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고흐 전시전에서 본 그림 중 저 그림이 자꾸 눈에 어른거린다.
저 뒤틀린 지붕의 모습이 고흐 자신의 심경을 나타낸 것 같다는 생각에.

화가들이 그리기 좋아하는 꽃들 중의 하나일까? 고흐의 아이리스는 모네의 아이리스와 또 다르다.

고흐가 살던 노란집. 노란색을 좋아하던 시기를 거쳐 언제부턴가 청색, 에머랄드색이 그림에서 더 눈에 뜨이는 시기가 온다. 노란 색과 에머랄드, 청색의 차이란...

"고흐는 말야, 행복하게 산 사람이 아니었어."
"왜요?"
"그림을 너무 너무 좋아해서 다른 일을 하다가 그만 두고 그림만 그리기로 했는데 말이지, 사람들이 고흐의 그림을 알아주지 않아서, 아주 가난하게 살아야했고, 슬펐어. 그림을 900개나 그렸는데, 고흐가 살아있는 동안 딱 한개밖에 사람들이 고흐의 그림을 사지 않았대. 그렇게 살다가 서른 일곱살, 지금 엄마보다도 젊은 나이에 고흐는 세상을 떠났어.""
그림을 보여주며 불완전한대로 내가 아이에게 해준 설명이다.
주말 오후이니, 얼마나 전시장이 붐빌지 각오하고 찾아갔으므로, 감수하고 둘러 보았다. 다른 나라의 박물관도 유명한 곳이면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긴 줄과 많은 인파들 속에서 그림을을 감상해야했던 곳, 많지 않던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그를 알기 전에, 이미 너무 유명하여 내 눈과 귀에 익숙해져 버린 화가 중의 한 사람이던 고흐. 지금 내 맘으로 제대로 들어오고 있는 것 같다.
어둑해진 시립미술관을 나와 아이 손을 잡고 돌이 깔린 길을 걸어,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어 세종문화회관으로.
빈소년합창단의 공연을 보았다. 스무 명 남짓 어린 소년들이 내는 소리는, 남성합창단의 우렁참이나 힘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여리고 섬세한, 불완정한 것 같기도 한 그 소리에서 오는 감동이 좋다. 그들이 부르는 '아리랑'은, 가사의 뜻을 잘 모르고 불렀을 것임에도 노래의 감정을 잘 살려서 불렀다는 느낌. 앵콜곡까지 끝내고 손을 흔들며 퇴장하는 어린 소년들의 해맑은, 연출되지 않은 웃음과 장난기. 마지막 한 소년은 무대 뒤로 열린 문자락에 매달려, 친구들은 모두 들어간 후에도 한동안 손을 더 흔들고 들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