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아와 평균율-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간판의 이름 보고 좋아해버린 까페이다. 그런데 지금 이데아는 실내 장식이 어떠했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으니 세월이 참 많이 흐르긴 흘렀나보다. 건물 2층에 있던 평균율은 동그라미, 세모, 네모로 외벽과 실내 모두 꾸며져 있었다는 것은 기억이 난다. 까페 출입이라는 것을 처음 해본 대학 1학년. 친구와 약속을 잡아서 좋아하는 까페에 가보는 것이 낙이라면 낙이었다.
캔디풀- 이름만큼 귀엽고 소녀 취향의 까페였다. 핑크색과 빨간 색 체크무늬 테이블, 앉아 있으면 우울한 얘기가 아닌, 상큼하고 밝은 얘기만 하게 될 것 같은 곳이었다.
뫼르소- 한 층 정도 공간을 나누어, 미니 이층 구조로 변경시킨 까페. 그런데 뫼르소란 이름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아는 친구는 많지 않았다. 벽에 온통 '이방인'의 구절들이 장식처럼 쓰여져 있던 곳.
심포니- 친구랑 약속 잡을때 위치 설명하기 귀찮으면 그냥 이곳으로 장소를 정했던 만만한 까페. 학교 교문 바로 옆에 위치한 까페였다. 교내 시위 장면이 유리창으로 그대로 보여지던 장소.
어린 왕자- 이 까페에서 소개팅을 하기로 한 날. 아무리 기다려도 상대가 나오질 않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웃 학교 근처에도 같은 이름의 까페가 있었던 것. 그 이웃 학교에 다니던 상대 남학생은 자기 학교 앞의 어린 왕자에서, 나는 우리 학교 근처의 어린 왕자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
미네르바- 여기는 꼭 한 친구를 만날 때만 갔다. 소위 운동권 학생이면서 꼬박꼬박 장학금도 받던 친구. 고등학교 3학년때 우리 반에서 야간 자율학습 안하고 수업만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서 눈총받던 두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나와 이 친구였다. 그래서 친해져서 대학 가서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각별한 친구이다.
겨울 나그네, 창고- 친구 찾아 전철 타고 버스 갈아 타면서 멀리까지 가곤 하던 남의 학교 앞 까페.
올리올리- 우리 학교 앞에 이런 까페가 다 있었나? 처음 지금의 남편을 만난 곳은 대학로였는데, 그날 2차로 그가 데리고 간 곳이 바로 내가 다니던 학교 앞의 이 까페였다. 입구도 잘 드러나지 않고, 들어가보면 더욱 황당한, 테이블도 몇 개 없고, 재즈인지, 하드락인지, 하여튼 내 타입 아니던 음악이 얼마나 크게 울려대던지, 옆 사람 말 소리도 잘 안 들려, 그냥 앉아만 있다가 나온 것 같다.
내가 아는 바로는, 이 중에 지금까지 남아 있는 까페는, 한 군데도 없다.
내 기억 속에만 오롯이 남아 있는 추억의 장소들.
갑자기 왜 지금 이곳들 생각이 났는지, 전~혀 감도 안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