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알라디너의 솜씨자랑
프루스트에게 마들렌이 있었다면 내게는 카스테라가 있다.
다른 점이라면 카스테라는 다 만들어진 것을 한 쪽 떼어내어 먹을 때의 느낌보다는,
만드는 도중, 즉 오븐에서 구워지고 있는 동안 시간차를 두고 풍겨 나오는 냄새로 불러일으켜지는 반향이 훨씬 크다는 것.
밀가루, 설탕, 우유, 꿀, 오일 등의 재료가 한데 섞이고 180도 뜨거운 온도에서 각각의 맛이 아닌 새로운 맛으로 탄생하는 동안 그 과정을 엿보게 하는 그 냄새를 우리는 특히 풍미 (reverence) 라고 부르던가.
처음은 같았으나, 오븐에서 나올 때 윗부분의 색깔은 이렇게 달라져 있다.
식을 때까지 참을성있게 기다렸다가, 반듯반듯 썰기.


이렇게 완성되고 나면 안먹어도 행복하다. 누릴수 있는 온갖 것은 이미 만들면서 다 누렸으므로.
빵을 그닥 즐기지 않는 우리 식구, 다른 빵들은 만들어놓으면 며칠 가는데 이 카스테라만은 보통 이틀이면 다 먹는다.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할 때, 부엌으로 달려가 카스테라를 만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만드는 방법을 모르신다면, 이 책을 참고하시라는 말과 함께.


왼쪽의 홈베이킹 책에는 제과, 제빵 뿐만 아니라 쉽게 만드는 우리 떡 만들기도 소개되어 있다. 재료나 방법이 복잡하지 않은데, 따라해보면 같은 재료, 같은 방법을 쓰더라도 나오는 결과물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얼마나 공들여, 꼼꼼히 과정을 밟았느냐가 결과물에 그대로 드러난다고 할까.
오른쪽 책은 제과 제빵 중심의 내용인데, 베이킹은 맛만 좋으면 된다는 철학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책. 빵, 과자의 색채와 크기, 담길 그릇과의 조화 등, 색채 디자인 공부도 따로 필요한 것이 아닌가 느껴질 정도.
아, 중요한 한가지. 카스테라 만들기의 성공 여부는 달걀 거품내기에 있다. 그릇을 거꾸로 들어도 달걀 거품이 쏟아지지 않을 정도로 빳빳해질 때까지, 즉 이미 거품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 순간까지 열심히 저어주는 것. 이게 안되면? 포실포실 카스테라가 아니라, 떡 처럼 된다. 쌀가루로 만든 제대로 된 떡이 아니라, 밀가루 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