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할 당시 보고 싶다 생각만 하고 지나쳤던 영화들 중에 우리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와 'little miss sunshine'이 있었다. 그러다가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며칠 전에 이매지님 페이퍼를 보고서, 'little miss sunshine'은 그보다 좀 더 전에 jude님 페이퍼를 보고서 다시 생각났다.

어제서야 보게된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약간 실망, 오늘 본 little miss sunshine은 썩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된다.



 

 

 

 

 

 

 

 

 

 

 

 

 

 

 

'리틀미스선샤인'이라는 제목은 캘리포니아에서 개최되는 어린이미인대회 이름이다.
이 영화의 올리브라는 어린꼬마가 참가하게 되어 온 가족이 저기 보이는 노란 고물 자동차를 타고 1박2일 여정으로 캘리포니아를 향해 떠난다.
이 가족이 얼마나 웃기는 구성이냐하면, 늘 실패만 하는, 보잘 것 없는 직업의 아빠와, 이런 아빠를 남편으로 두어 스트레스를 받는 엄마, 마약을 상습 복용하는 할아버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동성연애자 외삼촌, 비행사가 되는 것이 꿈인, 입을 닫아버린지 9개월 된 오빠, 그리고 아직까지는 명랑 쾌활한, 미틀미스선샤인 대회 출전이 꿈인 어린 딸...모두 낙오자의 타이틀을 달 자격들을 한가지씩은 가지고 있는 가족들이다. 서로 비난하고, 소리지르고, 웃고, 울고, 좌절하고...




 

 

 

 

 

 

 

 

 

 

 

 

 

자기 인생에 도움이 안되는 가족들이라고 서로 생각들을 하고 있지만, 결국 영화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것 아니었나 싶다. "Whatever happens, we are the family." 평범하기 그지 없는, 엄마의 이 대사가 모든 걸 얘기해주고 있지 않는가.
외삼촌이 조카에게, 한때 total loser였던 프루스트 얘기를 해주면서 prime suffering years에 대해 말한 부분도 비디오를 다시 돌려가면서 몇 번 다시 보았다. 그 사람을 현재의 그로 만드는 것은 행복했던 시간들 (happy years)이라기 보다는, 좌절하고 힘들었던 시간들이기 때문에, 그 시간들을 미워하고, 후회스럽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보다 더 가슴을 아프게 한 말은 아홉달 동안 입을 닫았다가 마침내 다시 말을 하기 시작한 소년의 말이었다. "Life is one fucking beauty contest after another." 유치원 다음엔 초등학교, 다음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이런 정해진 순서대로 따라가며 정형화된 성공의 틀로 자신을 밀어 넣으려는 현대 사회를, 인생은 이런 바보같은 beauty contest의 연속일 뿐이라고 하는 말이다.

친구중 하나가 하고자 하는 일이 뜻대로 안되는 것에 절망하여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 하소연한 적이 있다. 내가 무슨 조언을 해줄 자격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저 이 말 밖에는 안 나왔다. 그냥 꾸역꾸역 살으라고. 지금 밑바닥을 치고 있는 것 같지만, 꾸역꾸역 그냥 살아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밑바닥에서는 벗어나 있는 것을 알게 될거라고.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고...기타 등등 에 대하여 생각을 유보하고 사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 주어진 삶. 묵묵히, 지금 내 자리에서 내가 할수 있는 일들을 해내며 (이것을 위에서 '꾸역꾸역'이라고 표현했나보다 나도 모르게 ^ ^) 견디어 나가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것도 없고, 보상이 있고 없음을 잴 것도 없다. 사람의 인생에는 이렇게 극복해야할 시기가 꼭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을 알아차리고 따뜻하게 껴안아 줄 수 있는 '가족'이 있음을, 있는 사람은 있어서, 없는 사람은 없어서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될 영화이다.

내가 '좋은 영화'라고 부르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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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행복한 직업 - 엄마학교 교과서
서형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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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2006년 나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책 중 한 권이 이 저자의 책이다. <엄마학교>, <거꾸로 사는 엄마> 에 이어, 새 책이 곧 또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기다리다가 어제 드디어 손에 들어왔다. 바로 이 책<엄마라는 행복한 직업> 역시 단숨에 읽었다. 하긴 이 책은 읽기만 하기보다는 볼거리가 많은 책이다. 2006년 9월에 서울 북촌 한옥 한채에 '엄마학교'라는 것을 열고 안팎으로 꾸려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엄마학교의 구석구석을 보여주는 사진과 거기에 담겨 있는 사연과 함께.

저자의 글, 또는 말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달콤한 육아, 편안한 교육, 행복한 삶'
이 중 어느 하나도 자신있게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우리 엄마들. 육아가 달콤하던가, 아이의 교육문제를 생각할 때 편안하기만 하던가, 제일 중요한 것 지금 나의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런데 저자가 하는 말을 들어보라. 육아가 달콤했다고 한다. 편안하게 교육시켰다고 한다. 매일 오늘과 같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오늘을 산다고 한다.
이 사람이 사회의 어떤 뚜렷한 분야에서 업적과 성과를 이룬 사람이던가? 뛰어난 미모로 세상에 알려진 사람이던가? 사회의 부조리와 정의를 위해 팔 걷어부치고 치열하게 싸우듯이 살아온 사람이던가?

그냥 보통의 엄마로만 보이는 사람. 나를 사랑하듯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살았고, 내 아이가 중하니 다른 아이가 자라는 모습에도 관심을 가졌고, 그래서 먹을 거리, 환경, 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한살림'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사람. 이런 제반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아 글도 쓰고 강의를 해오며 늘 머리를 깨워 두고, 마음을 열어 두었으며 손은 바빴다. 저자의 책을 처음 읽을 때에는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던 것을, 한번 읽고 또 한번 읽고 저자의 말을 들어보기도 하고, 새로이 이 책도 읽어보면서 드는 생각은,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보통의 소신과 주관, 자신감, 그리고 여유로 자신을 다스리고 채우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삶의 방식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다. 보통 내 아이가 행실이 바르지 않아 보이는 아이와 어울리는 것을 보면 내 아이가 그 아이를 닮아갈까봐 불안해하며 멀리했으면 하고 내심 바라는 것이 보통 엄마들인데, 저자는 저 아이가 내 아이를 닮아갈 수 있겠구나 생각한다니, 종이 한 장 차이 같지만 그런 마음 가지기가 쉽지 않음은 모든 엄마들이 인정할 것이다. 어떻게 가능할까?

욕심을 조금만 버리라고 한다, 아이든 남편이든 내 맘대로 하려들지 말고 기다려주라고 한다, 서두르지 말고 여유를 가지라고 한다. 눈치 챘겠지만 내가 상대하는 대상을 바꿔놓으려 하지 말고, 내가 시선을 바꿔보고 서서히 상대와 교통해나가는 것이다 서서히.

실제로 저자의 글이나 말에서는 은근히 자부심과 당당함이 전해진다.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일을 하는 존재라고, 그냥 저절로 되어지기를 기대하면서, 그렇게 안된다고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면,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공부'하라고 한다.

생각컨대 나는 여전히 저자의 글에 영향을 받고 있는 중인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변화시켜 가는 과정을 조금씩 느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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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7-0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라는 직업,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전 별로 잘 해내지도 못하고 있구요.
그래요, 그것도 공부가 필요한 것 같아요. 자부심을 기본으로...^^

hnine 2007-07-06 18:18   좋아요 0 | URL
처음에 그냥 온화하고 자애로운 전통적인 엄마의 이미지로, 그런 엄마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라...라는 내용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뒤통수를 맞았지요. 인생의 성공이 있다면 그것은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모습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어요.

하늘바람 2007-07-07 0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봐야겠네요. 저도 요즘 참 많은 생각을 해요. 벌써부터 태은이가 보통 성질이 아니겠다싶은 ㅎㅎㅎ 그래서 이 아이를 바르게 키우려면 그러고도 요즘 교육세태를 따라가지 않으면서도 뒤떨어지지 않게 하고픈 엄청난 욕심. 따스한 엄마로 기억되고 픈 맘 어느 하나 쉬운게 없더라고요

하늘바람 2007-07-07 0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2006년 님의 결정이 궁금하네요

hnine 2007-07-17 14:50   좋아요 0 | URL
저는 모든 엄마들에게 저자의 책,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모든 부분에 수긍이 가지는 않겠지만 한번 읽어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봐요. 보통 대범한 엄마가 아니거든요. 2006년에 저는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냈다지요 ㅋㅋ ^ ^
 
딸아, 너는 절반의 실패도 하지 마라 - 이경자의 딸에게 쓰는 편지
이경자 지음 / 향연 / 2007년 6월
절판


중독의 이유

: 사람은 자기 자신을 송두리째 던지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빠질 때가 있다. 일에 명예에 자식에 연인에 도박에 자신을 모두 내던져 버린다. 그러나 일이나 명예나 자식이나 연인이나 도박에서 결코 자신을 찾을 수 없다. 그것은 공허에서 비롯된 중독이기 때문에 번뇌를 불러올 뿐이다.-27쪽

일이란 외부와 소통하고 자기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통로-37쪽

지금의 내가 나의 전부가 아니다

: 모든 문제는 자연에 해답이 있다.
뿌린 씨앗의 싹이 누렇게 마를 때,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원인을 살펴서 해결하려는 사람도 있다. 삶이 곤경에 처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 시기가 자신의 전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건 성급한 판단이다. 누구에게나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지 않다. 지금의 내가 나의 전부도 아니다.-164쪽

성공

: 성공하는 것이 행복한 것이 아니다. 행복한 것이 성공한 것이다.-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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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5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7-07-06 09:50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저도 그래서 밑줄그어 놓았답니다.
 
딸아, 너는 절반의 실패도 하지 마라 - 이경자의 딸에게 쓰는 편지
이경자 지음 / 향연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20여년 전, 책으로도 히트였고, TV 드라마 시리즈로도 만들어져 더욱 유명해졌던 작품이 저자의 <절반의 실패>라는 소설이었다. 20년 후, 이제는 다 자란 그녀의 딸 둘을 포함하여 나아가서 이 땅의 모든 여자들을 향하여 저자는 절반의 실패도 하지 마라는 제목의 책을 내었다.

28년 결혼 생활을 이혼으로 마무리한지 3년. 그제서야 이혼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이혼하고 나서야 결혼을, 그리고 남자를 더 잘 알게 되었단다. 이제 그녀는 한 고비 넘긴 사람의 목소리로 조용하게, 하지만 힘있게 말한다. 사는 것이 그리 녹녹치 않음을, 그러면서도 인생에 대해서 섣불리 판단하고 단정짓지 말라고.
절반의 실패라는 소설이 뭔가 고발하고 폭발하고 마는 인화성 스토리였다면 이 책 <딸아, 너는 절반의 실패도 하지 마라>에서는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보라고 , 그러기 위해서 우선 자신을 잘 가라앉히라고 충고하고 있다. 신혼의 갈등을 몸살로 비유하며, 몸살을 앓는 것은 당연하다고, 네 안에 시어머니가 있다는 말, 모성애라는 이름의 폭력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있냐고 묻고 있다. 심한 결핍은 병적인 집착을 낳는다는 것을, 그래서 첫 아이를 낳고 자식에게 나의 모든 것을 바치고 싶었던 것이라고, 이제는 그것을 알겠다고 고백한다.

끓을 때 익지 않는다 : 음식은 가장 높은 열에서 끓지만 끓을 때 익지 않는다. 끓고 나서 약한 불로 뜸을 들일 때 익는다. 과일은 한여름 무더위에 몸통을 키우지만 맛을 내지는 못한다. 대기에 수분이 줄어들고 땅이 입을 다물어 물을 삼키지 않는 건조한 가을볕에 빛깔이 짙어지고 맛이 든다. (본문 24쪽)

내가 읽었던 예전의 그녀의 소설이 '끓고 있는 중'의 글이었다면, 지금 이 책에서 만나는 글은 충분히 끓어 익은 글이라고 하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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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5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7-07-06 09:52   좋아요 0 | URL
처음에 이 작가를 볼 때는 다 옳은 말이면서도 어딘지 날이 서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는데, 시간과 연륜은 사람을 참 많이 변화시키는 것 같아요.
 
예술가의 거리 - 런던.비엔나.파리에서 만난 매혹의 예술여행 2
전원경 지음 / 시공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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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라는 책으로 처음 저자를 알게 되었다. 제목을 보자 마자 무릎을 탁 쳤었지, 제목 참 잘 붙였다 하고. 갓 결혼한 새내기 부부일 때 부부가 함께 쓴 그 책은, 군더더기 없는 알찬 내용이 참 인상적이었다. 이 부부 중의 아내되는 전원경이 이번엔 '예술가의 거리'라는 제목으로 런던, 비엔나, 파리 기행문을 내었다.

런던에서 방문한 곳으로는, 글로브 극장, 키츠 하우스, 셜록 홈스 박물관, 헨델하우스 박물관, 그리고 옥스퍼드와 캠브리지이다. 글로브 극장은 세익스피어 연극 공연 전문인 400년 역사를 가진 극장으로서 2000년에 개관한 테이트 모던 미술관과 함께 런던 테임즈 강가에 위치하면서, 과거와 현대가 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런던이라는 도시의 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음악의 도시 비엔나에서 만난 예술가는 베토벤, 슈베르트, 요한 슈투라우스, 화가 클림트, 그리고 첸드랄이란 이름의 까페. 마지막 여행지 파리에서는 레마르크의 <개선문>의 제목과 같은 개선문, 그리고 까페 푸케, 몽마르뜨, 쇼팽의 기념비가 있는 몽소 공원, 아뽈리네르의 시로 유명해진 미라보 다리 등이다.

읽고난 느낌은, '예술가의 거리'라는 제목에 내용이 얼마나 충실했나 하는 점에 있어서 그리 후한 점수를 주지 못하겠다는 것과, 조금은 과장되고 비약된 듯한 표현들이 군데 군데 눈에 띄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여행의 목적이, 어떤 책을 내기 위한 '일'로서 떠난 여행이었음이 이렇게 드러나야했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이 책에서 한가지 돋보이는 것은 편집과 제본이라고 하겠다. 몽마르뜨 언덕을 표지 사진으로 해서, 안쪽 표지는 저자가 방문한 각 장소들의 입장권을 편집하여 노란 바탕에 은박으로 인쇄하였다. 그리고 이런 제본을 뭐라고 부르는지 잘 모르겠으나 300쪽이 조금 넘는 분량의 책이지만 읽는 동안 책장이 넘어가지 않고 양쪽으로 펼쳐진 상태가 잘 유지되는 그런 편집이어서 읽기에 편리했다.

예술비평을 공부했고 일한 경험이 있는 저자의 다음 작품도 기대를 해본다. 처음 읽은 책에서 받은첫인상이 워낙 좋았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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