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자격증이 필요해요 - 엄마학교 Q&A
서형숙 지음 / 큰솔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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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까지 해본 일 중에 가장 어려운 일이 육아였다고,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말하곤 했었다. 나 혼자 하는 일이라면 나중의 손해나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선 뒤로 미루기도 하고 포기하기도 하며 넘어가겠지만, 육아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엄마를 찾을 때는 내 몸이 아무리 힘들어도 일단 아이에게로 달려가야 한다. 그런 일이 가끔가다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난다. 나의 상황을 아이에게 사정해서 이해시키는 것도 불가능하고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협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핵가족화라는 간단하고 편리한 가족체계화의 댓가로 우리는 육아와 살림을 나눠할 사람도 잃었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그대로 해가면서 아이를 키우기란 정말 보람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은 눈물과 땀을 요구하는 일이라고 마음이 굳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힘든 여정의 위안과 가르침을 얻고자 참으로 많은 육아서, 교육서적을 읽었다. 그런다가 저자의 책을 만났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는 줄곧 육아가 달콤했단다. 하나도 아니고 두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행복했단다. 저자는 도대체 무슨 비결이 있길래 내가 제일 힘들어 했던 일을 달콤하게 해낼 수 있었단 말인가. 이런 마음으로 읽게 된 저자의 책으로 <엄마학교>를 시작으로 <거꾸로 사는 엄마>, <엄마라는 행복한 직업>에 이어 근간인 <엄마 자격증이 필요해요>에 이르기까지 전부 읽어본 결과, 엄마라는 역할을 저자가 참으로 지혜롭게 수행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자식을 믿고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아이와 함께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은 아이를 내 맘대로 내 기준에 맞춰 키우려고 하거나, 아이보다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하고 맞먹기 때문이다. 나도 내가 맘에 안들고 기대만큼 안되는 것이 속상한데, 어린 아이에게 큰 기대를 잔뜩 걸어놓고 그대로 되기를 소망한다.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에게 "너는 할 일 다 했어.", "충분해." 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 기대를 내려 놓아야 한다.
엄마들은 외롭다. 남들도 다 하는 일이라 이렇게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잘 몰라준다. 가장 힘이 되어 줄 것이라 믿었던 남편도 '남의 편'이라고 생각이 되는 것도 아이를 키우면서이다. 잘하고 싶고, 그렇기 때문에 잘못되면 어떻하나 두려움도 크다. 이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아이를 키우면서 어릴 때부터 그간의 상처가 다 드러난다. 그래서 아이 키우는 것이 달콤할 수 없었다. 이런 엄마들에게 솔로몬의 지혜같은 이 책에 나는 정말로 감사한다. 나를, 나만을 요구하며 불러대는 아이에게 짜증을 내는 대신, '살면서 언제 우리가 이런 지극한 사랑을 받았나요? 어느 누구로부터 이런 전폭적 지지를 받아 봅니까? 우리 엄마가 사랑해줬다고요? 아버지와 나누고 형제들과 나누었으니 아이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어요. 남편이 사랑해 줬다고요? 자기 부모와 친구들과 나눈 사랑이지요. 반면 아이의 사랑은 온 우주 자체로 엄마만을 향해요.' 라는 글에서 내 마음은 다른 상태가 된다. 저자라고 해서 처음부터 쉽고 달콤했겠는가. 노력의 결과이다. '아침저녁으로 세수하듯 화내지 않기, 소리 지르지 않기를 계속 되뇌이면서 마음을 닦아야 해요.'라고 조곤조곤 가르쳐준다. 노력하는 한 내일은 오늘과 같지 않다고.
무조건 사랑으로 대하라는 막연한 얘기가 아니라, 저자가 얼마나 지혜롭고 슬기롭게 아이를 키웠는지, 엄마들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고민에 대한 답변으로 엮어진 이 책으로부터 한번 배워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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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장 속의 아이
오틸리 바이 지음, 진민정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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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은 후 우선 드는 생각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는 이 책의 주인공 아이가 지금은 그 상처를 극복하고 정상적으로 잘 살고 있을까 하는 것이다. 제발 그랬으면 하는 바램으로 말이다.
겨우 다섯살 난 아이가, 새 아빠의 미움을 받고 벽장 속에 갇힌다. 깜깜하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장장 아홉 달을 보낸 아이. 나중엔 눈도 못뜨고 걸음도 제대로 못 걷게 되며 인간의 형체를 하고 있지 않게 되는데, 더 문제점은 의식이 또렷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새 아빠는 아이와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이라 치고, 아이가 벽장 속에 갖히도록 묵인한 이 엄마는 아이를 낳은 친엄마가 아닌가. 다른 사람이 아닌 엄마에게 느낀 실망과 절망, 배신감을 과연 이 아이가 후에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 것도 안보이는 벽장 속에서 아이는 엄마의 발걸음, 목소리, 인기척 하나 하나를 귀로 느끼며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엄마의 손길 한번 더 받고 싶어 늘 그 순간을 꿈꾸며 버티는데, 그 희망마저 박탈 당한 후 아이는 언젠가 벽장에서 나갈 수 있으리란 기대와 기다림을 모두 저버리고 그저 기본적인 먹고, 배설하고, 자는 행위만을 반복한 채 혼미한 의식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읽는 내내 가여움과 분노 속에서, 내가 갇힌 그 아이가 되었다가, 어떤 때는 그 아이를 가두는데 동조한 그 아이의 엄마가 되기도 했다가, 고통과 슬픔을 느껴야 했다.
이 책에서 제일 분노르 자아낸 인간인 바로 이 아이의 엄마는, 자신의 아이면서도 새 남편으로부터의 버림이 두려워, 아이를 벽장 속에서 꺼내주지 않는다. 그럴 수가 있을까? 꺼내달라고 소리치며 울부짖는 아이의 소리를 어떻게 그냥 넘길 수 있을까 말이다. 이미 그 엄마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고 생각되며 그렇게 된 데에는 또 어떤 경험적 배경이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자기가 낳은 아이를, 키우지 않고 단지 '보관'만 해두었던 엄마의 사연이란 도대체 뭘까.

이런 극단적인 예는 아니더라도, 아이를 키우면서 혹시 어떤 보이지 않는 벽 속에 내 아이를 가두려고 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내 체면과 내 만족을 위해.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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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피오
마르탱 파주 지음, 한정주 옮김 / 문이당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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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순수하게 음악으로서 즐기고 싶으면 전공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가 결국 음악이 아닌 쪽으로 선택해야했던 나의 우유부단함과 주변 상황에 대한 변명이었을지도 모르나, 외골수적인 사고 경향과 극단적인 결론을 내리고 혼자 심각해하던 시기의 일이다.
이 책에서는 예술과 상관없이 살아오던 어느 여대생이 우연한 기회에 천재적 신인 예술가로 지목이 되면서 느닷없이 겪게 되는 예술계가 그 배경이 되고 있다. 그녀의 이름이 피오.
책의 시작 방식부터 평범하지가 않다. 고고학 유적지에서 만나는 신비한 피오의 미소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1980년 출생한 피오라는 여자 아이가 얼마나 보잘 것 없고 평범하기 그지 없는 배경에서 태어나고 자랐는가를 이야기한다. 가진 것 아무것도 없이 부모마저 여읜 후 생활의 한 방편으로 시작한 어떤 일이 우연히 어느 예술 평론가의 또 다른 계산과 목적에 이용되면서 그녀는 그야말로 어느날 갑자기, 새로이 떠오르는 미술가의 샛별로 인정받게 되고 그 때부터 이전과 전혀 다른 생활을 하게 된다.
그녀는 행복했을까?
프로페셔널로서의 예술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직업으로서의 예술. 그것은 예술 창작에 있어 긍정적인 원동력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오히려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서 작용할지,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 치기어린 시절의 명제로 다시 돌아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음악 대신 예술이라는 단어를 바꿔 넣었을 뿐. 프로페셔널 아티스트가 된다는 것은 나의 주관적인 동기만 순수하게 작용하여 어떤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림을 사줄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게 되고, 역시 그것에 지대한 영향을 가져올 비평가의 한마디에 만족스러워지기도 하고, 만족스럽지 못하기도 하며, 평가받는 기분을 느껴야 한다.
경제적으로 풍요하지 못했지만 하루하루의 삶이 자신의 삶이라는 것에 의문의 여지가 없었던 이전 생활에 비해, 예술가의 신데렐라가 된후 피오의 삶은 남의 눈과 평가 속에서, 남의 기준 속에서 살아가는 '사기'이고 '도둑'이었다. 그것을 견뎌내는 것이 이전의 가난을 견뎌내는 것보다 힘들었던 피오의 마지막 결단이 충격적이다.

이 책의 원제라고 하는 <여덟 살 때의 잠자리>, 그런 일화를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삶의 어느 순간에 그런 기억들이 이미지로 떠올라 그 이후의 생활들에 영향을 줄 것이다.
<완벽한 하루>를 읽은 후 이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읽어보게 된 그의 두번 째 소설이었다. 책의 서문에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바랬듯이,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해줄 소설이라는 점 맞았고, 즐겁게 읽으라는 그의 조언대로, 지루하지 않게, 즐겁게 읽힌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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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8-11-20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군요. 찜! 해둡니다 ^^

hnine 2008-11-20 05:45   좋아요 0 | URL
예, 추천드릴만 해요. 마르탱 파주의 다른 책도 읽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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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8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18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양물감 2008-11-18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옹??

hnine 2008-11-18 12:47   좋아요 0 | URL
ㅋㅋ... 사연 많은 꽃다발이랍니다 ^^

마노아 2008-11-18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잘하셨어요. 너무 알흠다운 꽃이잖아요. 특히 소국은 사람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어요^^

hnine 2008-11-18 12:48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쑥스러워서 사진 일부러 허옇게 편집한 것 좀 보세요 ㅋㅋ ^^

바람돌이 2008-11-18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옆구리 찌르고 싶어요. ^^

hnine 2008-11-18 12:49   좋아요 0 | URL
어머, 바람돌이님은 옆구리 안 찌르시나요? 저도 못그러는 편이었는데 이제부터는 가차없이 옆구리 찔러서라도 권리(?)를 찾기로 했답니다 ^^

미설 2008-11-18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구리 찔렀어도 너무나 행복해 보이세요^^

hnine 2008-11-18 12:50   좋아요 0 | URL
저 표정 뒤에는 그 정반대의 표정이 숨어 있답니다 ㅋㅋ...눈물 콧물로 받아낸 꽃다발이지요.

비로그인 2008-11-18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찔를건 찔러야지요 ㅎㅎ 저도 윗분께 동감이에요. 행복해 보이십니다~

hnine 2008-11-18 12:50   좋아요 0 | URL
역시 행복은 그냥 오지 않더군요. 쟁취했습니다! ^^

웽스북스 2008-11-18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히 사진에 대고 손 흔들고 싶어요
반가워요 hnine님~ 하고요 ㅎㅎ

늠흐 행복해보여요. 특히 두번째 사진 ^_^

hnine 2008-11-18 12:52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첫번째 사진은 제가 혼자 찍었고, 두번째 사진은 보다 못한 제 아이가 와서 찍어주었답니다. 꽃 하나에 울고 웃고 ^^
실제로 길에서 웬디양님 만나면 알아보고 손 흔들수 있을 것 같아요.

무스탕 2008-11-18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찔러서 저렇게 나온다면 백 번이라도 찔러야지요 ^^
꽃도 화사하니 이쁘고 나인님도 곱습니다 ^__^

hnine 2008-11-18 19:21   좋아요 0 | URL
주름이 자글자글한데도 곱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찔러서 받아내고야 마는, 그런 나이가 어느덧 되어 있네요 ^^

춤추는인생. 2008-11-19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환하게 웃으시는 나인님 사진이 훨씬 아름다우신걸요.
조용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신 분이라는것을, 글말고도 나인님 사진에서 조심스럽게 짐작해봐요.
옆구리 찔러 절받아도 꽃은 참 사람마음을 기쁘게 하쟎아요.^^

hnine 2008-11-19 00:49   좋아요 0 | URL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을 들어보기도 하고, 저 정말 기분 좋습니다.
내성적인 것은 맞는데, 늘 조용조용하진 않지요. 다린이 말 안들을 때는 막 소리도 지르는걸요. 형편없는 엄마일때가 많지요.
저 꽃다발은 제가 지금까지 받아본 꽃다발 중에 제일 무거운 꽃다발이었어요 ^^

순오기 2008-11-19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화꽃다발에 살짝 가려진 얼굴 표정이 좋아요~~ 옆구리 찔러 권리찾기에 동참합시다!^^

hnine 2008-11-19 08:40   좋아요 0 | URL
와~ 무슨 캠페인 제목 같아요 '옆구리 찔러 권리 찾기!' ㅋㅋ
찌르기 전에 알아서 해주면 참 좋으련만, 그쵸? ^^

울보 2008-11-1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이뻐요 꽃도 님도 이제야 님의 얼굴을 보았네요,
저도 옆구리 찔르면 절을 받을 수있을까요,,
그런데 왜 ?옆구리 찌르셨을까,

hnine 2008-11-19 15:30   좋아요 0 | URL
ㅋㅋ 꽃을 들고 있는 사람이 험상궂어 보이는 법은 없는 것 같아요.
꽃이 없이도 늘 저렇게 웃으며 살 수 있다면 참 좋겠어요.
그러고보니 저도 류의 사진들은 많이 보고 있지만, 울보님 얼굴 뵌적은 오래된 것 같으네요. 좀 보여주세요~~ ^^

상미 2008-12-17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날짜를 보아하니 ,어떤 내용일지 감이 잡히는군요...ㅋㅋ

hnine 2008-12-17 22:14   좋아요 0 | URL
ㅋㅋ 아무렴요~ ^^
 
아르헨티나 할머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나라 요시토모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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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사람들은 어떤 내용을 예상할까. '그리운 메이 아줌마'의 메이 아줌마 같은 인물을 연상할까? 아직 푸릇푸릇한 세대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안겨주고 떠나는.
제목의 '아르헨티나 할머니'라는 인물은 실제로 할머니도 아니었고, 아르헨티나 라는 나라 출신인지 그것도 명확하지 않다.  병으로 엄마를 여의고 허한 마음의 아빠는 묘한 분위기의, 사람들과 동떨어져 오랫 동안 혼자 낡고 오래된 건물에 거주하는 마을 여인에게서 뜻밖의 안정을 찾게 되고, 그런 아빠의 변화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주인공 미쓰코는 그 집을 드나들며 차츰 아빠를, 그리고 그 여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백 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분량이고, 어려운 말로 쓰여진 소설도 아닌데, 읽고 나서의 느낌을 뭐라고 한마디로 말할 수가 없다. 혹 길고 지루하고 닌해힌 말로 쓰여진 책이라 할지라도 어느 순간부터 작가의 의도가 전해지면 그것으로도 읽은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 책은 도무지 작가의 마음이 전해지지를 않는다. 미쓰코라는 인물 성격도 파악이 잘 안되고, 엄마가 죽은 후 아빠가 '만다라'라는 석조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국적이고 기이하기 까지 한 외국 여인에게서 심리적 평온함을 얻고 그 속에 안주하기 시작하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의미이며, 왜 또 하필 아르헨티나인가? 글 중에도 미쓰코는 그 여인을 본명인 '유리'라고 부르고 있음에도 제목을 엉뚱하게 '아르헨티나 할머니'라고 붙인 까닭도 모르겠다. 아무 것도 읽어낼 수 없는 사진 속의 요시모토 바나나의 얼굴 만큼이나 애매하고 모호한 채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의 느낌이란.
책의 중반부 정도부터 등장하는 피라미드 형태의 삽화는 아빠가 만들고 있는 만다라를 가리키는 것인가?
결국 난 이 소설과 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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