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잘 해야 하는 이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글을 쓰지도 않았으리라. 하지만 공부를 잘 해야 하는 이유는 있다. 최근 출판된 장회익 교수의 '공부도둑'이라는 책 소개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공부란 살아가는 방식, 일종의 살아가는 태도란 말이다. 늘 뭔가를 배우려는 자세, 이것은 나의 부족함을 인식하는 겸손과 자기 성찰이 바탕이 된 것일테니까.

학생으로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동안 얻어지는 것은 좋은 성적보다도, 스스로 목표를 세울 수 있는 능력,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해내려고 기울이는 노력, 그리고서 얻을수 있는 성취감과 보람 같은 것이 아닐까.  나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내가 당장 하고 싶은 일을 잠시 보류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 결과가 때로 성취감이 아닌 좌절감으로 돌아올지라도 그 상황을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은 살아가면서 아주 중요한 가르침이라고 생각된다.

공부를 못해도 되는 이유:

공부를 잘 하는 사람에게 물어보자. 지금 행복한지를. 공부를 잘 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고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들을 볼때,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소위 명문 대학에 다니고 있으면서도 어딘지 자신감 없고 주눅들어 있는 학생들이 있는가하면, 그저 그렇다는 대학에 다니고 있으면서도 당당하고 앞을 똑바로 바라보며 사는 학생들이 있다. 혹 어떤 장벽에 부딪혔을 때, 비틀거리다가 결국은 일어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게 하는 사람들은 꼭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아닌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100의 노력을 기울인다고 100의 결과를 얻는 것도 아니고,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갔다고 해서, 그만큼 더 행복하고 만족스런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삶을 보는 자세, 즉 attitude.
넓은 시야를 가지고, 나를 위해서만 살지 않으며, 비관적이지 않을 수 있는 소소한 자기 철학이라도 가지고 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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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줄이고 행동을 늘려라.

: 더 오랜 생각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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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04-22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 필요한 말이네요 전 늘 생각만 해서 ㅠㅠ

hnine 2008-04-22 07:50   좋아요 0 | URL
너무 많은 생각은 오히려 자신감과 의욕을 떨어뜨리는 것 같아요.
일단 저지르고 보자! 우리 같은 소심형에겐 그편이 더 나을 때가 많지않던가...그런 생각이 드네요.

마노아 2008-04-23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별찜이요. 지금 당장 행동하라! 내게 필요한 말이에요!

hnine 2008-04-23 13:29   좋아요 0 | URL
생각을 더 오래 못해서 손해보는 경우보다는, 행동이 느려서 손해보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서요.
마노아님, 저의 생활백서 늘 공감해주셔서 감사드려요.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 김갑수의 음악과 사랑 이야기
김갑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이 음악책으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마 전문적인 음악 서적까지는 안 될거라는 겸손의 표현이 아닌가 한다. 전문성의 여부를 떠나서, 음악 이야기는 음악 이야기이지만 개인적인 감정이입이 무척 많이 들어가 있는 글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한시도 사람에 대한 생각을 안 하는 적이 없다는 말에서도 보이듯이, 사람과의 관계, 그 사이에서 자기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하는 듯한, 굉장한 자의식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아닐까. 이런 사람에게 음악은 정말 숨통일 수 있다. 혼자서 빠져들수 있는, 무한한 감정의 세계, 카타르시스의 세계로의 입구 같은 것일테니.
아주 지긋지긋한 젊은 시절을 보내며, 지긋지긋한 사랑도 해보고, 그 정도의 가난도 겪어보았다는 이 사람은, 그래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더 깊어졌다는 말은 결코 하지 않는다.

봄 햇살이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말은 부디 하지 마시기를. 시간의 바깥에 나가 우두커니 서 있는 저 공원의 노인, 저 상심한 청년, 저 매 맞은 아이에게 봄날의 햇살은 희망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시기를. (54쪽)

이런 시선으로 그가 한시도 생각하지 않는 적 없다는 사람을, 주변을, 볼 수 있는 사람이다.
오랜 경륜을 여실히 보여주는 그의 딱 떨어지는 글솜씨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부부란 비적대적 모순관계의 전형적인 것.(75쪽)
음악은 언어와 사고로는 번역되지 않는 순수 추상의 세계 (117쪽)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제일 뚫어져라 읽은 부분은 피아니스트 김 용배를 언급한 대목이다. 오랜 만에 들어보는 그 이름을 뜻밖에 대하고는 잠시 가슴이 멍 해졌다. 불편한 다리로 무대에 오르던, 조용하지만 다부진 인상의 그가 보여준 연주는 얼마나 격정적이었던가. 같은 말을 저자도 하고 있었다. 또, 영화 <조지아>를 각별히 여기는 그의 감상문 하나로도 저자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화 평을 이렇게 분석적으로, 잘 썼다니. 이 사람 자체가 그런건가, 글을 쓰는 솜씨라고 해야하나.
부분 부분, 조금만 절제하며 썼으면 하는 곳도 많이 눈에 띄어 거북한 마음이 살짝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솔직했으니, 좀 과장스럽게 느껴짐은 그의 감상적인 성향때문이지 의도적인 부풀림은 아닌 것 같다. 음악과 삶이 구분되지 않는 그의 일상에도 불구하고 클래식은 이제 사양길이라고 하지 않는가. 첨단의 음악은 아니라고.
본문중에 나오는 그 많은 음악들중 읽으며 메모해 놓은 곡은 딱 한 곡. 바흐의 <악투스 트라지쿠스, BWV 106>. 칸타타 제 106번이라고 불리는 곡이다. 되도록이면 칼 리히터 본을 들으란다.
이 책의 리뷰는 이런 시간이 아닌, 새벽에 쓰고 싶었는데, 그만큼 미루고 있기 싫은 마음에 지금 후다닥 올린다.
마지막으로 그가 영화 <조지아>감상문 끝에 붙여 놓은 그의 자작시.

이제 천국은

죄에 의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진창에 뒹굴어 가벼운 육신
이제 천국은 살아갈 나날을 기다리지 못하여
천사들만 살기로 모의한 나라
천국의 천사들의 유쾌한 합창
벌떼처럼 달려들어 꿀 먹는 나라
꿀처럼 단잠에 취하는 거기
죄에 의해서 편안해지고
진창에 뒹굴어 가볍고 가벼운
아, 아프지 않은 천국

참 별스럽다.

그의 당부대로, 이 책은 음악책으로만 읽히지는 않는다. 저자가 무엇에 대해 쓰든 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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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04-19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아서, 이사람 책을 다 샀더랬어요. 가장 최근에 나온 나는 왜 나인가 뭐인가 하는 책은 비슷한 어조였지만 실망스러웠고, 그런고로 또 다른책 나의 레종데트르는 보류중이에요. ^^ 이 책,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는 참 좋지요. 그지요?

hnine 2008-04-20 00:16   좋아요 0 | URL
예, 좋던데요.
 

엄마, 오늘 우리 이렇게 사이좋게 지내자요.

수박씨 나란히 누워 있는 것 처럼요.

아직 철이 아닌데 아이가 졸라서 할수 없이 사준 수박을 기분 좋게 먹고난 후 아이가 문득 한 말.

요즘, 내가 아이에게 어떻게 대하고 있었는지,
아이의 이 말 한마디로 다 알 수 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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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8-04-16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 시인이 되려나봐요. :) 비유적인 표현을 너무 자연스럽게.. 쓰는군요.

hnine 2008-04-16 21:04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
어떤 때는 말도 안 되는 비유를 하기도 해요.

하늘바람 2008-04-16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표현이 참 이뻐요

hnine 2008-04-17 06:28   좋아요 0 | URL
수박씨가 줄맞춰 있는 것을 보고 생각이 났나봐요.
어제는 비교적 야단 안 치고 사이좋게 지냈네요 ^^

세실 2008-04-17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맞아요. 엄마가 조금만 참아주면 좋은 관계가 유지되는데....
바쁘면 짜증도 화도 더 잘내게 됩니다. 아침에 규환이 씻고 나와 누워있길래 잔소리 했습니다. 그러면 더 반항하는거 알면서 순간을 참지 못합니다.
마음은 정말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데 말입니다.

hnine 2008-04-17 13:31   좋아요 0 | URL
많이도 아니고, 그 순간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 말이지요. 그게 그렇게 어렵네요. 엄마 표정 하나에 아이에게는 천국도 되고 지옥도 된다는데 말이어요. 이그...이런 말이나 못하면~ ^^

마노아 2008-04-17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찡했어요. 어제 언니가 말하길 3초만 참으면 되는데 그 3초를 못 참아서 꼭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아이의 표현이 참 예뻐요!

hnine 2008-04-18 05:19   좋아요 0 | URL
흥분하면 1초도 아니고 밀리세컨드 속도로 말이 튀어나갈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럴 땐, 3초가 짧은 시간이 아닌 것 맞아요.
아이 마음 속에 있던 생각이 수박씨를 보며 말로 표현되어 나왔나봐요.
마노아님, 오늘 하루도 힘차게! ^^

비로그인 2008-04-17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순간을 참으면 된다구요....
저도 함께 반성해봅니다.

hnine 2008-04-18 05:20   좋아요 0 | URL
아이 키우다 보면 반성의 연속이지요.
학생때보다 마음의 반성문을 더 자주 쓰는 것 같아요.
 
우리 곁에서 만나는 동서양 신화 사계절 1318 교양문고 10
이경덕 지음 / 사계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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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이렇게 신화의 대명사처럼 여러 사람에게 인식되어 있는 것은 그동안 모든 문명의 근원을 자신들의 역사에서 찾고 싶은 서방 기독교 세력에 의해 강조되고 적극적으로 전파되었던 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신화의 종류는 참으로 다양하다.
이 책에서는 영화로 만나는 신화, 그림으로 만나는 신화, 절에서 만나는 신화, 길에서 만나는 신화, 일상에서 만나는 신화 라는 주제 아래 동서양을 막론하고 서로 관련된 신화들을 묶어서 재미있게 편집이 되어 있다. 영화로 만나는 신화에는 <글래디에이터>,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등이 소개 되어 있는데, 영화뿐 아니라 그림에서도 신화는 단골 주제가 되어 오고 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신화는 단순히 현실성 없는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에 의한, 인간의 이야기이다. 인간의 바램에 따라, 인간이 믿고자 하는 것에 따라 생겨난 이야기이기 때문에, 북유럽 신화, 한국 신화, 인도 신화, 일본 신화, 불교 신화 등 많은 종류의 신화들에서 어떤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을 '원형 (prototype)'이라고 하던가.
말의 옆구리에서 태어나고, 괴물을 물리치고, 다른 세계를 들락거리는 등, 허무맹랑한 옛날 이야기로 생각하는 차원을 넘어서, 그 속에 담겨 있는 상징성 찾기의 단계로 넘어가면, 그때 신화의 묘미가 짚어진다는 것을 이제 조금 알겠다. 신화의 어디에나 출현하는 영웅의 예를 들어보자면, 이들 영웅이 물리치는 대상은 단지 무시무시한 괴물이 아니라, 인간 앞에 닥친 어려움이나 고난을 의미하며, 그것을 극복하여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목표를 이룬 사람이 바로 영웅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영웅이 상대로 하는 괴물이란, 자기 마음 속에 있는 욕심과 질투, 시기심, 남과 다투려는 마음이기도 하다는 것. 영웅의 일생을 보면 신화의 종류를 막론하고 어떤 패러다임이 있다. 출생, 성장 과정, 부름을 받음, 고난 등등. 그래서 신화는 많고도 적다고 말하고 싶다. 종류는 많지만, 어떤 묘한 공식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인간은 자신들의 믿음과 바램, 또한 스스로 세상의 질서를 부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화'라는 매체를 선택하게 되었을까.
아직 보지 못한 신화의 또다른 얼굴 찾기는 확실히 매력있는 주제 중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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