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 '산넘어 남촌에는'
이름은 많이 들어본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후속으로 작년부터 방영되는 드라마인가본데,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요즘은 이런 드라마가 좋더라.
TV보기를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이신 엄마께서도 습관처럼 매일 보신다는 저녁 8시 몇분 일일연속극 대신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었다. 난 아침드라마보다 이 시간대 드라마가 더 기피 대상이라고 생각하므로.
(그런데 이날 이후 또 본적이 없으니 아쉽다. 요일 기억해서 시간 맞춰 드라마 보기란 나로선 쉽지 않은 일)




홈피에 실린 포스터도 시원~하니 좋다.

 




 

 

 

 

 

 

 

 

 

 

 

홈피에 실린 포스터도 시원~하니 좋다.
계절과도 잘 어울려 퍼와본다.
(난 이 드라마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인데 드라마 홍보같아서 좀 그렇지만 ^^)


 

 

 

 

 

 

 

 

 

 

 

 

 

 

 

 

 

 

 

 

 

 

 

한옥의 기와, 문창살, 장독 항아리의 둥근 곡선, 낙엽이 깔리기 시작한 연못가.
풍경 자체가 천연 신경안정제 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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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
안느 실비 슈프렌거 지음, 김예령 옮김 / 열림원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처음 들어보는 작가이다. 사진 속에서 눈을 치켜 뜨고 바라보는 모습의 저자. 표지 그림은 또 어떤가. 표지 전체에 꽉 차게 그려진 한 여자의 얼굴.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는 한쪽 눈은 초록색, 다른 한쪽은 갈색이다. 입가에는 설탕 덩어리가 여기 저기 묻어 있고. 이 책을 읽어보게 된 것은 어쩌면 이 표지 그림이 잡아 당기는 어떤 힘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잡아당기는 힘 때문이라기 보다는 궁금증 때문이었다고 해야하나.
이 책을 들추면 과연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 것인가. 심상치 않은 스토리가 펼쳐질 것 같은 예감으로 읽기 시작한 소설.
자해적이고 잔혹극 같다는 책의 소갯글대로, 다소 충격적일 수도 있는 내용이 펼쳐진다. 마치 베티 블루 37.2 영화를 볼 때와 같은 느낌이랄까. 우울함에 시달리다 못해 자신의 한계 이상으로 먹을 것을 온통 먹어치우고 괴로움에 허덕거리는 주인공의 일상을 읽어가다가 나중엔 잔혹하다기보다 슬퍼졌다. 그녀가 가진 슬픔의 통이 다 채워지기 위해 그녀가 택한 방법이구나 하는 생각에서.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슬픔과 외로움, 그것을 나눌 사람이 없었던데서 오는 우울함이 그녀의 생 전체를 잠식해들어가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그 우울을 잠시나마 잊어보고자 하는 몸부림이 주인공의 경우엔 바로 폭식증이었던 것. 그것뿐이 아니라, 거리로 나가 자기를 원하는 남자를 기다리고, 그들과 하룻밤 사랑을 나누면서도 지극히 사랑하는 프레데릭에 바치는 헌신적인 사랑은 또 어떤가. 이런 생이 소설이 아니라 실제로 있을 수 있을까.
선정적이라고 해도 할말 없고, 잔혹극 이라 해도 할말 없을 것 같은 이 소설이 저자의 첫 소설이라는데, 2007년 펴낸 두번째 소설은 이를 능가한다고 하니, 저자의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묻고 싶어진다. 이 역시 리얼리즘에 충실한 소설이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독자들에게 던지는 또하나의 충격 요법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말 것인가.
우리의 삶은 도대체 얼마나 극단까지 치닫을 수 있는 것일까를 보여주는 소설임에는 틀림 없다. 한 사람의 슬픔과 외로움, 우울이 가진 힘이 몰고 갈수 있는 경지는 어디까지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 자, 이것 보라고.
매끄러운 번역 덕에 덜 불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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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학교 다닐 때에는 개학이나 개강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학생들만 아쉬워하는 줄 알았다. 선생님이나 교수님들은 별로 긴장하지 않으시는 줄 알았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이번엔 방학을 정말 방학답게, 전공 관련 책이나 논문은 한자도 들여다보지 않으면서 보내서인지, 안그래도 9월이 다가오는 것이 별로 반갑지 않던 터인데, 부모님 뵈러 친정에 간 지난 주말, 꼭 필요할 때 제외하고는 평소에 들어가보지도 않는 학교 웹싸이트에 들어가보았다가, 9월 1일이 아니라 바로 이번 주가 개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당황스러울데가.

일요일 밤 집으로 돌아와 그날 밤엔 잠도 잘 안 오고 급기야 다음 날 새벽엔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이건 내가 학생일적부터 고질적인 증상인데, 한참 동안 가슴이 마구 두근두근거려, 심할 때에는 책의 글자도 눈에 안들어오고, 고등학교 때에는 증상이 좀 심해서 쓰러진 적도 있었다. 한밤 중에 병원으로 실려가고...^^
아니, 처음 강의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이러는거야. 일단 시작하면 괜찮아질 일 가지고. 
강의를 처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멋모르고 하던 때에서는 이미 지났고, 오히려 처음에는 몰랐었는데, 매 학기 강의나가는 학교도 바뀌고, 각각 다른 학교의 학사 일정, 그 외의 시스템 하에서, 관심과 취향이 다른 학생들의 분위기를 파악해야되고, 가르치는 과목도 학기마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고 하니, 어떻게 보면 긴장이 되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다싶다.

소위 푹~ 퍼진다는 것의 반대말이 바로 이런 긴장감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런 긴장감이 나로 하여금 푹~ 퍼지지 않게 해주는 자극인 거지. 좋게 좋게 생각하고, 이번 학기도 열과 성을 다할 것을 다짐해보기~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는 며칠 전, 어서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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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8-26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방학이 지루해도 절대로 개학을 기다려본 적은 없는데 말이죠^^;;;
hnine님 강의하는 과목은 뭐예요? 전부터 궁금했어요^^

2008-08-26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08-08-26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부터 발생되는 일종의 울렁증이지요. 1:3법칙이 있쟎습니까 1시간강의 3시간 준비하라고 했던가요. 매번 똑같은 내용을 강의하더라도 항상 긴장되는 순간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hnine 2008-08-26 16:54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 바로 그거죠. 준비가 안되어 있는 상태에서 오는 증상.
1시간 강의에 3시간 준비. 1:3법칙에 의하면 저는 한번에 3시간 강의니까 9시간정도 준비해야하는군요. 으악...

bookJourney 2008-08-26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당한 긴장은 좋은 자극이 된다지만, 역시 긴장은 긴장이지요 ... ^^
그래도 꿈에는 안 나타나지요? 전 준비가 덜 되거나 마감이 임박한 일들이 있으면 여러 가지 꿈으로 나타나곤 해요. 대학 입학시험을 쳐야 한다거나, 논문 심사 받으러 안 가고 뭐하느냐는 호통을 듣는다거나 ... --;;;
저도 hnine님 강의하는 과목이 궁금해요~

2008-08-26 2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8-08-26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대충 감은 옵니다만) hnine님은 강의 잘 하실거 같아요. 세실님도 그렇고 알라딘에 좋은 소식이 많군요. 연구소 다니며 바쁘시던게 그리 먼 과거가 아닌데, 이야말로 일도 하고 아이와 보낼 시간도 있는 좋은 경우네요. 축하드려요!!

hnine 2008-08-26 20:48   좋아요 0 | URL
혼자 발표하는 것 보다 강의는 그래도 덜 떠는 편이고, 학생들을 좋아하다보니 덜 스트레스 받는 편...인데도 저 모양이랍니다 ㅋㅋ... 올해가 강의 시작한지 4년째인데도 학기 초가 되면 긴장이 되어요.

perky 2008-08-27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멋지세요!! 화이팅입니다~~^^

L.SHIN 2008-08-27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가슴이 두근두근, 떨린다는 감정은...어떤걸까.

하늘바람 2008-08-27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시는 강의 궁금하네요. 님 그냥 편하게 가을을 맞이하시면 좋겠어요. 막상 두근거려도 역시 난 잘해 난 멋져 하고 최면을 걸어 보셔요

hnine 2008-08-27 05:19   좋아요 0 | URL
차우차우님, 뭐, 하던 일인걸요. 이번 학기도 무사히 지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화이팅 외쳐주시니 감사합니다 ^^

LS님, 별로 유쾌하지 않은 느낌이어요. 100m달리기 출발 신호 기다리며 섰을 때, 두근두근하잖아요. 그런거라고나 할까요? ^^

하늘바람님, 뭐든지 편하게 편하게...이 말 좋으네요. 제가 자주 이용해야겠어요 ^^
 

Present Tense


It was spring
But it was summer I wanted.
The warm days,
And the great outdoors.

It was summer,
But it was fall I wanted,
The colorful leaves,
And the cool, dry air.

It was fall,
But it was winter I wanted,
The beautiful snow,
And the joy of the holiday season

It was winter,
But it was spring I wanted,
The warmth,
And the blooming of nature.

I was a child,
But it was adulthood I wanted,
The freedom,
And the respect.

I was 20,
But it was 30 I wanted,
To be mature,
And sophisticated.

It was middle-aged,
But it was 20 I wanted,
The youth,
And the free spirit.

I was retired,
But it was middle age I wanted,
The presence of mind,
Without limitations.

My life was over.
But I never got what I wanted.

-Jason Lehman-

 

현재 시제


봄이었다.
그러나 내가 원한 건 여름이었지,
열정적인 날들,
그리고 눈부신 바깥세상.

여름이었다.
그러나 내가 원한 건 가을이었지,
싱그럽도록 화려한 나뭇잎,
그리고 선선하며 바삭바삭한 공기.

가을이었다.
그러나 내가 원한 건 겨울이었지.
아름다운 눈,
그리고 휴가철의 즐거움.

겨울이었다.
그러나 내가 원한 건 봄이었지.
따사로움,
그리고 움트는 계절.

난 어린아이였다.
그러나 내가 원한 건 어른이었지,
자유,
그리고 존경.

난 스물이었다.
그러나 내가 원한 건 서른이었지.
성숙,
그리고 세련미.

중년이었다.
그러나 내가 원한 건 스물이었지.
뜨거운 젊음,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

이제 난 은퇴했다.
그러나 내가 원한 건 중년이었지,
침착한 태도,
뭐든 거리낌 없는....!

나의 삶은 끝났다.
그러나 원했던 건 끝내 얻지 못하였다.

(번역: 이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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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의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에 소개된 시.
Carpe diem 이란 말이 딱 떠오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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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8-23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못한 길과는 정반대 되는 시군요. 이 시도 참 좋아요. 반성할 거리를 주네요. ^^

hnine 2008-08-23 21:38   좋아요 0 | URL
오지 않은 미래보다 현재를 즐기며 충실하게 살라는 뜻이 담긴 것 같아요.
미리 걱정하기 좋아하는 저에게 딱 좋은 시 같아서요 ^^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
이미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한번에 휘리릭 읽게 되는 책들이 있다. 그래서 아쉬운 책들도 있고, 그래서 더 뿌듯한 책들도 있는데, 이 책은 아무래도 전자보다는 후자에 넣어야 할 것 같은 책.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들어봤을 그의 이름. 또 한번쯤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봤을 사람 (내 경우엔 그랬다).
'영화'가 주인공인지 '영어'가 주인공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저자의 영화 사랑, 영어 사랑은 막상막하인 듯 싶은데, 영화 사랑이 조금 더 우위인 것 같아 보인다. 영화광의 그가 그 많은 영화들을 보아오면서, 특히 번역을 하는 입장에서, 인상 깊은 장면, 인상 깊은 대사가 얼마나 많았으랴. 그런 장면과 대사의 소개가 잔뜩 들어 있는 책이니 일단 재미있을 수 밖에. 책 쓰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기 보다 , 앞에 사람을 앉혀 놓고 말을 하는 것 같은 그의 글 쓰기 방식도 특이하다. 역시 번역이란, 특히 영화 번역이란, 영어 실력도 있어야겠지만, 말을 지어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보고 싶어진 영화는 그가 나를 일깨운 내 인생의 영화 중 하나로 꼽은 <스탠드 바이 미>, 거의 20년 전에 극장에서 혼자 보았던 영화 <비포 더 레인>, 닥터 수스의 책을 읽어주는 장면이 나왔었다는데 기억이 안나는 <아이 앰 샘>, 비디오로 보다가 2편 마지막 몇 분을 남겨 놓고 결국은 다 못 본 <밀리언 달러 베이비> 등이다.
똑 같이 영화를 보고도 감동을 받는 영화의 종류와 그 정도는 사람마다 같지 않다. 아마 저자는 공포 영화를 제외한 거의 모든 영화에서 감동을 받았을 것 같다 (공포 영화는 비호감이라고 밝히고 있음). 영화가 친구이고, 스스로 영화 속의 스승이 자신의 인생의 스승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기억해 놓고 싶은 말들이 많았는데, 그 중의 제일은 이것;
Big dreams can begin small.
(작은 꿈들이 이루어져 큰 꿈이 됩니다.)
나라면 그저 '큰 꿈은 작은 데서 시작한다.' 정도로 해석했을 것을, 역시 그의 번역은 뉘앙스가 틀리구나 인정하면서.

아 참, 책 중에 소개된 '현재 시제 (Present tense) '라는 시도 남기고 싶은데 이것은 따로 적어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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