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W이론 - 불확실한 미래를 희망으로 만드는 새로운 패러다임
이면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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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학 교수 생활을 하다 보면 직업에 회의를 느끼는 때가 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이 배우려고 하지도 않고 많이 가르쳐 주려는 것을 달가워하지도 않는다. 수업 중 흥이 나서 많은 것을 이야기하면 학생들로부터 사인이 들어온다. 서로 눈길을 교환한다. '또 시작이다.'...
이런 과정을 겪을 때면 나도 이 생활을 접고 싶은 생각이 든다. 가끔 대충 가르치자는 생각도 든다. '저렇게 배우기 싫어하는데 너무 강요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41쪽)

자기가 선택해서 들어온 전공이라면 어째서 저런 현상이 강의실 전체에 팽배할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이럴려고 대학 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중학교때부터, 학생 본인은 물론이고 온 가족, 사회, 국가가 그리도 신경을 곤두세워야했던가.

그렇다면 도대체 어느 곳이 유망하다는 말인가? 이제 정답을 말하겠다. 가장 유망한 분야는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이다. 10년 단위로 빠르게 변하는 분야보다 평생 마음이 끌릴 분야가 유망한 것 아닌가?...자녀에게 물어야 한다. 자녀가 즉시 대답을 못 하면 시간을 주어야 한다...부모가 자녀의 장래를 위해 유망 산업, 유망 학과, 유망 직종을 준비하고 지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자녀의 선택'을 선택하는 것이다. (81쪽)

자녀의 선택을 대신해주지도 말 것이며, 말은 안할 뿐이지 부모는 이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는 무언의 표시도 내지 말자. 말보다 더 큰 위력으로 자녀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테니.

이동 표적의 시대에는 오로지 개선을 위한 노력보다 변화를 주도해 나갈 창의적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126쪽)

지금은 고정 표적의 시대가 아니라 이동 표적의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정해진 한 가지 표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오차를 줄이려고 노력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표적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부모 자식간의 대화는 무엇보다도 분위기가 중요하다. 우리 집 분위기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학교 갔다 돌아온 자녀가 부모 있는 곳으로 오는가. 부모를 피해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가? 부모가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갔을 때 거실에 있던 자녀가 방으로 들어가는가, 방에 있던 자녀가 거실로 나오는가?...대화 능력은 부모만이 가를칠 수 있다. (193쪽)

이 세상에는 부모만이 가르칠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다. 부모로부터만이 배워지는 것이 있다.

공부도 중요하고, 대학 입시도 중요하고, 훌륭한 사회인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모든 것의 기본이 되는 것은 서로 나갔다 들어오면 반갑고, 할 말이 많고, 좋아하고, 잘 했다고 칭찬하고, 잘 될거라고 서로를 성원하는 것이다. 분위기가 대화의 선결 사항인 것이다. (194쪽)

이런 분위기를 만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자신의 목소리와 자신의 의견을 한 걸음 양보하고, 상대의 얘기를 듣고 존중해주려는 마음이 아닐까.

저자를 'W이론'으로 처음 알게 되던 15년 전부터 그의 팬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정도의 열린 사고를 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조금 더 많아질 수는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더구나 새로운 교육개혁안으로 술렁이는 요즘, 더욱 가슴에 쏙쏙 들어오는 내용들에 누구에게나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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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가 한 결정 중에는 소신있는 결정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었다. 소신없이 결정한 이유는 대부분 누구에게 어떻게 보여야 한다는 것을 의식해서였기 때문인 것 같다. 부모님이 바라시는 바는 이것일 것이라든지, 나는 집에서 맏이니까 이러해야 한다든지.

소신있는 결정: 1. 결혼 2. 첫번 째 직장 3. 퇴사 4. 퇴사 후의 생활
소신없이 한 결정: 1. 고등학교때 문, 이과 선택 2. 음악을 그만 둔 것 3. 세번째, 네번 째 직장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어떠한 결정이었든 간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다 나름대로 거기서 얻은 것이 있었을테니까.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결정의 순간을 대하며 살아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좀 더 소신있는 결정 쪽으로 향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와 시간을 써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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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01-30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네요 님
전 그렇지 못한 거 같아요
저도 님처럼 앞으로 더 소신있게 살아야겠어요

hnine 2008-01-30 15:32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엔 별로 그러질 못했어요. 나이가 주는 선물이라고나 할까요.

2008-01-30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30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즈행복 2008-02-01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그래서 나이가 드는게 좋아요. 더 나아지고 좋아지고 있다는 징조가 퇴보하고 있다는 징조보다는 많이 보여서요. 다만 이렇게 너무 자신하다가 고집세고 제 잘난줄만 아는 늙은이가 되지는 말아야겠죠.

hnine 2008-02-01 06:03   좋아요 0 | URL
앗! 마지막 줄,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

마노아 2008-02-01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오면 '잠언'을 종종 만난다니까요. 그런데 어떤 음악 하셨어요? 궁금궁금!!

hnine 2008-02-01 06:06   좋아요 0 | URL
아이구~ '잠언'은요 뭘...
음악은, 피아노를 참 좋아했었고 오래 배웠는데, 음악은 취미로만 하라는 부모님 말씀에 그만. 흑 흑...음악도 참 힘든 길이지만요.
 

영어와 얽힌 이야기.
미국의 어느 대학 학교 아파트에 살고 있던 때였다.
부활절,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 보통의 미국 사람들이라면 오랜만에 가족들이 다 함께 모이는 그런 명절에, 학교 아파트에 남아 있는 가족들 (주로 타국에서 온)끼리 모여 음식도 먹고 얘기도 나누는, 그런 간단한 파티가 학교 측에 의해 주최되곤 했다.
추수감사절 며칠 전, 아파트 여기 저기에 포스터가 붙었다. 추수감사절 축하 파티가 몇월 몇일 몇시, 어디에서 있을 예정이니 참석하라고. 그러면서 마지막에 써 있는 것이 Bring your own dish. 그때 한국에서 엄마도 잠시 여행차 와계셨고 이웃들과 얼굴도 익힐 겸 나는 엄마를 모시고 그날 그 장소에 가기로 했다. '음식은 제공 되나보다, 자기가 먹을 접시는 들고 오라네~'
엄마를 모시고 빈 접시 두개를 들고 파티 장소에 간 나는 담박에 알아차렸다. 각자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오는 파티였음을. own dish! 이말 분명히 예전에 배운 적이 있는데 실전에서는 전혀 떠올려지지가 않았던 것.
들어오자 마자 빈 접시 들고 도로 나갈 수도 없고, 슬쩍 접시를 한 구석에 밀쳐 놓고 불편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이 준비해온 음식을 먹고 떠들다 왔다. 우리가 가져갔던 깨~끗한 접시는 나중에 파티가 다 끝난 후에 가서 찾아왔다.
집에 와서 엄마와 얼마나 박장대소를 했는지.
Bring your own dish. 아마 이 뜻은 앞으로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엄마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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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1-31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재미있는 에피소드네요. 포트럭 파티 음 전 잘하는 요리가 없는데 에휴....

hnine 2008-01-31 00:56   좋아요 0 | URL
요리가 부담가면 사와도 된답니다. 저처럼 빈 접시 들고 가는 것만 아니면 다 돼요 ^^

마노아 2008-02-01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어버렸군요. 아아 난감했겠어요^^;;;
우리도 이런 식의 파티가 있음 좋겠어요. 서로 부담 안 되게 말이에요. ^^

hnine 2008-02-01 06:06   좋아요 0 | URL
그 당시는 창피해서 누구에게 말도 못하던 얘기를 지금은 이렇게 웃자고 풀어놓네요 ㅋㅋ...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 살림과 육아, 맞벌이 때문에 덮어둔 나의 꿈을 되살리는 가슴 뛰는 메시지
김미경 지음 / 명진출판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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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목의 '꿈이 있는 아내'를 '꿈이 있는 사람'으로 고쳐 보았다. 저자가 특히 '아내'된 사람들을 향해 외치는 이유를 '아내'된 사람들은 아마 다 알것이다. 자식과 남편을 앞세워 자신을 잊고 살기를 삶의 방식으로 택한, 아니 택하도록 길들여진 우리, 바로 '나'를 향한 물음이다. 나의 꿈은 무엇인가 하고.
결혼하기 전  나의 꿈은 그야말로 '리스트'였는데.  한가지가 아니라서 번호를 매기며 그 순서를 이리 저리 바꿔가며, 또 더 보태기도 하면서 그렇게 소망의 리스트를 끊임없이 수첩이나 일기장 한 귀퉁이에 끄적거리기를 반복했는데, 그래서 그것이 곧 사는 재미기 되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힘이 되고 오늘 넘어져도 내일 다시 일어설수 있게 하는 어떤 삶의 중심이 되어 줬는데, 언제부터 그런 일들을 하지 않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나의 꿈을 생각할 때 항상 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보다 자식과 남편의 진로나 계획과 엇갈리지 않을까 부터 생각하게 되고, 열정보다는 양보에 더 익숙해져 버렸다. 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 거라 여기던 그 길을 나도 걷고 있었다.
꿈의 목록이 길어질수록 삶은 더 매혹적으로 바뀐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내가 덧붙이자면 꿈의 목록이 길고 그 꿈에 다가가기 위한 작은 어떤 일이라도 하고 있을 때의 삶이 진정 매혹적일 것이라는 것.
누구나 원하는 행복한 삶. 하지만 행복은 원래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지 않은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다보면 받게 되는 이자 같은 것이라고 한다. 불행이라는 원금 없이 받을 수 없는 이자. 참 멋진 비유라고 생각되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가슴을 쓸어내리며 읽었던 부분은, 자기 자신보다는 가족을 늘 우선순위에 두면서 '아낌없이 사랑하는 것'과 '희생하는 것'을 같은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는 것. 이것은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발상이며, 가족의 행복은 어느 한사람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다소 이기적일 만큼 자기 관리를 잘하는 게 오히려 가족의 행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고, 또 한가지는 스스로 피곤하게 만드는 살림 콤플렉스를 극복하라는 것이었다. 내가 살림하지 않으면, 내가 잠시 손 놓고 있으면 우리 집이 엉망이 될 것이라는 착각, 심하면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입으로 온갖 짜증을 다 내면서 하는 청소, 빨래, 뒤치닥거리가 과연 얼마나 실속이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살림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자신이나 가족을 괴롭힐 것이 아니라 살림을 시스템화해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서 해결하면, 지금 당장은 돈이 들더라도 나중에는 그 편이 정서적인 측면은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훨씬 낫다는 말 (143쪽).
결혼과 함께 나의 꿈은 정형화 되었고 기정 사실화 되었다고 생각하며 더 이상 마음 쓸일이 없어졌다고  포기 반, 안주(또는 안심)반, 이런 자신 속의 작은, 보이지 않는 덫, 자신도 미처 느끼지 못했던 그 덫을 이 책은 크게 확대시켜 내 눈 앞에 보여준다.

제목과 저자, 내용을 대충 훑어보고서 그저 뻔한 내용이려니 쉽게 단정하고 밀어놓지 않기를 잘했다 생각이 들었다. 그 '뻔한 내용'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잘 실천하면서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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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8-01-30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모두는 어릴 때부터 생각도 못한 목표를 설정합니다. 너 뭐가 될래? 하고 물으면 대부분 대통령이 될래요. 라고 답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듯 엄청난 꿈을 꾸며 살다가 어느 때부터인가 꿈도 꾸지 않는 존재로 바뀌곤 합니다. 꿈이란 것이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닌 데 잊고사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hnine 2008-01-30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는 그냥 말하면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이제는 꿈에는 실천력과 스스로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면서부터 꿈이라는 것을 아예 꾸지 않게 되어가는 것 같아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말할 수 있던 어릴 때가 좋았나 싶어요.
 

Sunflakes

If sunlight fell like snowflakes,
gleaming yellow and so bright,
We could build a sunman,
We could have a sunball fight,
We could watch the sunflakes
drifting in the sky.
We could go sleighing
in the middle of July
through sundrifts and sunbanks,
We could ride a sunmobile,
and we could touch sunflakes-
I wonder how they'd feel.

Frank Asch

해조각들

                            만약 햇빛이 눈송이처럼 떨어져내린다면,
                            노란 색으로 빤짝빤짝, 아주 환하게 빛을 내며 말이야,
                            우린 (그 해조각들로) 해사람을 만들어세울 수 있겠지,
                            해조각으로 만든 공 싸움도 할수 있을것이고, 
                           해조각들이 공중에 떠다니는걸 구경 할수도 있을거야.
                            7월 한창에도 썰매를 탈수 있겠네
                            햇빛이 흐르는 사이로 햇빛둑을 넘나들면서,
                            태양자동차를 탈수도 있겠고,
                            해조각를 만져볼수도 있을텐데-
                            그 느낌이 어떨까?

- 프랭크 애쉬 -
(번역 hnin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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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1-25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시여요?
한번 읽기만 했는데도 머리에 쥐 났잖아요~~~
sunman,sunball,sunflakes,sunbank같은 단어는 처음보는데도 신기하게 원래 알던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hnine 2008-01-25 12:09   좋아요 0 | URL
예, 어린이를 위한 동시인데 재미있어서 옮겨봤어요.
아침에 올리느라 미처 시간이 안되어 우리말로 옮겨 적지 못했어요. 아이 학교 보내고 마저 써야지 생각했는데 먼저 보셨네요 ^ ^
오늘 날은 추운데 햇빛이 제법 집안으로 들어오는데요?
줗은 날 되세요.

hnine 2008-02-28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해조각' 대신 '해부스러기' 라고 하는게 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