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많이 안 읽어오던 분야의 책을 좀 읽어볼 요량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 크리스티앙 자크의 장편 역사 소설 람세스 (무려 다섯권 짜리이다), 그리고 로빈 쿡의 의학소설이라는 벡터 (이건 두권 짜리) 이다. 두 권 모두 명실상부한 베스트 셀러라 할 수 있는 책들인데, 읽어갈 수록 나에게는이거 심상치 않다.

 

 

 

 

우선 람세스. 이집트의 파라오의 둘쨰 아들 람세스가 이런 저런 험난한 경로를 거쳐서 왕의 자리에 오르고 위대한 업적을 쌓기까지. 벌써 끝이 다 정해져 있는 스토리를 다섯권에 걸쳐서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그려놓았는지 몰라도 나는 그 페이지가 그 페이지 같은 것이다. 이건 내가 예전에 삼국지를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
또한 너무나 정형화 되어 있는 성역할이 여기 저기서 불쑥 불쑥 튀어 나와 읽는 나를 거북하게 한다. 성취욕 있는 남자에게 여자는 단지 그 성취 대상의 일부로 그려지는 것. 주체적인 사고와 행동을 가진 인간이라기 보다, 외모에서 결정되는 아름다움과, 남자에게 도움이 될 정도의 지혜와 덕도 갖추면 딱 좋은.

 

 

 

 

그리고 벡터. 생물학적 무기가 등장한다고 해서 의학소설이라고 이름표를 달게 되었나. 뭐야...또 너무나 뻔한 스토리잖아. 투덜투덜... 병원이나 과학수사 등이 배경이 되는 소설이나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인기는 대단하다. 그런데 나는 차라리 그런 배경을 안고 쓰여진 소설보다는 '병원24시' 같은, 실제 상황 그대로를 다큐 식으로 보여주는 tv프로그램이 더 좋다.

나와는 궁합이 안 맞는 쪽인가보다...라고 생각하고, 자꾸 더 눈길이 가는 저~기 저 책, 서평단에 뽑혀서 받은 '아시아... 어쩌구' 하는 저 책 부터 읽을까나?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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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23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덜이 스머프가 어딘가 있을듯합니다.
읽기 싫어지는 책이 있어요.
그래서 처음 몇 장으로 끝내기도 하고요.
님에게는 좋은 시간이 되길 바래요.

hnine 2007-08-24 21:05   좋아요 0 | URL
아직까지는 포기안하고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람세스 자그마치 다섯권을 끝까지 읽을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에고...얼마나 창피할까. 줄줄이 발표되고 있는 학력 위조 관련자들.
이미 사회에서 잘 알려진 공인들이고, 결혼해서 자녀들도 있는 사람들은 더구나 다른 사람보다도 자식 보기가 얼마나 민망할까.

그 옛날에도 친정아버지께서는 결혼하시기 전에 엄마 학교에 가셔서 엄마 성적표를 떼어보고 결혼하셨다고 해서 그 얘기를 지금도 식구들 모이면 가끔 화제에 올리는데...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 아침 문득 든 생각, 학력 위조한 분들, 위조한 그대로, 그 학교에 정식으로 입학 절차를 밟아 수업받고, 시험 보고, 논문 써서 졸업까지 하게 하는 것이다. 모두 통과할 때까지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자격 박탈! 자신이 위조한 그대로 말이다. 지금까지 공짜로 누린 것, 지금이라도 댓가를 치루면, 그것도 학교 다니는 벌칙이면 개인적으로도 나쁠 것 없지 않으니까. 위조한 학교중 좋은 학교들 많던데...뭐...공부해서 남 주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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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7-08-22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쿠 재밌는 벌칙이네요. 아마 조용히 사라지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

hnine 2007-08-22 20:24   좋아요 0 | URL
조용히 사라지는 사람, 몽땅 잡아다가 책상에 앉혀놓고 공부시키기 ㅋㅋ...

미설 2007-08-22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러면 가고 싶은 학교 맘대로 갈 수 있을텐데요.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을 듯 해요. 벌칙 치고는 나중에 학위도 생기고 약해요, 약해^^

hnine 2007-08-22 20:25   좋아요 0 | URL
가고 싶은 학교, 학력고사를 보든, SAT를 보든 시험봐서 들어가게 해야지요. 하던 일 다 놓고 시험 공부 시키는거예요 ㅋㅋ

비로그인 2007-08-22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좋아요 아주 좋아요~ :)

hnine 2007-08-22 20:25   좋아요 0 | URL
히히 재미있죠? 걸린 사람들 모두 한방에 모아놓고 입학시험 혹은 졸업시험 공부 시키기...장면을 상상해보면 웃음나오지 않나요? 낄낄...

울보 2007-08-22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요즘 하루도 빠지지않고 들리는 소식이던데,,

hnine 2007-08-22 20:27   좋아요 0 | URL
학교 졸업장, 외모, 이런 것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최상위 가치 수준에 올라섰을까요. 서글프기도 하지요.

라로 2007-08-22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발한 착상이세요~.ㅋㅋ

hnine 2007-08-23 00:39   좋아요 0 | URL
저 혼자 생각이지요 뭐~ ^ ^

마노아 2007-08-23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기발한 아이디어군요. 죽도록 공부시키는 벌... 음... 좋아요..^^ㅋㅋ

hnine 2007-08-23 10:53   좋아요 0 | URL
이렇게 도움이 되는 벌이 어디있겠어요, 그치요? 공부하라는데...ㅋㅋ

2007-08-23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7-08-23 10:54   좋아요 0 | URL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시간 벌기 위한 방법으로 역이용하면 안되겠습니다~ ^ ^ 추천, 감사하고요~
 

겉으로 보기엔 엄마를 더 찾는 것 같아도
아이는 아빠를 무척 좋아한다.
내가 저녁식사 준비하는 기미가 보인다 싶으면 벌써 아빠에게 전화해도 되냐고 내게 물어본다.
언제 오냐고 전화를 걸어서는 혹시나 지금 가고 있는 중이라거나, 막 출발하려고 한다는 말을 들으면 아이는 얏호! 소리를 지른다.
집이 1층인 관계로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기척이  모두 들리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보이진 않아도 아빠같은 기분이 드는 순간이 있는지 느닷없이 밖을 향해서 "아빠야?" 외칠 때도 있다.
보통은 11시나 되어야 잠자리에 들던 아이가 요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관계로 저녁 9시만 되면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아빠를 못 보고 잠 드는 날이 많았다. 그게 남편도 많이 아쉬웠는지 어제 토요일엔 퇴근하여 들어오자 마자 갑자기 예정에도 없던 바닷가 갯벌체험엘 가자고 했다.

그래서 오늘 일요일 다녀온 곳, 집에서 두시간 거리 충남 서천군 바닷가이다.



 

 

 

 

 

 

 

 

더울 땐 집에서 꼼짝하기 싫어하는 나는 사실 별로 내키지 않았으나 말없이 따라나서 아이와 조개캐는 흉내를 내었다. 휴가철이 거의 끝나가는 갯벌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길도 안 막히고 예정보다 일찍 집에 돌아오는 길, 부여의 능산리 고분터에 들렀다가 내가 좋아하는 꽃을 보고 사진에 담았다. 수레국화인지 구절초인지, 늘 헷갈리는 이 꽃.









 

 

 

 

 

 

일기쓰기를 마친 아이를 재우려고 누웠는데 아이가  아까 바닷가에서 우리가 조개캐는 갈고리도 빌리고 나중에 새우깡을 사기도 했던 그 구멍가게의 빨간 옷 입은 아저씨가 생각난단다. 연세도 꽤 있으신데, 귀도 어두우시고 셈도 잘 못하시던 아저씨였다. 나도 어릴때 자려고 누우면 문득 낮에 본 방문판매 아주머니라던지, 좀전에 멍개떡 사라고 외치며 지나간 아저씨 등이 떠오르며, 많이 못 팔았으면 어떻하나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고추잠자리가 눈에 많이 뜨이고, 오늘 새벽에 보니 해가 그새 조금 짧아졌다. 5시면 벌써 제법 훤하던 것이, 지금은 아직도 어둑한걸 보니.
더위에 맥을 못추다 보니, 선풍기 켜지 않고도 선들한 이 새벽 시간이 너무도 감사하고 좋아서 요즘 매일 이렇게 늦게까지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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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7-08-20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일 잘 보내신 것 같네요.
매일 그렇게 '일찍'까지네요. 다섯시라.... ^^

hnine 2007-08-20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이름만 봐도 가을이 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새벽엔 시간이 더욱 휘리릭 가지요. 어제 갯벌을 좀 걸었다고 아침에 일어나더니 남편은 다리가 뻐근하다고 난리입니다 ^ ^

비자림 2007-08-20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도 아빠가 인기만점이랍니다.
동성이라서 그렇고 자주 못 봐서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후후
갯벌 체험 재미있었겠네요. 저희는 제주도 가서 게 잡았었는데 아이들이 처음엔 좀 무서워하다가 나중엔 장갑 끼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잡더라구요.^^

hnine 2007-08-20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우리 나이 들어 외로워지는 것 아닐까요? ^ ^

hnine 2007-08-21 0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 벌개미취도 제가 위의 두 이름과 함께 헷갈리는 꽃이름인데, 섬사이님 말씀이 맞겠지요? ^ ^ 크기 약 1cm나 됭까 말까한 작은 조개들과 갯지렁이만 잔뜩 보고 왔답니다.

씩씩하니 2007-08-21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개미취가 맞는거 같아요...구절초는 아직 조금 더 있다가 저렇게 확 피는거 같거든요..
그나저나,,이상해요..아빠가 인기 있는거 말에요..
어떨 땐..조금 손해보는거 같애요..내가 훠~~얼씬 많이...뭔가를 해주는데...ㅋㅋㅋ
님이 건강하게 여름을 보내구 계셔서.>뿌듯한 맘으로.돌아갑니다!!

hnine 2007-08-21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이제 헷갈리지 말고 잘 기억해두어야겠어요, 벌개미취.
건강하게 땀 팡팡 흘리면서 제대로 여름을 잘 보내고 있답니다 ^ ^

세실 2007-08-22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갯벌 체험 다녀오셨군요.
저흰 아이들의 개성이 참 강해요. 지난주만해도 보림이는 바다를 원하고, 규환이는 가까운 수영장을 원하고...결국 수영장에 다녀왔답니다. 물론 애들이랑 아빠만...가끔은 아빠랑만의 데이트할 기회를 만들어 주라고 하네요.

hnine 2007-08-22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아빠와 아이들이 데이트를 즐기는 시간은 엄마에게는 귀중한 휴식시간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다린이는 아빠 좋아하면서도 꼭 엄마도 끌고 가려고 하네요...
 

나도 매일 사소한 일에 위조하며 산다. 좋으면서 싫은 척, 싫으면서 좋은 척, 행복하지 않은 순간에 행복한 척, 끝까지 가지 못한 일에 끝까지 다 간 척.

더 크게는 내 인생, 위조하며 산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분명히...

문서상의 위조만은 아직 없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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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7-08-16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더운 날씨에 잘 지내세요? 정말 요새 뉴스마다 학력위조 건이 너무 나오네요. 그들도 그들이지만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폐해가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해요.
저는 이제 방학이 5일 정도 남았네요. 정말 연수 한 번 안 받고 푹 쉰 방학인데 아이들 챙겨 주고 같이 있는 거로도 즐겁더라구요. 님도 잘 지내시죠?

hnine 2007-08-16 20:29   좋아요 0 | URL
비자림님, 너무 반갑습니다. 지형이, 지학이도 잘 있지요? 방학이 5일 남았다니 하루가 정말 금쪽 같으시겠어요 ^ ^ 어떻게 지내셨는지 많이 궁금하네요.

홍수맘 2007-08-16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 공감요.
이 여름 잘 이겨내고 계신거죠?

hnine 2007-08-16 20:30   좋아요 0 | URL
홍수맘님, 여태 잘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너무 덥네요. 요즘 바쁘신가요?

2007-08-17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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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을 읽으면서 김 훈의 문체와 분위기를 알게 되었기는 하나, 그의 소설로는 처음인 이 책을 읽으며 좀 더 그의 글의 분위기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심각하고 진지하고 무겁다.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무표정의 표정을 하고 있을 것만 같다.

이 책에 실린 여덟편의 소설들.
'배웅', 헤어짐이다. '화장', 죽음이다, 즉 더 갈수 없는 이별, '항로표지', 떠남이다, '뼈', 폐허로 남겨짐이다, '고향의 그림자', 상처와 징계, '언니의 폐경', 친숙하던 것, 대상으로부터의 이별 선언, '머나먼 속세' 타인을 무너뜨리고 일어서보려는 나, '강산무진' 시한부 선고후 출국하는 사내의 이야기, 여덟 편의 소설들이 어쩌면 다 이렇게 음울하단 말인가.
그는 인물들의 심리를 구구절절히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설명없이 그대로 드러내준다.
어떤 설명도 그렇게 적나라할 수 없을 정도로.

'배는 단애 모퉁이를 돌아서 사라졌다, 버리고 간 기저귀가 빨랫줄에 걸려 있었다. 배가 사라진 쪽으로 기저귀는 길게 나부꼈다 (126쪽 '항로표지')
'새벽 네시까지는 아득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 (30쪽 '배웅')
'날이 흐려서 바다는 잿빛이었고, 구름을 뚫고 쏟아지는 빛의 다발이 눈 덮인 먼 산들 위에 얼룩 무늬를 드리우고 있었다. <강산무진도>는 살아 있는 내 눈 아래 펼쳐져 있었고 그 화폭 위쪽, 산들이 잔영으로 스러지고 바다가 시작되는 언저리에서 새빨간 럭키 스트라이크 담뱃갑이 바람에 날리는 환영이 보였다. (352쪽 '강산무진') 소설의 마지막 단락들인데, 보다시피 글을 마치는 방식도 이런 식이다.

무심으로 가장하고 주위 환경과 상황을 묘사함으로써 인물의 심리 상태, 또는 그 이상을 말하고 있다. 파랑색이나 초록색, 더구나 오렌지 색도 아닌 무채색 상황에 이르러, 그래도 연고 없는 등대지기로, 취객을 태우는 택시 기사로 뿌연 잿빛 안개 속 최소한의 행보를 계속해야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김 훈은 예의 그 '밥벌이'의 숭고함을 말하려 함인가, 아니면 그 지겨움을 말하려 함인가. 아니면 그의 밥벌이는 곧 '인생'의 다른 표현인가.

읽으면서자주, 이십여년 전 내가 대학생일때 대학생들의 필독서 리스트에 빠지지 않던 최 인훈의 소설들이 자꾸 떠올려졌다. '광장'과 '회색인'. 분위기가 닮았다. 작가의 문체가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직감일까. 최 인훈은 내가 무척 좋아하던 작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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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16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에게서 어두운 분위기를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그다지 건강하지 않은 느낌으로 책장을 덮곤 했죠.

hnine 2007-08-16 20:32   좋아요 0 | URL
예, 읽으면서 내내, 그리고 다 읽고 난 후에도 마음이 무거웠어요.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