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밤길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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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 쉽게 말하기 어려운 작가로 생각되는 여자 소설가 중의 한사람.
그야말로 인생의 이런 저런 골목을 구비구비 돌아오며, 마흔 다섯 그녀의 가슴에 남은 것은 인생에 대한 너그러움, 포용력, 따뜻한 감성일까, 아니면 차갑고 냉철한 현실에 대한 더욱 철저한 자각일까.
'...내 글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나는 내 흔들리는 초상을 본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그들과 나는 지난 몇년 동안도 늘 생의 '변방'에서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다. 나는 확실히 화려한 정원에서 보호받고 주목받는 꽃과는 인연이 먼 사람임이 분명하다. 나는 내 글 속의 사람들이 비록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지만, 아무렇게나 대접받는 것도 원치 않는다. 나는 다만 그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 바람 부는 길가에서나마 피었다 지고 피었다 지고 하면서 다른 누구도 아닌 그들만이 부를 수 있는 작고 고운 노래를 부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면 그들 옆 한귀퉁이에 사는 작가인 나는 그들이 부르는 노래에 귀기울이며 조금은 행복하지 않을까. 그들처럼 나 또한 작고 고운 노래 한번 부를 용기를 내지 않을까...'(작가의 말 중에서)'
그녀는 자신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저리도 절절한 애정을 담고 있구나.
최근에 각 문학지에 실린 열두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맛있는 곶감을 하나씩 빼 먹듯이, 한편 한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다보면 마지막 장에 이르러 있는 책.
'꽃진 자리'에서는 바로 이웃집 여인네의 모습이기도 하고 또 중년을 살아가는 우리 삶의 한 풍경을 보는 듯했고, '영희는 언제 우는가'에서는 올망졸망 어린 삼남매를 남기고 먼저 세상을 뜬 남편의 장례식이 끝날 때 까지 눈물을 흘릴 수 없던 여자의 얘기. 배고프거나 아플 때 울어제끼는 아이의 울음이 아닌, 이런 울음의 의미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글이었다. '..인자서 우는가비. 그려, 울어라, 울어. 하먼, 밥 묵고 살라먼 울어야제. 울어야 밥맛 나고 밥 묵어야 심이 나제. 별것이나 있간디...태나서 우는 놈이 사는 벱이여. 울어야 산 목심이여. 그저 내 울음이 내 목심줄이여...(56쪽)' 그러고보면 어린 아기의 울음과 다를 바 없구나. 생존의 울음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의 좌절과 희망에 관한 얘기인 '도넛과 토마토', 비에 떠내려간 남편을 기다리며 목노아 외치는 절규 '아무도 모르는 가을'. 이 세상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다른 종류의 가을이 있음을 알게 해준 이야기이다. 단풍 구경가는 인파와는 다른 종류의 가을을 맞는 사람들, "별도 우라지게 많다." 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삶의 한 대목을 사는 사람들이 있음을 말이다.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져내리는데 노래를 부르며 걷는 '명랑한 밤길', 쏟아지는 비를 피할 길 없어 그대로 맞으며 그치기를, 언젠가 그치기를 바라며 사는 듯한 사람, 집을 나간 아이, 유방암으로 가슴 절제술을 받고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내를 둔 무능력하고 '별볼일 없는' 남자의 얘기 '빗속에서', 인간은 사랑 없이 살수가 없나 '언덕 너머 눈구름', 아내 죽고 자식들 떠난 빈집에서 달 보고 울고 있을 친정 아버지를 생각하는 글 '비오는 달밤', 미혼모와 입양의 주제는 늘 슬프면서 화가 난다, '79년의 아이', '지독한 우정'은 바로 모녀의 사이를 말한 것이고, 갱년기 증세를 겪고 있는 이혼녀 이야기 '폐경전야', 피폐한 상황에서도 상한 것 같은 딸기로 아이에게 잼을 만들어 먹일까 말까를 고민하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별이 총총한 언덕'
이 책에서 가장 낭만적인 구절을 고르라면 여기를 들겠다. '나는 나의 스물한 살 봄밤을 그와 함께 먼먼 나라, 그가 없으면 닿을 수 없는 나라를 여행하는 것만 같았다. 나 혼자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낯설고 아득한 나라를. 그가 있어야만 닿을 수 있는 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그래서 슬펐다. 아름답고 슬프고 쓰라린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이번에는 낯익고 낯익어서 슬픈 풍경과 맞닥뜨려야만 했다.' (114쪽 '명랑한 밤길'중에서) 연애의 감정을 이처럼 아득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표현을 할수 있을까.
삶에도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나뉘어져 있다면, 공선옥의 소설을 읽는 동안은 그 어두운 편에 들어갔다 온 기분이다. 하지만, 어두운 편에 있다가 나옴으로써 삶을 가볍지 않게, 더욱 진지한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그런 느낌. 함부로 좌절할 일도 아니며, 쉽게 기뻐 춤 출 일도 아니라고 가르치는 듯한. 지금 딱 그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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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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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어본 우리 나라 여자 소설가들의 작품들은 분명 모두 다르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그것 같게 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애란처럼 분명한 자기 색깔이 있는 작가의 존재는 기쁨이고 다행이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색깔이란 무엇일까. 그녀에게는 1980년생, 20대 초반 등단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니지만 그것은 어떤 파격적인 문체로서 그녀를 구별짓는 것이 아니라, 길지 않은 인생 경험에도 인생에 대한 진중한 시선이 그녀의 소설을 관통하고 있으며, 예리하지만 따뜻하고, 글의 분위기를 끝까지 처지게 하지 않는 '위트'가 바로 그녀를 그녀로 보이게 하는 색깔이 아닐까. 어떠한 구차한 상황에서도  글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살짝살짝 드러내는 코믹한 터치, 읽고난 후에도 마냥 우울한 감상에 빠지지 않게 하는 그녀의 그런 감각이 좋다. 이런 작가의 단편집을 읽는 것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되는 일들중의 하나.
풍족하지 않은 형편, 희망보다는 패배감에 온 몸과 마음과 시간을 채우고 지낼 수도 있었을 재수생 생활을 그린 단편'자오선을 지나갈 때'에서의 한 구절. '...K-59. 오래전 내 책상 번호. 1999년의 나는 어떤 공간이나 시간이 아닌 번호 속에 살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때가 내겐 어떤 떳떳한 한 시절로 느껴진다. 그래서 가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때만큼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그때만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그때보다--아는게 많아졌기 때문이다...(147쪽)' 소모적인 한 시절이 아닌, 떳떳한 한 시절로 느껴진다는 말이 마음에 들어왔다.
'그해에는 혼란스러운 것이 많았다. 신학기의 낯선 질문 앞에서 당황하거나, 뭔가 고백하고 해명하지 않으면 누군가 나를 비난하지 않을까 조바심 낸다거나 하는 일들로 말이다. 우리가 하는 말은 대부분 할 말이 없어서이거나 침묵을 견딜 수 없어 하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또 우리는 우리가 언제 어떤 말을 하며 살아왔는지 쉽게 잊어버리는 존재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그 말들 안에서 자주 달뜨고, 아프고, 우왕좌왕했다. (222쪽)' '네모난 자리들'이라는 단편중에서 옮긴 구절이다. 대학 신입생. 모이는 자리마다 홍수를 이루던 말의 향연 속에서의 느낌은 지금도 어느 자리에 갈때마다 느끼는 것 아니던가. 할 말이 없어서 하게 되는 말들, 그리고 그 말들로 인해 아파하는 우리들이라니.
이 책에는 유난히 수험생, 취업준비생등, 현재를 담보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글들이 많다. 작가도 그런 생활을 경험해보았을 것이라 짐작이 들 정도로 구체적인 묘사가 재미있다.
참신하나 가볍지 않고, 위트를 잃지 않으면서 삶을 진지하게 정면에서 직시할 수 있는, '네모난 자리들'의 한 구절처럼 (223쪽) 뜨거운 차를 마셨을 때와 같이 정갈한 고독이 가슴 아래로 내려가는 기분을 아는 그녀의 소설이라면, 앞으로도 주저없이, 단숨에 읽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단편 중 어떤 글이 제일 좋았던가 골라보려다 결국 포기한다. 마지막의 '플라이데이터리코더'가 다른 글과 비교해 좀 튀더라는 말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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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행복 2008-01-11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려라 아비'을 읽고난 후, 매우 잘 씌여진, 흠잡을 데 없는 소설이란 생각은 들었는데, 그 실력에 비해 이상하게 끌리지는 않네요. 너무 잘해서 그런가? 으음...
한 번 더 도전해볼까를 생각하게 되네요.

hnine 2008-01-11 14:49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제게는 그 유명한 박완서 님의 소설이 그렇답니다 ^ ^
그러다가 또 언젠가 가슴에 와닿을지도 모르는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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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눈을 뜨면, 일단 몇시 되었나 본다.
너무 일찍이다 싶으면 다시 잠을 청하고,
4시만 지나있다면 그냥 자리에서 일어난다.
옆에 자던 아이의 위치 확인 후 (온 방을 다 헤집고 다니며 자므로 ^^) 이불을 덮어주고 마루로.

자기 전까지 주로 우리 가족의 활동 공간인 마루.
잠자기 전 마루를 정리 정돈 하고 방으로 들어 가는 날은 어쩌다 한번이고, 대부분 자기 직전에 하던 것들을 고스란히 펼쳐 둔 채로 방으로 들어간다. 그러니 새벽에 일어나 마루로 나오면 그전에 무얼 하다 잤는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읽기를 막 마쳤거나, 읽고 있거나, 읽을 예정인 내 책들이 모조리 펼쳐져 있고,



 

 

 

 

 

 

 




요즘 아이가 한참 관심있어하는 세계 여행에 관한 책과 국기 그림책, 지구본도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 사진 찍느라고 그나마 한 곳으로 모아놓은 것.



 

 

 

 

 

 

 

 


이것들을 하나 하나 제자리에 정리하는 것으로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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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행복 2008-01-06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시만 지나면 기상하신다니, 정말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이십니다.
저는 매일 최소 8시간은 자다가 한 3일정도 노느라 6시간씩 잤더니 대번에 입 옆에 뾰루지가 생겼답니다. 울 신랑이 가소로와 혀를 찼다는... ^^

hnine 2008-01-06 20:08   좋아요 0 | URL
제가 '선천적으로' 잠이 적은 편입니다~ 일부러 일찍 일어나라면 아마 못할거예요 ^ ^

하늘바람 2008-01-06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정말 부지런하세요

hnine 2008-01-06 20:09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저 별로 부지런하지 않아요. 청소도 아주 가끔씩 하고요...(앗! 다 들통날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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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 터키편, End of Pacific Series
오소희 지음 / 에이지21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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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네살 아들을 두고 있는 30대 엄마가, 그 네살바기 아들을 데리고 한달 여 동안 터키를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책으로 엮었다. 얽매이고 싶어 하지 않은 저자의 마음이 제목에서부터 느껴진다.
동서양의 문화와 역사가 묘하게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터키라는 나라는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경제적으로 아직 선진화 대열에 서있는 나라는 아니다. 도시를 벗어나면 여행객을 상대로 물건을 팔려고 달려드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고, 여자 혼자 네살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다니는 모습이 사치로 보여질 수도 있어 긴장을 풀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가며, 살아온 날들을 되짚어 가며 버텨낸 한달이 그녀에게 가져다 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카파도키아'라는 지역을 여행하는 일정을 잡는데  밴을 타고 하는 편한 그룹투어를 포기하고 굳이 더듬어 걸어가는 편을 택하면서 하는 말, '...밴으로 이동한다면 아이가 풀 더미에 숨어 있는 무당벌레가 모두 몇 마리인지 셀 수는 없을 것이다. 나 또한 다른 이들의 발걸음에 맞추느라 아이의 손을 꽉 잡고 끌다시피 걸어야 할 것이다. 아이가 관심이 있어 하는 것은 유적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을 만나고 동물과 놀고 차를 갈아타는 여행의 과정들이다. 그런데 내가 지금 그것을 생략하고 커다란 볼거리에 집중하고 싶은 욕심에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세 돌바기 친구의 작고 따스한 손을 맞잡고 더듬더듬 걸어가는 이 여정에서 큰 것을 바라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는다...(96쪽)'
어린 아이를 데리고 하는 여행, 그것도 너댓 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하는 여정에서 아이로 인해 벌어질 상황들을 예상하면서 엄마는 초조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엄마는 용감하다고 했던가. 아이가 혹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어떻하나 하는 조바심에서 벗어나, 그런 것들이 다 사람살이임을 깨닫고, 더 나아가 세상에는 잘 걷고 달리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고 절룩이는 사람도 있으며, 얼마나 멀리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 도와 손을 잡고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아간다 (121쪽).
이 책이 단순히 터키라는 나라의 여행을 위한 여행가이드로서의 책이 아니라, 아이 엄마로 살아가면서 잃어버리고 있다고 생각되던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사유의 기록이며, 온전히 나에게 의지하는 한 어린 인간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세를 배울 수 있는 기록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 작고 느리고 지루한 것들을 반복해서 무비판적으로 들여다보면서 나는 조금 따뜻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엔 남과 다른 것을 사랑했지만, 이제는 남과 같은 것에도 진심으로 눈물이 나올 때가 있어요. 어머니라는 자리가 준 선물이죠. 그리고 따지고 보면 열심히 분석했던 시기에도 대단한 분석을 해냈던 것은 아니었거든요...(229쪽)' 백배 공감하며 읽은 대목중의 하나.
'우리는 자신이 희생하는 것들과만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데 그것을 얻을수 없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그 '무언가'를 위해 자신이 희생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좋아하는 것을 위해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으면서 '얻을 수 없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하게 되었다. 그들의 오해가 불편하기 때문이다...(245쪽)' 삶의 거친 여정을 살아오면서 그것이 그 사람을 단련시키며 성찰의 기회로 승화되지 못했을 때의 모습은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참으로 안타깝게 보인다는 것을 알고 하는 말이리라.

여행을 정말로 사랑해서, 이 책의 마지막도' 다음해 아이와 나는 사막을 보기 위해 아랍으로 떠났다.'는 문장으로 맺고 있고, 이 이전에도 아이가 두돌이 채 못되었을 때 이미 캄보디아로 떠났던 이력을 가지고 있는 저자이지만, 나는 이 책에서 여행을 형식으로 한 그녀의 고백을 읽었다는 생각을 뿌리칠 수 없다. 그녀의 고백이기도 하면서, 여행은 해보지도 못했지만 나 자신의 고백이기도 했을 그런 것들을 말이다.
그녀의 말처럼 여행은 늘 나를 능가하는 현명함으로 나를 데려다줄 것인가? 누구에게나 그럴 것인가. 또 한권의 인상적인 책 읽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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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행복 2008-01-06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만으로도 충분히 얼마나 멋진 책인지 감이 팍팍 오네요.
그리고 제 세돌된 아이를 생각하니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도 감이 오고요. 어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렇게 나와 다른 세계와 조우하는 일 아닐까요?
생각이 더 깊어지고, 또 바뀌고, 또 도전하게 하고 , 반성하게 되고, 돌아보게 되고...
님덕분에 좋은 책 많이 알아가네요. 감사!
저는 제 위주의 여행만을 생각해서 애들이 크면 가자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말이죠.
유적을 보는 것보다 길가의 무당벌레를 세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가며 여행할 줄 아는 엄마는 얼마나 멋진 엄마일까요?

hnine 2008-01-06 20:10   좋아요 0 | URL
미즈행복님, 이 책 참 괜찮아요. 나와 다른 세계와 조우하는 일이라는 미즈행복님의 말씀도 멋지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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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셨던 엄마 대신 우리 남매들을 돌봐 주신 할머니. 간식 거리 하나가 생기더라도 그냥 먹으라고 풀어 놓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께서 철저하게  ( ^ ^ ) 관리를 하셨는데 우리가 심심해 할 때면 겨우 몇개씩 꺼내 주시며 먹게 하셨다. 어떤 간식 거리도 마다하지 않던 시절이었지만, 이 계란과자는 동그란 모양도 귀여웠지만 입에서 사르르 녹는 것이, 먹고 나면 늘 조금만 더 먹었으면 하는 간절함을 남기곤 했다.

할머니께서 나와 바로 밑의 여동생에게는 한번에 두개씩, 남동생에게는 꼭 다섯개씩을 주시던 계란과자... 그러면서도 왜 남동생만 다섯개 주시냐고 한번도 따져본 기억이 없는 계란과자를 어제 오후에 참으로 간단한 재료와 방법으로 만들어 보았다. 계란 두개, 밀가루, 설탕이 재료의 전부. 굽는 시간 15분. 이제는 두개가 아니라 얼마든지 더 먹어도 되는데 내가 먹는 것보다 아이의 입 속으로 쏙쏙 들어가는 것 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

문득 새해 첫날 일이 생각난다. 세배를 올리는 두 손주(나의 아이와 동생네 아이)에게 우리 부모님, 아들이라고 더 주는 것 없고, 오빠라고 더 주는 것 없이 똑같이 세뱃돈을 주시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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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행복 2008-01-04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맛있어보여요!
제과의 달인이신가봐요!!
레시피 꼭 부탁드려요~
지난번 치즈케잌도 너무 푹신하고 맛있어보였는데... 제가 만든 엉망의 치즈케잌과 비교되어서 슬펐지요. 흑흑...
꼭 레시피 알려주세요. 많이 구워서 주변 사람들과 나눠먹고 싶어요.
일하시느라, 아들 양육하시느라 바쁘실텐데 어쩜 제과까지!!!
무척 부지런하신가봐요.
치즈케잌 팩토리 케잌보다 훨씬 님의 케잌이 맛나보여요!
그리고 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치즈케잌 팩토리 케잌은 맛은 있으나 그 진한 맛에 한조각 이상 먹기란 거의 불가능아니겠어요? 하지만 님의 케잌은 한판도 문제없다고 하셨으니, 저는 님의 케잌에 별점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nine 2008-01-04 14:11   좋아요 0 | URL
미즈행복님 이메일로 레서피 보냈어요~
저도 실패 많이해요. 특히 발효빵은 아직도 감을 못잡고 있지요.
타지않은 한 실패한 것들도 저는 아까워서 제가 다 먹는답니다 며칠에 걸쳐서~ ㅋㅋ

하늘바람 2008-01-0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정말 직접? 와 대단하셔요.
저도 태은이 만들어 주고 픈데 아마도 오븐을 있어야겠지요?
와 멋지네요 님 과자 구워주시는 엄마

hnine 2008-01-04 14:12   좋아요 0 | URL
요즘 저렴한 전기 오븐이 많이 나와요. 있으면 쓸모가 많지요. 저는 전기밥솥 없어서 식혜도 오븐을 이용해서 한다지요 ^ ^

마노아 2008-01-04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게 집에서도 가능한 과자였단 말입니까? 오옷, 놀라운 발견이에요!

hnine 2008-01-04 14:19   좋아요 0 | URL
예, 마노아님. 무지 쉬워요. 그리고 다 먹어도 들어간 재료가 별로 안되니 빵보다 살도 덜 찔것 같아요. 제 생각이지만 ^ ^

물만두 2008-01-04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을 떠올리며 만들 수 있다니 님 대단하십니다.

hnine 2008-01-04 14:20   좋아요 0 | URL
물만두님, 제가 워낙 이것 저것 끌어다붙이길 잘 해서요. 별 추억거리도 아닌 것도 가끔 무슨 대단한 추억처럼 여겨질 때가 있어요.

sooninara 2008-01-04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어 보이네요. 남동생에겐 다섯개라니..너무 하셨네요^^
전 님의 집에 가서 얻어 먹고 싶어요!!!!

hnine 2008-01-04 14:21   좋아요 0 | URL
어머 sooni님, 오세요 오세요~~

울보 2008-01-04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저런 재주는 어디서 나오느걸까요,

hnine 2008-01-04 14:22   좋아요 0 | URL
빵순이 과자순이로 태어난 제 유전자에서 나오지 않을까요? ㅋㅋ 목마른 사람이 샘 판다고 제가 밥보다 좋아하는 것들이라서요. 나이들면서 많이 자제하고는 있지만 ^ ^

깐따삐야 2008-01-04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계란과자 무지무지 좋아하는데!
노란 봉지에 병아리 그림 그려져 있던 어릴적 그 계란과자가 마구마구 떠올라요.
집에서 만들어 드신다니 넘흐 멋져요.^^

hnine 2008-01-05 20:46   좋아요 0 | URL
와...깐따삐야님의 기억력이란 정말 감탄스러울 정도라니까요. 맞아요, 노란 병아리 그림 그려져 있던 봉지. 이젠 그 포장 봉지가 보고 싶어지네요 ^ ^

bookJourney 2008-01-05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란 두개, 밀가루, 설탕이 재료의 전부. 굽는 시간 15분 ... 이라구요?
오호~ 이건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아들딸에게 골고루, 각자 먹고 싶은만큼 먹으라고 할래요 ^^

hnine 2008-01-05 20:48   좋아요 0 | URL
제가 언제 한번 레시피 올리지요 ^ ^
한번 구우니까 과자가 마흔개 쯤 나오더라고요. 충분하겠지요?

세실 2008-01-05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순이 임에도 직접 할 생각은 안 나는걸요. 따끈따끈한 계란과자 어떤 맛일까요? 아....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행복하시길....

hnine 2008-01-05 20:49   좋아요 0 | URL
요 바로 다음에 구운 빵은 실패해서 지금 저 혼자 부지런히 먹어 없애고 있습니다 ㅋㅋ...이렇게 사진 올리는 것들은 그중 성공한 것들이지요.
세실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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