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은 희경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비슷한 세대의 국내 여자 소설가들 중 비슷비슷한 이미지라며 가지고 있던 선입관을 깨뜨려 보고 싶었다. 이 책에는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를 비롯해서 2005년에서 2007년에 출판된 여섯개의 중편이 실려있는데,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라는 이 근사한 제목은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중 한 문장이라고 한다.
내가 읽은 은희경의 소설은, 듣던 대로 날카롭다, 예리하다. 어리숙하지 않은 인물들, 상대편의 의도를 꿰뚫는 인물들의 대화, 글 전체에 흐르는 느낌도 그렇다. 읽으면서 어느 부분에서는 날카로와 베일 것 같은 느낌조차 들 때가 있었다. <의심을 찬양함>과 <고독의 발견>에서 시간을 당겼다 밀었다를 반복하며 종횡무진하는 저자의 의도, 자기를 여러 개로 쪼개어 시공을 초월한 여러 장소에 이합 집산 가능하게 한다는 발상, 다른 사람과의 관계보다는 개인 내부에 더 집중되어 있는 듯한 인물들의 성격, 끝까지 읽은 후에도 그 모든 것을 통한 어떤 메시지가 전해오지 않을 때의 당혹감은, 저자의 의도를 어렴풋이라도 알겠지만 단지 명확하게 말로 표현이 안 되는 경우와는 매우 다르게, 어떤 단절감마저 들게한다.
"은희경은 하나의 브랜드다"라는 말에 동조한다면 내가 생각하는 그 브랜드는 바늘로 찔러 피 한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라고나 할까. 소설을 읽을 때 소설 자체보다 소설가에 더 신경쓰며 읽고 있지 않나, 나의 독서 습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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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25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전아니고는 현대 작가는 이름도 모르고 책을 접할 때가 많아요.
책을 읽다보니 전에 봤던 문체인것같아 어디였는지 찾고 싶은데 모를때, 가장 안타까웠죠.

hnine 2007-07-25 21:21   좋아요 0 | URL
저는 확실히 사람 위주인 것 같아요. 만약에 누구의 성장소설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면 성장소설을 더 찾아 읽기보다는 그 소설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 읽는 것 부터 해요. 은희경의 소설들은 냉랭하고 건조한 느낌이었어요.

fallin 2007-07-25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희경의 소설들은 예전에 읽었는데..사실 그동안 책을 건성건성 읽었나봐요. 기억이 잘 안나요^^;;; 근데 느낌이나 이 작가의 이미지는 님과 비슷해요. 냉소..차가움..그런 것들인 거 같아요..

hnine 2007-07-25 21:24   좋아요 0 | URL
저는 이렇게 날이 서있는 분위기였다가도 인간적인 결말이 나는 스토리를 좋아하는데, 은희경의 소설들은 끝까지 냉소적이더군요. 그것이 이 작가의 개성일지도 모르겠는데, 제가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질 않아서 모르겠네요.
 

1. 따져서 이길수는 없다.
2.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도 잔소리는 용서가 안 된다.
3. 좋은 말만 한다고 해서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것은 아니다.
4. 말에는 자기 최면 효과가 있다.
5. '툭'한다고 다 호박 떨어지는 소리는 아니다.
6. 유머에 목숨 걸지 말라.
7. 반드시 답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화를 자초한다.
8. 상대편은 내가 아니므로 나처럼 되라고 말하지 말라.
9. 설명이 부족한 것 같을 때쯤 해서 말을 멈춰라.
10.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뒤에서도 하지 말라.

11. 농담이라고 해서 다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12. 표정의 파워를 놓치지 말라.
13, 적당한 때 말을 끊으면 다 잃지는 않는다.
14. 사소한 변화에 찬사를 보내면 큰 것을 얻는다.
15. 말은 하기 쉽게 하지 말로 알아듣기 쉽게 해라.
16. 립 서비스의 가치는 대단히 크다.
17. 내가 이 말을 듣는다고 미리 생각해 보고 말해라.
18. 지루함을 참고 들어주면 감동을 얻는다.
19. 당당하게 말해야 믿는다.
20. 흥분한 목소리보다 낮은 목소리가 위력 있다.

21. 한쪽 말만 듣고 말을 옮기면 바보 되기 쉽다.
22. 눈으로 말하면 사랑을 얻는다.
23. 덕담은 많이 할수록 좋다.
24. 자존심을 내세워 말하면 자존심을 상하게 된다.
25. 공치사하면 누구나 역겨워 한다.
26. 남의 명예를 깎아내리면 내 명예는 땅으로 곤두박질 처진다.
27.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면 진실성을 인정받는다.
28. 잘난 척하면 적만 많이 생긴다.
29.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해야 인정받는다.
30. 말의 내용과 행동을 통일시켜라.

31. 두고두고 괘씸한 느낌이 드는 말은 위험하다.
32. 상대에 따라 다른 언어를 구사해라.
33. 과거를 묻지 말라.
34. 일과 사람을 분리해라.
35. 애교는 여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36. 자기 자신을 제물로 사용해야 웃길 수 있다.
37. 대화의 시작은 호칭부터다.
38. 대화의 질서는 새치기때문에 깨진다.
39. 말을 독점하면 적이 많아 진다.
40. 무시당하는 말은 바보도 알아듣는다.

41. 작은 실수는 덮어주고 큰 실수는 단호하게 꾸짖어라.
42. 지나친 아첨은 누구에게나 역겨움을 준다.
43.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한 비밀을 털어놓는 것은 무덤을 파는 일이다.
44. 악수는 또 하나의 언어이다.
45. 쓴 소리는 단맛으로 포장해라.
46. 말은 입을 떠나면 책임이라는 추가 달린다.
47. 침묵이 대화보다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
48. 첫 한 마디에 정성이 실려야 한다.
49.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면 대화는 저절로 잘 된다.
50. 낯선 사람도 내가 먼저 말을 걸면 십년지기가 된다.

51. 목적부터 드러내면 대화가 막힌다.
52.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해서 말하면 큰 낭패를 당하기 쉽다.
53. 말을 잘 한다고 대화가 유쾌한 것은 아니다.
54. 내 마음이 고약하면 남의 말이 고약하게 들린다.
55. 타협이란 완승, 완패가 아니라 승&승이다.
56. 험담에는 발이 달렸다.
57. 단어 하나 차이가 남극과 북극 차이가 된다.
58. 진짜 비밀은 차라리 개에게 털어놓아라.
59. 지적은 간단하게 칭찬은 길게 해라.
60. 가르치려고 하면 피하려고 한다.

61. 정성껏 들어면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62. 비난하기 전에 원인부터 알아내라..
63. 내 말 한마디에 누군가의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64. 눈치가 빨라야 대화가 쉽다.
65. 불평하는 것보다 부탁하는 것이 실용적이다.
66. 말도 연습을 해야 나온다.
67. 허세에는 한 번 속지 두 번은 속지 않는다.
68. 내가 먼저 털어놓아야 남도 털어놓는다.
69. 그런 시시한 것조차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70. 약점은 농담으로라도 들추어서는 안 된다.

71. 지나친 겸손과 사양은 부담만 준다.
72. 도덕 선생님은 선생님 자리에서 내려올 수 없다.
73. 말은 가슴에 대고 해라.
74. 넘겨짚으면 듣는 사람 마음의 빗장이 잠긴다.
75. 말투는 내용을 담는 그릇이다.
76. 때로는 알면서도 속아 주어라.
77.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
78. 정성껏 들어주면 돌부처도 돌아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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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7-24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애교는 여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에 콕 박혀요..

hnine 2007-07-25 01:43   좋아요 0 | URL
저도 별로 애교있는 여자는 아닌 것 같네요 ^ ^

비로그인 2007-07-25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옳은 저 말을 할때마다 일일이 기억하는 사람은 없겠죠?
저는 38번이 콕 박혀요.

hnine 2007-07-25 21:18   좋아요 0 | URL
남의 말을 끝까지 못듣고 끼어 드는 것, 저는 누가 이러면 그 다음 부터 입을 그냥 꾹 다물어버려요. 이것도 문제이지요. 저는 일과 사람을 분리시키라는 34번이 특히 잘 안 되더군요.
 

비가 콸 콸 콸 소리내며 내린다.
이렇게 열심히 퍼붇고 있구나.
내일까지 오고 장마가 얼추 끝난다지.

지금 이 비가 고마운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 비가 걱정스러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는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
다른 상황에 있는 사람이 있음을
오늘도 잊지 말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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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24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이른 새벽에 깨어계셨네요.
저도 오늘은 좀 일찍 일어났어요.
마음이 가라앉네요.
좋은 하루되세요.

hnine 2007-07-24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서님, 제가 새벽형 인간이거든요, 새벽에 일어나 별로 생산적인 일을 못해서 그렇지 ^ ^
민서님에게도 오늘 좋은 일이 있으시기를. 오늘 서재에는 어떤 글을 올리실려나...
 
셜록 홈즈 전집 1 (양장) - 주홍색 연구 셜록 홈즈 시리즈 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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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제목에 '30년 만에' 라는 말을 썼다가 지웠다. 초등학교 5학년때였나, 이 세상에 추리소설이라는 종류의 책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얼마나 재미있던지, 새삼스럽지만 시간만 나면 읽어댔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도 읽고 집에서는 잠자기 직전까지 읽고.
그 당시 초등학교 수준에서 손에 넣을 수 있는 추리소설이라면 홈즈와 루팡이 나오는 책들, 그리고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정도. 그 때 너무나 몰아서 읽었는지, 최근에는 추리소설을 접해본 기억이 없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다시 읽어본 책이 바로 이 책. 이 책인 이유는, 아직도 가지고 있는 홈즈라는 인물에 대한 매력, 웬지 추리소설을 다시 읽더라도 홈즈부터 읽으며 워밍업을 해주어야할 것 같은 혼자 생각 때문이기도 하고, 또 하나는 이 책이 어느 번역 관련 책에 소개된 것을 보고서였다. 명확이 이 책이라고 언급된 것은 아니었으나, 성공한 번역의 예로 소개되어 있어 궁금했다.
셜록 홈즈 전집중 첫번째 권인 이 책의 제목은 A study in scarlet, <주홍색 연구>라고 번역이 되어 있는데, 읽으며 놓친 것인지, 책의 내용과 제목이 어떻게 연관된것인지 금방 감이 오질 않는다. 홈즈 만의 사건 해결 방식, 홈즈가 즐겨 단서로 이용하는 발자국, 담배재, 필적 등등이 예외없고, 그의 신중하면서도 거침없는 사건 해결 과정은 여전하지만, 왠지 예전처럼 감탄하며 읽게 되지는 않는 것은, 이미 읽은 적이 있다는 이유만일까?
증거물로 수거한 약물을 홈즈가 시험해보이려 할때 마침 주인집에서 안락사 시키려고 하는 개가 있어주는 것이라든지, 전혀 관련없던 일을 해오던 범인이 평소에 약물 제조 과정을 익혀 알고 있었다는 설정등이 어딘지 어설퍼보였다.
이 책은 또한 저자 코난 도일의 모르몬교라는 특정 종교에 대한 편견,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이 드러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책이기도 하다.
2권, 3권, 계속 나아가 볼 것인가 생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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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바다에서

                                   
                                          유   안 진

 

단 내 차오르는 불볕 아래 서면
             숨이 가빠 숨이 가빠 혼절할 수 밖에 없고

     별빛 꽂히는 밤 바닷가에 나아오면
           마녀의 펄럭이는 옷자락에 매어달린 채

왕자 얼굴 한번 엿보기 위하여
 벙어리가 되어버린 인어아가씨

그녀의 어리석음이
부러워서 나는 운다

                                   --------------------------------------------------

대학교 때 유 안진이라는 시인을 참 좋아했다.
사춘기 소녀도 아니면서
종이에 시인의 이름을 자꾸 자꾸 써 보곤 했다
한글로, 그리고 한문으로까지, 
유. 안. 진. 柳. 岸. 津...
그리고 소리내어 읽어 보고는.
시인의 이름에서
시인의 시와 비슷한 느낌이 난다고 생각하고 웃었다.
오늘 누렇게 바랜 한권의 노트를 찾아 내어
먼지를 탁탁! 털고 펼쳐 보았다.
검은 색 만년필로
한 페이지에 한 편씩
좋아하는 시를 적어 놓은.
쓰면서 행복했던 기억
나의 재산은 바로 이런 것
...

 

(한 편 더...)


용 기

 

                             유    안 진

 

장마철 무너져 내리는
사태비탈에서도

쐐기풀 한 포기가
몸을 털고 일어선다

저 용기 저 기백을 보고
마음 고쳐먹는다 

                                       --------------------------------------------

역시 이 시도
마지막 연이 포인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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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pix 2007-07-22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단아하고 참 좋네요. 좋은 시 읽고 갑니다. 'ㅁ'/

hnine 2007-07-22 04:59   좋아요 0 | URL
twinpix님, '단아'하다고 표현해주셨군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