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피하는 책 종류로서 두가지가 있는데,
첫째로는 환타지 소설 (영화도 마찬가지).
나도 왜그런지 모르겠다. 재미가 없다. 학교 다닐 때 한참 유행하던 V 시리즈. 그때 아침마다 학교 오면 그 얘기부터 화제에 올리던 때인데, 나에게는 전혀 관심밖이었고, 해리 포터, 반지의 대왕, 나니아 연대기, 스타 워즈 등등. 참, 스타 워즈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에는 (중학교 때였던가?) 그 영화 음악이 좋아서 잠깐 관심을 가진 적 있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서 흥미가 안생기는 것일까?
그 다음으로 내가 잘 안 읽는 책은, 과학 서적.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철학 관련 책을, 심리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심리학 관련 책, 소설의 형식이든 교양서든, 더 관심을 가지고 읽을 것 같은데, 나는 전공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책은 학교에서 또는 직장에서 일과 관련해서 읽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건방지게~ ^^), 또 책을 집어드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안식과 휴식을 얻기 위해서인데, 그 시간마저 일과 관련시켜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철저히 기피해왔다. 과학 관련 글쓰기는 어느 정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기계가 쓴 것 같은, 사람의 느낌이 안 나는 글의 방식도 나와는 코드가 안 맞았나보다.
별로 전문적인 서적이 아닌, 일반인을 상대로 한 책일지라도 아무튼 일부러 사서 읽지는 않아왔다.
그런데, 요며칠, 나를 완전 사로잡은 책들이 있으니,



<생물과 무생물 사이>는 '생각하는' 과학자의 모습을 보여준, 생명이라는 것에 대해 자기 철학을 가지고 파고 드는 저자의 모습에 매력을 느껴서이고,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주로 쿤과 포퍼의 사상을 중심으로 과학 철학 개론서라고 할수 있는데, 그동안 막연히 들어서 알듯 모를 듯 하던 것을 제대로 알아가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저자의 글쓰기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딱딱하지 않게, 충분한 지식에서 비롯된 것 같은 여유와 비유는 읽는 사람을 끝까지 편안하게 따라가게 해준다.
<독소>는, 그동안 마음 속으로 짐작만 하고 있었으나 너무 극단적인 것 아니냐든지, 과격한 생각 아니냐는 지탄이 두려워, 그저 생각만 하고 있던 것들이 낱낱이 폭로되어 있는 내용이라서 기암을 하면서 읽고 있다. 사람이 먹는 음식과 관련된 범죄자를 처단하는 주체에 있는 정부 자체가 상업 주의와 정치에 부합하여 더 큰 범죄를 쥐도 새도 모르게 저지르고 있다니. 프랑스의 시사전문기자가 미국의 비만 문제를 조사하다가 음식의 생산과정, 배경, 유통 과정, 질병과의 관련성에 대해 조사한 보고서 같은 책이다. 읽다 보면, 정말 이제 모든 음식은 옛날처럼 부엌에서 만들어져 나와야 될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돈 주고 살수 있는 음식 중에 먹을게 없다는 말이다.
우리 식구 중에 요즘 나보다 더 책에 빠져든 사람이 있으니, 바로 <마법의 시간 여행> 시리즈와 눈 뜨고 잠이 드는 아이이다. 삼십권 짜리 세트를 대여해주었는데, 그렇게 재미있나보다. 나도 한번 어떤 내용인가 읽어보았다가, 역시 심드렁~ 이것도 일종의 환타지 비스끄므리한 내용아닌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