데, 어느 때건 치맛바람이 무서워요.
사진을 저리 찍어서인지 유독 쓸쓸한 느낌이에요. 이제 하루 차이로 겨울이라 마땅히 부를 12월이군요. 우리 함께 힘내요!

hnine 2008-12-01 05:26   좋아요 0 | URL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자책감을 느끼는 사람이 엄마이지요. 아이 키우기에 정답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정답이 없다는 것은 정답이 여럿일수 있다는 말도 되겠지요.
집에서라도 자신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수 있도록 더욱 때뜻하게 대해주라고, 학교 상담 선생님께서 그러셔요. 그럴려구요. 마노아님 도움 말씀 감사드려요 ^^

L.SHIN 2008-12-01 0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배려심이 많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니까, 지금의 슬럼프를 딛고 멋지고 사랑받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따뜻한 글이군요. 힘내세요.^^

hnine 2008-12-01 07:24   좋아요 0 | URL
L.SHIN님, 아이의 좋은 점을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가지에 생각이 쏠려있다보니 그런 점은 놓치고 있었네요. 오늘 아침 먹으면서 아이에게 얘기해주었어요 ^^

하늘바람 2008-12-01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다린이가 다른 아이를 때린 것도 아니고 일렀다는 것때문에 엄마들이 그렇게 극성을 떨다니.
다린이 참 착하고 엄마를 사랑하고 여린 것같은데
제가 다 마음이 아프네요.
걱정되는 것은 솔직히 오늘 엄마의 속상함보다 그 뒤 더 아이들의 따돌림이 생길까 걱정이네요.
이렇게 착한 다린이를 아이들이 ~
많이 위로하고 많이 다독여 주세요.
때론 이럴 때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가 올 때도 있잖아요.

hnine 2008-12-01 17:34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때린 정도는 아니더라도 일부러 가서 치기도 하고 밀기도 하고 그랬다네요. 그건 다린이가 잘못 한거지요. 잘못이라는 것을 확실히 해주기도 해아하고요. 그런데 거기서 끝나면 안되고 (책에서 읽은 바로는) 그렇게 행동하게 된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대요.
이 세상에 근본이 착하지 않은 아이는 없겠지요. 어른들의 간섭과 왜곡이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보지못하게 하지 않나, 저는 계속 그런 생각만 들어요.
예, 하늘바람님. 많이 다독여 주고 위로해줄께요. 말씀에 힘이 됩니다 ^^
 
그림쇼핑 - 조선일보 이규현 기자의 사서 보는 그림 이야기
이규현 지음 / 공간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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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지금 그림을 살 경제적 여유, 마음의 여유, 사더라도 걸어놓을 공간적 여유가 없음은 차라리 다행이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동안 단지 보아만 오던 그림에서, 내가 직접 고르고 따져서 그림을 한번 사보고 싶다는 충동이 참 여러번 나를 흔들었기에.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미술품 감정, 경매 등에 관한 책을 읽어보긴 했으나, 이 책은 참으로 조목 조목, 어렵지 않은 말로, 당장 적용할 수 있을 지식들을 조리있게 전달해 주고 있었다. 저자가 기자 출신이기 때문일까. 미술 경매에 관한 독보적인 존재라는 평판이 과장은 아닌 듯 싶다.
미술 기사가 문화면이 아닌 경제면에 실릴 수 있는 이유, 미술 작품에 투자하는 대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 경매장 가는 재미, 미술작품 컬렉터가 미술계 발전에 기여하는 점, 다른 분야에서도 그렇지만 역시나 뜨고 있는 중국 미술 시장 등등 읽을 거리가 한 권 가득하다.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 회사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기도 한 저자는, 뉴욕의 미술 학교들은 그림 그리는 법보다, 그림 그려서 먹고 사는 법을 가르친다는 것이 더 맞다고 한다. 이런 교육이 필요한 시대, 그림 시장을 무시하고 그림을 생각할 수 없는 시대에 사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그림을 살까? 저자의 명쾌한 정리에 의하면, 첫째는 물론 미술에 대한 사랑 때문이고, 두번째 이유는 투자 가치 때문이다. 세째로는 사회적인 이유를 들고 있다. 그림이 좋아서 그림을 모으면서 동시에 문화예술계로 한발작 들여놓게 되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 가치라는 이유가 첫번째 미술에 대한 사랑을 앞지를 수는 없다. 미술을 사랑하는 열정이 다른 모든 행위에 우선한다는 뜻이다.
예술이라는 행위가 너무 상업적으로 연관된다고 생각이 들수 있다. 그러나, 작가 지수라는 것이 산출되어 1위부터 순위가 매겨져 공개되는 시대이다.
그렇다면, 상업적인 성공과 비례하여 예술성도 높다고 할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화가들이 꼭 오래 기억되리라는 법은 없다'는 말이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조차 미술 시장만을 보면 여기가 사회주의 국가 맞나 생각이 들 정도라고 한다. 미술을 미술로만 보아 왔던 좁은 시야로부터, 미술은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 참으로 많은 분야가 반영되는 분야라는 것으로 시야를 넓히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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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08-11-28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맨앞줄 문장이 팍 와닿습니다...(^^)

hnine 2008-11-28 22:36   좋아요 0 | URL
ㅋㅋ 하지만 또 모르지요. 몇 년 후면 가능할지도요. 그렇지요? ^^
아무튼 이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Robot Dreams (Paperback)
Sara Varon / First Second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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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림책이라면 삽화가 더 화려했어야 할 것 같고, 만화책이라면 말풍선 속 대사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그림책이라 하기도, 만화책이라 하기도 적당하지 않아보인다. 만화책처럼 한 페이지에 여러 컷의 그림이 들어가 있으나 대사는 한 줄도 없다. 또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개와 로봇 사이의 일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심심했던 개는 어느 날 로봇 조립 키트를 구입하게 되고,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이 로봇. 개는 로봇에게, 로봇은 개에게 외로움을 달래주는 좋은 친구가 되어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어느날 둘은 바닷가에 놀러가게 되고, 여기서 뜻하지 않게 이 둘은 서로를 잃어버리게 되어, 개는 로봇을 찾아 헤매다 결국 혼자 돌아오게 되고 움직일 수 없는 로봇은 그 자리에서 개를 기다리며 녹슬어 간다.
로봇을 잃어버림으로써 마음에 뚫린 구멍으로 허탈해하던 개는 그 자리를 채워보고자 애쓰고, 로봇은 개가 자기를 찾아내 줄 날 만을 기다린다.

작가가 말하려고 한 것은 무엇일까. 이 세상에 던져진 모든 존재는 외로움을 느끼고, 친구를 원한다는 것, 비단 사람뿐 아니라 동물까지도,도 친구를 원하며, 심지어는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에 까지 적용시켜 친구를 필요로 함을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친구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낸 개, 로봇과 개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 그 관계의 중단, 그 빈자리를 메꿔보려는 개의 노력,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기다리는 로봇의 꿈. 이런 과정들은 비단 '나'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특수 상황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일반 상황이라고 일깨워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로봇이 다시 개를 만나게 되고 그 후의 마지막의 반전은 허무하기도 하지만, 일은 이렇게도 진행될 수 있다고 읽는 사람들에게 예시해 주는 것 같다. 그렇지, 사람이 예상하는대로만 모든 것이 진행된다면 삶은 참 간단하겠지, 끄덕끄덕 거리며 읽기를, 아니, 보기를 마쳤다.
말이 없어 더 여운이 남는 효과가 제대로 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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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11-28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푸욱~ 놓고 볼 수 있는 원서로군요 ^_^
영어를 읽는 것보다 말없는 책을 읽는게 더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요.

hnine 2008-11-28 22:35   좋아요 0 | URL
더군다나 30분이면 한권 다 볼수 있어요 ㅋㅋ
 

가끔 올리는 아이의 사진을 보고 싶은 마음에 이 서재에 종종 방문하는 아이의 외숙모, 즉 나의 동생 처가 어느 날 그런다. 흰 가운 입고 실험실에서 일하는 모습만 연상이 되었었는데 여기 저기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놀랄 때가 있다고. 아마 내가 가끔 올리는 그림이나 사진등을 보고 하는 말이리라. 그러면서 하는 말, 아이와 지낸 알콩달콩한 얘기들, 자상하게 빵도 직접 구워 주는 얘기 등을 읽으면서 그야말로 아이에게 상냥하고 모범적인 엄마 이미지라고.
너무 뜻 밖이라는 듯 놀랄 일도 아니다. 내가 제3자가 되어 내 서재의 글들을 둘러 보더라도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마음이 너무 우울하고 갈피를 못잡을 때, 마음이 한참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때에는 글을 올리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그나마 마음이 조금 추스려 지고 정리가 되었을 때, 아니면 최소한 그러려고 하는 기미가 보일 때, 그때서야 뭔가 여기에 끄적거리기 시작한다.
나란 사람은 그다지 생기발랄, 늘 웃음 가득한,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오히려 늘 심각한 얼굴, 일정량의 고민은 늘 머리 속에 담고 사는 사람, 간단한 것도 복잡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 사람, 감정 기복이 심하고 자주 극단적 결론에 빠지는 그런 사람이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 성향에 counteract 할 수 있는 그림도 보고, 사진도 찍고, 그것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도 끄적거려 보고, 음식도 만들고, 빵도 만들며 나를 업 시키려는 노력을 나름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 하는 일이 좀처럼 없다는 말을 종종 하곤 한다. 남 부러울 게 없을 만큼 내가 많은 걸 가져서가 아니다. 내가 보는 어떤 사람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내 눈에 비친 모습이지, 그 사람 자체와는 별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나 다른 사람 눈에 드러나지 않는 아픔이 있고, 상처가 있고, 극복하고 싶은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도 하루 종일 어떤 일때문에 우울해하다가, 그래, 털고 일어나자, 이 세상엔 이보다 더 힘든 일도 꿋꿋하게 이겨내며 씩씩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다짐하며 서서히 추스리고 있는 중이다. 내 문제로 힘들 때도 있지만, 아이 일로 힘들 때에는 어느 책에서 읽은 대로, '충분해. 건강하게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너는 할 일 다 했어!' 아이에 대해 이런 생각도 해본다.

지금까지 청소도 못하고, 책상 위는 여기 저기 자료가 흩어져 있어, 집안 꼴이 말이 아니다. 아 참,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세수도 안했다 ㅋㅋ 이제서야 정신없는 집안 꼴, 후즐근한 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가 들어오기까지 약 1시간. 고고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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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08-11-26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고고씽~!!

저는 가끔 속상하거나 화나는 일을 풀어놓긴 하는데요, 서재사람들이나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분들의 격려는 무척 힘이 되는데, 혹시나 정말 제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이 볼까봐 저어되더라구요...그건 두배의 괴로움이 되어 돌아오거든요^^

그나저나 사람들은 모두 두가지 이상의 자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중에서 어느 부분을 보여주느냐, 혹은 들키느냐의 차이겠지요. !!!! 힘~!! 아참, 지금쯤은 세수는 하셨겠지요..ㅎㅎㅎ

hnine 2008-11-26 18:01   좋아요 0 | URL
저 이래서 서재 이웃분들이 모두 제 친구같고 때로 스승같고 그래요^^
그런데 혹시 저 위에 제가 어느 책에서 읽었다고 써놓은 말, 짐작이 가시지요 어느 책인지? ^^ ( 저 하양물감님 리뷰 읽었거든요.)

비로그인 2008-11-26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과는 같은 동네에 살아서 오다가다 차한잔씩 마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꼭 빵사진들에 혹해서 만은 아닙니다 ^^;)
감정을 한번 거르고 여기 글을 쓰신다니 때로는 감정의 배설과도 같은 블로그들이 산재하는 요즘에 그것도 참 좋아보입니다.
우울할만큼 우울해하고 그래도 새롭게, 또 새롭게 시작하는거겠지요.

hnine 2008-11-27 08:45   좋아요 0 | URL
Manci님 댓글에 제 마음 한켠이 아주 따땃~해져옵니다.
예, 우울한 것도, 그리고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는 것도, 모두 살아가는 일 아니겠습니까. 어제는 두문불출해서 몰랐는데 오늘 아침 한바퀴 돌고 오니 날씨가 생각만큼 그리 춥지는 않네요.

마노아 2008-11-27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건강한 우울'의 정서가 느껴져요. 우울하다는 건 마음이 아프다는 건데, 그런데도 어떤 '믿음'같은 게 느껴지는 감정의 바닥같아서요. 이 글이, 참 짠하게 다가와요.

hnine 2008-11-27 09:40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건강한 우울'이라 이름붙여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말 참 마음에 드는데요? ^^ 우울로 시작해도 결론은 우울로 끝내지 말아야겠지요. 저를 더욱 더 단단하고 여물게 만드시옵소서...이런 바램이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