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언제 한번 추적해보아야겠다. 우연은 아니었다는 것만 기억할 뿐. 신혼여행을 경주로 가자고 제안한 것도 나였지.

군중 속의 고독을 느꼈던 뉴욕. 가지각색의 사람들. 나와 같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둥물원의 동물들 보기보다 더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던 사람들로 꽉 찬 도시. 부와 가난, 에술과 비예술, 성공과 타락, 고급과 초라함이 공존한다고 생각되었던 도시. 첫번 째 방문은 C대학에서 공부 중이던 J를 만나기 위해서였고, 두번째 방문은 Job interview때문이었다.

대전. 스물 몇 살때 집을 떠나 대전으로 이사했다. 일터 따라서.

다리 아프게 참 많이도 걸어다닌 런던. 주말이면 혼자 영화를 보거나, 아니면 런던의 공연을 보는 것이 낙이던 시절.

서울, 서울, 서울. 태어나고 자란 곳에 대한 끌림은 때로는 질려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다. 딱히 이유도 없다. 길들여짐, 편안한, 익숙함의 위력.

내가 태어난 곳, 청량리 위생병원 ㅋㅋ

밤기차를 타고 간 정동진. 지금의 정동진과 많이 달랐다. 그냥 바다, 망망한 바다. 새벽에 도착해서 맞는 바닷 바람은 여름이지만 차가왔다.

콜로라도. 이곳을 어찌 잊으리. 큰 트럭에 남편과 나의 짐을 싣고와 풀어 놓은 Folsom street의 원룸. 거기서 아이도 태어나고, 나는 많이도 웃고 울었었다.

20대 후반에 갔던 태국. 경제적으로 아주 잘 사는 나라는 아니었으나 평화로운 그곳 사람들의 눈매와 표정에 감명받았던 곳. 그들의 표정으로부터 어렴풋이 알아들었다. 물질적인 풍요가 꼭 평화는 아니라고.

아직 가보지 않은 프라하. 여기 언제 한번 같이 가자고, 결혼 전의 남편이 그랬었다. 완전 익명으로 지낼 수 있었던 몇 달이 참 좋았던 곳이라면서.
미래의 이력지 후보로 적어 놓자.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 첫 여름휴가를 보낸 곳은 하와이 이다.
수영복 차림으로 하와이 대학 도서관엘 들어갔었다는 사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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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에서 저자가 한 것 처럼 따라해 보았다.
빈 칸은 틈틈이 생각날 때마다 채워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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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이여, 그대 이름은 무엇이냐?-몰라요

어디서 태어났으며 어디 출신인가?-몰라요

왜 땅굴을 팠느냐?-몰라요

언제부터 여기에 숨어 있었느냐?-몰라요

왜 내 약지를 물어뜯었느냐?-몰라요

우리가 당신에게 절대로 해로운 짓을 하지 않으리라는 걸 아는가?-몰라요

당신은 누구 편이지?-몰라요

지금은 전쟁 중이므로 어느 편인지 선택해야만 한다-몰라요

당신의 마을은 존재하는가?-몰라요

이 아이들이 당신 아이들인가?-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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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4-24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hnine 2008-04-24 19:10   좋아요 0 | URL
포로로 잡힌 베트남 여인에 대한 시인것 같은데, 찡 하지요.

비로그인 2008-04-24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카테고리 이름이 자꾸 입에 맴돌아요.
왜, 그런 말 많이 만들며 놀곤 했었잖아요.
같은 스펠을 넣어가며 문장을 만드는것.
She sells seashell by the seashore...따위.
저는 영어를 전공하지 않아서 저런 문장을 만들기 쉽지 않았지만
한때 친구가 제 앞에서 여러 문장을 연습장에 적어주며 이야기해준 적이 있었어요.
시 샵이라는 한글로도 멋진 카테고리가 입에 착!붙네요.

hnine 2008-04-25 06:02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저 카테고리 이름을 계속 써야겠네요.
무심코 떠오른 이름이었는데 ^^
 
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품절


'한때 그렇게 빛나던 광채가 지금 내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진들 어떠랴, 풀의 광휘의 시간, 꽃의 영광의 시간을 다시 불러오지 못한들 어떠랴, 우리는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라'며 영원불멸의 시를 읊던 방식을 곧이곧대로 이해하는 것이 나의 여행 방식이다.-57쪽

모든 대상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에 따라 좋거나 나쁜 것으로 인식될 뿐이라는 것도 여행 덕에 알게 되었다.-58쪽

잔말 말고 딱 네 방식으로 단순 명료해져라. 너 이상의 존재가 되려고 하지 마라. 너 아닌 존재가 되려 하지 마라.-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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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책과 관련된 가벼운 사유의 흐름으로 역어진 책일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나도 모르게 저자가 잘 나가는 여성 라디오 PD라는 것에서 선입관을 가졌나. 정말 나도 모르게 말이다. 그런데 읽어보니, 소개된 책들을 봐도 그렇고 저자의 그 사유의 흐름이라는 것이 누구든지 쉽게 따라갈만 한 수준의 것이 아니더라는 것.
책 속에서 수백 종류의 인생을 살아본다는 것은 이 정도 경지에 올라야 가능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삶 자체가 마치 책 속에서 영위되는 듯한 느낌. 책으로 묻고 책으로 답하고, 책으로 생각을 이어나가는 듯한 삶의 방식.
그녀가 책 만큼 좋아하는 '여행' 역시 하나의 삶이 아닌 수백 개의 인생을 꿈꾸는 것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라고 하니, 소원대로 여행과 관련된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 기대되기도 한다.
그녀의 독서 편력은 문학적인 책 읽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시사다큐 전문 프로듀서로서의 경력때문일까. 사회 문제에 대해서 날카롭게 뻗고 있는 촉수가 여기 저기서 드러난다. 수잔 손택의 <타인의 고통>에서 '사람들은 왜 전쟁의 참사를 기록한 끔찍한 사진을 보는가?'라고 던진 질문을 소개하며,
오로지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 두어야 하는 이유, 그것은 내가 세계를 대하는 방식이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과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우리라는 말을 쓸 때 가슴에 손을 얹고 조심하게 되었다. 뭔가 행동할 수 있을 때에만 '우리'라는 말을 쓸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우리'라는 말을 하는 관계를 늘리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사회에서 할 일이다. (81쪽)
라고 말하고 있다. 한동안 가슴에 남을 것 같은 구절.
책 속에 파묻혀 지내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키려는 경향이 있지 않을까? 그녀는 그 반대로 대답한다. 책이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이유는, 책은 고독 속에 있으면서도 끝없이 세상과 연결하고 대면할 기회를 갖게 한다는 점 때문이라고.
그녀가 이 책에서 소개하거나 언급한 여러 권의 책들 중 따라서 읽어봐야 겠다고 메모해 놓은 책은 한 권도 없다. 어쩌면 한 권도. 리뷰 제목을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고 붙인 이유가 될까.
마지막으로 제대로 멋진 인간을 이렇게 표현해 놓은 것이 재미있어서 옮겨 본다.
'시니컬한 줄 알았더니 뜨거운, 안 할 줄로 알았는데 하는, 관심 없는 줄 알았지만 관심 있는, 쿨한 척하지만 찐득찐득한, 무정한 줄 알았더니 껴안아주는, 다른 줄 알았는데 닮은, 혼자인 줄 알았는데 옆에 있어주는, 미워하면서도 사랑하고, 호통지면서도 존중하고, 경멸하면서도 끌어안고...' (225쪽)

아, 이 책 읽고 따라해보고 싶은 것은 있다. 무더운 여름 밤에 스메타나의 <몰다우> 들어보기, 52쪽에 소개된,  지명 이름을 따라서ㄱ,ㄴ,ㄷ 순서로 내 인생의 이야기를 풀어보기가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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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도 이런게 재미있는 아줌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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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 10월
대체로 금전이나 재물에 크게 집착하거나 욕심이 많지는 않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요행심(僥倖心)이나 투기심(投
機心)과 사행심(射倖心)이 강(强)한 편이다. 정(情)이 많은 편에 속하는
데 다정다감(多情多感)하기도 하고 대부분은과격(過激)한 사람은 적으
며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가 많다. 애정(愛情)과 관련해서는 이성(異性)
에게 배신당하기 쉬운 암시가 짙다고 하겠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한
다거나 머리를 숙이고 굽히는 것을싫어하는 경향이 심한데 남이 어려움
을 호소하면 마음이 내키지 않더라도 절대로 딱잘라 거절하지를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판단해 보면 처세술이 다소 미숙한 탓일 수
도 있으니 특별히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여성스러운 암시와 이해하기
힘든 별난 자존심은 강한 편이고 동시에 예기치 못한 때에 가끔씩 공격
적 성향을 나타내는 수가 있어서 사람들을 황당하게 만들기도 하는
데 '엉뚱한 면'이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냥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것을잊지 않는 편이라 할 수 있다. 대체
로 신용이 있는 편이므로 자중하고 자신을 낮추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
아야 할 것이다. 다만 진취적인 기상은 좀 부족하다고 할 수가 있는데
그것은 조그마한 기득권이나 작은 행복이나마 잃고 싶지않고 그나마 지
키고 싶어하는 소극적인 천성(天性) 혹은 여성적인 현실 만족적인성향
때문이다. 조금은 도전적인 삶의 태도가 필요하므로 적극적인 사고방식
을 배양(培養)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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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1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4-21 21:24   좋아요 0 | URL
남 속을 타들어가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내 속이 타들어가는 게 낫지 않나 싶네요. 흐리지만 분위기 있는 날씨였지요? 저는 이제 아이 재우러 갑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하늘바람 2008-04-22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과 저는 비슷한 점이 많네요

hnine 2008-04-22 05:52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

미설 2008-04-22 0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아주 잘 맞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hnine 2008-04-22 05:53   좋아요 0 | URL
저도 읽어본 중에 제가 생각하는 저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퍼왔어요.
미설님도 그러시구나~~ ^^
그런데, 이렇게 일찍 일어나셨어요?

세실 2008-04-22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요행심, 투기심, 사행심? 요건 안 맞으실듯^*^
상냥, 예의바름 맞으십니다.(지금까지 옆에서 지켜봤잖아요~)
저도 요런거 좋아해요.

hnine 2008-04-22 17:16   좋아요 0 | URL
ㅋㅋ 세실님, 제가 '의외로' 그런 면도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