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미야 꽃다지에게 물어 보렴
김용택 / 생활성서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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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들 사이에 묻혀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어떻게 어제는 내 눈에 들어왔을까.
가족이 함께 읽는 동화라는 작은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조그마한 책을 나는 읽지 않은 채 다시 제자리에 꽂아 둘수가 없었다.
김용택, 안도현, 채인선, 곽재구, 공선옥, 한승원, 임철우, 박완서, 양귀자, 문순태, 김지원, 김태정, 박범신. 대부분 누구나 알만한 작가들이 쓴 동화 열 세편으로 채워져 있다. 이 중에는 김용택님의 <보미야, 꿏다지에게 물어 보렴>이나 김태정님의 <안 보여줘>처럼,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도 있지만, 채인선님의 <어떤 여행>, 곽재구님의 <하얀 배>처럼 어른에게 더 권해주고 싶은 동화도 있다. 공선옥님의 <엄마, 어렸을 적에>는, 작가가 아이를 재우며 잠자리에서 들려주는 작가 어린 시절 이야기인데, 아이의 잠자리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엄마가 아잇적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준 이야기였다. 곽재구님의 <하얀배>는 결말이 슬프게 끝을 맺어, 어젯 밤 실제로 아이를 재우며 읽어 주었더니 직접적으로 주인공 아이의 죽음이 말로 표현되어 있지 않음에도 "엄마, 그 아이 죽는거예요?" 하고 물어본다. "그래, 슬프지?"  채인선의 <어떤 여행>은 단순한 이야기 이지만, 사람의 일생이라는 것이 개개인으로 보면 모두 특별한 삶이겠지만, 몇 대를 지내보면 사람의 한살이란 다 거기서 거기구나 하는 어떤 철학적인 느낌까지 전해져오는 이야기였다. 박완서님의 <보시니 참 좋았다>는 역시 통찰력있는 노작가의 원숙함이 느껴지는 동화였으며, 김지원의 <착한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는 명찰을 달고 살기 위해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삶을 살아오던 사람의 이야기로서, 역시 어른들에게 더 적합한 동화이다. 박범신님의 <새떼들의 동구길>은, 시선이 오로지 나 자신에게 향해 있을 새파란 젊음의 시기를 지나,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다른 생명체에까지 눈을 돌릴 수 있는 여유와 겸손, 그리고 통찰의 나이가 되어 있을 수 있는 일을 그리고 있다.

간간히 들어 있는, 많지 않은 삽화마저 정겨운 책이었다. 삽화를 그린 화가중 '이우범'이란 이름과 그림을 보고 얼마나 반갑던지. 예전 어릴 때 읽던 동화책에서 많이 보던 그림, 그리고 이름이다.
작지만 충분히 따스하고 포근한 이야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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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 & 포퍼 :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지식인마을 25
장대익 지음 / 김영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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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계열로 대학에 갓 입학한 남동생의 책꽂이에서 어느 날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라는 책을 보았다. "이런 책도 읽냐?" 했더니 누나는 그 책 읽었냐고 한다. 안 읽었다는 나의 대답에 동생은 어떻게 과학을 공부한다는 사람이 이 책도 안 읽어볼수 있냐면서 그 책에 소개된 '패러다임'이란 것에 대해 몇 마디 했던 것을 기억한다. 며칠 전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들면서 그 때 생각이 잠깐 났었다.

과학을 공부한다, 과학적이다, 등의 말에 포함된 '과학'이라는 말. '문학'이나 '예술'이라고 말 할 때와 어딘가 다른 느낌. 그 정체는 무엇인가? '과학'이란 말에서 느껴지는 그 권위와 힘, 최고의 지식 활동을 연상시키는 그 특별한 것은 무엇인가? 단순한 질문인 것 같지만, 과학철학이란 분야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과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대해 과학철학자들이 벌인 논쟁을 내용으로 담고 있는데 주로 미국의 토마스쿤과 영국의 칼 포퍼의 사상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과학이 다른 분야와 구별되기 위한 조건으로는 검증될수 있거나 (verifiable), 반증될 수 있어야(falsifiable) 한다. 반증가능성은 포퍼의 반증주의가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서, 귀납없이 과학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던 그당시 주류 사상이던 비트겐슈타인의 주장과는 상반된 것이었다. 뒤이어 미국의 토마스 쿤은 어느 주어진 과학자 사회의 구성원들에 의해 공유되는 신념, 가치, 기술 등을 망라한 총체적 집합으로서 '패러다임 (Paradigm)' 의 개념을 소개하면서, 과학이란 과학자 사회가 하나의 패러다임에 의해 지배를 받는 가운데 과학자들이 벌이는 활동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공통 패러다임이 깨지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교체되는 현상을 과학혁명이라고 보았다. 이 책에서, 과학철학의 양대 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두 사람의 사상에 대한 지지, 혹은 반박, 그리고 그 근거들이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읽힐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불안하지 않은 지식 수준과 글 쓰는 능력 덕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이 책의 제목부터가 영화 '메리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를 생각하며 붙인 것이라고 할 정도로 저자는 딱딱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최대한 알기 쉽게 풀어가려고 애쓴 흔적이 보여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참 잘 쓰여진 책, 공 들여 쓰여진 책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정작 과학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좀처럼 과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실험실에서 좀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할 뿐. 유명한 물리학자 파인만도 그런 말을 했다고 하지 않는가. 조류학이 새에게 유용한 만큼만 과학철학은 과학자에게 유용하다고.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문학비평을 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실제로 과학자들이 어떠한 종류의 지적 활동을 하는지를 메타적인 관점에서 보는 사람들이 바로 과학철학자들이라고 저자는 비유하여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 대학의 자연계열 학생들에게는 커리큘럼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과학철학. 철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질문을 세련되게 할 수 있도록 생각을 훈련시키는 학문이라는 저자의 답변도 판에 박힌 것 같지 않고 참신한 나름 대로의 풀이인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이력을 몇 번씩 들춰보게 되었다. 탄탄한 지식과 그에 부합하는 해설과 구성 능력, 이 책을 나의 장서 중 하나로 포함시키기를 주저하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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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Photo 2008-08-03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칼 포퍼, 토마스 쿤, 비트겐슈타인,.....
참으로 오랫만에 들어보는 멋진 이름들.....
예전에(한 20여 년 전에), 이공 계열 학문들("과학")과 인문사회 계열 학문들 사이에 거의 전혀 "교류 없어 왔음"을 발견(?)하고, 개탄하고(자기가 뭐라고 개탄까지... 헐헐...), 한심해하던 기억이 스물스물.....
그러던 중 "과학철학"이라는 생소한 작업(?)이 어디선가 소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기도.....
이젠 모두 참 오래된, 빛바랜 이야기들.....


hnine 2008-08-03 08:11   좋아요 0 | URL
리뷰에 등장하시는 분이시로군요 ㅎㅎ...
 

내가 기피하는 책 종류로서 두가지가 있는데,
첫째로는 환타지 소설 (영화도 마찬가지).
나도 왜그런지 모르겠다. 재미가 없다. 학교 다닐 때 한참 유행하던 V 시리즈. 그때 아침마다 학교 오면 그 얘기부터 화제에 올리던 때인데, 나에게는 전혀 관심밖이었고, 해리 포터, 반지의 대왕, 나니아 연대기, 스타 워즈 등등. 참, 스타 워즈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에는 (중학교 때였던가?) 그 영화 음악이 좋아서 잠깐 관심을 가진 적 있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서 흥미가 안생기는 것일까?
그 다음으로 내가 잘 안 읽는 책은, 과학 서적.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철학 관련 책을, 심리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심리학 관련 책, 소설의 형식이든 교양서든, 더 관심을 가지고 읽을 것 같은데, 나는 전공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책은 학교에서 또는 직장에서 일과 관련해서 읽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건방지게~ ^^), 또 책을 집어드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안식과 휴식을 얻기 위해서인데, 그 시간마저 일과 관련시켜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철저히 기피해왔다. 과학 관련 글쓰기는 어느 정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기계가 쓴 것 같은, 사람의 느낌이 안 나는 글의 방식도 나와는 코드가 안 맞았나보다.
별로 전문적인 서적이 아닌, 일반인을 상대로 한 책일지라도 아무튼 일부러 사서 읽지는 않아왔다.

그런데, 요며칠, 나를 완전 사로잡은 책들이 있으니,

 

 

 

 

 

<생물과 무생물 사이>는 '생각하는' 과학자의 모습을 보여준, 생명이라는 것에 대해 자기 철학을 가지고 파고 드는 저자의 모습에  매력을 느껴서이고,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주로 쿤과 포퍼의 사상을 중심으로 과학 철학 개론서라고 할수 있는데, 그동안 막연히 들어서 알듯 모를 듯 하던 것을 제대로 알아가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저자의 글쓰기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딱딱하지 않게, 충분한 지식에서 비롯된 것 같은 여유와 비유는 읽는 사람을 끝까지 편안하게 따라가게 해준다.
<독소>는, 그동안 마음 속으로 짐작만 하고 있었으나 너무 극단적인 것 아니냐든지, 과격한 생각 아니냐는 지탄이 두려워, 그저 생각만 하고 있던 것들이 낱낱이 폭로되어 있는 내용이라서 기암을 하면서 읽고 있다. 사람이 먹는 음식과 관련된 범죄자를 처단하는 주체에 있는 정부 자체가 상업 주의와 정치에 부합하여 더 큰 범죄를 쥐도 새도 모르게 저지르고 있다니. 프랑스의 시사전문기자가 미국의 비만 문제를 조사하다가 음식의 생산과정, 배경, 유통 과정, 질병과의 관련성에 대해 조사한 보고서 같은 책이다. 읽다 보면, 정말 이제 모든 음식은 옛날처럼 부엌에서 만들어져 나와야 될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돈 주고 살수 있는 음식 중에 먹을게 없다는 말이다.

우리 식구 중에 요즘 나보다 더 책에 빠져든 사람이 있으니, 바로 <마법의 시간 여행> 시리즈와 눈 뜨고 잠이 드는 아이이다. 삼십권 짜리 세트를 대여해주었는데, 그렇게 재미있나보다. 나도 한번 어떤 내용인가 읽어보았다가, 역시 심드렁~ 이것도 일종의 환타지 비스끄므리한 내용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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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08-01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삼십권짜리라~ . 그런데 책 취향이 님과 전 많이 비슷한 것같아요

hnine 2008-08-01 19:57   좋아요 0 | URL
예, 하늘바람님, 알고 있답니다 ^^

미설 2008-08-01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환타지에는 영 관심이 없다는^^ 다린이가 돌아왔군요. 이 사진보더니 알도도 자기도 이 책 사달라고하는데요 ㅎㅎ

hnine 2008-08-01 19:59   좋아요 0 | URL
저는 대여해주었어요. 각 권마다 아주 황당한 얘기들이 아니고 역사적인 한 시대를 여행하면서 그 시대에 대한 교육적인 내용도 포함시켜 아이들 읽기에 괜찮은 것 같아요. 알도도 좋아하지 않을까요? ^^

2008-08-02 0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8-02 22:08   좋아요 0 | URL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행중 아픈 것 만큼 힘든 것이 없겠지요.
엄마가 되고 나면 자연스럽게 여러 개의 타이틀을 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느 것 하나 맘에 들게 못하고 있네요. 그런데 이제는 다 그러려니 해요 ^^

무스탕 2008-08-02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환타지, 과학서적 그런거 영 별로.. -.-
영화도 환타지 영화는 영 별로.. -.-

저희집에는요 마법의 시간여행 1~39권까지 다 있고요, 마법의 시간여행 지식탐험 1~14권 다 있어요. 애들 성화에 사고 말았답니다.. ㅠ.ㅠ
그래도 사주니까 몇 번씩 읽어서 아깝다는 생각은 안해요 ^^

hnine 2008-08-02 22:08   좋아요 0 | URL
오호~ 마법의 시간여행 지식탐험 이라는 것도 있군요.
사서 몇 번씩 읽는 책들은 정말 사주고 아깝다는 생각 안들지요.
 

더운 날씨의 계속.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고 땀을 많이 흘리는 나.
움직이면 곧 땀이니,
되도록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앉아 책이나 읽자고 생각도 해보지만,
어디 주부의 일상이 그런가.
박박~ 욕실 청소,
수건, 속옷, 행주 삶기,
고구마, 감자 찌기,

곧 마음을 고쳐 먹는다.
아예, 땀을 확~ 흘려버리자.


땀 범벅이 되어보는거지.
더위를 피할 것이 아니라
그냥 그 한가운데에 풍덩 빠져보는거.

오히려 상쾌하다.

아침부터 우렁찬 매미소리

여름의 한 복판.

 



 

 

 

 

 

 

 

 

난데 없는 꽃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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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8-08-0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아직 일어날 시간도 안됐는데 머리맡 베란다 방충망에 매미가 붙어서 정말 요란하게 울더라구요. 그 소리에 깼지요 --+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손가락으로 매미를 튕기고 다시 잤어요.
오늘부터 비가 온다는데 시원한 주말 보내세요~ ^^

hnine 2008-08-01 10:39   좋아요 0 | URL
단잠 자는 중의 매미 소리는 소음일 수도 있지요 ^^
이곳은 오후 늦게 부터 비온다고 해서 지금 이불 베란다에 널어 햇빛 쬐고 있습니다. 이 땡볕에 아이는 매미 잡겠다고 친구랑 나갔습니다~

하양물감 2008-08-0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아침에 아, 벌써 8월이구나 했답니다. 요즘은 늦잠을 자기 때문에 아침다운 아침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요...

아, 주부의 일상.....저도 오늘은 감자랑 고구마 좀 찔까봐요....(음 시어머니가 항상 사카린을 쓰시는데, 그걸 말릴 수도 없고, 두 번 하는 수밖에 없다는거죠^^)

hnine 2008-08-01 10:38   좋아요 0 | URL
ㅋㅋ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지금 고구마 일단 쪄 놓고, 감자를 찔려던 찰나, 쪄야 하나 삶아야 하나 갸우뚱 하고 있던 참이랍니다.
작년 여름도 그렇게 덥더니 어느 새 선선해졌던 기억이 나요. 올 여름도 그렇겠지요.

Kitty 2008-08-01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구마 잘 삶아지면 하나 던져주세요 ㅎㅎㅎㅎ 그러고 보니 찰옥수수도 먹고싶네요 ㅠㅠ
음 저녁 먹었는데 왜 먹는 얘기만 ㅎㅎ

hnine 2008-08-01 12:19   좋아요 0 | URL
여기 갑니다~ 받으세요~~ ^^

하늘바람 2008-08-0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 바쁘셨네요 아우 전 암 암것도 하기 실어요 그냥 태은이 자는 시간만 감사히 즐기고 있지요

hnine 2008-08-01 20:01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왜 이렇게 집안 일이 하기 싫은지.
제가 안한다고 누가 대신해줄 것도 아니고,
그러니 얼마나 투덜거리며 하는지 모른답니다.

미설 2008-08-01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8월이네요. 월요일에 이사한터라 저야말로 박박 청소, 정리해야하는데 알도 유치원도 방학이고 덥고, 집도 맘에 안들고 애들도 영 고분고분하지 않고 영 정리는 물건너간 느낌이어요. 일은 하기 싫어해도 늘 정리 잘한 집에 살고픈데.. 정말 말도안되는 욕심이죠 ㅋㅋ
이번주는 손 놓고 있다가 맘 동하면 열심히 해야지 하는데 과연 어찌 될런지^^;;;

hnine 2008-08-01 20:03   좋아요 0 | URL
이사하셨군요. 이사 청소 부르시지 그러셨어요. 아이 둘 데리고 이 더운 날 어쩌 혼자 청소, 정리를 하시나요.
저도 그래요. 일은 하기 싫으면서 소원이 샤방 샤방, 뽀송 뽀송한 집에서 살고 싶은 거...어제도 자려고 누우면서 남편에게 그렇게 툴툴거리며 잤네요 ^^
 
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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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분야로서 보통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열거하지만, 생물학은 자연 과학의 다른 분야와 구별되는 특이한 점이 있다. 1 더하기 1 이 반드시 2 가 되지 않는다는 점. 경우에 따라 3 이 될 수도 있고 4 가, 또는 5 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생물학은 1 더하기 1 하면 무엇이 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 2 가 되고 또 어떤 경우에는 3 이 되는지, 이렇게 되도록 조절하는 요인은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학문, 각각의 부분에 대해 완벽하게 알아내었다고 해서, 그 부분들이 모여 이룬 전체가 완벽하게 설명되어지지 않는다는 점, 생물학을 이야기하라면 고작 이렇게 밖에 운을 떼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이 책이 안겨주는 놀라움과 감동은 각별하다.
생물이 무생물과 구별되는 특성은 무엇인가. 보통 일반생물학을 가르칠 때 첫 시간에 다뤄지는 내용인데, 가르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그저 기계적으로 첫째, 둘째, 번호 붙여가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하여져 전달되지만, 과연 몇 사람이나 이 문제를 진진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의문이 생기지 않는 과학은 과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종 3D직종의 하나라고도 하고, 이 책에도 표현되었듯이 실험실의 노예라고 자칭하면서도 밤낮없이 실험에 매달리는 이유는 어떤 주제에 대한 '호기' 때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DNA의 구조가 이중나선 구조라는 것을 아는 것에서 나아가, 이 이중나선 구조가 갖는 엄청난 의미를 알고 생명 현상에의 경외감을 가져볼 수 있어야 한다. 
1952년, DNA구조가 밝혀져 발표되기까지 드러난 영웅, 그리고 드러나지 않는 영웅에 대한 이야기, 생물학은 철저히 물리학적 원리를 따르고 있을거라고 본 슈뢰딩거 이야기, 생명은 대사의 계속적인 변화이며, 그 변화야말로 생명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한 쉰하이머의 '동적 평형' 개념에 의해 새로운 생명관이 탄생하는 이야기, 제한된 공간을 왔다갔다 하며, 실험에 이용되는 실험용 쥐와 다름없는 실험자 자신의 생활 등, 딱딱해지기 쉬운 내용들을 사사로운 이야기와 적절히 섞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도록 하였다. 특히 경탄해 마지 않았던 것은, 저자의 뛰어난 비유력이다. 세포막과 막 단백질, 새로운 단백질 등을 바닷가의 모래성과 풍선, 풍선을 쥐고 있는 아이들 등으로 비유한 것이나, 세포를 3차원 직소 퍼즐에 비유하여 세포생물학은 위상기하학이라고 표현한 것등, 한 분야에서 오랜 경륜을 쌓은 사람의 통찰력과 지식의 결과가 아니고 무엇이랴.  그러면서도, 대단한 발견이나 발명은 순간적인 직관이나 번뜩임의 산물이 아니라 그것에서 비롯되긴 하지만 결국엔 끝까지 실험대 옆을 지켜내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책의 말미에, 자신이 오랜 기간 연구해오던 단백질 유전자의 녹아웃 마우스가 그동안의 기대, 예상과는 달리 아무런 이상이 없는 정상적인 생명현상을 보이는 것을 보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생물체와 기계가 다른점, 즉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 무엇이 있는가를 설명한 부분은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기계의 조립 과정과 생명 현상 사이에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생물의 내부에는 항상 불가역적인 시간의 흐름이 있고, 그 흐름에 따라 접히며, 한번 접히고 나면 다시 펼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생물임을. 결론적으로, 생명을 기계적으로 조작할 수는 없다는 사실, 이것이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자 그가 알려주는 메시지 이다.

최근, 사람들의 가치관과 판단력을 능가하여 앞서 발달해가고 있는 생명 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저자의 이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개인적으로, 별 다섯개를 주고도 남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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