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쓴소리
문용린 지음 / 갤리온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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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서라는 것을 여러 권 읽어보았지만 그럴 때마다  모르던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경우보다는 이미 알고 있던 것을 재확인하거나 다른 사람, 특히 전문가의 입을 통해 한번더 마음에 새기게 되는 효과가 있을 때가 많다. 또한 나와 생각이 비슷한 저자를 만날 때, 즉 코드가 맞는 내용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대가 형성될 때에는 마치 아이 키우면서 하던 고민의 많은 부분이 해결된 마냥 힘이 나기도 한다.
'다중지능 이론'과 '정서 지능'으로 유명한 문 용린 교수의 이 책은 출간되면서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책인데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읽고 있는 옆에서 아이가 "엄마, 쓴소리가 뭐예요?" 묻길래, 듣기에 기분 좋은 말은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가르침이 되는 소리를 말한다고 대답해주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의 평소 생각과 공감대 형성이 커서인지, 듣기에 거북한 내용은 없었다. 저자는 어릴 때 우연한 기회에 교육학을 공부하겠다고 결심한 이후 평생동안 교육학을 공부하고 또 실제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부모들이 갖춰야 할 철학과 원칙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공부에 질린 아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프롤로그의 제목인데, 요즘 우리 부모들은 아이로 하여금 공부를 비롯해서 무엇인가에 질리게 만드는 우를 많이 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조금 속도가 느리더라도 그것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북돋아 줄수 있으면 그뿐인데 더 잘하라고, 더 빨리 하라고 얼마나 뒤에서 재촉을 해대는가. 그것이 결국 아이로 하여금 지치고 질리게 만들어 호기심과 흥미의 싹을 꺾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을 참 쉽게 잊는다.
'아이의 숨겨진 금맥을 옆에 두고 석탄만 캐는 부모들'
모든 아이는 제각기 다른 재능과 소질을 갖고 태어난다. 부모가 옆에서 해 줄 일은 아이와 함께 관심을 가지고 그것이 무엇일지 찾는 것을 도와 주는 일. 가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의 장래 희망에 대해 말하는 친구들에게 묻는다. 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대부분 잘 모르겠단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보다는 내가 해야하는 일에 더 촛점을 맞춰 생각했던 나 자신의 경험도 있고해서 나는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찾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부모의 기준과 판단으로 아이를 대신해서 진로를 결정짓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공부해!"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부모들에게는 화내기 전에 마음을 여는 대화 스킬부터 익히라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는데 아이의 마음을 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느끼는 바가 많아 따로 페이퍼에 올려 놓았다.
요즘 웬만한 부모들의 로망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조기 유학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보이는 저자는, 30%의 성공담보다 70%의 실패담에 귀기울이라면서 엄마가 따라가 돌봐도 그건 이미 가정이 아니라고 일침을 놓고 있다. 설사 성공적인 조기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다 할지라도 그 아이가 2년 동안 참고 견딘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라고, 아이에게서 가족을 빼앗아 미안하다는 생각을 해봤는지, 그 2년 동안 아이가 겪은 고통에 비해 그 영어가 그렇게까지 가치가 있을까 라고.
교수님이라면 어쩌시겠어요 라고 묻는 많은 학부모둘에게 저자가 해줄수 있는 대답은 늘 하나밖에 없다고 한다. 원칙과 철학을 가지라는 것. 나는 종종 부모가 소신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하는데 비숫한 의미가 아닐까 싶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부딪히는 세세한 많은 고민들 가운데 철학이 없고 소신이 없으면 그때마다 부모는 흔들리게 되고 아이들도 덩달아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과 친구처럼 격 없이 지내고 아이한테 인기 있는 부모가 꼭 좋은 부모는 아니며, 부모는 어느 정도 엄격해야 하는데 자식들의 요구와 고집에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원칙에 엄격한 부모가 아이로부터 인기를 얻지 못할 수는 있어도 굳건한 믿음은 줄 수 있다면서. 부모가 원칙을 지니고 세상을 살면 아이들도 원칙의 중요성을 깨닫는다고 말해준다. 책이 마지막에 '내가 두 아이를 키우면서 뼈저리게 후회한 것들'이라는 제목의 글은 역시 무엇을 얼마나 공부했든 자녀 교육이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책의 2장 내용이기도 한 부모들이 반드시 기억해야할 15가지 쓴 소리 중 몇 가지만 옮겨본다.
* 학부모가 된 후 아이에게 꿈을 물은 적이 없는 부모들에게 - 공부 못하는 것보다 꿈이 없는게 훨씬 위험하다.
* 아이에게 존경받고 싶은 부모들에게 - 당신 신에게 솔직해지는 법부터 배워라.
* 여전히 명문대가 성공의 지름길이라 여기는 부모들에게- 자생력 없이는 명문대 간판도 소용없다.
* 공부만 잘하면 뭐든 다 용서해주는 부모들에게-'도덕성'이 없다면 1등보다 꼴찌가 낫다.
* 아이를 하버드 대학에 보내고 싶은 부모들에게- 정서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결코 아이비리그에도 못간다.
* 논술마저 학원에 의존하는 부모들에게-백번을 물어도 논술은 '책벌레'가 정답니다.
* 공부 못하는 아이 때문에 잠 못 자는 부모들에게 -100명의 아이에겐 100가지 공부법이 있다.
* 조기교육이 대세라고 믿는 부모들에게-'조기'가 아닌 '적기'교육이어야 한다.
* 선생학습을 시켜놓고 안심하는 부모들에게 -깊이 가르치는 것이 빠르게 가르치는 것이다.
* 아이가 공부 못하면 아내 탓을 하는 아버지들에게 - 자녀교육의 마지막 2퍼센트는 아버지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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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냐 2008-10-24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친한 친구가 1학년 때 교양으로 저 분 수업 들어갔다가 너무 실망을 해서,
나도 일단 저 분이 쓴 책에도 색안경을 쓰고 보게 되더군.

hnine 2008-10-25 05:06   좋아요 0 | URL
그래? ㅋㅋ
1학년때라면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이구나.
나 지금도 이분의 다른 책 읽고 있는데 ^^
 

우울할 때 당신은 무엇을 하느냐고 누가 내게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을 할까.
우울을 떨치기 위해 무엇을 한다기 보다는 이제 나는 그 우울을 특별히 생각하지도, 어서 떨쳐 버리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러기에는 내게 우울은 그 정도로 가끔씩 찾아오는 손님 같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이 햇볕에 빨래 마르듯이 보송하게 마르는 순간, 즉 우울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가끔씩 찾아오기도 한다고 말하는 편이 더 맞는 타입인 것 같다. 그렇다고, 우울은 내 친구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게까지 뭐 정 붙이고 싶은 무엇은 아니니까.

요며칠 나 뿐 아니라 여러 사람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으로 어제도 자기 전까지 한 생각이 그 생각, 오늘도 새벽에 눈뜨자 마자 그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좀 오래갈 모양.

그림을 보자 그림을.
Norman Rockwell (1894-1978)

십년도 더 전 일이다. 일년 열두달이 이 사람의 그림으로 채워진 달력을 선물 받은 적이 있다. 달력을 한장 한장 넘겨 보면서 나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짓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우아하게 짓는 미소가 아니라 킥킥거리는 웃음이 나오게 하는 그림이라고 해야겠다.



 

 

 

 

 

 

 

 

 

 

 

 

 

 

 

 

<Girl with Black Eye>

한바탕 엎치락 뒷치락 싸우고 교장실 앞에 불려들어와서도 저 표정 좀 보라. 의기 양양, 장난이 가득한 표정을. 머리 헝클어진 것은 물론이고 구두끈도 다 풀어지고, 흐트러진 옷 매무새, 뭐 그런 것 쯤이야 하는.
뒷 칠판의 그림까지 재미있다.



 

 

 

 

 

 

 

 

 

 

 

 

 

 

 

 

<Runaway>

얘는 또 왜 집을 나왔을까? 엄마한테 야단 맞았나?
저 보따리 속에는 무얼 챙겼을지도 궁금하다. 얘한테는 나름 심각한 상황일텐데 보는 사람은 왜 이리 킥킥 웃음이 나오는지. 옆의 저 경찰은 과연 음료수 한잔 사주면서 저 아이를 어떻게 설득시킬까.

 



 

 

 

 

 

 

 

 

 

 

 

 

 

 

 

 

 

<Art critic>

그림 속 주인공들의 눈길 가는 방향에 또 한번 웃고.

 



 

 

 

 

 

 

 

 

 

 

 

 

 

 

 

 

<Girl at mirror>

바닥의 머리빗, 립스틱.
이것들 가지고 거울 앞에서 한참 모양을 내보고난 후이겠지?
너도 예쁘단다 소녀야.

 

인생의 어느 한 단면을 이렇게 웃음의 눈으로 잡아낼 수 있는 여유는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어떤 철학에서 생기는 것일까.

Rockwell씨,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당신 그림을 보며 잠시나마 마음이 따뜻해졌을까요. 저도 오늘 아침 그런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고마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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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5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10-05 14:03   좋아요 0 | URL
이 글 올리고서 저도 님의 서재에 들렀더랬어요 어찌 지내시나 궁금해서요.
점심 식사보다 후식을 더 많이 먹고 (언제나처럼 ^^) 호흡을 고르며 쉬는 중이랍니다 ㅋㅋ~

바람돌이 2008-10-05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록웰이라 처음 듣는 화가네요. 근데 그림 정말 맘에 들어요.
잠시 키득거리고 웃으면서 마음을 풀수 있는 그림이네요. ^^ 첫번째 그림 진짜 마음에 들어요. ㅎㅎ

hnine 2008-10-06 09:51   좋아요 0 | URL
잠시 키득거리고 웃으셨다니 저도 좋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별일 아닌 일에도 잘도 킥킥거렸는데, 요즘은 좀처럼 그럴 일이 없어서요.

하양물감 2008-10-06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첫번째, 세번째 그림이 확~!!! 느낌이 오는데요....록웰이라는 화가는 처음이지만, 관심이 갑니다.

hnine 2008-10-06 09:52   좋아요 0 | URL
저도 잘 몰랐었는데 일단 한번 이름을 익히고 나니까 눈에 많이 띄더군요. 아마 하양물감님도 그러시지 않을까요? 이 사람 그림을 좀 더 찾아봐야겠어요.
오늘도 한솔이와 좋은 하루 되세요~ ^^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 있던 시절이었다. 딸아이는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5년 동안 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별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둘째는 누나보다 한참 어린데다가 미국이 처음이라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
아내와 나는 그런 아들이 걱정돼 가끔 학교를 찾아갔다. 그럴 때마다 아들이 힘들어하는 모습만 보고 올 뿐이었다. 한번은 학교를 갔는데 마침 체육 시간이었다. 아들이 다른 건 몰라도 운동에는 소질이 있었던 터라 내심 기대를 하며 지켜 보았다.
아이들과 공을 주고받으며 잘 노는가 싶었는데, 아들은 곧 무리에서 빠져 나와 스탠드로 갔다. 나머지 아이들은 편을 갈라 시합을 벌였다. 운동은 잘해도 말이 안 통하니 승패를 따지는 게임에는 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들은 시합 내내 풀이 죽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아내와 나는 '우리애가 일찍 세상을 겪는구나.' 생각하며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며칠 후, 나는 아들과 함께 근처 공원으로 운동을 나갔다. 야구공을 주고받으며 놀다가 끝날 때쯤 아들의 등을 쓸어줬다.
"힘들지?"
"응?"
아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빠도 옛날에 그랬어. 좀 있으면 괜찮아져."
아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서럽게 울었다. 부모님께 걱정 끼치는 것도 싫고, 자존심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싫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실은 많이 힘들었을 터. 아빠가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는 말을 건네자 서러움이 한번에 터져나왔던 것이다.
"아빠도 힘들었어?"
"그럼. 아빠도 얼마나 힘들었는데. 아빠는 대학교도 졸업하고,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왔는데도 말을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
"그럼 알겠네. 내가 얼마나 힘든지."
내가 마음을 여니 아들도 마음을 열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얘기를 해 주었다. 그러자 아들은 눈물을 닦고 씩씩하게 말했다.
"아빠 내가 앞으로 열심히 할 테니까 걱정 마. 대신 엄마랑 누나한테는 비밀이야."
아들은 그렇게 낯선 땅에 적응해 갔다. 아들이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연 것은 내가 먼저 아들에게 다가갔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때 일로 자녀와 제대로 대화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이의 마음을 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먼저 어깨에 힘을 빼고 솔직해지는 것이라는 그 단순한 진실을 말이다.

 

 

-- 내가 좋아하는 문 용린 교수의 "부모들이 반드시 기억해야할 쓴소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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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10-03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언제나 노력하시잖아요 다린이가 알거예요

hnine 2008-10-03 14:01   좋아요 0 | URL
'이해하다'란 뜻의 영어 단어 understand 가 under + stand 라고 하지요. 나를 낮추고 마음을 열때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고요. 머리속에 있는 것을 몸으로 실천하기까지가 또다른 수행이네요. 하늘바람님 혹시 이 책 읽으셨어요? 안 읽으셨다면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다녀왔습니다
윤주희 지음, 박상희 옮김 / 북하우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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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마음 한구석에 입양에 관한 관심을 갔고 있던 터라, 여섯살 어린 나이이지만 보통 영아때 입양되는 경우에 비하면 주변 상황을 모두 인지할수 있을만한 나이, 아무것도 모르고 네덜란드로 보내져야 했던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후로 그녀가 겪어냈던 그 힘든 여정과 무관하지 않았을 그 이야기가 말이다.
우선 이 책을 읽고나서 든 생각은, 역시 입양을 쉽게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여전히 한국은 국제적인 입양아 수출국. 한국에서 국내, 또는 해외로 아이를 입양보내는 경우는 다른 나라의 경우와 좀 다르다는 것을 저자의 경험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입양은 극심한 가난이나 부모의 사고로 인한 사망 등, 아이를 정상적으로 키우기 어려운 이유로, 그 부모의 의사에 의해, 부모의 결정하에 이루어진다는 것은 지극히 모범답안적인 것이고, 아이를 못키울만큼 극심한 정도의 가난이 아니어도, 적어도 부모중 한 사람은 아이를 키울수 있을 정도의 건강을 가지고 있어도 아이가 원치않는 입양아로 보내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한국이라는 사회가, 사회의 기준과 가치 척도에서 벗어나는 아이들을 입양아라는 수단으로 떠나보내도록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모의 이혼이라든지, 혼외 관계의 결과물이라든지, 또는 혼전 성관계에 의해 생긴 아이라는 이유로, 혹은 기타 다른 '실수'로 생긴 아이라는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 그 아이와 부모에게 평생을 두고 쏟아지는 불신과 매도의 눈초리를 견디며 살기 보다는 차라리 그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떠나보내는 방법을 택할수 밖에 없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소득이 아무리 높아지고 살기 편해졌다고 하면 뭐하나. 우리 사회의 의식 수준은 아직 이 정도인걸. 그런 사연으로 자신이 입양되어졌다는 것을 알고 난 후의 그 사람의 정신적 방황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자신을 희생자라고 생각함으로써 나는 행복해서는 안된다는 부정적인 자기 암시가 늘 그녀를 따라 다니고 있었고, 허기가 아닌 사랑의 결핍, 소속감의 결여, 근원을 알 수 없는 외로움 등은,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불러 일으켜 그녀를 걷잡을 수 없는 어두운 터널로 몰고 갔다. 
제발 날 보내지 말아달라는 울부짖음에도 불구하고 공항 게이트 안으로 떠밀어보내졌던 그날 부터 20대, 30대에 이르기 까지 그 내면의 고통, 중독 수준이랄 수 있는 섭식 장애로 인한 시달림 등의 경험들을 솔직하게 이렇게 다 털어놓은 것은, 아마 저자 스스로 많이 좋아졌으나 아직도 완치는 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섭식장애의 치유, 자기 수용과 극복을 위한 하나의 수단,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 용기를 가지고 그녀의 앞으로의 생을 성공적으로 헤쳐나가길 함께 기원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희생자의 위치에서 승리자의 위치로 넘어서자, 하고 결심했다. 희생자의 삶 속에서는 언제나 가해자들이 주인공이 된다. 승자의 삶 속에서는 승자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내 인생에 더 이상의 가해자는 없었다. 오직 나 자신과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내가 스스ㅗ 만들어가는 영화 속에서 말이다. (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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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5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10-05 06:02   좋아요 0 | URL
저도 알아보았더니 그렇더군요. 쉽게 할수 있는 결정이 아닌만큼 기다리는 동안 마음을 더 다질수 있는 기회도 될 것 같아 저는 그건 감수할 수 있었는데 제 경우엔 다른 데서 브레이크가 걸렸어요.
그리고 또 이 책을 읽어보니, 입양아를 키우기란 혼자 노력한다고 해서 그 결과가 꼭 좋은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떤 점이 힘들다는 것인지 모르던 것을 알게 되기도 했고요.
도움 말씀 감사드려요.
 
품격있는 아이로 키워라 - 세계를 이끄는 1% 리더들의 미래경쟁력
엘리자베스 버거 지음, 이선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character 주로 도덕적인 성격, 강한 의지 따위를 나타냄. 인격.
-individuality 남과 다른 성격. 개성: a man of strong individuality 개성이 강한 사람.
-personality 내면적인 성격과 외면적인 모습이 합친 것으로 남에게 주는 인상으로서의 성격. 인품: a man of pleasing personality 인상 좋은 인품의 사람.
-temperament 성격의 기초를 이루는 주로 감정적인 성질.

한글과컴퓨터 사전에서 찾아본 뜻이다.
이 책의 원제가 'Raising kinds with character', 우리말 제목은 '품격있는 아이로 키워라' 인데 '품격있는 아이'란 어떤 특성의 아이를 말하는 것일까 얼른 연상이 되질 않아서 사전에서 찾아보게 되었다. 책 앞의 저자 서문에서도 언급이 되었듯이, 원제의 character는 품격보다는 '인격'의 뜻이 강하고 이것이 더 나아가 '품격 (nobility)'으로 발전되는 것이다.
머리 좋은 아이, 공부 잘 하는 아이, 다재다능한 아이, 그저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아이로 키우는 것에만 주목하는 것 보다 멋지지 않은가? 품격있는 아이로 키운다는 것.
이 책은 부모와의 첫5년, 6세~13세 시기, 청소년기의 시작, 이렇게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밑의 작은 제목들만 훑어보아도 저자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대강 파악이 된다 ; 부모역할의 절반은 기다려 주기, 잦은 잔소리보다 알아들을 수 없는 훈계가 더 나쁘다, 공격성을 길들이려면 화를 인정해주어라, 아이와의 자존심 대결은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싸움, 아이는 부모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다, 욕구를 채워주는 것을 넘어, 꿈을 지원해주는 부모가 되어라, 아이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머리를 맞대주는 것이 부모, 반항심과 자립심은 종이 한장 차이 등등. 그리고 에필로그의 제목은 사랑이 아이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
이 세상 부모중 자기 자식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있을까? 그런데 왜 항상 이 사랑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부모가 가지고 있는 사랑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 속에 담아만 두고 아이가 그것을 제대로 못느끼게 하거나, 또는 그 사랑을 베품에 있어서 받는 아이 중심이 아니라, 주는 부모의 관점에서, 부모의 방식으로 베풀려고 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이렇게 사랑을 줄테니 너는 그대로 받기만 하라는 식의.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 받기를 원한다. 아이 뿐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이것이 힘든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아이 키우는 법을 가르치는 일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다.' 라는 저자의 말처럼.
부모란 이름으로, 사랑이란 명분으로 아이를 조정하고 제압하려 드는데서 아이와의 갈등이 시작되고, 부모는 뭐든지 아이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도 아직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중의 한 인간 아닌가. 꾾임없이 배우고 뉘우치고 다시 일어서는. 아이 위에서 종속 관계로 군림하려들지 말고, 일방적으로 아이를 가르치려 들지도 말고,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함께 자란다고 마음먹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저자도 말해주고 있다. 아이는 그저 부모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아이의 품격 역시 교육받는 만큼이 아니라 사랑받는 만큼 성장한다고. 말 잘 듣는 아이보다 자기주도성 강한 아이가 낫다면서, 일시적으로 감정이 욱하는 순간엔 화를 내며 소리만 지를 것이 아니라 '잠시 중단할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한, 한번 안된다고 한것을 계속 해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에 대해, 처음에 말한대로 밀고 나가지 않으면 일관성 없는 태도로 인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지만, 윤리, 도덕적 기준을 상황에 따라 바꾸어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외에는 항상 더 나은 방법을 찾아 방향을 수정해나가는 자세가 오히려 필요하다는 것, 청소년기를 맞아 독립 또는 자립하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있어서, 아이가 언제든 뒤돌아 보고 부모가 거기에 있다는 것으로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면 된다고 한다. 청소년기의 탈선으로부터 다시 돌아로수 있게 하는 힘은 바로 어느 상황에서도 변치 않는 부모로부터의 신뢰, 그리고 그러한 부모의 신념이라고.
다음은 내가 읽으면서 남편에게 따로 읽어준 부분이다;
'실패'는 살아가는 내내 도처에 널려 있다. 그러나 더 암담한 실패는 '누군가가 정의해둔 궤도에서 벗어난' 그 상황을 '절망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부모는 냉혹한 사회와 한편이 되어 아이의 실패를 '절망으로 규정'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또 내가 설정해둔 성공의 고지를 고스란히 아이의 미래로 강요해서도 안 된다.
아이를 키우는 것, 즉 한 인간을 키우는 것은 고난의 과정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숭고한 길이기도 하다.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우주를 잉태하는 것과도 같다는데, 우리는 너무 조급해하는 것 아닐까. 내 뜻대로만 하려고 드는 것은 아닐까. 아이가 저 넓은 대양을 더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도록 부모는 등 뒤에서 든든한 등대가 되어주는 것으로 족하다는데, 아이가 더 멀리까지 자기의 뜻을펼쳐 나갈 수 있도록 더 밝은 빛을 내어주는 등대가 되기 위한 노력을 굽히지 않는 것이 바로 우리 부모들이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손을 억지로 끌고 대양을 헤엄쳐 나가려 하기 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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