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 사람들
심윤경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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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 즉 신라의 옛이름이다. 삼국유사에 전해 내려오는 몇몇 신라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옛 신라의 생활상을 보여주고자 한 연작 소설이다.
법흥왕의 부인이자 지증왕의 모친 되는 '연제태후'의 이야기가 그 첫번째. 키가 칠척 오촌이나 된다고 기록에 전해지는데. 과장이 섞였음직한 이 큰 체구는 신라 성골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사실, 첫번 이야기부터 당황스럽다. 이차돈의 순교가 소개되는 이야기라고는 하나, 정작 이차돈이 중국에서 들어온 비토속적 종교, 즉 불교를 신라에 전파하고자 순교를 하게 되는 그 장면보다 더 읽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은 신라 사람들의 그 적나라한 성(性)문화를 보여주는 부분들이다. 과연 이게 사실일까.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황제와 황후가 제단에 올라가 교합제를 드린다니. 그것도 신하들과 태자까지도 지켜보는 가운데서 말이다. 감히 요즘과 비교가 안되는 사회라고 할만하지 않은가?
화랑도의 이야기를 그린 두번째 '준랑의 혼인'에는 동성애적인 묘사도 서슴치 않는다. 혼사를 앞둔 어린 화랑 준랑과 이미 혼인을 하였고 나이가 지긋한 선배 화랑격인 영랑 사이의, 선배와 후배로서의 존경과 보살핌 차원을 넘어선 애정 행각 (이라고 해야하나?), 혼인날을 하루 앞두고 신부측 친구들끼리 나누는 술과 노골적인 성 묘사가 어우러진 지금의 파티 장면을 글로 읽으며 상상하기란 참 낯 설수 밖에 없었다. 글 중의 노래 가사에 '꽃사내'란 말이 나온다. 요즘말 '꽃미남'은 원조가 신라시대였나? 노래 가사중 '지궁지궁 하여이다, 애공애공 하여이다' 앞 뒷 가사로 미루어 뜻이 짐작이 되는 말.
선덕여왕을 남몰래 사모하여 한번이라도 가까이서 뵙는게 소원이던 미천한 신분의 지귀, 그리고 삼국을 통일한 태종 무열왕의 말년의 모습을 읽을 수 있는 세번째 이야기 '변신'은 무열왕의 차남 김 인문이 작중 화자이다. 과거의 위용과 업적이 그 사람의 말년의 모습과 꼭 일치하란 법이 없구나. 선덕여왕이란 인물은 그리도 비범한 인물이었던가 새삼 관심이 생기기도 한다. 신라 온 국민의 존경과 흠모를 받았던 이유가 아름다워서, 신통해서, 장대해서, 무서워서, 그 어떤 이유로도 딱 들어맞지 않았다는 말은 이 모든 것이 이유가 되기도 했다는 말 아닌가? 슬하에 자식이 없었던 그녀는 비천한 용모와 신분의 지귀의 뜻을 내치지 아니하고 위로해주는 선처를 베풀어 불귀신이 된 지귀의 영혼을 달래준다.
'혜성가'는 옛부터 상서롭지 못한 별로 알려진 혜성의 출현과 왜군의 침입을 잠재우려 실처랑, 거열랑, 보동랑의 세 화랑이 누이 노리혜와 더불어 신궁을 방문하여 신궁 제주의 제안에 따라 하늘에 제를 올리는데, 이것이 또 교합제라. 만인이 지켜보며 예를 올리는 가운데 제단 위에서 보동랑과 노리혜 사이의 교합제가 거행된다.  이웃나라 중국에서는 이런 교합제의 풍습을 들어 신라를 상스러운 국가라 손가락질했다는데, 실제로 글 중에 신라 토속 신앙과 중국에서 갓 들어온 불교와의 대립이 여기 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옛부터 우리 민족은 외부로부터 새로운 사상이나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위기감과 거부감 같은 것이 있었나보다.
삼국 통일의 일등 공신 김유신과 뜻을 이루지 못한 천관녀의 혼을 달래주기 위한 '천관사'의 설립 과정을 그린 다섯번째 이야기 '천관사'는 원효대사의 파격적인 설교 장면이 나오고, 일생의 어떤 큰 일을 경험하면서 한 인간의 성격이 얼마나 파격적으로 변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위의 제목을 '선데이 서라벌'로 붙인 것은, 나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작가가 후기에서 그렇게 부른 것을 인용했을 따름이다. 신라 사람들의 토속성이란, 그리고 주체성이란 이렇게 표현 되는 것이었던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작가는 신라 사람들을 희화화 하거나 과장하려는 의도 없이 다큐멘타리를 제작하는 심정으로 소설화 헀다고 한다.
지금 우리들의 삶보다 훨씬 화끈하고 흐드러지고 숨김없었던 신라 사람들. 그것이 인간 본성이었다면야. 그래서 그들은 행복했을까. 지금의 우리들은 얼마나 인간 본성에 충실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
'성인용' 우리의 고전 책 한권을 읽은 느낌인데, 도대체 이 (젊은) 작가는 어쩌면 이렇게 능청스러울만치 자연스럽게 우리 옛 언어를 이리 엮고 저리 엮어 소설로 풀어낼 수 있단 말인가. 여전히 나의 관심 대상 리스트에 올라 있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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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을 보면서 찜해두었던 월.E를 개봉하는 어제, 아이를 데리고 가서 보고 왔다.
월.E (WALL-E: 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 ) 는 지구 폐기물 수거 처리용 로봇.
2100년, 지구는 오염과 쓰레기로 더 이상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폐허가 되고, 지구인들을 거대한 자동화 우주선을 제작하여 타고는 우주를 배회하며 산다.

'니모를 찾아서'로 아카데미 상을 받은 앤드류 스탠튼이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하고, '라따뚜이'로 이미 전세계적으로 43억 달러의 흥햏기록을 세웠다는 디즈니.픽사 (Disney.PIXAR) 가 제작했다.



 

 

 

 

 

 

 

 

 

 

 

 

더 이상의 줄거리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제하겠지만, 나는 평소에 영화의 내용에서 어느 정도 리얼리티 적인 요소를 발견하지 않는한, 이런 SF종류의 애니메이션에 그닥 흥미를 느끼지 않는 편이다. 그저 재미있게 보면 그것으로 본전이다 생각할 뿐. 그런데 이 영화는 예고편에서 나로 하여금 그냥 재미 이상의 뭔가를 기대하게 하였고, 영화를 보고 만족하며 영화관을 나왔다고 말 할 수 있겠다.

우선, 이 영화의 내용이 영화로만 보이지 않더라.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앞으로 충분히 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고 그런 가능성을 구체화시키고 이렇게 스토리까지 실어 멋진 한 편의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정말 천재적인 사람들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봇의 형태가 아주 미끈하다. 일반 PC를 보다가 매킨토시를 볼때의 그 매끈함 같다고 할까. 움직이는 동선이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로봇의 움직임이 아니라 마치 춤을 추는 듯이 유연하다. 모든 것이 자동화된 시스템에 맞춰 살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걸을 필요도 없고, 이동을 위해 버스에 올라탈 필요도 없으며, 옷을 갈아 입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다. 자유유영을 하는 듯한 의자에 앉은 채 버튼을 동작시킴으로써 모든 것을 해결하는 세상. 당연히 모두가 비만인 사람들. 나중에 선장이 외치는, 나는 그냥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살고 싶다'는 외침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그리고 나를 제일 감동시킨 것은, 낡은 구두 속에서 피어난 그 작은, 이름 모를 식물, 그 작은 생명체의 의미 때문이었다.

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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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8-08-07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괜찮은가요?
아이들 데리고 영화를 보러가려 했는데, 어쩌다보니 님스아일랜드 는 끝나버렸더라구요.
어린이영화가 이것밖에 안 남았는데 좋은 영화라니 다행이네요.

hnine 2008-08-07 10:21   좋아요 0 | URL
예, 추천드리옵니다~ ^^
지난 주에 본 '스페이스 침스'라는 영화도 괜찮던데요. 혹시 끝났는지 모르겠네요.

마노아 2008-08-07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BS남상석 영화 기자가 이 영화를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꼽았더라구요. 저도 담주 정도에 볼 생각이에요^^

hnine 2008-08-07 13:36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오~ 그래요?
만든 사람들 생각이 실제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환경 문제, 기술로 극복 안 되는 인간 소외, 생명 사상 등, 여러 가지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혼자 끄덕끄덕 하며 보았답니다.
영화를 보시면 저 포스터의 로봇이 무엇때문에 하늘을 저렇게 간절히 바라보는지 아실거예요. 마노아님도 좋아하실 것 같은 예감 ~ ^^

무스탕 2008-08-07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애가 이 영화 보자고 성화입니다.
원래 지난주 정도에 스페이스 침스를 보려고 했었는데 어찌어찌하다 못보고 넘겼더니 이 영화로 목표수정했네요..
울 동네는 더빙판은 없고 자막만 있던데 볼수 있으려나 모르겠어요..

hnine 2008-08-07 17:29   좋아요 0 | URL
이 영화 워낙 대사가 많지 않아요 ㅋㅋ~ 자막도 상관 없을 겁니다.

perky 2008-08-07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관심가더라구요. 괜찮다고 하시니 꼭 봐야겠어요. ^^

hnine 2008-08-07 17:32   좋아요 0 | URL
예, 관심 가는 영화는 일단 봐줘야지요 ^^
두 로봇끼리 서로에게 베푸는 행동들이 뭉클하기도 했답니다.

하양물감 2008-08-08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영화관 안간지 너무 오래되서....낯설어요...ㅎㅎㅎ

hnine 2008-08-08 09:41   좋아요 0 | URL
하양물감님, 그러시지요?
한솔이가 이제 조금만 더 크면 영화관 출입이 시작되겠지요. 그러면 아이가 보는 영화는 좋든 싫든 엄마도 따라서 보게 되더군요. 그런데 가끔 이렇게 아이도 좋아하고 저도 좋아하는 영화도 있네요.

뽀송이 2008-08-10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들 데리고 보면 좋아할 것 같군요. 고마워요. 님~~~

hnine 2008-08-11 05:40   좋아요 0 | URL
저도 아이도 재미있게 본 영화이지요.
제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랍니다.
 
열네 살의 인턴십 - 프랑스의 자유학기제를 다룬 도서 반올림 12
마리 오드 뮈라이유 지음, 김주열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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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우, 대학 재학 중 2학년을 마치고 나면 자신의 적성과 기호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 1년 동안 일단 학교를 떠나 현장 경험을 쌓은 후 다시 학교로 돌아와 남은 1년의 학업을 마치고 졸업을 하게 하는 제도가 있다. 일종의 인턴쉽 기간인데, 이런 기간을 둠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졸업하기 전, 자신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후 진로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제도인 것이다. 의무 조항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전공과 관련하여 회사나 기업체, 연구소 등에 파견되어 실제 그곳 직원들처럼 일하고, 낮은 급료나마 보수도 받게 되는 이 제도를 옆에서 보고 참 부러워했었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프랑스에서는 중학교 3학년인 열 네살 때 학생들로 하여금 학기중 일주일을 학교에 등교하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곳에 가서 일을 해보게 하는 제도가 있는 모양인데, 주인공인 루이라는 남학생이 이 기간을 통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가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루이는, 외과 의사인 아빠, 주부인 엄마, 언제나 오빠 편인 깜찍한 여동생과 함께 사는, 특별히 잘 하는 것 없고, 학교 다니는 것이 별로 즐겁지 않은 열 네살의 남자 아이이다. 인턴쉽을 어디서 하나 생각하던 중에 우연히 할머니의 소개로 할머니가 다니시는 미용실에서 일을 하게 되고, 뜻하지 않게 미용 일이야 말로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계속 하고 싶은 일임을 알게 된다. 가족의 반대, 특히 아빠의 심한 반대에 부딪히지만, 그에 쉽게 무릎 꿇지 않고 은근하고 끈기 있게 자신의 뜻을 펼쳐 나가는 루이의 뚝심있는 모습에, 읽는 동안 흐뭇함을 느낌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안타까운 심정이 되어보기도 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은 본인에게도 다행스런 일이지만 그 사람이 속한 일터에게도 축복임을 이 책에서도 보여준다. 그리 나서는 성격이 아님에도 루이가 미용실에 있는 동안은 미용실 전체가 활기있고 즐거운 분위기였음은 루이가 미용실을 떠나고 없는 동안 드러난다. 결국 아들의 꿈을 인정하고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 주는 루이의 아빠,  뒤늦게 가정 주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일을 갖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는 엄마. 어쩌면 꿈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찾고자 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성적이 우수하다 싶은 학생들은 모두 외고 아니면 과학고를 목표로 하는 우리 나라의 이 획일화되고 천편 일률적인 길찾기, 내가 선택하기 전에 부모나 선생님, 학교, 주변 상황에 의해 일방적으로 제시되는 그들의 진로는, 언제나 진정한 의미의 꿈 찾기, 후회 없을 자기의 길 찾기로 바뀔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을 읽는 우리 나라의 독자라면 읽는 동안 다 한번씩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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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 - 죽음을 부르는 만찬
윌리엄 레이몽 지음, 이희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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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 윌리엄 레이몽은 프랑스의 유명 기자이다.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이미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에서조차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비만'을 일종의 유행병이라고 판단, 그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비만 문제를 파헤쳐 보고 그 심각성을 알리고자 이 책의 저술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갈수록 그가 발견한 사실은 비만의 심각성 자체보다, 그 뒤에 감춰진 복합적인 사회 현상임이 드러나, 비만은 이제 개인적 차원에서 다뤄야 할 생활 습관병이 아니라, 썩어가고 있는 현대 사회의 정치, 상업 주의임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니까 드러나는 비만 인구의 증가는 빙산의 일각이었고, 감춰진 빙산은 따로 있는 것이었다.

비만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 탓인지, 몇 년전에 비해 1인당 섭취하는 열량은 크게 늘지 않았음에도 비만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만을 경고하는 한 편에서 여전히 눈 감고 비만을 부추키는 사회가 있다. 비만과 관련된 시장 규모는 어마어마하여, 비만 관련 의료 사업 뿐 아니라, 각종 미용 성형, 비만자를 위한 새로운 잡화 개발과 판매 등, 미국에서 매년 비만 관련 질환에 사용되는 돈만 해도 450억달러라고 한다. 물론 이 돈은 국민들에게서 거둬들인 세금이다. 총기 사고로 죽는 사람의 몇 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매년 비만에서 비롯된 질병으로 죽어감에도 이 문제에 관해 이상하리만큼 무관심한 국가의 속셈은 무엇인가. 비만과 관련된 사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제약회사들이 선거때마다 정치인들에게 펑펑 쏟아붓는 기부금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제약회사의 가장 큰 재능은 '연구개발'이 아니라 '마케팅'임을.

실제로 저자는 미국을 '비만을 부추키는 사회' 라고 이름 붙이고, 미국의 식품산업을 낱낱이 파헤쳐 들어간다. 결론적으로 현재 미국의 식품 산업은 거대기업과 정치계가 좇는 어마어마한 돈벌이이고, 사람들로 하여금 음식에 무릎 꿇게 만들었다고 간파하게 된 근거는 무엇인가.
1970년대, 미국의 곡물 시장은 바닥을 치고 있었고, 닉슨 행정부는 농민들의 불만을 가라 앉히기 위해 소련과의 비밀 협정으로 막대한 양의 밀을 수출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번엔 미국의 밀 가격이 급등하게 되었고, 따라서 미국의 식료품 가격과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이 미국내 식품 생산을 소수 거대 농업 위주로 중앙 집권화 한 것이다. 이것은 소수 거대 식품 회사에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집중적으로 지급함으로써 이루어졌는데 이로써 미극의 식료품 시장은 훨씬 더 수월하게 국가의 조절하에 움직이게 되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짐에 따라 식품가는 당초 목적대로 저렴해졌고, 남아도는 수백만의 저렴한 곡물들을 처치할 필요성이 생기기에 이르렀다. 이때  발맞춰 개발된 것이 우리가 액상과당이라고 부르는 HFCS (High fructose corn syrup). 설탕을 만들려면 사탕수수를 수입해와야 하는데 반해, 액상과당은 당시 미국에 남아도는 옥수수를 재료로, 옥수수 전분을 가수분해하여 포도당 시럽을 얻어내는 방법으로서, 설탕보다 보존 기간이 길고 혼합하기 쉬우며 생산비가 적게 들어, 공산품으로써 만들어지는 식품에 제격이었고 남아도는 옥수수 처치에도 그만이었다. 이 액상과당은 햄버거, 잼, 과일주스, 케첩, 통조림, 과자, 냉동식품, 비타민에 이르기까지 각종 식료품 뿐 아니라, 1978년에는 코카콜라를 위시해서 각종 탄산음료의 단맛을 내는데 쓰이게 된다. 이제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단맛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빅 사이즈의 콜라, 무한 리필, 하나 사면 하나 더 주기 등, 마구 주어지는 음식물. 사람들의 건강은 어디로 향하여 가고 있는가. 설탕과 달리 액상과당은 비슷한 단맛을 내지만, 체내에서 설탕이 하는 것 처럼 신경전달체계를 활성화시키지 않는다. 인슐린 분비와 렙틴의 생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같은 양의 단맛이 들어와도 정상적인 조절 작용이 체내에서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체중은 자꾸 불어날 수 밖에 없고, 사람들은 더욱 단 맛에 길들여지게 된다. 미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식품, 내 아이가 먹는 식품의 뒷면의 성분란을 살펴 보면, 어렵지 않게 액상과당이란 단어를 발견할 수 있을테니.

코카콜라 회사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초등학교는 교내 여기 저기에 콜라 자판기를 설치하고 있고, 미국의 유수한 의과대학의 한 연구실에서는 '신경마케팅' 이라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기업에서 제공된 연구비를 가지고 소비자의 구매욕에 영향을 주는 뇌의 메커니즘을 밝히기 한 일을 하는 것. 자원자들의 뇌에 일정한 자극을 준 다음 어떤 반응이 오는지 MRI장치로 관찰하는 실험이 이루어진다. 그 실험 결과가 후에 어떻게 이용될 지. 확실한 것은 어떻게서든지 '이용'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 기업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것과 관련한 목적으로.

대체식품이 개발됨에 따라 식료품값은 내려가고, 저렴해진 사료값과 육류 소비의 증가, 끊임없이 우유를 생산하면서 병에는 덜 걸리는 유전자변형 소의 개발 등으로 지구상에 넘쳐 나는 가축과 가축의 배설물을 비롯한 오물들은 다시 인간의 땅을 오염시키고 인간을 오염시킨다. 호르몬제를 1회 주입하는데 드는 가격은 1달러를 겨우 넘는 반면, 이렇게 함으로써 추가적으로 얻는 수입은 30~40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사람의 '입'이 아니라, 공장의 편의를 위해, 수익과 편리성을 위해 개발된 트랜스 지방의 문제하며, 도대체 지금 우리가 살기 위해 먹는 음식들이 과연 살기 위해 먹는 것들인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의 말대로 수익이라는 제단 위에 우리의 건강은 희생당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막을 수 있는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불러 일으킨 이 흐름을. 이제 우리는 매일 먹는 세끼 식사를 투표하듯 선택해야 하는 시대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손에 넣을 수 있는 음식들은 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인 시대는 가고, 환경과, 건강, 윤리를 생각해서 판단하고, 결정하고, 구입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그나마 이런 인식이 널리 사람들에게 확산되어, 사고 방식의 변화를 가져온다면 좋겠다. 우리에게 그럴 힘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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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2008-08-05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요 나인님.. 그래서 오래전부터 '두레생협'이라는 곳을 이용하는데요. 여기물건은 소비자 각자가 조합원이 되어서 생산자들과 직접 연계망을 맺어 샌산과 판매를 공동 관리 하는 곳이랍니다.
당연히 우리농산물이고 친환경제품들을 판매하고 있구요.
매년 소비자들이자 조합원들이 시골 각각의 생산지들을 찾아가요.. 어떻게 생산되고 배달되어지는지를 소비자가 직접 관리해가는 것이죠.

먹거리에 대한 생각..그건 생명과 관련이 있는 것인데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여러가지 이유러 갈길이 먼게 사실이예요...
제작년부터인가요.. 두레생협에서는 유전자 조작 옥수수 반대를 위한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써주신바대로 식품이라는 것에까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들어간 결과들을 해결할 수 있는 건 또한 인간의 몫이고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여기서 음식재료들과 기타의 공산품을 구입하는데 사실 제가 몸도 별로 좋지 않았었는데 많이 건강해진걸 보면 여기 덕이 큰것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답니다.
음식...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정말 좋은 음식들을 장기적으로 섭취해보니까 더욱 실감이 나더라구요..
우리가 할일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다린군의 세대.. 제 아이의 세대를 위해서라두요

hnine 2008-08-05 15:59   좋아요 0 | URL
두레 생협, 저도 알지요. 제 아이 경우 어릴 때부터 아토피가 얼마나 심했던지, 그래서 제가 더욱 먹거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답니다.
이 책은 그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우리들 모르게 이루어지는 정치적인 뒷거래, 물질 만능주의 등에 의해 우리의 먹거리가 농락당하고 있음을, 우리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네요.
 


 

 

 

 

 

 

 

 

 



 

 

 

 

 

 

 

 





 

 

 

 

 

 

 

 

 

 

 

네모 반듯한 것이 보기 좋을 때가 있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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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8-08-0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너무너무 보기 좋아요^0^

푸하 2008-08-03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잣' 포인트가 화룡점정이군요.ㅎ~

춤추는인생. 2008-08-03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역시 나인님 솜씨란^^ 빵같아 보이지 않고 떡같아 보이는데 입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을것처럼 포근포근 해보여요.
레시피 공개해주세요^^ 저도 만들어 보고싶어요!

마법천자문 2008-08-0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 만드는 재료는 어디서 구하나요?

hnine 2008-08-04 10:02   좋아요 0 | URL
미설님, 음식은 아무래도 반듯하고 가지런한게 보기 좋고 먹기 좋지요. 단호박 섞인 아래층과 윗층, 2층으로 만들었는데 찌고 나니까 별로 표시가 안 나네요.

푸하님, 아이가 잣 알레르기가 있어서 잣은 순전히 사진을 위한 연출용이랍니다 ^^

춤추는 인생님, 예, 빵 아니고 떡 맞아요. 단호박 가루가 섞인 백설기 떡이어요. 떡도 만들어보세요. 빵보다 쉬워요 ^^

아이큐30님, 저건 빵이 아니라 떡이긴 한데, 빵 만드는 재료는 마트에서도 팔고 인터넷으로도 구입 할수 있어요.

무스탕 2008-08-04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울꺽~~!
맛있어 보여요 >_<

hnine 2008-08-04 16:38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 맛은 못 봤답니다.
만들어서 냉동칸에 넣어놓았다가 바쁠 때 한쪽 씩 해동시켜 아침으로 내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