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알라디너의 솜씨자랑

프루스트에게 마들렌이 있었다면 내게는 카스테라가 있다.
다른 점이라면 카스테라는 다 만들어진 것을 한 쪽 떼어내어 먹을 때의 느낌보다는,
만드는 도중, 즉 오븐에서 구워지고 있는 동안 시간차를 두고 풍겨 나오는 냄새로 불러일으켜지는 반향이 훨씬 크다는 것.
밀가루, 설탕, 우유, 꿀, 오일 등의 재료가 한데 섞이고 180도 뜨거운 온도에서 각각의 맛이 아닌 새로운 맛으로 탄생하는 동안 그 과정을 엿보게 하는 그 냄새를 우리는 특히 풍미 (reverence) 라고 부르던가.

처음은 같았으나, 오븐에서 나올 때 윗부분의 색깔은 이렇게 달라져 있다.

식을 때까지 참을성있게 기다렸다가, 반듯반듯 썰기.

 





 

 

 

 

 

 

 

 



 

 

 

 

 

 

 

 

이렇게 완성되고 나면 안먹어도 행복하다. 누릴수 있는 온갖 것은 이미 만들면서 다 누렸으므로.

빵을 그닥 즐기지 않는 우리 식구, 다른 빵들은 만들어놓으면 며칠 가는데 이 카스테라만은 보통 이틀이면 다 먹는다.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할 때, 부엌으로 달려가 카스테라를 만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만드는 방법을 모르신다면, 이 책을 참고하시라는 말과 함께.

 

 

 

 

 

 

왼쪽의 홈베이킹 책에는 제과, 제빵 뿐만 아니라 쉽게 만드는 우리 떡 만들기도 소개되어 있다. 재료나 방법이 복잡하지 않은데, 따라해보면 같은 재료, 같은 방법을 쓰더라도 나오는 결과물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얼마나 공들여, 꼼꼼히 과정을 밟았느냐가 결과물에 그대로 드러난다고 할까.

오른쪽 책은 제과 제빵 중심의 내용인데, 베이킹은 맛만 좋으면 된다는 철학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책. 빵, 과자의 색채와 크기, 담길 그릇과의 조화 등, 색채 디자인 공부도 따로 필요한 것이 아닌가 느껴질 정도.

아, 중요한 한가지. 카스테라 만들기의 성공 여부는 달걀 거품내기에 있다. 그릇을 거꾸로 들어도 달걀 거품이 쏟아지지 않을 정도로 빳빳해질 때까지, 즉 이미 거품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 순간까지 열심히 저어주는 것. 이게 안되면? 포실포실 카스테라가 아니라, 떡 처럼 된다. 쌀가루로 만든 제대로 된 떡이 아니라, 밀가루 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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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8-11-25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듯하게 잘린 카스테라 정말 환상적이네요. 빵냄새가 솔솔~ 우유랑 먹으면 사르르 녹는 그 맛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지요^^

마노아 2008-11-25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들면서 맛보았던 그 향으로 이미 누릴 것은 다 누렸다는 표현이 멋져요. 카스테라의 향기는 정말 근사하지요. ^^

행복희망꿈 2008-11-25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콤하고 부드러운 카스테라~ 너무 맛있겠어요.

2008-11-25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25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26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최상철 2008-11-25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맛있어 보여요~ 신랑 왈, 니가 뭔들 안 맛있겠냐고 하지만~ 일명 빵순이인데,
왜케 빵 만드는 것은 어려워만 보이는지요~
카스테라 아이가 무척 좋아하는데, 이번주 일요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한번 도전해봐
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실천할 수 있을까 그것이 문제인 듯 해요~

hnine 2008-11-25 12:26   좋아요 0 | URL
미설님, 이 날은 망칠 각오를 하고 (^^) 아이를 동참시켜서 만들었는데 저 혼자 만들었을 때보다 더 잘 나왔어요. 그래서 아이를 한껏 추켜세웠지요.

마노아님, 우리 음식과 빵 만들기의 차이점 중의 하나이지요, 만드는 동안의 그 냄새요. 영양가나 건강 면에서 따지자면 우리 음식만한 것이 있으랴 싶지만, 그 풍미와 입에 닿을 때의 촉감은 아무래도 빵이 더 매력적이지요? ^^

행복희망꿈님, 달콤, 그리고 부드러움. 카스테라의 맛은 바로 그거지요. 원래 레시피에서 설탕을 좀 줄여서 만들었는데도 충분히 달콤하더라구요. 맛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6학년 상철이 어머님 ^^ 같은 빵순이끼리 악수해요, 반갑습니다. 카스테라 만들기 저는 저나마 만들기까지 실패 많이 했어요. 하지만 달걀 거품내기만 잘 하시면 성공하실 수 있으니 도전해보시기 바래요.

조선인 2008-11-25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배고파요!!!

뽀송이 2008-11-25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여기 빵순이 한 명 추가요~~~^^;;
저도 밥보다 빵을 더 좋아한답니다.
기분이 가라앉을 때의 카스테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그 부드러움이 주는 위로의 숨결?? ㅎ ㅎ ㅎ ㅎ 쓰읍,,,, 맛있겠어요.^^

hnine 2008-11-25 15:10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 출출하실 시간인가봐요. 이럴 때 카스테라 한 조각이면 없던 힘도 팍팍 생길텐데...사진으로만 보여드려 미안하네요.

뽀송이님도 빵순이셨구나~ ^^ 이렇게 부드러운 음식이 왜 우리 음식엔 없는 것일까요. 물른 거친 음식이 몸에 좋다고는 하지만요. 제가 그나마 제일 자신있게 만드는 빵이랍니다. 맛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ppie 2008-11-25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실포실 멋지게 만드셨네요! 달콤하고 촉촉해 보여요. 말씀대로 거품을 빽빽하게 내잖으면 곧 밀가루떡이 되고 마는 카스테라인데 이렇게 화사하게 구워지면 정말 먹지 않아도 행복하겠어요. :]

진주 2008-11-25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이 이 이 일을....우 ㅓ 짠 도ㅑ.....

(참고로, 저는 3년 전 다이어트 시작하면서
맨 먼저 한 일이 "빵 끊기"였답니다.
48kg을 유지하기 위해선 지금도 빵보기를 돌 보듯.
그러나 나인님 빵이라면 돌보듯 못 할 거예요..ㅠㅠ
아..달콤향그른 굽는 냄새 난다...아으..)

진주 2008-11-25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그런데 말이죠..
오븐 같은 거 없으면 저거 못 맹글죠?
전에 누군가는 전기밥솥으로 카스테랑 맹글었다고 해서...

아..역시..오븐 없으면 못 맹그는겨.
그려! 난 오븐 없어서 문제없다~~~~^O^

hnine 2008-11-25 15:27   좋아요 0 | URL
eppie님도 카스테라 많이 만들어보셨군요! ^^ 달콤, 촉촉, 카스테라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지요. 감사합니다.

진주님, 어머, 다이어트하신다고 빵을 끊으시다니...빵을 먹을때는 딱 그만큼 밥을 덜 먹으면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저 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안되지요. 그리고 오븐 없으니 카스테라 못 만드시옵니다! 안심하시옵소서. (단, 얼른 전기밥솥 어디 안보이는데에 치우시옵소서.)

2008-12-02 0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11-25 18:51   좋아요 0 | URL
하하...알겠습니다 ^^

춤추는인생. 2008-11-25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전 밀가루떡을 두어번 만든적이 있지요 ㅋㅋ 그런데 나인님 카스테라는 제것과 비교할수없이 맛있어보여요. 일요일날 공갈빵을 만들었는데, 제대로 부풀지 않아, 파이처럼 되어버렸어요. 아 전언제쯤 선수가 될까요 나인님..^^

hnine 2008-11-27 08:4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그래서 혼자 다 처치하느라 애먹기도 하고, 다시는 안 만들리라 혼자 굳은 결심 한 적도 있고요 ^^
공갈빵은 혹시 발효가 충분히 안되어 그런게 아닐까요? 식빵 만들때 그 반죽 조금 남겼다가 납작하게 밀어 오븐에 넣으면 잘 부풀던데요.

하양물감 2008-11-26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빵순이요~~~~~~^^;
요즘 우리 한솔이도 엄마를 닮아가는듯...빵만으로도 열흘은 너끈히 버틸 수 있는뎅....(^^)
카스테라 너무 맛있겟어요....

hnine 2008-11-26 16:19   좋아요 0 | URL
저는 열흘도 더 버틸 수 있어요 ^^ 그런데 건강을 생각해서 자제하고 있지요. 빵은 어디까지나 보너스, 끼니를 대신할 수는 없다! 이런 방침을 세운 것도 일부러 자제하기 위한 안간힘이라고나 할까요 ㅋㅋ
카스테라는 그나마 버터도 안들어가서 좋은데 설탕이 좀 많이 들어가긴 하지요. 그래서 설탕도 조금 줄여서 만들어요. 그래도 달더라구요 ^^

순오기 2008-11-26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흑~~~ 우리 가족은 모두 빵순이 빵돌이야요.
엄마는 왜 빵 만드는 걸 배우지 않느냐고 원망 무쟈게 들었어요.
게다가 꿈의 카스테라라니~~~~~ 미치겠어!!
이럴땐 추천을 무한대로 해야되는뎅ㅇㅇ ^^

hnine 2008-11-26 20:4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잼 만드는 기술이나 정성에 비하면 카스테라는 아무것도 아닌걸요 ^^ 그나저나 몸은 좀 어떠신지 모르겠어요.

세실 2008-11-30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키만 도전하다 이제 관심 물러갔고, 카스테라는 음..... 자신 없습니다. 히
님 빵맛을 언제나 볼 수 있을까요?
고1때 쫓아다니던 남자애가 고려당에서 파는 커다란 벌꿀 카스테라 상자를 주었을때 거절 못하고 받은뒤 언니랑 둘이 허겁지겁 먹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 카스테라는 제게 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맛이었습니다.

hnine 2008-11-30 08:44   좋아요 0 | URL
와~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저에게는 한번도 없었던 일이~ ^^
카스테라에 워낙 달걀이 많이 들어가니까 달걀 비린내를 잡아 주기 위해서 럼주나 청주를 조금 넣기도 하고, 꿀을 넣어주기도 하지요.
어떤 카스테라가 그때 그 카스테라 맛에 비기겠습니까.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 내 책상은 동생과 함께 쓰던 방에서 아빠의 서재로 옮겨졌다. 서재라고 해서 넓직하고 근사한 그런 서재라기 보다, 아빠의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는 책장 세개가 나란히, 그리고 작은 티 테이블, 아빠 책상, 그리고 오갈 데 없어 어울리지 않게 자리잡은 서랍장, 부엌에 가지 않고도 커피를 끓여 마실 수 있게 전기 포트, 커피, 설탕 등이 한 쪽 구석에 있는, 크지 않은 방이었고, 거기에 내 책상이 또 한 공간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나는 거기 책상에 앉아 책도 읽고 라디오도 듣고, 편지도 쓰고, 라디오 프로그램에 보낼 엽서도 꾸미고, 일기도 쓰며 시간을 보내다보면, 내가 거의 잠자러 서재를 나설 시간쯤 되서야 아빠께서는 들어오셨다. 내가 뭐하고 있나 잠깐 들여다보시고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가끔 음악을 들으셨다. 아 참, 그 방에는 위에 말한 것들 외에도 낡은 턴 테이블과 수백장의 LP판이 책꽂이가 아닌 LP판 전용 꽂이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책장 위에 올려져 있었다. 어떤 날은 클래식을, 어떤 날은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어떤 날은 영화 스타워즈 주제 음악, 아빠의 취향은 그야말로 어느 한 분야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 날도 늦게 오신 아빠께서는 판을 하나 골라서 턴테이블에 올려놓으셨는데, 그때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순간 나는 그야말로 꼼짝도 할수가 없었다. 몰입되었다고 해야하나. 아빠를 무척 어려워했기에 이 곡의 제목이 무엇인지, 어떤 느낌이라던지 하는 말은 감히 꺼내지도 못하고, 눈은 그냥 보던 책을 향하고 있었고 고개도 못든채 그냥 안듣는 척 하면서 듣고만 있었다.
슬픔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감정이 밀려와 온 몸을 휩싸고나면, 어느새 그 슬픔의 감정을 서서히 덮치고 솟아오르는 느낌은 숭고함이라고 해야하나, 지금도 나의 부족한 표현력으로는 형언할 방법이 없다. 너무나 아름다운 음악. 금방이라도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아서 참느라 애쓰며 듣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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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1-25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윗 글을 읽어서인지 서늘하게, 아릿하게 들려와요. 감수성 여린 시절에 이 음악을 들었다면 그 충격이 쩌릿쩌릿했을 것 같아요. 이 아침에, 아름다운 음악 듣고 갑니다.

무스탕 2008-11-25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그렇게, 제 발길을 딱 붙잡은 노래가 있었어요.
정말 길을 가다가 레코드 가게 앞에서 발이 멈춰 버렸는데 노래가 끝나도록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가 노래가 끝난 다음에 들어가서 물어봤지요. 이 곡의 제목이 뭐냐고요.
'브룩크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OST 라고 알려주더군요.
제가 이 영화를 봤거든요? 그런데 영화에서는 들은 기억이 안나는거에요;;
하여간, 그 이후로 브룩크린.. 은 정말 잊혀지지가 않아요.

hnine 2008-11-25 12:25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나중에라도 이 음악 들을때에는 처음 듣던 장소, 시기, 그리고 아버지 생각이 함께 날 것 같아요. 좋지요 이 곡? ^^

무스탕님, 그 음악도 참 좋지요. 발이 멈춰 버렸다는 말씀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겠네요. 저는 그 영화는 못 봤어요. 아마 'Love idea'라는 제목이 붙어 있지 않았나 싶은데. 오랜만에 그 곡도 들어보고 싶네요.

상미 2008-12-17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쩌면 내가 준이보다 더 너희 아빠 서재를 기억하고 있을거 같아.
네가 묘사한것처럼 다 떠올라.벽면 가득 책장들, 네 책상위치도.
아빠를 어려워했었구나... 나 30년지기 친구 맞니?

hnine 2008-12-17 22:18   좋아요 0 | URL
이렇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게 새삼 너무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지는구나. 아빠를 어려워했었다는 말 조차 이제서야 할수 있단다...
 

오늘도 붕어빵 아줌마는 나오지 않았다.
비닐로 덮인채 썰렁하기만 한 붕어빵 가판대를 보고 들어오는 길이다.
내가 이 동네로 이사온 해부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그 골목 그 자리에 나타나, 밤 늦게 까지 아주 씩씩한 목소리로 "붕어빵 6개, 여기 나갑니다!" 외치며 쉴 새 없는 손놀림으로 붕어빵을 만들어 파시던 아줌마. 그러다가 겨울이 끝나가면 어느샌가 자취를 감추었다가 겨울이 오면 어김 없이 다시 나타나신다.
언젠가 한번 내가 화장실 가실 짬도 없으시겠다고 했더니, 안그래도 화장실 제때 못가서 병까지 나셨단다. 그 정도로 늘 손님이 많았다는 얘기이다. 젊으신 분인데 옆에는 늘 할아버지 한 분께서 자리를 지키시며 거스름돈도 거슬러 주시고, 포장도 해주시며 아줌마를 도와주고 계셨는데 오가는 대화의 말투로 짐작컨대 친정아버지이신 듯 했다. 천 원에 세개였던가 네개였던가, 사먹는 사람은 저렴한 값에 만만한 간식거리가 되겠지만, 파시는 분에게는 미안하다는 생각도 했었다.
올해도 한 몇 주 전에 다시 나타나셨다. 붕어빵 사라는 씩씩한 외침 소리.
그런데 예년 만큼 손님이 많질 않다. 늘 그 앞에서 몇 사람 앞에 두고 기다려야 했던 예전에 비해, 손님 없이 아줌마 혼자 있는 걸 볼 때가 많았다. 어제 남편 보고 들어오는 길에 붕어빵을 사다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빈손으로 들어온 남편 말이 아줌마가 안 나오셨단다. 그런데 오늘도 붕어빵 아줌마는 결석. 무슨 일일까. 장사가 잘 안 되서 그런가? 궁금, 궁금.
아마 내일도 난 그 자리에 가볼 것 같다. 붕어빵 아줌마가 내일도 결석하시나 궁금해서.

윗글을 쓰고 나서 오늘 자 중앙일보에서 아래 기사를 읽었다.
관련이 있을까?

 


   
 

         붕어빵 노점 감소, 고물가·불황의 그림자

 


“길거리에서 붕어빵 파는 노점을 찾기 힘들어요” “재료값이 너무 오른데다 비싸게도 팔수 없어 붕어빵 판매를 꺼려요”

고물가와 경기불황의 그림자가 사회 곳곳에서 드려지면서 각종 노점이 늘고 있는 가운데 유독 붕어빵 노점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3일 광주 북구에 따르면 지난해 50여개에 달하는 붕어빵 노점이 올해는 30~40개로 감소했고 동구.서구.남구.광산구 등에서 붕어빵 노점이 감소하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불황 여파로 각종 노점이 증가하고 있지만 붕어빵 노점만이 감소하는 것은 붕어빵 제조에 비싼 재료. 많은 노동력이 투입되지만 대표적인 겨울철 서민 간식거리인 붕어빵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없고 판매량도 줄어드는 삼중고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광주 북구 매곡동에서 수년째 붕어빵을 굽고 있는 이모씨(45.여)는 "붕어빵 90개를 굽는 찹쌀.밀가루.단팥 등을 1만 5000원에 구입해 가스로 굽고 나면 남는 이익이 없다"며 "불황여파로 붕어빵을 사가는 사람들도 감소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붕어빵 3개를 1000원에 판매하지만 손님들은 '붕어빵이 너무 비싸다. 인심이 야박하다며 1개를 더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붕어빵은 다른 간식거리와 달리 조금만 방심하면 타져버리기 때문에 잠시도 다른 일을 할 수 없다"며 "하지만 아이들이 10원짜리 30개를 가져와 붕어빵 1개를 사가는 모습을 보고 튀김 등 다른 먹거리로 전환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에는 10원짜리 동전이나 문구점 앞에서 사용하는 장난감 코인을 섞어 붕어빵을 사가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며 어려운 경기상황이 아이들 군것질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푸념했다.

광주 서구 상무지구 한국은행 사거리 인근에서 붕어빵을 굽고 있는 김모씨(48)는 20여년간 노동현장에서 날품을 팔던 일용근로자였다.

김씨는 근로자 대기소에서 더 일거리를 찾지 못해 1주일전부터 붕어빵 노점을 시작했지만 벌써부터 후회하고 있다.

김씨 역시 붕어빵 재료를 비싸게 구입하는데다 많은 노동력을 투입해야하는 붕어빵 노점 대신 다른 먹거리를 판매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김씨는 "하루 빨리 경기가 회복돼 붕어빵 노점을 접고 일용근로자로 다시 일하기를 기대한다"며 한숨을 슀다.

한편 지자체들은 경기불황 여파나 일자리 감소 등으로 노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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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8-11-23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붕어빵 아저씨, 결석하다'라는 동시집이 생각나요.
붕어빵 아줌마를 걱정하신 나인님, 기사와 관련하여 더욱 걱정이네요.

hnine 2008-11-24 07:19   좋아요 0 | URL
그런 동시집이 있었군요.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
글을 올리고서 우연히 신문 기사를 읽는데 저런 기사가 있는거예요. 복사해다가 이어서 붙였지요. 불황의 여파를 어떤 사람은 전혀 못느낀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금방 피부로 느끼고...그런가봐요.

뽀송이 2008-11-24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금 붕어빵 사먹으면서 다른 것에 비해 그리고 장사하시는 분들 수고에 비해
가격이 싼 것 같아서 왠지 사먹으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어쩌다가 이리 힘겨운 세상이 되었는지... 그 붕어빵 아줌마가 저도 궁금합니다.
나인님~ 거기도 비가 오나요? 여기 부산은 비가 을씨년스럽게 오고 있습니다.
따스한 오후 보내셔요.

hnine 2008-11-24 19:48   좋아요 0 | URL
뽀송이님, 그 아줌마 열심히 장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오히려 힘을 얻을 때가 많았는데 이틀 계속 안보이시니 섭섭하더라구요. 지금 아이 데리러 나가려던 참인데 오늘은 출석하셨나 보고오려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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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출석하셨네요~ ^^
 

 

 

 

 

 

 

 

가끔 아이들 읽는 원서를 눈동냥으로 읽어볼 때가 있는데,
아이는 재미있다고 읽어도 나는 별 재미가 없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진다. 대부분의 책들이 좀 괴짜스럽고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을 내세우는 반면 이 책은 그나마 평범한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라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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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잎싹 2008-11-23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러왔어요.
그림이 참 마음에 드는 원서네요.
읽어보시고, 아이와 영어공부하심 되겠네요.
테이프도 있나요??

hnine 2008-11-23 22:06   좋아요 0 | URL
테이프도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표지 그림이 재미있지요? 읽어보고 리뷰 올리겠습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벌써부터 가끔 학교에서 친구들과 자기는 나중에 어느 대학교엘 가겠다는 둥 그런 얘기들을 하나보다.

"엄마, xx는 이 다음에 하버드 대학교에 갈꺼래요. 거기 좋은 학교지요?"

"좋은 학교지."

"(우리 동네에 있는) xx 대학교보다 더 좋아요?"

"xx대학교도 좋은 학교야."

"그래도 서울대학교나 카이스트 대학교보다는 안 좋은 학교지요?"

"xx대학교도, 서울대학교도, 카이스트 대학교도 모두 좋은 학교야."

엄마 답변이 어딘지 아이 맘에 안드는 표정이다. 여기도 좋고 저기도 좋다니.

"다린아, 아무리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자기 할 일 모르고 열심히 안 하는 학생들이 있고, 남들이 좋은 대학교라고 하지 않는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자기 할 일 찾아서 열심히 생활하는 학생들이 있어. 어느 대학교에 가느냐 하는 것보다 가서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해. 그런 학생들은 어느 대학에 들어가든지 그 대학은 좋은 대학교가 되는거야."

"아하~" ^^

이번엔 알아들은 것 같은 표정을 해서 다행이다.
아이가 나중에 정말 대학 들어갈 때쯤이 되어서도 그런 사고를 가지고 있기를,
그리고 나의 그 생각도 흔들리지 않고 변함이 없기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 유행하면서 남용된 감이 있지만, 난 지금도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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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 2008-11-21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전문화 시대니까 호그와트 마법학교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hnine 2008-11-22 10:06   좋아요 0 | URL
제 아이에게 호그와트 학교는 어떻냐고 물어봤더니, 엄마 장난치지 말라는데요? ^^

무스탕 2008-11-22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애들한테 대학 가기 싫으면 지금은 가지말고 나중에 나이 더 들어 노인대학 가라 그랬다고 혼났어요 ㅠ_ㅠ

하늘바람 2008-11-2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참 멋진 엄마예요. 전 어떨지 ~
다린이는 객관적이면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겠어요

hnine 2008-11-22 13:24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푸하하~~~ 정성이나 지성이는 대학 가기 싫어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하늘바람님, 아이쿠, 멋진 엄마 아닙니다. 다만, 공부를 많이 했거나, 좋은 대학 나왔다고 그만큼 더 행복하게 살지 않는 모습들을 제가 봐와서 한 말이지요.

2008-11-22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22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8-11-22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답 말씀해 주셨어요. 끄덕끄덕 아이도 예뻐요. ^^

hnine 2008-11-23 09:28   좋아요 0 | URL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에 다니면서도 그늘진 학생들을 많이 봐요. 지방 대학에 다니면서도 활기차게 대학 생활을 하는 학생들도 보구요. 그 비결이 뭘까, 저의 연구 대상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