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나를 독선이 아닌 포용으로 이끌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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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6-27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가운 독선이 아닌 뜨거운 포용, 아름답고 따뜻합니다. 생활백서, 늘 감동이에요!

hnine 2008-06-27 19:10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공감해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런데 이게 나도 모르게 빠지기 쉬운 함정같기도 하고, 생각처럼 쉽지 않기도 한 것 같아요.
 

 

걸친, 엄마

 


한달 전에 돌아간 엄마 옷을 걸치고 시장에 간다

엄마의 팔이 들어갔던 구멍에 내 팔을 꿰고

엄마의 목이 들어갔던 구멍에 내 목을 꿰고

엄마의 다리가 들어갔던 구멍에 내 다리를 꿰고, 나는

엄마가 된다

걸을 때마다 펄렁펄렁

엄마 냄새가 풍긴다

-엄마……

-다 늙은 것이 엄마는 무슨……

걸친 엄마가 눈을 흘긴다

- 이 경림(19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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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6-2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여전히 참 애틋한 단어지요.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아이들 기말고사 시험공부하게 하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습니다.

hnine 2008-06-22 16:45   좋아요 0 | URL
다린이는 할머니댁에 갔고, 남편은 결혼식 갔고,
저는 채점하느라 하루 종일 답안지만 보고 있네요.
오늘만 100명분도 더 했는데, 앞으로도 잔뜩 쌓여있어요. 다린이 오기 전에 다할려고하는데 아무래도 다 못할 것 같네요.
초등학교는 이제 기말고사 시험기간이군요. 빨리 시험이 끝나야할텐데~ ^^

비로그인 2008-06-23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를 낳고 나서 기억이 무뎌졌어.'
'그래, 난 셋 밖에 안낳아서 기억이 아주 생생하다'
'난 최근 일이라 그래. 엄마도 하나 더 낳아봐'
'여기서 어떻게 또 낳냐!!!'
소리를 꽥 지르기도, 다 늙은 것이 엄마는 무슨..이라고 흘기기도 하고. 엄마와 딸은 참 이상해요.이상스럽게 좋아요.

hnine 2008-06-29 07:19   좋아요 0 | URL
Jude님, 그렇게 실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때가 좋은거죠. 저도 엄마와 지금도 옥신각신, 잘 해요. 그런데 제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제가 더 우기고 엄마가 많이 져주시네요. 그러면 안되는데...
위의 시는 그런 엄마가 세상을 뜨고 나서 쓴 시라서 더 찡 한것 같아요.
그건 그렇고, '엄마'라는 자리가 힘들긴 해도, 행복하시지요?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랜터 윌슨 스미스'의 말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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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6-22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위안이 되는 말이지요.

hnine 2008-06-23 02:45   좋아요 0 | URL
예, 결국 지나가고 말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인내하는 것이겠지요.
 

10년 전 오늘, 1998년 6월 20일, 서른 셋의 나이로 나는 결혼을 했다.
그 때 나는 영국에, 남편은 미국에서 공부 중이었다. 그 즈음 건강이 악화되신 시아버님때문에 결혼을 서둘러 해야하는 상황이 되어, 나는 3주 휴가를 받아 한국에 나왔다. 결혼하러.
약혼식은 물론 생략, 피부 마사지 한번 받아보지 못했다. 드레스는 가까운 드레스 대여점에 가서, 그 집 주인이 골라주는 드레스 한번 입어보고 그냥 괜찮은 것 같아서 더 골라볼 것도 없이 그것으로 정했다. 물론 대여 드레스. 그래도 뭐, 지금 사진으로 봐도 나름 괜찮았다 ^^

결혼식 날, 야외 촬영도 생략. 무슨 사진 찍는데 이렇게 비싸? 하면서 내가 빼자고 했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 아빠께서 눈물을 훔치시는 것을 보았다. 나중에 시아버님께서 그 말씀을 여러번 하셨다. 네 결혼식때 아버지께서 많이 서운하셨던 모양이시라고.

1998년이라면 IMF가 우리 나라 사람 모두의 주머니를 조이고 있을 때, 공부한답시고 외화를 소비하고 있던 우리는 신혼 여행도 국내로 가기로 했다. 3박 4일로 경주에. 당시 한창 경주에 필이 꽂혀 있던 나의 제안에 의해서였다. 가서 보니 경주는 남편 문중 어른들께서 살고 계시는 곳. 막 시작된 장마비속에, 길지 않은 일정의 많은 시간을 친척 분들 댁에 인사다니면서 보내야했다.

신혼 여행에서 돌아와 며칠 후 나는 다시 영국으로, 남편은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떨어져 살다가 내가 공부를 마친 2000년이 되어서야 나는 남편과 한 집에 살게 되었다. 그것도 번듯한 주택이 아니라, 남편이 렌트해놓은 원룸에서.

오늘 아침 할머니 댁에 가 있는 아이가 전화를 했다. 엄마, 결혼 기념일을 축하한다고.
정말 세월이 유수이다.

예전에도 한번 올렸던 노래인데, 오늘 다시 듣는다. 어렸을 때 좋아하는 꽃이 뭐냐고 믈으면 항상 '수선화'라고 대답했었다. 지금 봐도 수선화는 그리 화려하고 예쁜 꽃은 아니다. 영국에서는 길가에 아무데나 무리를 지어 피어 있는 꽃이 수선화였다. 나는 그때 수선화가 어떤 꽃인지나 알고 그 꽃이 제일 좋다고 했던 것일까? 아니면 이름이 예뻐서 그렇게 대답했던 것일까.

 노래 가사만큼은 참 아름답구나.

초심(初心)을 잃지 말자는 뜻으로 끄적거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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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8-06-20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님^^
결혼 기념일 정말 무지 축*하*드*립*니*다.^^
수선화 좋아하시는군요.^^
수선화는 왠지 가녀리면서도 무리지어 피는 모습이 가슴 설레게하는 느낌이라 저도 좋아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창한 무언가는 줄 수 없지만, 수선화 일곱송이에 마음을 담아 전하고 싶어하는 이의 사랑이 담겨 있는 노래인 것 같은데... 선율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오늘 하루 많이 웃으시고 행복하셔요.^.~

hnine 2008-06-20 15:04   좋아요 0 | URL
뽀송이님, 감사합니다.
벌써 결혼한지 10주년이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아요.
무심히 듣던 노래인데, 의미를 담으니 달리 들리더라구요. 같이 감상해주시고 또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웽스북스 2008-06-20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건 저희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에요 ^_^
hnine님 덕분에 촉촉한 점심시간을 보냅니다 으흣~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

저도 카라와 수선화 백합 좋아해요 ^_^
나이들수록 자꾸만 꽃이 더 좋아져요

hnine 2008-06-20 15:06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어머니께서도 좋아하시는 노래군요. 어머니께서도 이 노래에 혹시 어떤 의미를 담고 계시지 않을지... ^^ 이제 노래도 가사가 좋은 노래를 더 좋아하게 되더라구요.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려요. 기분 좋습니다~ ^^

무스탕 2008-06-20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기념일 축하합니다 ^^*
남편님이랑 아가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내세요~

이 노래가 이런 제목이었군요.. 전 남자들이 느끼하게(?) 부르던 노래로 듣던 기억이 나네요.
좋아하는 꽃 이야기를 하자면 전 해바라기가 좋아요 :)
결혼할때 얼굴 무지 큰 해바라기 한 송이 뚝 꺽어서 들고 싶었는데 어디까지나 바램이었었죠.
아가가 엄마아빠 결혼 기념일을 축하해 정도면 다 컸네요.
우리집 머스마들.. 그런거 있는줄도 모릅니다 -_-

hnine 2008-06-20 15:12   좋아요 0 | URL
ㅋㅋ 무스탕님, 저희 집 아이 지금 여덟살이니 아가는 아니지요. 갑자기 아가 소리 들으니 제가 킥킥 웃음이 나오네요. 얼마나 장난꾸러기인지 모른답니다.
아! 저도 해바라기 좋아요. '규경향일 (葵傾向日)' 이라는 말을 수첩 맨 앞 장에 적어가지고 다니던 적도 있었지요.
무스탕님댁도 아드님만 두셨군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

하양물감 2008-06-20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기념이셨군요? 축하드려요..

저도 서른셋에 결혼했어요. 야외촬영은 안했고, 신혼여행은 1박2일로 안동에 다녀왔지요.
정말 많이 비슷하네요^^ 저도 10주년이 되는 날 이런 감상을 하게 될까요??

hnine 2008-06-20 15:15   좋아요 0 | URL
와~ 그렇네요. 비슷한 점이 많네요. 1박2일이면 저희보다 더 초단기 신혼여행이셨네요? ^^ 티격태격 싸우며 토라지며 금방 10년이 지났네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춤추는인생. 2008-06-20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나인님!!
간소하지만 성스러운 결혼식과 신혼여행이 좋은것같아요. 아무리 나중에 보면 추억이라지만. 웨딩촬영처럼 낯간지러운게 또 있나요? 윽 전싫을것같아요^^
곧있으면 방학인데 다린이 무척아쉬울것 같아요.ㅎㅎ 다린이 이야기 듣고싶어요 나인님.^^

hnine 2008-06-20 23:19   좋아요 0 | URL
춤추는 인생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10주년이 이렇게 빨리올줄 몰랐어요.
요즘 다린이 얘기를 하자면, 매일 저랑 싸우는 얘기밖에 없답니다. 어찌나 말을 안듣고 꼬박꼬박 말대꾸에, 대들기까지 하는지...어휴...^^

세실 2008-06-20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축하드립니다.
전 새벽부터 저녁까지 끌려다니며 야외촬영 했는데...ㅎㅎ
어언 13년 까마득하네요.
저두 노오란 수선화 좋아합니다.

hnine 2008-06-20 23:21   좋아요 0 | URL
13년차, 저보다 선배시네요 ^^
노란 수선화, 봄을 알리는 꽃 중의 하나였더랬는데...
화려하다기보다, 초연한 꽃이지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전호인 2008-06-20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항상 결혼기념일은 마음을 설례게 합니다. 13년이 지난 지금에도 말이죠.
서로에게 알찬 결혼식을 했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남들하는 건데 우리도 다 따라하자는 주의를 과감히 탈피했었는 데 지금 생각해보면 탁월한 선택이었다 싶어요.
두분의 사랑이 오늘을 계기로 더욱 알차게 열매 맺기를 응원하겠습니다. ^*^

hnine 2008-06-20 23:22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 소신있는 결혼식을 하셨었군요.
맞아요. 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때의 의기투합을 기억하며 앞으로 사이좋게( ^^ ) 잘 살도록 노력하렵니다.

miggong 2008-06-20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저도 언제가 hnine 님처럼
제 결혼 10년을 회상하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요.
물론 결혼부터 해야되겠지만.^^:;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 꾸려가시길.

hnine 2008-06-20 23:24   좋아요 0 | URL
miggong님, 감사합니다.
모르던 두 사람이 만나 10년이란 세월을 함께 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인것 같습니다. 티격태격, 아옹다옹~ ^^
좋은 짝 만나셔서, 행복한 결혼 생활 하시게 되길 바라겠습니다.

프레이야 2008-06-20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결혼10년 축하드려요.
수선화 좋아하시는 거 저랑 같아요.^^
앞으로 10년, 20년, 30년...
내내 행복하시기 바래요^^

hnine 2008-06-21 02:32   좋아요 0 | URL
20년, 30년...지금 생각하면 까마득한 것 같지만 또 모르는 사이에 그 시간에 도달해 있겠지요. 후회없는 그 날을 맞을수 있도록 해야할텐데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순오기 2008-06-21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결혼 10주년 기념일이었군요. 축하합니다~~
6월 6일은 제 결혼 20주년이었지요!^^

hnine 2008-06-21 02:33   좋아요 0 | URL
20주년!! 와~ 정말 뜻깊은 날이셨겠어요.
순오기님에겐 6월이 특별한 달이네요 ^^
축하, 감사히 받겠습니다.

마노아 2008-06-21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한발 늦었군요. 결혼기념일 축하해요! 6월 20일에 어느 분은 생일을, 어느 분은 결혼기념일을, 어느 분은 결혼발표를 하셨네요. 많은 사람이 행복한 날이었네요. 더불어 기뻐져요.
12시가 넘었지만 저의 축하 인사도 꼭 받아주세요. 헤헷, 노래도 좋아요~

hnine 2008-06-21 02: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6월 20일을 기념하는 알라디너 분들이 또 계시네요. 좋아요 좋아~ ^^
마노아님의 축하를 받느라고 제가 오늘따라 늦게까지 깨어있나봐요~ (이런, 뻔뻔할 수가 ^^) 감사합니다!

하늘바람 2008-06-21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잘 보내셨나요 뒤늦게 보았네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와~떨어져 산 신혼.
그 시간 참으로 애틋하셨겠어요.
그만큼 사랑의 깊이가 커졌겠지요

hnine 2008-06-21 10:24   좋아요 0 | URL
떨어져 살다가 오랜만에 만나서도 싸우느라 말 안하고 지낸 적도 있어요 ㅋㅋ...다 거치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요.
사랑의 깊이, 에고~ 아직 10년차로는 잘 모르겠고, 20년차 쯤 되면 알려나 모르겠네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푸하 2008-06-22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부러워요. 앞으로도 함께하는 멋진 날들을 만들어나가셔요.^^;

hnine 2008-06-22 10:2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역시 궂은 일도 있고, 기쁜 일도 있겠지요.
잘 살아나가도록 애써보겠습니다 ^^

bookJourney 2008-06-21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축하 드려요~ 즐거운 시간 보내셨지요?
전 6년 넘게 연애하다가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으로 소풍(답사?) 가듯 가방 메고 남해안을 돌았지요~ 결혼 12주년이 되는 올해 기념일에는 남편과 함께 이 노래를 들을까 봐요. ^^
20년, 30년, 40년~ 알콩달콩 행복한 날들 만드시길 ~~~

hnine 2008-06-22 10:28   좋아요 0 | URL
결혼 12주년 이시군요! 6년 넘게 연애를 하셨으면, 캠퍼스 커플이셨나요? ^^
저는 스물 아홉에 만나 방학 때만 잠깐 잠깐 보다가 결혼했어요.
이 노래, 결혼기념일에 듣기 좋은 노래인 것 같아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무슨 날이라고 하면 이렇게 오셔서 축하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미설 2008-06-24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오늘 밤 간만에 어슬렁? 거리고 있습니다^^
저도 8년전 번개불에 콩굽듯 했던 결혼이 생각나네요(어째 어감이 좀..) 그러지 않았으면 성격상 참 결혼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서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잠깐 돌았던가? 싶으면서도 잘한 건가 싶기도 하고...ㅋㅋ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요.(간만에 들어오니 더 횡설수설이 되네요^^;;)

hnine 2008-06-24 08:37   좋아요 0 | URL
미설님, 오랜만이에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설님의 결혼식 얘기도 궁금해지네요 ^^

사진 올리신 것 본지가 꽤 된 것 같은데 그동안 봄이와 알도가 또 얼마나 많이 컸을까요? 보고싶네요.
 

첫 눈이 기다려지는 시기가 되었다 싶으면 그건 내 생일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싶으면 그런 나의 결혼 기념일이 다가온다는 말이다.
올해가 열번째인가? 결혼 기념일을 이틀 앞두고 장마가 시작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난 비 오는 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창문을 맘대로 열지 못한다는 것, 어디 나갈 때 짐이 늘어난다는 것이 싫다. 빨래가 잘 안 마르고, 뭐 이런 것은 둘째 치더라도.

TV에서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이라는 주제로 얘기하는 것을 보고 엄마께서 아빠께 물으셨단다. 당신은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이 뭐냐고. 아빠께서는 평소에 그림을 잘 못 그리셨기때문에 그림을 배우고 싶다고 하셨단다. 그말에 단박에 엄마의 핀잔~ ^^ 그건 지금이라도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이지 않냐고. 그럼 엄마께서 하시고 싶은 일은?  한달이라도 좋으니 엄마만의 자유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란다. "잉? 엄마, 지금도 자유시간 아냐?" 내가 물었더니, 아니시란다. 밥 먹고 싶으면 밥 먹고, 죽 먹고 싶으면 죽 먹고, 맘 대로 여행도 가고, 그러고 싶으시단다. 나는 엄마께서 지금 그렇게 살고 계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신가보다. 엄마, 그렇게 하시면 되잖아요 지금이라도...

누구의 간섭 없이, 자고 싶은 때 자고, 먹고 싶은대로 먹고, 먹기 싫으면 안 먹고, 가고 싶은 곳에 간다고 해도 아무도 말리는 사람 없는 그런 생활. 적어도 나에게는 그것에 대한 로망이 없다. 그런 시간을 겪어봤기 때문이겠지. 엄마 말씀대로 그런 생활은 한 달 정도면 충분하다. 삼년 넘게 그런 생활을 하면서 나는 행복하다기 보다 오히려 외로움에 늘 젖어 살았다.
요즘 들어 생각해보니, 학위는 유학 생활을 통해 얻은 하나의 부수적인 것에 불과할 뿐, 그보다 훨씬 더 큰 나의 어떤 부분이 그 기간 동안 형성되었던 것 같다. 난 아무리 남편이랑 티격태격 심각할 정도로 싸우고 나서도 웬만해선 '이럴 바엔 결혼하지 말고 우아한 싱글로 살걸' 이라든지, 어디가서 나 혼자 간섭 안 받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은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이 뭐야?" 1초도 안 걸려서 남편에게서 나온 대답은 "없어." 으...우리는 이래서 대화가 길게 이어지질 못한다. 나 같으면 없더라도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생각이라도 하는 시늉을 할텐데 말이다. "나는 말야~" 하고 물어주지도 않는데 내가 대답한다. "내 이름 박힌 책을 쓰고 싶은거!" 남편이 묻는다. "썼잖아~ 학위 논문." "아니~ 그런 거 말고."
책을 쓴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은 우선 나 자신을 위해 좋다. 쓰고나서 남에게 보여줄 어떤 결과물이 생겨서가 아니라, 쓰는 동안 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어서 좋다. 다시 돌이켜 볼 수 있어서 좋다. 이곳에 이렇게 거리낌 없이 몇줄이라도 끄적거리는 것이 다 그런 이유 아닐까?

안그래도 요즘 나를 우울하게 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여러 가지 중 하나), 이제는 삶의 어떤 aim이 딱히 없다는 것을 알고서 부터이다. 예전에는 당장 눈 앞에 구체적인 어떤 목표가 있었다. 입학, 졸업, 취업, 결혼, 승진, 출산, 등등... 그런데 이제는 그런 목표물이 없는 것이다. 앞으로 내 인생이 크게 달라질 일이 없는 것이다. 지금 나의 삶에 크케 불만이 있어서라기보다 앞으로 이렇게 살다가 죽을 것이라는 것은, 우울해지기 충분하지 않은가?

아이가 할머니 댁에 가더니 집에 올 생각을 안한다. 벌써 2주가 넘었는데... 할머니는 엄마가 못먹게 하던 순대도 사주시고 (아이의 아토피 때문에 먹을 것에 대한 제한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TV도 보게 해주시고 ('아침 마당'과 '너는 내운명'이라는 것을 고정적으로 보고 있단다. 이건 우리 엄마 아빠의 고정 프로 ㅋㅋ), 매일 매일 민속촌에, 63빌딩에, 수족관에, 대형 서점에, 명동, 중앙박물관...정말 나라도 집에 오기 싫겠다. 올해 칠순이신 엄마가 얼마나 힘드실까 생각하면 맘이 편치 못한데 아이는 너무나 신이 났다.
이번 학기도 거의 끝나가고, 오늘은 하루 종일 집에서 그야말로 '자유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별로 재미가 없다. 그나마 읽던 책 <세포들의 반란> 이건 무슨 전공 책 같아서 한번 손에 들으면 페이지가 금방 넘어가긴 하는데, 쉽게 손에 들게 되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무슨 내용인지 뻔하니까.

 

 

 

 

심심해서 음악 싸이트를 돌아다니다가, 얼마전에 아이와 Charlie Brown비디오를 보다가 삽입된 이 노래의 곡명을 찾으려고 애썼던, 그 곡명을 알아내었다. 누구나 귀에 익은 음악인데 제목을 알수가 없었다.

찰리 브라운 이웃에 어떤 예쁜 여자 아이가 할머니 집이라며 방문을 하게 되는데 그 여자 아이가 꽃밭을 가꾸며 부르는 노래이다. 찰리 브라운은 그 여자 아이에게 빠져들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 그 여자 아이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찰리 브라운은 그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 여자 아이를 생각한다.

다린아, 엄마가 그 노래 찾았다! 들어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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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pie 2008-06-19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는 그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없어서, 말씀하신 정보만으로는 찾기가 좀 그러네요. ^^;
http://web.mit.edu/smcguire/www/peanuts-animation.html
여기서 검색해 보세요, 쓱 훑어 봤더니 "O mio babbino caro"는 두 번 등장하는데, 두 에피소드 다 hnine님께서 말씀하신 거랑 디테일이 달라 보여요. :(

hnine 2008-06-19 22:00   좋아요 0 | URL
eppie님, 반갑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시나봐요. 저는 초등학교 4학년 이후로 지금까지 Charlie Brown 팬이랍니다.
그런데 알려주신 싸이트 들어가봐도 저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네요 흑 흑...일부러 알려주셨는데 말이죠.
아무튼 제가 찾고야 말겠습니다! (두 주먹 불끈! ^^)

하양물감 2008-06-19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게 뭐가 있을까요...저는, 죽기전에 세계여행을 하고 싶어요. (돈 걱정 없이!!!) 사실 { }속의 내용이 더 중요해요..하하하....

hnine 2008-06-19 22:02   좋아요 0 | URL
세계여행! 좋지요. 너무 나이 들기 전에, 건강이 받쳐 줄 때 하면 더욱 좋겠지요. 여행에는 정말 아낌없이 투자를 해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