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이 돌아왔다 - 건축가 황두진의 한옥 짓기
황두진 지음 / 공간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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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언제부터인가 한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김 서령의 '家' 를 읽어 보았고, 서울 북촌 마을에 다녀 와 보기도 했다. 꼭 우리 전통 가옥이기때문이라기 보다 현대 건축에서 느껴지지 않는 독특한 매력과 품위, 집의 크기나 넓이와 상관 없이 품어 나오는 여유, 단정함이 마음을 끌었다. 언젠가 이런 한옥에 살아 볼 수 있을까 막연한 꿈을 가져보기도 하고.
한옥 관련 책들을 몇 권 뒤적여 보기도 했는데 온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것은 이 책이 처음이지 않나 싶다.
'건축가 황두진의 한옥 짓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설계에 관여한 가회동 일대의 한옥들을 실례로 들어 현장감 있는 설명으로 실제 한옥 짓기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되어 있고, 중간 중간에 한옥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이론적인 배경과 함께 잘 어우러놓았다. 건축에 관한 비전문인의 입장에서 읽어도 지루하지 않게 그 흐름을 좇아갈수 있도록 배려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옥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하지 않았다는 저자의 의도는 읽으면서도 느낄 수 있었으려니와, 한마디로 '한옥은 실패했다'는 그의 단언에서도 한옥에 대한 그의 진지한 고민을 알수 있었다. 다시 말하면 한옥은 '근대화'에 실패했다는 것. 근대화의 과정에서 우리가 버리고 파괴한 것이 어디 한옥뿐이랴. 일단 그러한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개선과 진화의 기회를 부여해야한다는 그의 조용하지만 힘있는 외침이다.
도면없이 짓는다?
한옥은 목수의 머릿속에 집한채가 다 들어있다는 말과 함께 한옥에 대한 신화같은 오해가 있음을 지적하고, 한옥에도 엄연히 정확한 도면이 필요하며, 도면을 경시하는 태도는 궁극적으로 한옥의 발전을 어렵게 함을 얘기했다. 장인의 안목으로만 한옥을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도면을 악보에 비유하여, 건축에 도면이 있다면 음악에는 악보가 있다고 설명했는데, 실제로 저자는 음악에도 조예가 깊지 않을까 짐작이 될 정도로 책의 여기 저기에 음악과의 비유가 등장한다.
문화재가 아닌 살림집으로서 한옥을 다시 일으키기 위하여 이노베이션을 거치는 과정에서, 그럼  무엇이 한옥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며 다시 시작하는 아픔에 대한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그의 진지함이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하다.
책의 말미에는, 한옥을 설명할 때 흔히 사용되는 용어들, 즉, 맞배지붕, 용마루, 사고석, 부연, 서까래, 막새기와, 주마창, 보, 분합문, 회첨부, 장여, 도리 등을 실제 한옥의 사진과 함께 화살표로 나타내어 가르쳐 주는 친절을 보였고, 한옥의 보편화를 위한 그의 구체적인 제안이 일곱 페이지에 걸쳐  따로 실려 있어, 한옥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게 하였다. 덧붙여 더 읽을만한 책으로 열아홉권의 책을 소개하는데, 단지 책의 제목만의 리스트가 아니라, 대개 어떤 정보를 그 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는 간략한 내용까지 소개하는 성의를 보이기도 한다. 이 책에 들인 저자의 공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전해져, 뿌듯한 마음으로 책을 덮게 한다.



('건축 이론도 아니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이렇게 글도 잘 쓰고, 철학, 역사, 음악적 배경 지식도 많아 보이고 말야...' 
책을 읽다가 같은 전공의 남편에게 말했더니, 그러면 안되냐는 듯한 눈초리가 되돌아온다.
품절이라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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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S


(Roses are just like your child.)


When we plant a rose seed in the earth,
we notice that it is small,
But we do not criticize it as 'rootless and stemless.'
We treat it as a seed,
giving it the water and nourishment
required of a seed.
When it first shoots up out of the earth,
we do not condemn it as immature and underdeveloped;
Nor do we criticize the buds for not being open when they appear.
We stand in wonder at the process taking place
and give the plant the care it needs at each stage of its development.
The rose is a rose from the time it is a seed to the time it dies.
Within it, at all times,
it contains its whole potential.
It seems to be constantly in the process of change;
yet at each state, at each moment,
it is perfectly all right as it is.

 

장미

(장미는 바로 당신의 아이와 같습니다.)

장미 씨를 땅에 뿌릴 때,
그것이 얼마나 작은지 우리는 알지만,
뿌리도 없고 줄기도 없다고 탓하지 않습니다.
씨앗 그대로 인정하고 씨에 필요한 물과 양분을 줍니다.
땅에서 처음 싹이 나왔을 때
어리고 덜 자랐다고 우습게보지 않습니다.
봉오리가 맺혔을때
아직 피지 않았다고 해서 비난하지 않습니다.
일어나고 있는 과정들을 경이롭게 지켜보고,
식물이 그때 그때 필요로 하는 보살핌을 주지요.
장미는 씨앗일때부터 죽을 때까지 장미입니다.
그 안에, 항상,
모든 잠재력이 들어있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단계에서나, 매 순간,
그 자체로 완전한 존재랍니다.

- 작자: 모르겠음
- 번역: hni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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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8-22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동이에요.

미설 2008-08-23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두요..

hnine 2008-08-23 0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이랑슬이랑님, 씨앗 속에 숨어 있는 미래까지 볼 수 있어야 하지만, 지금 당장 씨앗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아이 엄마가 아니라면 이런 글들이 지금처럼 마음에 와 닿지 않았을 것을 생각하니 새삼 아이 덕분에 저도 큰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네요,

미설님, 함께 읽고 공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우연히 보게 된 글인데 작가나 출처가 적혀 있지 않아서 아쉬워요. 읽어보고 좋아서 그냥 옮겨 봤어요.

마노아 2008-08-23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hnine님이 장미가 되어주셨습니다. 이 시 너무 좋아요. ^^

hnine 2008-08-23 15:03   좋아요 0 | URL
좋지요? 마노아님.
혹시 어디서 이 시의 작자를 알게 되면 알려주세요.
장미를 제목으로 한 노래 가사나 시가 참 많은 것 같은데, 다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올해 친정어머니께서 칠순을 맞이하신다.
당신께서 잔치는 완강히 거부하시고, 세 남매가 다음 달 부모님 여행을 보내드리기로 했는데, 어제 아침 그 문제로 남편과 얘기하던 중 남편의 태도에서 서운함을 느껴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았었다. 혹시 나혼자 넘겨짚고 오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럴 때 그냥 입 꽉 다물어버리는 평소의 내 성격을 달래가며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남편에게 다시 한번 물어봤는데 나의 일방적인 오해는 아니었다. 서운함만 더해가지고 더 이상 말을 안하고 아이를 재우느라 방을 나왔다. 아이 옆에 누워 한 팔을 들어 이마에 얹고 한동안 생각을 이렇게 저렇게 해보고 있었다. 잠은 당연히 안 오고, 생각도 갈피를 못 잡고, 자꾸 남편에게 서운한 쪽으로 마음이 가는 것이  더 나를 불편하게 하여, 결국 자는 것을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상에 앉아 한동안 좋아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시간임을 알고 라디오를 켰다. 그리고 컴퓨터 앞에서 이것 저것 끄적끄적 하다보니 어느새 두시간 짜리 프로그램이 끝나가고 있었다. 지금은 그 다음 프로를 계속해서 듣고 있는데 몇분 후면 그것도 끝이 나고 또 그 다음 프로가 시작될 것이다.
아이는 자면서 꿈을 꾸는지 뭐라고 중얼중얼거리기도 하고 꺄르르 웃기까지 한다.
아무리 잘한다 해도 남편에게 내 부모는 엄연히 남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내가 그것을 깜빡했던 모양이다. 남편이 무슨 모범답안 같은 사람도 아니고, 남편의 생각이 그렇다면 내가 그에 맞게 대처를 해야지 뭐, 별수 있겠나 싶다. 서운한 나의 심정은 이미 남편에게 말해서 알고 있을테니 되었고. 앞으로 일을 알아서 진행시키기로 한다. 어쨋든 부모님께서 즐거운 여행을 하실 수 있으면 되는거니까.
이제 잠이 오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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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1 0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8-21 09:29   좋아요 0 | URL
다독여주셔서 감사합니다 ^^
어제 이글 쓰고 바로 잤어요.
오늘 아침, 말씀대로 아쉬움은 여전히 남지만, 뭐, 어제보다는 낫네요 ^^

호랑녀 2008-08-21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어제보다 나으시다니 다행이에요.
나랑 제일 친한 사람도 내 마음 같진 않더라구요. 안 그럴 것 같은 사람이 그랬을 때 더 서운하구요.
hnine님은 참 지혜로우신 분이에요. 늘 느끼는 거지만.

hnine 2008-08-21 14:54   좋아요 0 | URL
호랑녀님, 토닥토닥 감사합니다 ^^
나 자신도 내 마음에 안들때가 많으니까요.
저 그리 지혜롭지 않은데...에궁~ ^^

2008-08-21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1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1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1 1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1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1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1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8-21 20:31   좋아요 0 | URL
오늘 정말 여러분으로부터 좋은 가르침을 많이 받습니다.
이렇게 일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천할께요 ^^
 
여자 나이 스물아홉, 일할까 결혼할까 공부할까?
김희정 지음 / 북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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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일하면서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힘들 줄 몰랐나?'
전업주부의 각오가 없다면 차라리 결혼하지 않으리라 굳은 결심이 아직도 살아 있을 당시 내가 아이키우며 일 하느라 힘들다 하소연하는 여자들을 보면서 한 생각이었다.
그러던 나도 어찌어찌하여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도 낳고, 일도 하게 되었고, 결국 다니던 직장에 사표도 내보았다. 어떤 책 제목처럼 <결혼은 미친 짓이다>중의 '결혼'이란 말 대신 '아이키우며 일하기'를 넣고 싶은 심정으로, 아이키우며 일도 제대로 하기에 불가능 판정을 내렸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도 일 하면서 아이도 키우는 여성들을 보면 존경스럽기도 하고, 한편 그에 따르는 어려움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못하기도 하다. 답이 없는 물음에서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 스물 아홉이라는 제목 속의 나이에서 훌쩍 넘어선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중요한 얘기가 아닐거야 추측하며 망설임없이 이 책을 구입해서 읽게 된 것은.
첫페이지부터 심상치 않았다. '내가 꿈꾸는 성공은 도대체 무엇인가' 가 그 제목. 내가 20대에 가졌던 성공에 대한 생각이 지금도 같지는 않다는 점, 그럼 지금 내가 꿈꾸는 성공적인 삶은 어떤 것일까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그것이 다음 십년 후에도 계속 같을 것인지 궁금해졌다.
저자에 대해서는 언젠가 일간지 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접한적이 있다. 이 책은 그녀의 성공담이라기 보다, 많은 시행착오, 그리고 누가 봐도 성공적으로 마친 사장직 뒤에 남겨진 생각들, 반추, 회고, 그래서 다음 계획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보면 반성문같기도 한 책이다. 직원을 대할 때, 그들의 짐을 덜어 주려 스스로 많이 지었던 짐에 대해 결국 자신이 따스한 사람이라는걸 즐기려 했던 것이라는 고백, 육아와 직장 생활은 병행할 수 없다는 명쾌함, 그래서 연봉이 어느 정도 이상이 되기 전에는 출산을 고려하라는 구체적인 조언, 동거를 해보고 결혼을 하라는 말, 단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고, 인맥의 허상, 다른 사람과의 네트워킹에 투자할 시간이 있다면 본인에게 투자하라고, 그래서 자기를 중심으로 인맥이 형성되도록 하라는 따끔한 조언, 한 아이의 엄마이지만 육아의 대부분을 아예 처음부터 직접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일임했으므로 그로 인해 특별히 힘들었던 경험은 없다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일 하고 결혼 하고 아이 키우며 당장 부닥치는 문제들에 대하여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이렇게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이만큼 각오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여지없이 다 드러내놓는다.

나이와 상관없이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현실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임도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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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9-02-16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이네요. 딱 나이도 그 정도인데..
어쩌죠 우리는 결혼 날짜까지 잡아놓았는데 이제 이 책 선물하면? ㅎㅎ
어쨌든 책 추천 감사합니다. ㅎㅎ

hnine 2009-02-16 19:44   좋아요 0 | URL
기인님, 이 책도 강추!
그런데 기인님은 나중에 좋은 가정을 꾸려나가실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왠지 아세요? 준비하고 대비하려는 것이나, 아내되실 분과 뭐든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나가려는 태도가 마구 보이니까요 ^^
 

선녀의 선택




착하다고 믿었던 남편이 날개옷을 내놓자 기가 막혔지요, 우리가 정녕 부부였다니? 내 남편이 선녀들의 벗은 몸을 훔쳐본 치한이었다니? 끓어오르는 경멸감과 배신감에, 날개옷을 떨쳐입고 두 아이를 안고 날개 쳐 올랐지요, 털끝만치도 미안하긴커녕 억울하고 분할 뿐이었지요



오오 그리운 내 고향! 가슴도 머리도 쿵쾅거렸지요, 큰애가 아빤 왜 아니 오느냐고 하자, 비로소 정신이 났지요, 애들이 제 아빠를 그리워한다면? 천륜(天倫)을 갈라놓을 권리가 내게 있는가? 아쉬우면 취하고 소용없어지면 버려도 되는 게 남편인가? 우리 셋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옥황상제님도 잘했다고 하실까? 글썽이는 아이들의 눈을 보자, 탱천했던 분노도 맥이 빠지고......



아궁이에서 활활 타는 날개옷을 바라보니, 뜻 모를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분명 나는 웃고 있었지요, 내 하늘은 이 오두막이야, 우리집이야, 마당 쪽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까르르 밀려왔지요.

유   안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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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 선녀와 나뭇꾼을 고쳐 쓴 시.

시집 '다보탑을 줍다' 에 수록된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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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21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궁이에 날개옷을 활활 태워야 했던 선녀의 마음을 나는 압니다~~
5년전, 5학년이던 말없는 아들의 눈물에 나도 무릎 꿇었지요~~~ㅜㅜ
내 하늘은 여기 빛고을이다. 여기다 뼈를 묻자, 선씨네 귀신되자~~~~~

hnine 2008-08-21 02:1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선녀의 얘기는 옛얘기로만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