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킹 대화의 법칙
래리 킹 지음, 강서일 옮김 / 청년정신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검은 테 안경에 멜빵 바지, 상대방을 직시하는 눈빛과 그를 향해 기울어져 있는 몸체.
CNN 방송국의 간판 급 토크쇼 <래리 킹 라이브>의 사회자 래리 킹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요즘의 중고생들은 물론이고 대학생들만 하여도 자기의 의견을 밝히는데 예전보다 훨씬 주저함이 덜하나, 한국 사람은 유난히 대중 앞에서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이 사실이다. 머리 속에 얼마나 많이 알고 있든, 가슴 속에 얼마나 위대한 뜻을 품고 있든, 구체적으로 표현이 되지 않는다면 점점 그 의미가 없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 기왕이면 제대로 자신의 뜻을 말로 잘 전달할 수 있다면 좋지 않겠는가.
말하기의 달인이라는 저자가 이 책을 시작하고 끝맺는 말은 한가지이다. '연습해라' 하는 것. 말을 잘 못하는 사람도, 말을 원래 잘 하는 사람도, 연습하면 할수록 지금보다 더 말을 잘 할수 있게 된다는 것. 그러니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연습하라는 것이다.
책 내용을 12파트로 나누어, 자신이 듣거나 겪은 예를 들어가며 읽기에 아주 편하게 쓰여져 있다. 솔직하고 개방된 마음을 가질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말하기 어려워 하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이기보다는 원래의 자기보다 좀 더 근사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 모르는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보면 맞는 말이다. 자기가 잘 아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것,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어쩔 수 없이 말을 해야하는 기회가 생겼다면 충분히 준비해서 임하라고 알려주고 있다.

몇 가지 메모 해둘 만한 것들을 요약해보면:

-모르는 사람과 처음 얘기를 할때, 내가 좋아하는 주제만 얘기하기 보다는 상대방이 답하기 좋아하는 질문을 하라. 좋은 질문은 좋은 대화의 비결이다.
-시야를 넓혀라.
-당신 자신에 대해서만 말하려 하지 마라.
-공감의 표시와 유머 감각
-취업및 채용 면접시, 당신의 특징을 말하려 하지 말고, 당신의 장점을 이야기 하라.
-상사와의 대화시, 예의를 차리되 굽실거려햐 할 필요는 없다. 그러면 오히려 당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다.
-부하직원과 얘기할 때, 잘된 일에는 칭찬을 아끼지 말고, 무언가 불만스럽다면 그들에게 바로 알려주라. 대립을 피한다고 해서 문제가 저절로 사라지거나 해결되는 법은 없다.해야 할 말을 미루다가 혈압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다음 폭발시키는 것은 석기시대 수법.
-협상을 할 때에는 강자의 입장에서 하라.
-회의에 참석하여 당신이 무언가 발언하도록 되어 있을 때, 준비없이 발언하지 말라. 즉, 마리 요점을 정리하여 준비하라.
-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해야할 문제는 첫째,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둘째, 누가 맡을 것인가.
-어쩌다 실수를 했을 때 떠올려볼 말 '실수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한다'
-대중을 앞에 놓고 말을 할때의 원칙- KISS (Keep It Simple, Stupid : 단순하게 그리고 머리 나쁜 사람도 알아듣게 하라)
-철저한 준비, 청중에 대한 이해, 간결한 표현.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철저한 준비이다. 거울 앞에서, 친구를 보고, 식구들을 앉혀 놓고, 할수 있는 한 여러번 연습하는 것이다.

읽어서 손해볼 것 없는 책.
읽었으니 실천이 문제이다.

(검색해보니 이 판은 절판되었고, 개정판이 나와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8-08-16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8-17 05:13   좋아요 0 | URL
대상이 누구든 말하기의 기술에 늘 직면해서 사는 요즘인 것 같아요. 하다못해 아이에게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돌아오는 반응이 다르니까요.
어제는 아이 데리고 초등학생부터 입장 가능한 청소년 음악회엘 다녀왔는데, 서울에 살때에는 훨씬 다양한 공연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답니다.
읽으시는 책들이 어려운 책이 많던데요, 전공 관련 책이신가요? 저는 감히 엄두도 못내겠던걸요 ^^
오늘도 좋은 날 만들어봐요. 같이 주문 외우기~ ^^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
박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면사포를 쓰고 웨딩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주방에서 포크로 스파게티 자락을 말아 쥐고는 맛보려 하고 있다. 이런 그림을 표지로 한 이소설의 주인공 나영은 요리가 취미이자 직업인 미혼 여성. 역시 미혼인 수진, 유리, 은주가 친구로 나오고, 주인공의 남자 친구 지훈과 애인 성우가 등장하여 밀고 당기고, 누가 과연 내 짝이냐 고민하는 이야기이다. 새롭지만은 않은 내용에, 이야기 전개 조차 특별히 극적인 부분이 없어, 쉽게 읽히기는 하지만 큰 감동을 남기지도 않음이 아쉽다. 작가의 전작 <백수생활백서>를 재미있게 읽은 것에 비해 전작에 좀 못미친다고나 할까.
제목에서도 보여주듯이, 연애와 결혼을 요리에 비교한 아이디어는 좋았다. 책 속의 소제목은 모두 요리와 관련하여 붙여 놓았다. '정면돌파 식사법' 이라든지, '표준식단 vs 퓨전요리'. '요리하지 않는 요리'등등. 하지만 정작 내용은 이런 구성만큼 참신하지는 않다는 것이 아쉬운 소설.
책 속에서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 꿈인 주인공이 자신의 꿈에 대해서 말한 부분이 기억에 남아서 옮겨 본다. 현모양처를 이렇게까지 훌륭하게 묘사한 글을 본 적이 없다.

현모양처는 아무나 될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건도 까다롭고 자격도 만만치 않다. 현모양처는 만능인에 가깝다. 이른바 '살림'이라고 말하는 요리나 집안 관리는 물론, 가정 경제 관리능력과 위기 대처 능력까지 필요하고, 이것들이 뛰어나야만 비로소 현모양처가 될 수 있다. 그러니까 개인적인 실력과 사회적인 조건, 행운과 끊임없는 노력까지 필요하다.
좋은 엄마, 현명한 아내가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알 수 있다. 현모양처가 되겠다는 내 꿈을 시시하게 보는 이들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현모양처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것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 살림의 여왕이라는 마사 스튜어트를 봐라. 현모양처는 그 재능을 세상을 향해 일부만 선보여도 마사 스튜어트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38쪽)

주인공의 성격을 비롯해서 새로운 인물이 글 중에 등장할 때마다, 작가가  이 사람은 이런 성격의 사람이다, 이 사람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저 사람은 저런 방식으로 행동한다 식으로 미리 설명하는 식의 묘사가 이 소설의 긴장감이나 재미를 더 떨어뜨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읽는 사람의 몫이 없어져버린 듯한 느낌이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
조나 레러 지음, 최애리.안시열 옮김 / 지호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예상하겠지만 프루스트에 관한 책은 아니다.
신경과학 실험실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저자가, 예술 각 분야에 이름난 여덟 사람을 들어, 그들의 작업이 어떻게 과학과 접목될 수 있는지 연관성을 탐구, 발견해낸 결과를 가지고 쓴 책이다. 월트 휘트먼, 영국의 여성 소설가 조지 엘리엇, 프랑스의 요리사 오귀스트 에스코피에 (저자는 실제로 요리사로 일한 경험도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 폴 세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미국의 여성 시인이자 소설가 거트루드 스타인, 버지니아 울프 등이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그 여덟 명의 예술가이다.
월트 휘트먼은 시집 <풀잎>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의 시인. 인간의 육체와 영혼을 이분법 적으로 구분하지 않으며, 육체와 영혼, 범속함과 심오함은 서로 이름만 다를 뿐 같은 것이라 보고, 영혼 못지 않게 '몸'의 중요성과 의미를 강조했다. 인간의 느낌이라는 것은 뇌와 그 외의 몸의 다른 부위 사이의 상호 작용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이란 것도 육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스스로 '과학적인 시인'이 되고 싶어했던 조지 엘리엇은 다윈의 진화론을 적극 지지했던 사람으로서, 진화론의 중심 개념중 하나인 유전적 변이, 무작위성을 들어, 이 세상은 정해진 답이 없고 우리 자신이 풀어가야할 문제라고 보았다. 우리의 상황 자체가 우리가 만들어가야할 길의 원재료를 제공하는 것이고, 마음이 자신을 바꾸는 능력이야말로 우리 자유의 원천이라는 그녀의 믿음에 공감이 간다.
맛의 정수를 찾고자 평생 노력했던 요리사 오귀스트 에스코피에는, 미각을 비롯한 우리의 감각은 경험과 기대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오류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현재의 느낌과 판단은 현재 있는 그대로 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경험) 미래의 (기대감)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 되겠다. 이 경험이라는 것을 과학이 풀 수 있던가. 경험은 극히 개인적인 것이고, 개인의 뇌는 개개인의 욕망에 따라 조율되어 있는 것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내게는 무척 난해했던, 그러나 20세기 문학의 하나의 큰 표석이 된 소설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의식의 흐름' 이라는 그의 소설 기법에서도 알수 있듯이 기억, 의식, 직관 등을 중요시했던 사람이다. 기계론적 우주관을 맹렬히 비판했던 베르그 송 철학을 내면화한 최초의 예술가 중 한사람이었던 그는 현실이란 주관적으로 이해되는 것이 가장 잘 이해되는 것이며 그 진실은 직관적으로 우리에게 포착된다고 하였다. 마들렌과 차를 먹는 동안 느끼는 감각에서 불러일으켜지는 직관적인 기억, 새로 일깨워지는 감각, 진실은 찻잔이 아닌 내 안에 있었다고 말하는 프루스트의 그 유명한 마들렌 일화도 함께 실려 있다. 기억은 뇌 속에 그냥 저장되어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회상하기 시작하는 순간, 새로운 모습으로 창조되기도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음에도 '눈으로는 충분치 않다. 생각의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 폴 세잔. 우리의 인상은 해석을 요구한다는 말이다. 즉 본다는 것보이는 것을 창조하는 과정이라는 것. 회화는 더 이상 '카메라 옵스쿠라 (어둠 상자)'의 역할이 아니라, 즉 눈에 보이는 대상을 성실하게 재현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 세잔은 세상의 형태들이 무형의 혼잡으로 빠져 들어갈 때까지 오래오래 응시하고 해체하고 다시 드러나는 모습을 보려고 했다. 자신의 주관과 소신에 의해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보통 사람과 뛰어난 사람을 구분짓는 것 중의 하나 아닐까. 추상화의 발판을 마련한 세잔. 이후 회화나 조각에 그의 이런 생각이 미칠 막대한 영향을 그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실제로 몇몇 신경과학자들은 우리가 눈으로 보고, 그것이 뇌를 거쳐 비어 있는 망막에 상으로 맺혀 어떤 형상으로 인식되기 까지의 과정은, 세잔이 대상을 응시하고 해체하고 새로운 형태를 의식하는 과정과 다를 바 없다고 한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평안과 만족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불안과 고통을 느끼게 하기 위해 작곡하고 지휘했던 음악가라고 하는 편이 더 맞겠다. 이미 형성되어 있는 화음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자 온갖 불협화음의 충돌로 이루어진 곡들을 작곡하고, 새로 태어나는 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서 단순히 새로운 음악적 패턴을 창조하는 데 머물지 않고, 이전 패턴들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음악을 통해 역설적인 철학을 표현한 최초의 작곡가이고, 청중이 무엇을 예견할지 예견했고, 그 예견한 것을 하나도 주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새로움의 불확실성을 싫어하게끔 설게되어 있는 우리 인간의 뇌, 신경학적 덫이라고도 표현되는 이러한 본성에 그는 아무도 이전에 경험하지 않았던 경험을 창조하려고 몸부림친 것이다. 책에 언급된, 뇌를 바꾸는 예술의 소리라는 표현은 그의 음악을, 그의 생각을 참 간단하지만 잘 표현한 말인것 같다.
거트루드 스타인은,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운 기억이 나는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란 말을 처음 사용한 미국의 여성 시인이자 소설가인데, 사실 작품을 실제로 읽어본 적은 없다. 그녀 역시 기존의 단어들의 조합 방식을 파괴하고, 문법을 파괴하여 어떤 새로운 의미를 전달하고자 문학적 실험을 시도하였다. 어떤 클리셰에 빠지지 않으려 애썼던  것 뿐 아니라 완전히 무의미한 문장을 써보려는 시도를 마다하지 않았으며 그것이 읽는 사람에게 난해함을 던져줄 뿐이었음에도 그러한 작업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당시 통용되던 스키너의 행동주의에 반발하여, 우리의 언어 구조는 추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했고 행동주의자들의 눈에는 앞뒤 안맞고우스꽝스러운 문장들에 지나지 않는 것들을 무궁무진하게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언어에 대한 선천적인 제약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그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싶었던, 자기만의 방에 우울하게 갖히기도 했던 그녀는 분열된 신경들의 교란 속에 정신 이상으로 병원을 드나들면서도 오히려 그 덕분에 마음에 대해 알게 된 것들, 그 변덕스러움과 다중성에 대해 그녀의 작품 속에 문학적 기법으로 표현했으며, 마음이란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야릇한 조합이라고 보았다. 그녀는 '우리는 왜 분열되는가' 가 아니라 오히려 '왜 항상 분열되지 않는가' 하는 수수께끼를 마음 속에 지녔던 것 같다. 마음은 단절된 여러개의 조각들의 합이고, 분열된 것이며, 산만한 것이다. 인간은 이처럼 산만한 존재일 수 밖에 없고, 그 직접적인 증거는 뇌의 해부학상 구조를 들 수 있는데, 대뇌 피질이 하나의 두개골 속에 들어 있지만 좌반구와 우반구라는 두 개의 서로 일치하지 않는 덩어리로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사물이나 대상을을 보고서 우리 뇌에서 인식하는 것은 한 가지가 아니며 두 가지 상반된 것을 동시에 느끼고 이것이 곧 우리의 느낌이라고. 즉 모든 두뇌에는 적어도 두 가지 상반된 마음들이 북적이고 있다는 것이다. 울프의  에세이 <길거리 쏘다니기> 중의 한 구절이다; '나는 여기 있나? 저기 있나? 아니면 진정한 자아는 이것이나 저것이 아니라 너무나 다양하고 방황하는 것이라, 우리가 그 소망들을 마음껏 달려 나가게 해둘 때에만 진실로 우리 자신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녀가 알고 싶었던 '자아'란 결국 환영이라는 것이 그녀의 최종적인 견해였다. 아무도 발견할 수 없는 불명료한 전체이고, 우리가 만들어내는 예술작품이며, 두뇌가 창조하는 허구일 뿐이라고. 이 결론에 도달하기 까지의 그녀의 고뇌가 그녀를 얼마나 힘들게 했을지 혼자 짐작이나 하고 있으려니, 진실은 허구로 존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허무함 한 자락이 밀려 온다.

과학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무엇인가. 책 속에서 저자는 말한다. 과학이 우리를 해체한다면, 예술은 우리를 다시 통합시켜 준다고. 과학과 예술은 이렇게 서로 합의를 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학의 환원주의로 우리는 과연 얼마나 많은 것을 알았고, 궁금증에서 얼마나 헤어날 수 있었던가. 오히려 더 많은 의문을 만들어내게 되지 않았던가? 경험은 과학적 실험을 능가하고, 우리가 궁극적으로 알고 찾고자 하는 자아는 객관적 사실로 취급될 수 없는 허구인 것을.
예술과 과학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무엇인가, 이 둘은 어떻게 서로 인간 탐구에 공헌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이 두 문화의 상호 몰이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가. 이런 문제가 점차 모습을 드러내자 제3의 문화라는 것이 조성되어 일반 대중과 직접 의사 소통하는 과학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리차드 도킨스에서 브라이언 그린, E.O. 윌슨 등이 많은 공헌을 했다고 볼수 있다. 과연 이 제3의 문화가 예술과 과학이라는 두 문화가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충분히 견제해 줄수 있을 것인가. 제3의 문화란 서로 다른 분야를 하나로 통일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중적인 차원들의 공존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라야 한다고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고 공감하는 바이다. 예술은 물리학으로 환원되지 않는 것이며, 시란 번역을 하면 상실되는 무엇이다. 신경과학은 뇌를 묘사하는데 유용하고, 예술은 우리의 실제 경험을 묘사하는데 유용하다. 현실을 묘사하는 여러 가지 다른 방식이 있으며 그 각각이 진리를 산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인문학과 과학 사이의 관계를 발견하려 하는 제4의 문화의 탄생에 대해서도 언급되어 있는데, 이것은 과학과 인문학 사이에 자유로이 지식을 이식하며, 환원적 사실들을 (과학이 밝혀 놓은) 우리의 실제 경험과 연관시키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모든 것에 앞서 우선 인문학은 과학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가져야 하고, 예술가들은 과학의 부름에 귀 기울여야 하며, 과학의 현실 묘사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동시에 과학은 자신의 진리가 유일한 진리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어떤 지식도 앎에 대한 독점권을 갖지 않는다면서.
이제 예술, 과학, 인문학, 그 어느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연구 분야가 개척되고 있고, 기존의 없던 새로운 학문의 길이 조용히 만들어지고 있는 중임을 실감하겠다.

별점을 세개만 준것은 역시 번역의 매끄럽지 못함과, 여덟 편의 예가 주제와 꼭 들어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간간히 받았기 때문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러브포토 2008-08-14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과학이 우리를 해체한다면, 예술은 우리를 다시 통합시켜 준다"
---> 아주 멋진 말씀!

hnine 2008-08-14 20:37   좋아요 0 | URL
읽기에 만만치 않았답니다 ^^
 

아이들이 당신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것을 염려하지 말라.
아이들이 늘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걱정하라.

- 로버트 풀검 (Robert Fulghum) -

 

 

오늘 아침 7시 경만 해도 비가 세차게 내려 아이도 남편도 우산을 찾아 들고 집을 나섰는데,
지금은 다시 강렬한 햇살 아래 매미 소리 우렁차다.

비 내린 후의 햇살,
온 세상 구석구석을 바짝 말려 줄 것 같은 햇살.

더위에 목말랐을 대지와 꽃과 나무를 적셔준 비가 그랬듯이
하루 종일 비가 내려 혹시 울적할새라 다시 나타난 햇살이
그저 고맙기만 하여라.

-----------------------------------------------------------------------------

'모세혈관쿠키' 라고 이름 지으려다가,
들어간 재료 따라서 '백년초쿠키' 라고 이름 붙혔다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양물감 2008-08-13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모세혈관쿠키라니....요......섬뜩한데요....여름용 호러쿠키인가요?? ^^;

hnine 2008-08-13 20:13   좋아요 0 | URL
ㅋㅋ...반죽에 백년초 가루를 넣어서 구웠더니, 저렇게 나왔네요. 꼭 실핏줄 같지 않나요? ^^

진주 2008-08-14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모세혈관은 너무 했어요.
쿠키도 막 굽고 그러세요?
허을~대박 존경!

hnine 2008-08-14 22:26   좋아요 0 | URL
실핏줄쿠키는 어떤가요? ㅋㅋ...
반죽하고 굽고, 그리고 먹고, 그저 취미활동 중 하나랍니다.

세실 2008-08-20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년초 쿠키 좋으네요. 요즘 귀차니즘 돌입. 저도 언젠가 쿠키 만들어본 적 있었죠? ㅎㅎ

hnine 2008-08-20 10:06   좋아요 0 | URL
밀가루와 함께 처음부터 백년초 가루를 넣고 반죽을 하면 전체적으로 핑크빛을 띄는 쿠키가 되는데 저는 뒤늦게 넣었더니 저렇게 나왔어요.
 

나란 사람은 하나이지만
내 마음의 상태는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뀐다.

좀더 긍정적이고
사람들에 대해 불만보다는 측은한 마음이 앞서고
내가 좀 더 잘 해줘야지 라는 생각이 드는 때,
좀 더 많이 사랑하며 살다 가자라는 생각이
가슴 한켠에서 뭉글뭉글 피어나는 때가 있는가 하면,

이것 저것 다 귀찮고,
왜 나만 부려 먹어~ 소리가 목젖까지 치밀고,
자신이 초라해보이는 때,
산다는 것이 마냥 허무하다는 생각이 역시 가슴 한켠에서 뭉글뭉글 피어나는 때가 있으니.

가만히 보면,
내 몸 상태가 안 좋거나,
지나치게 덥거나,
지나치게 춥거나,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났을 때,
나랑 잘 안 맞는 사람을
나중을 위해서 잘 사귀어두자 뭐 그런 생각을 할 때,
너무 배부를 때,
너무 배고플 때,
그럴 때에는 누구든지
마음이 너그럽거나 자신을 사랑하는 상태로 유지하기란
심히 어려운 일.
나의 마음됨을 떠나서 사람이라면 일차적으로 영향을 받게되는 것들이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과 일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마음을 수양하기란
말처럼 쉽지도 않으며
일정 기간 수련하면 이룰 수 있는 단기 코스 과정도 아니고
죽는 그 순간까지 정진해야 할 일.
금방 어떤 결과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마음을 비우고 노력해야 할 일.

그렇다면
되도록 나 자신을 험한 상황에 두지 말고,
내 마음이 착하게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기 힘써보자.
너무 벅찬 일, 또는 의미없는 휴식보다는
적당한 정도의 일을 하고,
적당한 정도의 땀을 흘려 내 몸을 상쾌하게 해 주기,
내 마음을 기쁘게 할 음악을 들어 주고,
내 마음을 어루만져줄 그림을 보아 주자.

내 마음을 너무 자극적이고 위기적 상황에 시달리게 하지말고,
가끔은 이렇게 내 욕심을 낮추어,
쉬게 해주자.
평안한 상황을 만들어주자.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뽀송이 2008-08-10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까지 어려워요.ㅠ.ㅠ
뭐... 시원한 댓글 한줄 못 달아 드려서 죄송해요.^^;; 제 코가 석자라...

hnine 2008-08-11 05:38   좋아요 0 | URL
뽀송이님, '내 탓이오'라는 말이 유행했었잖아요. 그런데 저는 가끔 모든게 다 내 탓이라고만 하면 우리가 우리 마음에도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 적이 있어요. 내가 당장 쓰러질 듯 아프거나, 배가 고파서 말할 힘도 없거나, 뭐 그런 극한 상황에서 보통 사람으로서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없잖아요. 내 마음 자체를 잘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마음을 위해서 잘 어루만져 주는 일도 필요하다 싶어서요. 마음이 원하는바를 듣고 해주는 것이지요.

하양물감 2008-08-12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내탓이라고만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요? 때로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고, 나를 토닥거려줄 필요도 있어요...

hnine 2008-08-12 10:35   좋아요 0 | URL
하양물감님, 공감해주셔서 반갑네요.
언제부턴가 일단은 내탓이다, 내가 양보해야한다는 압력 속에 살고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마음을, 다른 사람이 알아 주고 토닥거려 주길 기대하기 보다는, 내가 알아주고 아루만져 주어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