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나란히 소리없이 서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안타까움을 달래며

서로 애터지게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 속에서

갈대와 나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지금은 안면도와 연결되어 있는, 과거의 안면도 옆의 조그만 섬 '대야도'에 가면 천상병 시인이 살던 집이 남아있다. 조그만 방 셋이 나란이 붙어 있고, 가운뎃 방에는 다락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있으며, 조그만 앉은뱅이 책상이 놓여 있다. 앞마당 옆으로는 나중에 지어놓은 기념관 같은 아담한 건물이 있고, 내부 벽 빙 둘러서 그림과 시 들이 걸려 있다. 그 중 '갈대' 라는 시이다.

갈대... 아름다운 꽃이 피거나, 눈에 띄는 식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특히 우리 한국 사람들로 하여금 정말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갈대가 흔들리는 모습은 손을 흔들어 이별하는 모습으로, 흔들리며 내는 소리는 엉엉 흐느껴 우는 소리로, 그렇게 보고 듣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참으로...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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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8-05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천상병 시인이 안면도에 살았군요. '소풍'이 참 기억에 남아요.
'갈대'도 참 좋은 시이네요. 애절합니다.....

hnine 2006-08-05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가을에는 갈대 보러 안면도에 갔었어요. 안면도가 생각보다 대전에서 가는데 오래 걸리더군요.

비자림 2006-08-06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 가옵나이다^^

hnine 2006-08-06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영광이옵니다 ^ ^
 

얼떨결에 결정된 나의 직장때문에 식구들 모두 이 곳으로 주거지를 옮긴 것이 지난 1월. 아이는 새로운 유치원에 적응, 남편은 출퇴근을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고속도로에서 소모해야했다. 그냥 묵묵히 따라와 준 남편.

식구들이 점차 새로운 생활에 그럭 저럭 적응해갈 무렵, 다섯 달 일해보고 나는 직장에 사표를 냈다. 아파트를 다시 부동산에 내어 놓고, 부동산 경기가 활발한 지역이 아닌지라 그동안 딱 두 사람 집을 보러 왔었다. 기다리면서 나는 조금 침울하긴 했지만 방학을 맞은 기분으로 아이와의 시간을 만끽하고, 전업 주부로서의 생활에 올인하고 있었다. 우선은 몸이 편하니 좋았다. 열길 스무길 나뉘어져있던 머리 속이 딱 한 길로 정리 되는 느낌에, 오랜만의 'simple life'가 나에게 무슨 마취제 같았다고나 할까.

 남편은 내가 사표내기 바로 전에 이 지역 몇군데 apply를 했었는지 (말을 안해서 모르고 있었다)  지난 주,  인터뷰 오라는 연락을 받고, 다녀온 결과, 자신이 가고 싶어 하던 곳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는 통보를 오늘 받았다.

이제 부동산에 다시 가서 집 내놓은 것, 취소하고, 다시 이 곳에 정 붙이고 살기로 해야지.

일이 되어가는 모습이란, 이렇다. 처음의 의도와는 이렇게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단 말이다. 때로는, 무엇을 계획하고, 과정과 결과를 미리 그려 본다는 것이 무슨 소용있으랴 싶다.

여보,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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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런스 2006-08-01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글구 에치나인님에게도 꼭 맞는 옷을 입게 될 날을 그려봅니다. 그때까지 충분한 재충전 하실 수 있기를!

hnine 2006-08-01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런스님, 고맙습니다 ^ ^

세실 2006-08-0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군께서 더이상 고속도로를 다니지 않아도 되시는군요~ 축하드립니다.
님도 재충전 하시면 좋은 일 있으실 거예요~~~ 님의 결단이 부럽습니다.

hnine 2006-08-0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전 지금 그대로 눌러 앉으라해도 뭐 나쁘지 않네요 ^ ^
 
창가의 침대
M. 스캇 펙 지음, 이상호 옮김 / 열음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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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캇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할 길>을 읽고서 연달아 구입한 책이 <거짓의 사람들> 과 <창가의 침대>. 그 중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지루한 줄 모르고 앉으나 서나 붙잡고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심리 스릴러'라고 소개되어 있듯이 답이 기다리고 있는 추리소설의 특성과 스캇펙이라는 사람에게 가지는 기대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설 간호요양원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둘러 싸고, 그곳과 관련된 여러 등장 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심리의 변화 과정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다. 선과 악, 잠재 의식, 용서, 구원 등의 키워드가 담겨 있는.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뭔가 긴장감과 반전효과, 흥미 등이 모자라는 듯 했지만, 저자는 그런 요소만이 아니라 뭔가 우리 인간의 정신 세계에 대해서 절실히 얘기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추리소설 형식을 빌어 스캇펙은 또하나의 심리서를 썼다고 보여지는 책.

아! 그리고,

저자는 이 책에서 소설의 형식을 빌어, 다른 심리서에서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말하기 어려웠던 자신의 생각을 여기 저기에 적잖이 풀어놓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을 쓴다는 것에는 그런 장점이 있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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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7-30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두꺼워 아직도 못 읽고 있습니다 ㅠ.ㅠ

hnine 2006-07-30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다섯페이지만 읽어보세요. 전 오늘 밥 안먹는 아들에게 삐진 척 하고 방에 들어가 남은 부분을 다 읽어버렸답니다 ㅋㅋ

비로그인 2006-08-01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더 재밌으셨겠습니다. 애랑있으면 집중하고 책 보기가 더 힘들지요.

hnine 2006-08-01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nci님, 오랜만이에요. 삐진 척 하고 책보는 엄마를 보고 아이가 책을 미워하게 되지 않을까 잠깐 걱정도 했습니다 ^ ^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1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울며 웃으며 한발 한발 걸어서 하는 여행.  1부엔 땅끝 마을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29일에 걸친 국토 종주기가, 2부엔 가을에 여행한 우리 흙길 열 곳 여행기가 조근조근 펼쳐져 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은 책. 화려한 수사 여구 없이도 보통의 글솜씨가 아니다. 인물은 되도록 배제되고 자연과 풍경이 주인인 사진들 하며.

장흥에서 보성 차밭 오르는,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삼나무 숲길, 우리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아야한다는 문경새재 넘어가는 길,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한양으로 가던 길이라는 대관령 옛길, 선암사에서 송광사까지 걸어서 가는 길, 송광사의 불일암...등. 이 책의 여정을 따라가는 동안 만큼은 다른 어떤 해외 여행도 부럽지 않았다. 내 나라 내 땅을 이렇게 내 발로 밟으며 걷고 싶다는 생각 밖에.

언젠가 송광사에서 며칠 지내고 돌아온 남동생이 하던 말, "누나, 그 곳에서의 밤이란, 정말 물 소리랑 바람 소리 밖에 안 들려."

법정 스님 책 중에 '물소리 바람소리' 라는 제목의 수필집이 있었지.

'이 세상에 나와 살면서 아무 생각없이 그냥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가슴에 품고, 고민하며 나름대로 답을 찾아가면서 살아간다.' 

나 혼자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혹시라도 들 때가 있다면 다시 한번 생각 해 볼 일이다. 나의 삶도 이 세상 그 어느 누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더 특별해야 한다는 자만에 빠지지도 말 것이며, 특별이 더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시무룩 할 일도 아니다. 나름대로 답을 찾아가면서 살면 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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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6-07-26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가면 넘 심심할 듯 합니다.
여행이 아니라 고행의 길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용기가 가상합니다. 여행은 여럿이 함께 하면 더 좋을 텐데.......

세실 2006-07-26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두 송광사 근처 모텔에서 하룻밤 잔적 있는데.....참 좋더라구요.
초록색이 눈부신 보성 차밭이랑, 녹차 수제비, 삼나무 숲길. 느무느무 좋았던 여행이었습니다. 또 가고 싶어 지네요~~~

hnine 2006-07-26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혼자가 더 좋을 때도 있던데요 저는 ^ ^
세실님, 역시, 다녀오셨군요 이미. 저도 조만간 보성부터 갈랍니다!
 

 

누구한테 왜 당했을까

짓뭉개어진 하반신을 끌고

뜨건 아스팔트길을 건너는 지렁이 한 마리

죽기보다 힘든 살아내는 고통이여

너로 하여

모든 삶은 얼마나 위대한가 엄숙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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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안진 시인 이름으로 나온 시집은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2000년에 출판되 시집 '봄비 한 주머니'에 들어있는 시 <전율>

오늘 김남희님의 '걷기 여행 1' 을 읽다가 이 시를 다시 만나다.

반가와, 시집을 다시 펼쳐 보니, 위의 굵은 체로 표시된 부분에 연필로 밑줄이 쳐져 있었다.

2000년 5월이라... 그나마 한가하던 시기였는데.

 

시작 (詩作)에 전념하기 위해 교수직을 사임한 유안진 시인의 근황이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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