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으로 치자면, 이 세상에 빵이나 쿠키, 케잌 만큼 맛있는 것이 있을까?
밥은 몸을 위해 먹고,
빵은 오로지 감각을 위해 가끔씩 보너스처럼 만들고 또 먹는다.
반죽하는 동안 손에 느껴지는 재료의 감촉, 그리고 한 입 뜯어먹을 때 손 끝에 느껴지는 촉각, 굽는 동안의 온 집안을 채워오는 냄새로 만족되는 후각,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혀를 거쳐 온 몸에 퍼지는 부드러움과 풍미는 내 미각뿐 아니라 처져 있는 마음까지  달래주는 것 같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 태어났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빵은 이렇게 가끔씩 주어지는 선물처럼 먹어주는 것이 좋다.

오늘도 우울한 기분을 달래보고자 카스테라를 구웠다. 흰자 머랭을 빳빳하게 세웠더니 굽고 나서 덜 가라앉았다. 굽기 시작한지 10분 쯤 후에 온도를 조금 낮춰서 계속 구웠더니 다 구워지고 난 후 표면이 너무 타는 것을 막을 수 있었고, 레시피에 있는 것보다 설탕을 줄여서 넣었지만 맛에는 아무 이상 없다. 카스테라 만드는데는 계란이 많이 들어가므로, 집에 계란이 많이 남아있을 때 만들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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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8-06-15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에서 살살 녹을 것만 같아요. 바라만봐도 군침이 도는데요? ^^

hnine 2008-06-15 08:14   좋아요 0 | URL
카스테라를 우리말로 하자면 '포실포실빵' 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우유랑 주면 어린 아이들도 잘 먹을 것 같아요.
제 아이가 아기 때에는 막상 먹여보질 못했어요. 만들줄 몰라서... ^^

푸하 2008-06-15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스테라 만들기와 먹기는 종합적인 감각의 위무같아요. 참 맛있어 보여요.^^;

hnine 2008-06-15 19:53   좋아요 0 | URL
다시 읽어보니, 카스테라 하나 만들면서 참 구구절절 의미를 많이도 달았네요 ㅋㅋ
지금 아이도 할머니댁에 가고 없어서 저 카스테라 반은 제가 다 먹었습니다 ^^

비로그인 2008-06-16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배워보고 싶어요. 그리고 hnine님께서 만드시는 카스테라를 한번 먹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정말 감동일 것 같습니다. 음... 카스테라를 먹으면서 저는 그냥 음..맛있군..그랬는데 이젠 먹으면서 그런 말씀하신 감각들을 느껴보아야 겠어요.. ^^ 서울 덥지요? 건강 조심하세요..hnine님..

hnine 2008-06-15 19:46   좋아요 0 | URL
till님, baking은 저의 취미 활동이어요. 특히 기분이 좀 가라앉아 있을 때 하면 아주 좋지요. 그런 다음 누가 함께 맛있게 먹어주면 우울한 기분이 단박에 날라가지요 ^^
한국은 새벽엔 좀 쌀쌀, 낮엔 덥고...기복이 심하답니다. 예! 건강 조심하겠습니다. 이런...외지에 나가계신 분이 집안에 편히 있는 저의 건강을 염려해주시다니~ ^^

Arch 2008-06-15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솜씨가 좋으시군요. 저도 hnine님 같은 기분이 들면 팬케잌을 만들어 먹어요. 가끔씩 빵이 주는 달달한 맛이 좋거든요.^^

hnine 2008-06-16 07:06   좋아요 0 | URL
팬케잌 좋지요. 카스테라 보다 만들기도 덜 번잡스럽고, 조금씩 만들수도 있고요.
단 맛이 고플 때가 가끔만 있어야 하는데... ^^

조선인 2008-06-16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딘 손과 입을 가진 저는 그냥 사먹고 말아요. 존경합니다.

hnine 2008-06-16 17:25   좋아요 0 | URL
아이구, 조선인님. 일 하시랴, 아이 둘 키우시랴 언제 카스테라를 만드시겠어요. 저도 가끔가다 내키면 하는 취미활동 뿐인걸요. 맘 같아선 만들어다가 갖다 드리고 싶네요 ^^

세실 2008-06-18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오늘부터 빵 끊자 다짐했는데 지금 빵 먹고 있습니다. 님 책임지세욧...
제 몸무게 증가의 원인은 빵 빵 빵~~~ ㅎㅎ
그러고보니 전 쿠키만 열심히 만들었네요. 소풍때 선생님꺼 만들면서 질려 잊고 있었습니다. 카스테라 아 만들어 볼까요~~~

hnine 2008-06-18 18:16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 몸무게가 야금야금 늘고 있네요 ㅋㅋ
전 어디까지 가나 두고 볼라고 하는데요? 안되나....

웽스북스 2008-06-18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빵은 선물처럼 먹어야돼요
그래서 전 밥따로 빵따로 우걱우걱 ㅋㅋㅋㅋ

hnine 2008-06-18 23:55   좋아요 0 | URL
그럼요, 그래서 밥은 밥이요 빵은 빵이로다~ 라는 말을 제가 항상 하지요. ㅋㅋ

픽팍 2008-06-19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이라; 제가 일했던 곳이 호주현지 까페고 지금도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밀가루 음식에 질려 있어서 보는 순간 헉했네염;;까페에서도 거의 샌드위치만 먹고 그리고 일 끝나면 빵 싸가라고 주는데 다 버렸던 기억이;;막상 가져 왔다가 밀가루는 도저히 못 먹겠어서;;역시 빵은 가끔 먹어야 겠죠;;지금도 매일매일 파스타랑 피자를 먹고 있네염; 한국 가면 피자는 정말 쳐다도 안 볼 것 같아요. 그나저나 빵 만드는 거 어려운 데 너무 예쁘게잘 만드셨네염; 근데 왜 전 떡이 더 먹고 싶을까여;;가래떡 먹고 싶다고 절실히 느꼈어요;

hnine 2008-06-19 18:01   좋아요 0 | URL
매일매일 파스타랑 피자를...허걱~
정말 질리실만 하네요. 어여 한국으로 오세요~ ^^
 

언제부터인가
돈이 많은 사람을 봐도 별로 부럽지 않고
큰 집에 사는 사람을 봐도 별로 부럽지 않다
나이 들어서도 팽팽한 피부를 유지하는 사람을 봐도 감탄은 하지만 뭐, 부러운 생각까지는 들지 않는다. 젊어보인다고 더 오래 살건 아니지않는가.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봐도 샘이 나거나 부러워 하지 않는다. 높은 수입과 명예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닐테니.

내가 특별히 마음이 너그럽다거나 도통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다.
작은 일에 파르르 예민해지고,
사소한 일로 서운해하고, 또 그러다가 헤헤거리는
정말 속 좁은 인간인데

나에게
많은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큰 집은 커녕 작은 집이라도 내 집도 아직 없으며,
팽팽한 피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남들이 부러워 하는 직업은 커녕 겨우 파트 타임으로 밥벌이 하고 있으면서
나는 왜 이 세상에 부러운 대상이 없는 것일까

어쩌면, 부러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의욕과도 통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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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8-06-11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워할만한 것을 부러워하는 게 가장 좋은 부러움일 거 같아요.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을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부러워해서 문제인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hnine 님은 안그러시니 부러워요.^^;

hnine 2008-06-11 00:43   좋아요 0 | URL
위에 제가 적어놓은 것들은 부러워할만한 것들이 아니라니 다행이네요.
저를 부러워하시는 분이 있다니, 영광입니다 ^^

씩씩하니 2008-06-11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님의 멋진 삶이 늘 부러운걸요~~
님 말씀처럼..세상의 많은 것들에 대한 욕심이 비워지고 있는 듯 합니다...
아직 님처럼은 아니지만 참 많이 저도 비워버렸답니다...
제 생각에...제가 가장 오래 욕심을 두고 비울 수 없는 부분은 아마도 아이들의 문제가 아닐까,,,싶어요~...
님..오늘도 해피하세요~~

hnine 2008-06-12 05:08   좋아요 0 | URL
씩씩하니님, 그렇죠.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에 관한 욕심을 내려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 아이가 좋은대로 하도록 두기보다는 자꾸 제 맘에 들도록 아이가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고개를 드니 말이예요. '다 너를 위해서'라는 방패까지 들고 말이지요.
너희 부부는 너무 욕심이 없어서 문제라고 저희 엄마께서는 종종 그러신답니다 ^^
 

   
 

이모가 졸린가봅니다, 밤도 아닌데.
조~금만 잘테니 민이 데리고 놀고 있으라고 합니다.
"이모, 얼마나 조금만 잘껀데? 이모 없으면 우리 심심하잖아."
"응, 옥찌야. 저~기 시계 바늘 봐바. 짧은 바늘이 지금 어디에 있지?"
나는 숫자를 아주 잘 읽습니다. 민이는 아직 읽을 줄 모릅니다. 동생이잖아요. 동생에겐 아직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이모가 물어보자마자 큰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8!"
"맞아 맞아. 그 바늘이 9까지 가는 동안만 잘께. 진짜 조금이지? 자고나면 이모가 다시 힘이 생기거든! 그러면 옥찌랑 민이 맛있는 것도 만들어 줄거고, 놀이터 가서 자전거도 태워줄 수 있어." 이모는 눈을 찡긋찡긋 합니다. 
그러던 중 막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모가 자는 동안 할 일이 생각났단 말입니다.
"네! 이모. 우리끼리 놀수 있어요!" 신이 나서 말했습니다.
이모가 방으로 들어가자 옥찌는 민이를 불러 알려주었습니다.
"민이야, 너 유치원에서 호두까기 인형 비디오 본 것 생각나지? 낮에는 인형인 척 하고 있다가 밤이면 나와서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신나게 놀잖아."
"응, 누나. 그러다가 아침이 되면 자기 자리로 돌아가. 그리고 꼼짝 안해. 그래서 사람들은 인형들도 그렇게 놀수 있는 걸 몰라"
"그치? 우리 인형들도 이모가 자는 동안 파티를 여는거야."
"재밌겠다!" 민이는 내가 하자고 하면 잘 따라줍니다. 동생이잖아요. 누나는 동생을 잘 데리고 놀수 있어야 합니다.
방에 있는 인형들을 다 거실 가운데 모아놓았습니다. 콩순이, 미키마우스, 뽀로로, 쥐돌이, 짱구, 모두 모두 모였습니다. 소꿉놀이 세트를 꺼내 접시도 늘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민이랑 먹다 남은 강냉이를 소복이 담았습니다. 그런데 누나가 하는 것을 보고 민이가 따라 하다가 강냉이를 바닥에 쏟고 말았습니다. 민이를 막 야단쳤습니다. 동생이 잘못했을땐 누나는 이렇게 야단을 치기도 합니다. 민이는 풀이 죽어 인형 파티를 하다말고 거실 한쪽 구석으로 갑니다. 그러더니 휴지상자에서 휴지를 한장 한장 뽑더니 창문 밖으로 한장 씩 던지는겁니다. "편지요! 편지요!" 하면서요. 던져진 휴지는 천천히 날다가 나무 위에 앉기도 하고 땅에 떨어지기도 합니다. 휴지가 떨어지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옥찌도 따라서 휴지를 뽑아 한장씩 창문 밖으로 떨어뜨려봅니다. "눈이 와요, 누~운!" 옥찌와 민이집에만 눈이 내리는 것 같습니다. 창 밖의 큰 나무는 꼭 눈 내린 나무 같습니다.
"나무야, 내가 편지에 뭐라고 썼게?" 민이가 창 밖의 나무를 향해 외칩니다.
"편지? 민이야, 나무에게 편지를 보낸거야?"
"응!"
"뭐라고 썼어? 너 글씨도 못쓰잖아."
그 때 우리 뒤에서 이모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옥찌랑 민이! 떨어지면 어떻하려고 여기서 이래!"
"이모..."
인형들은 아직도 파티 중인데, 파티를 끝내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기도 전에 이모가 먼저 일어나버렸습니다. 이모가 일어나기전에 제 자리에 다 돌아가 있어야했는데.
이모는 한숨을 폭 쉽니다. 파티는 원래 이렇게 다 늘어놓고 하는거 아닌가요? 나는 민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다가 시계를 보니, 엉! 아직 시계 바늘이 9까지 안와있단 말입니다.
"이모, 아직 시계가 9자에 안 왔어! 벌써 힘이 다시 생긴거야?"
이모는 대답없이 인형들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민이는 대체 나무에게 뭐라고 편지를 썼을까요?

 
   

시니에님의 조카들에 관한 페이퍼를 보고 제 맘대로 이야기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오늘 밤에 아이 잘 때 들려주면 딱! 입니다. 시니에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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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8-06-09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데요^^ 저도 갑자기 동화 창작 의욕이. 그런데 이렇게 작정하고 덤비면 요 녀석들이 소재 제공을 안 해줄지도 몰라요. 아, 그런데 희아라곤 안 하구요. 그냥 지희는 옥찌라고 하고. 지민인 민이라고. 뭐 그렇다구요. (그래서 어쩌라고 ㅋ)

hnine 2008-06-09 02:24   좋아요 0 | URL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름을 저렇게 쓴 것은 제 딴에는 그래도 실명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일부러... ^^

씩씩하니 2008-06-10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동화 창작에 대한 욕구는 완존 충만인데..
님처럼 어떤 소재가 있어도..이야기로 이끌어가질 못해요..흑..
이런게..바로 재능의 부족??
울 아그들의 아그들 무릎에 얹어줄 동화 한편,,쓰는 꿈은...이룰 수 없겠지라???

hnine 2008-06-11 09:11   좋아요 0 | URL
동화 창작이라고 하니 저도 갑자기 거창한 기분이 드네요 ^^
시니에님 조카들 얘기 자체가 그냥 한 편의 동화여요.
어! 그러고보니, 벌써 괌에 다녀오신거여요? 재미있으셨어요??? ^^
 
행복한 만찬 - 공선옥 음식 산문집
공선옥 지음 / 달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공선옥의 글을 읽은 것은 20년도 더 전의 일인데, 이후로 한동안 그녀의 작품에 손을 대지 못했다. 그녀의 글엔 처절한 자기 경험이 있었고, 핏발이 서 있었으며, 감상의 눈물이 아니라 배고픔의 눈물, 가난의 눈물이 뚝뚝 묻어 나왔었다.
비교적 최근, 오랜만에 그녀의 여행 산문 <마흔에 길을 나서다>를 읽고는 그녀에게 한발 다가선 느낌이 들었고, 소설 <명랑한 밤길>을 읽으며 더 좋아져서는 이제 그녀가 새로운 책을 내면 안 읽고는 못 배길 것 같다.
이 책 <행복한 만찬>은 잘 차려진, 풍성한 식탁을 주제로 한 글들이 아니다 예상 되던 바이지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먹거리, 어떻게 먹어라, 어떤 음식은 먹지 마라, 어떤 특정 음식을 권장하는 책 등등 먹거리에 관한 책들이 눈에 번쩍 뜨이는 제목을 달고 쏟아져 나오는 요즘, <행복한 만찬>이라는, 트렌드와 맞지 않는 듯한 제목으로 그녀가 책을 내었다. 음식보다는 음식의 재료로 쓰이는 것들을 주로 뽑아 스물 여섯 가지의 이야기를 담아서.

   
  나는 지금도 아이들이 아프면 미역국에 쌀밥을 한다. 아무리 잡곡밥이 몸에 좋다 해도 아플 때는 미역국에 쌀밥이 최고다....쌀은 그냥 쌀이라고 안 해지고 늘 '귀한 쌀'이라고 저절로 뇌어진다. 귀한 쌀. 쌀은 정말로 한 톨도 귀했다. 언젠가 보리밥에 뉘처럼 끼어 있는 하얀 쌀 한 톨을 발견하고 나는 내 밥에 쌀 있는 거 누가 볼세라 가슴이 막 뛰기까지 했었다. (62쪽)  
   

아무리 유명한 식당의 메뉴라 할지라도 지금도 보리밥과 수제비는 안 드시는 엄마 생각이 난다. 배 곯던 시절을 상징하는 음식, 다시 떠올리기도 싫으신 것이다.
음식. 우리의 목숨을 부지시켜 주는 음식. 저자는 한밤중에 먹는 토란탕은 출출한 속을 채워줄 뿐 아니라 말할 수 없는 부드러움과 향기로 근원적 외로움까지 위로해 준다고 했다. 이런 음식이 나에게도 있던가. 도시에서 나고 자란 요즘 세대에게는 코웃음으로 밖에 돌아오지 않을 감정일까. 음식에는 그것이 식탁에, (아니 밥상이라고 하련다) 밥상에 오르기까지 그 누군가의 땀과 정성이 들어가 있음을 너무 오래 잊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 음식의 재료 자체도 한때는 하나의 생명이었거늘. 자신의 몸을 바쳐 다른 생명체의 에너지가 되어 주는 것에 대해 감사할 일 아닌가.

논 한마지기 없던 저자의 어린 시절. 깨밭 농사마저 가뭄에 작살이 나자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엄마를 위로하고자 말라 비틀어진 외 (참외) 하나를 따다가 엄마에게 가져다주니, 엄마는 그것을 저자와 짜개어 나누어 먹으며 배시시 웃었다고 한다. 농사가 잘 안되면 울고, 어린 자매들은 엄마가 우는 것을 보고 따라 울었다고. 목숨 붙이고 살아나갈 일이 공포였다고. 이러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음식,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눈물과 함께 먹게 되는 음식이 바로 행복한 음식이고 행복한 밥상인 것. 감사하게 받는 밥상, 굶주리던 시절, 또는 지금도 지구의 어느 한 편에서는 굶주림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받는 밥상말이다.

요즘의 우리의 밥상. 비록 굶주림에서는 벗어났다 할지라도 그 시절보다 행복한 음식을 먹고 있는가, 행복한 만찬이 되고 있는가. 누구도 그렇다고 할수 없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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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7 0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6-07 15:32   좋아요 0 | URL
잘 지내시고 계신거죠? ^^
다시 기분이 업 되시면 예전 처럼 자주 글로 뵐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을께요.
이 책, 읽으실만 해요 ^^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 흘려본 경험이 있다...

오늘 내가 나에게 주는 노래로 당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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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6-07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르간 소리로 들으니 더 뭉클해요.

hnine 2008-06-07 15:3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마노아님, 뭉클...그 자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