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편의 영화를 봤다.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많이 본 해는 아직 없었다.
53 편중 별점 다섯으로 표시해놓은 영화가 여섯 편이었다.
1. 마나나의 가출 (원제 My Happy Family)

2017 Georgia (국명) 영화이다.
감독은 나나 에크브티미슈빌리, 시몬 그로스
주연은 이아 슈글리아시빌리
50대 고등학교교사 마나나는 허름하고 좁은 아파트에서 친정부모, 생활력 없는 남편, 백수 딸 부부, 역시 백수인 아들과 함께 산다. 온 식구들의 뒤치닥꺼리에 지치고 반쯤 자기 삶은 포기하다시피 하고 살던 마나나는 뜻밖의 계기로 뜻밖의 결단을 내리고 실행한다. 가족에게는 돌발적으로 밖에 이해안되는 마나나의 결단이 무엇인지는 우리말 영화 제목에 나타나 있다.
영화가 다 끝났는데 끝인지 모르고 한동안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던 영화이다.
2. 집안사정 (원제 A Family Affair)
2015년 네덜란드 영화
감독 톰 파사에르 (Tom Fassaert) 가 직접 자신의 가족사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영화이다.
가족관계에 있어서 결정적 시기에 결핍되었던 최소한의 교류, 애정, 시간은 나중에 어떤 노력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 refill, replace, recover 불가인 경우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집안사정'이라는 우리말 번역 제목이 재미있다. 영화 전체 분위기와 너무 다른 느낌의 제목이다.)

3. 스카페이스 (Scarface)
1983년 미국 영화. 1932년에 동명의 영화가 출시된바 있다. 워낙 유명한 영화인데 잔혹한 범죄 영화 쯤으로 생각하고 볼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Brian De Palma), 각본은 올리버 스톤, 주연 알 파치노 (Al Pacino), 미셸 파이퍼 (Michelle Pfeiffer)
쿠바 난민이자 전과자 경력이 있는 토니 몬타나는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미국 플러리다주 마이애미에 도착한다. 스카페이스는 토니의 또다른 이름으로서, 실제 이 영화가 모델로 삼았다는 알 카포네의 별명이기도 했다.
암흑가의 거물로 성공한 토니는 모든 것을 얻었지만 모든 것을 잃었다.
"The world is yours." 이 영화의 유명한 대사이다.
과연 욕설, 살인, 복수, 폭력, 마약, 총격전이 난무하는 영화인 것은 맞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머리 속에는 그런 잔혹한 장면들에 겹쳐 성공이라는 이름의 신화에 가려진 허상, 우리가 일생을 두고 좇던 것의 허망함이, 엔딩 씬의 쓸쓸한 음악과 함께 더 깊게, 더 오래 남아있게 된다. 음악은 조르지오 모로더 (Giorgio Moroder)가 맡았다.
영화속 얘기로 따라가며 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 영화속 주인공들의 사는 모습이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발견할때의 오싹함, 곧이어 드는 쓸쓸함은 이후로 그 영화를 결코 다른 영화들 속에 묻히지 못하게 한다.

4. 밤에 우리 영혼은 (원제 Our Souls at Night)
2017년 미국 영화.
감독은 리테쉬 바트라 (Ritesh Batra), 주연은 그 유명한 제인 폰다 (Jane Fonda)와 로버트 레드포드 (Robert Redford) 이다.
부인과 사별한 전직교사 루이스 (로버트 레드포드)를 이웃에 사는 애디 (제인 폰다)가 찾아와 가끔 함께 옆에서 잠을 자줄수 있겠냐는 제안을 한다. 이게 어떻게 전개될 영화일까 궁금해하며 보기 시작했다.
인간에게 외로움은 나이가 들어도 결코 적응되지 않고, 포기되지 않는 문제인가보다. 죽는 순간까지도 피하고 싶고 벗어나려 애쓰는 것. 외로움이다.
솔직하고 분명한 제인 폰다의 제안, 감정에 솔직하고자 노력하는 로버트 레드포드, 두 노년 거장의 연기는 화려하기보다 절제되고 담백했다.
쓸쓸하고 따뜻한 영화. 우정이어도 좋고 사랑이어도 좋을 관계는 노년이라는 나이가 주는 축복이자 선물이라고 본다면, 꼭 쓸쓸함으로 감상을 마무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80이넘은 로버트 레드포드의 절제된 연기는 젊은 시절에도 저렇게 연기했을까 찾아서 비교해보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울지 않아도, 말로 하소연하지 않아도, 종이에 먹물이 배어나오듯 얼굴에서 슬픔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모든 걸 묵묵히 받아들이는 모습은 그 모습대로 진정성있으면서 그의 진심은 더 깊은 속에서 배어나오고 있는 것을 어떻게 저렇게 연기할까.
<밤에 우리 영혼은> 이라는 제목때문일까. 고등학교때 영어교과서에 실렸던 <밤은 천개의 눈을 가졌어요>라는 시가 떠올랐다.

제목도 다른 이 책을 여기에 왜 올렸을까요?
→(영화 원작자가 이 소설 <축복>의 저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도 여러분께 강추하는 책 중 하나입니다.)
5. 당신의 부탁
2017년 한국
감독, 각본 이동은
임수정, 윤찬영 주연
독립영화로 제작된 영화이다.
시카고타자기라는 TV드라마를 뒤늦게 본후 임수정이 나오는 다른 작품도 보고 싶어져서 검색하여 찾아낸 영화이다.
이 영화와 아래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일전에 페이퍼로 감상을 올린 적이 있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두 영화 모두 놓치지 않고 보길 바라는 영화이다.

6. 찬실이는 복도 많지
2020년 한국
감독 각본 김초희
강말금, 윤승아, 배유람, 윤여정 출연.

여섯편 올리고 보니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영화는 오래된 영화 스카페이스를 제외하고는 없는 것 같다.
많이 알려진 영화도 보긴 했는데 별 다섯개 줄 정도는 아니었나보다.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결혼이야기>가 빠졌네? 하고 보니 그 영화 본건 올해가 아니라 벌써 작년의 일이다.
제목은 결혼이야기인데 실제 보면 이혼이야기였던 영화.
내년에도 많은 영화를 보게 되려나? 코로나19 때문만 아니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