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식물은 그들이 자라는 곳에서 보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식물원이나 정원에 모여있다고 해서 식물이 아닌 것은 아니니까, 그것도 좋다.
영국에 가서 혼자서 제일 먼저 찾아간 곳도 '왕립큐가든'이었고, 몇 시간을 걸어다녀도 하루에 다 볼수 없다는 것, 식물이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것을 생전 처음 본 것 같은 놀라움에 디지털 카메라가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던 시절 필름 카메라에 필름을 몇번 갈아끼우면서 사진을 찍었던 것을 기억한다.
집에서 차로 30분쯤 가면 있는 세종시 연기면 수목원로 136 '국립세종수목원'.
2020년 10월에 개원을 해서 벌써부터 가보고 싶었는데 코로나때문에 주저하다가 지난주말에서야 사전 예약후 다녀올 수 있었다.


세개의 꽃잎 모양으로 이루어진 저 건물로 들어가면 열대온실, 지중해온실, 특별전시온실 이렇게 세 구획으로 나누어져 있다. 제일 볼게 많은 건 열대온실.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큼직하고 색깔 확실한 이국적인 꽃들이 눈길을 끈다.

손바닥만한 꽃.

어린왕자 소설에 등장하는 바오밥나무 (Baobab tree) 는 실제 아프리카 건조한 지역에서 자생하는 나무.

몸통이 물병 모양을 닮아서 이름이 물병나무 (Bottle tree).


박주가리과의 큰서각.

이건 우리 집 마루에도 있는 식물인데.

말로만 듣던 파파야.


형태는 기능을 설명한다. 식충식물.
영양이 부족한 지역에서 자라며 동물을 잡아먹기도 한다.

진짜 꽃은 저 붉은 부분이 아니라 그 안에 있다.


바나나나무.
잎이 커서 사진 하나에 잎 하나가 다 들어오질 않는다.
바나나 열매야 잘 알지만 바나나 꽃은 여기서 처음 봤다 (사진에는 없음).

박쥐날개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검은박쥐꽃.
동물이름이 들어가있는 식물이름이구나.
말레이지아가 원산지이다.

이 식물 잎 부분을 가까이 찍어서 그날부터 내 휴대폰 바탕화면으로 지정해놓고 혼자 만족.


특별전시실에서 전시중인 씨앗의 전자현미경사진이다.
전자현미경에는 SEM과 TEM 두 종류가 있는데 SEM으로 찍으면 저렇게 입체적인 형태를, TEM은 단면층과 같은 평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학교다닐때 전자현미경 사진을 보면서 디자인 하는 사람들이 이런 자연의 형태를 작품 디자인에 응용하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은 이런 공모전도 있고 전시회도 종종 열리고 있는것을 본다.

수목원내의 한국전통정원이라고 꾸며놓은 곳으로 창덕궁 후원을 재현해놓았다고 하는데 급조한 느낌이 나서 아쉬움이 남은 곳이다.

일단 저렇게 네모 반듯한 주춧돌이 영 어색하다.
만들어진지 이제 1년밖에 안되어 완전하진 않아도 정성이 많이 들어가있고 교육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코로나때문에 모든 프로그램이 계획대로 운영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은 곳일거라는 기대감을 안긴다.
열대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하셨던 아버지.
좁은 마당에서도 각종 선인장 화분하며 바나나 나무까지 구해서 키우셨었다. 사진에는 없지만 식물원 열대온실에 부겐베리아가 활짝 피어있는 아래를 걸어지나자니 지금도 친정 가면 돌봐주던 주인은 안계서도 아파트 베란다를 채우며 잘 자라고 있는 부겐베리아가 생각났다.
언젠가 저곳을 맘껏 들락거리며 마련된 행사나 전시, 교육프로그램등에 참여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