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이 있네!'

최근 이웃님 서재에서 보고 얼른 구입한, 너무나 마음에 드는 그림책이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민물고기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자연과학 그림책이면서 동시집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민물에 사는 물고기 240여종 중 35종에 대한 그림과 설명이 동시 형식으로 들어가있다.

 

 

 

 

'빠가사리'라고 더 많이 알려져있는 꼬치동자개는 가슴지느러미로 빠각빠각 크게 소리를 내기때문에 빠가사리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그럼 얘들은 왜 빠각빠각 소리를 내는 것일까? 이유는 본문에 나와있다.

빠각빠각 빠각빠각

소리 무지무지 커서

덩치 큰 붕어도 도망가요

방어목적이라는 뜻이다.

 

 

 

 

 

 

 

 

물고기에 따라 산란과 부화 방법도 참 다르다. 꺽지라는 민물고기는 암컷이 바위 밑에 알을 낳아놓으면 (아마도 다른 물고기로부터 안전한 위치를 찾다보니 바위 밑인 것 같다) 수컷 꺽지가 와서 그 알을 몸으로 덮어 보호해주고 산소를 공급해주어 안썩도록 해준단다. 그럴려면 수컷 자신은 거꾸로 바위에 매달린 형태로 있어야 한다.

이것을 평범한 문장으로 설명해놓는 것보다 리듬있는 시의 형식으로, 다정다감하다는 느낌까지 들어가게 설명해주니 훨씬 재미있고 감정이입이 되어 단순한 지식 전달 목적의 책이 아니라 이야기책 읽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날씬한 금강모치라는 물고기는 금강산 계곡에서 처음 발견되어 금강모치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데, 입이 크고 먹성이 좋지만 날씬한 비결은  잠시도 쉬지 않고 꼬물꼬물 움직이기 때문이란다.

가늘고 긴 가는돌고기의 몸이 가는 이유는 겁이 많아 숨기 좋아하는 특성으로 미루어 보아 좁은 틈으로 자꾸 숨어서 가늘어졌나보다 라고, 시인의 상상력을 발동시켜 설명을 시도하기도 했다.

어떤 생물이든지 특징이 되는 형태 뒤에는 특정 목적이나 기능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넌지시 가르치고 있는 중이다.

 

그림을 그린 신외근 화가는 서울에서 자랐지만 시골의 자연풍경을 동경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민물고기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민물고기 관련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조소정 시인에게 제안했더니 시인이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여 이후로 5년에 걸쳐 우리나라 방방곡곡 민물고기를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긴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자연관찰 창작물인 셈이다.

이에 걸맞는 동시를 만든 조소정 시인은 자연환경과 생태, 여러 동물에 대해 평소 관심이 많았다는 것이 그녀의 동시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35종의 물고기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만드는 일이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여기 수록된 35종의 민물고기들은 모두 천연기념물 아니면 멸종위기에 있는 것들이다. 그림과 설명으로라도 이들과 친숙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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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10-13 1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전 역시 우리나라 하천 재래종 소재로한 동시집 <물고기 병정> 유은경 작품집을 좋아하거든요. 이 책도 챙겨볼게요.

hnine 2020-10-13 12:56   좋아요 2 | URL
정말 다양한 책을 두루두루 읽으시는 유부만두님,
저는 그럼 유은경 작가의 동시집을 챙겨보도록 하겠습니다~ ^^

유부만두 2020-10-13 13:07   좋아요 1 | URL
제가 좀 정신 없죠? ^^

hnine 2020-10-13 13:08   좋아요 2 | URL
정신없다니요. 컨텐츠가 풍부하다고 하셔야 합니다.

유부만두 2020-10-13 13:23   좋아요 1 | URL
아! 감사합니다! 저 중국 음식 역사 읽다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시작했어요;;;

다락방 2020-10-13 1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이 책을 8살 조카에게 보내줘야겠어요.

hnine 2020-10-13 13:39   좋아요 1 | URL
여동생분이 아마 더 좋아하실지도 몰라요.

다락방 2020-10-13 14:06   좋아요 1 | URL
오 정말 그렇겠어요!! 😍

다락방 2020-10-13 14: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땡투했어요! :)

hnine 2020-10-13 21:58   좋아요 1 | URL
와웅, 감사합니다~ ^^

페크pek0501 2020-10-14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는 발견이군요. 제가 느끼지 못했던 것을 딱 발견하시는 능력, 대단하십니다.
꼼꼼히 잘 읽고 갑니다.

hnine 2020-10-15 05:08   좋아요 2 | URL
페크님 덕분에 좋은 책 알게 되었어요.
만약 저보고 이름도 생소한 민물고기를 주제로 동시를 쓰라면, 그것도 한두편 아니라 35편이나, 얼마나 난감했을까 생각하니 시인의 평소 철학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되더라고요.
다만 민물고기 특공대라는 시집 제목이 좀 생뚱맞았다고 할까요. 걔들은 특공대와 상관없는, 그저 평화롭게 살아가는 생물들인데 말이죠. 아마 이건 어른의 괜한 노파심이겠지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작가의 소설 세권이 몇주만에 내 책꽂이에 나란히 꽂히게 되는 일은 흔치 않았다. 백수린 작가의 <여름의 빌라>, <친애하고 친애하는>, <폴링 인 폴>이 차례대로 꽂혀있는데 이것은 내가 읽은 순서이고  책이 출판된 순서대로 하자면 <폴링 인 폴>, <친애하고 친애하는>, <여름의 빌라> 이렇게 되어야 맞다.

작가 백수린은 1982년생 올해 서른 아홉. 2011년 서른 나이에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으니 올해로 등단 9년째이다. 등단하고도 이름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예작가들이 적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백수린은 그동안 수상 경력도 많고 대중에게 이름 알리는데에도 성공한 작가에 속하지 않나 싶다.

이 책 <폴링 인 폴 (Falling in Paul)>은 2010년에서 2013년 사이에 발표한 아홉 편의 단편을 모아 2014년에 출간된 단편 소설집이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등단작이 실려 있는 책이라니까 올해 발표된 <여름의 빌라>에서의 그녀와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지 알겸 읽게 보고 싶어졌다.

「감자의 실종」에서 실종된 것은 감자라는 물체가 아니라 감자라는 언어였다. 어린이 책이긴 하지만 미국 작가 Andrew Clements의 <Frindle>이 바로 연상되었다. 'frindle'이 무슨 뜻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이 책에서 보면 아이들이 어떤 물체의 이름을 지금까지 알려진 이름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하는 내용이 나온다. 「감자의 실종」에서는 이것이 소통이 불가능해지는 문제로 이어지지만 <Frindle>에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떤 일의 발단이 꼭 한 방향으로 흘러가서 같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작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수 있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자전거도둑」이 바로 작가의 2011년 등단작인데, 비슷한 처지의 세여자가 한 공간에서 한 공기를 숨쉬고 살다가 그중 한명이 궤도에서 벗어나려는 듯 싶을 때 다른 두 사람이 느끼는 심리를 그렸다.

사실 이 책을 펼쳐서 제일 먼저 읽은 것은「폴링 인 폴」이었다. 그리고 지금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 남는 것도 이 작품이다. 기존 관계에 큰 변화를 일으키게될 결정적이고 도발적인 행동, 그 결과로 관계의 뒤집어짐, 이런 것은 좀처럼 백수린 작가가 시도하는 서사 구조가 아니라고 본다면 이 작품 역시 가능성과 아련함으로 남고 그래서 혹자는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고 혹자는 마음에 들수 있을 것이다.

「부드럽고 그윽하게 그이가 웃음짓네」이 알쏭달쏭한 제목의 단편에는 돌연 베를린으로 유학을 떠난 여자와 베를린으로 그 여자를 찾아가는 남자가 나온다. 베를린이라는 타지, 여자 혼자 유학이라는 설정보다 주목할 것은 그것이 두사람 사이의 이해 능력에 어떻게 변화를 일으켜나가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서서히,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직도 두 사람 사이의 애정은 여전하다고 믿고 있고 달라질 어떤 사건도 없었음에도, 사랑한다는 감정도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만 확신할 수 있을 뿐 얼마나 불안정한 감정의 한 상태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밤의 수족관」은 하나의 에피소드로 끝날 수 있는 일을 촘촘하게 구체적으로 잘 살려 작품화해내는 작가의 역량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작품이었다. 과연 잃어버렸다는 아이의 존재는 실재인가 환상인가. 그것은 어쩌면 둘째 문제일 수 있다. 본인마저 아이의 존재를 확신할 수 없게 되고 마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것은 내 존재도 불확실하게 된다는 것일수 있다.  

「까마귀들이 있는 나무」는 책 뒷편의 해설에서도 특별히 언급하지 않은 작품이다. 백수린 작가 답지 않게 모호한 구성, 모호한 의미전달로 읽혀지기 때문일까? 작품에서 '당신'이라고 지칭하는 대상은 독자, '신인소설가' 또는 '나'라고 지칭하는 것은 작가로 보인다. 작가는 3인칭관찰자가 되어 주인공 '리'의 행적을 그리고 있다. 건설회사에 입사했다가 아프리카로 파견을 나가는 '리'는 그곳에서 '킴'이라는 여자를 만나 함께 살게 되는데, 말이 함께 살기지 쉽게 말하면 얹혀 살기이다. 끝내 관계를 지속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리는 궁에서 관광안내 가이드 일을 하게 되는데 가이드해줄 팀을 기다리던 중 킴을 연상시키는 모습의 한 여자를 보게 되어 자진으로 가이드를 해주며 그녀를 쫓아다니며 킴과의 일을 회상한다. 킴과의 관계도, 미지의 여자의 정체도, 종잡을 수 없어 혼란을 겪는 과정은 결국 천년된 은행나무를 에워싸고 앉아있는 까마귀떼를 올려다보며 끝나는데, 그것은 마치 작품 속에서 이 소설이 예술적 가치가 있을까 고민하는 것 만큼이나 모호하다.

작가의 2011년 등단작「거짓말 연습」에서 거짓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거짓말과는 좀 다를 수 있다. 말 꾸며대기, 나아가 이야기 지어내기라고 확장 해석하는게 맞을 것이다. 동시에 말 꾸며대기나 이야기 지어내기라 거짓말과 본질적으로 뭐가 다른가 되물어볼수도 있겠다. 외국어를 이용해 대화를 하다보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나 적당한 어휘를 찾아내기 어려워 비슷한 언어로 뭉뚱그려 대충의 뜻만 전달하는 수가 있고 이럴때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마음의 저 한구석에 찌꺼기처럼 가라앉아 고여있게 된다. 꼭 외국어가 아니어도 있을 수 있는 상황인 것은 작품 속 주인공의 엄마의 경우에 해당된다. 자신의 밝히기 싫은 과거를 자꾸 묻는 사람들에게 언제부터인가 엄마는 살을 붙이고 각색을 하여 말하기 시작한다. 작가는 이런 것을 꼭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정확한 말로 적절하게 표현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것이고, 아예 입을 다물고 말을 거부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유령이 출몰할때」는 사실 등단 이전에 1년 먼저 발표되었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백수린 작가 답지 않게 설정과 서사가 약간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꽃 피는 밤이 오면」꽃 피는 봄이 아니라 밤이다. 희망과 재생의 의미로서 봄이 아니라 꽃이 피어봤자 밤이라는 말인가? 궁금해하며 읽기 시작했다. 지방대 출신으로 자동차 회사에 근무하던 한 남자가 있다. 의욕을 가지고 시작한 회사 생활이지만 경기 불황과 구조 조정의 압박 속에 일해오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실어증에 걸리는 일이 일어난다.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이 남자를 기다리는 아내가 있다. 형편이 좋아질때까지 아기 갖기도 미루며 동물 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하고 있던 아내이다. 언젠가 남편으로부터 들었던, 억울한 죽음을 당한 남편을 위해 남편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남편 회사 동료 아내를 떠올리며, 작업 중인 다큐멘터리 속 동물들의 고통과 공감에 대한 것을 생각하며, 언젠가 남편의 입술이 달짝여 말이 되어나오게 될 날을 기다린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마지막 문장을 '우리는, 괜찮을 것이다'라고 맺고 있지 않는가.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하지 않았다. 괜찮을 것이다라는 말의 뜻을 나는 어떤 결과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갖기로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희망할 것도 절망할 것도 없다. 희망이나 절망은 한 때의 느낌일 뿐, 그것 자체가 결말은 아니니까.

 

어쩌면 나는 그동안 백수린의 작품들을 통해 희망이나 절망에서 머물지 않는 법을 엿본 것일지 모른다. 희망, 절망, 그런 것들은 거쳐가는 과정이지 결론이나 결말은 아니다. 그래서 작가는 작품 속에서 극단의 절망이나 희망을 말하지 않았고 그렇게 맺지도 않았다. 그것이 작품의 서사적 안정성으로 나타날 수 있었고 그녀 작품을 읽으며 편안할 수 있게 했다. 어떤 문제적 인간이 주인공이든, 그들이 어떤 불합리한 상황 속에 놓이게 되든, 예리하게 포착해낸 상황도 작가는 그것을 교묘하게 안정적으로 이끌어간다. 그것이 다른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히든 그녀 작품이 가지고 있는 특징인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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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3

 

 

 

 

외로운 것들이 갈수록 착해지는 게 싫어서

비명이 말랑해지도록 내버려두는 건 죽기보다 싫어서

버려진 것들은

낡아가지 않고 죽어버리라고

종일 휘파람을 불었다.

 

먹다 버린 빵처럼 떼어먹히고

세상 밖으로 자꾸 몸이 기울 때

이승이었던가

비가 오면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바람이 불면

맨드라미 붉은 목을 찾아

아무리 마음을 세워봐도

이건 나보고 죽으라는 건지 살라는 건지

다시 오더라도 이렇게 오는 것은

아니었다고

 

나는 죽더라도 온 힘을 다해 죽을 거라고 다짐했다.

 

 

 

- 이승희, 「110-33」전문 -

 

 

 

여름의 우울

 

 

 

누군가 내게 주고 간 사는 게 그런 거지 라는 놈을 잡아와 사지를 찢어 골목에 버렸다. 세상은 조용했고, 물론 나는 침착했다. 너무도 침착해서 누구도 내가 그런 짓을 했으리라고는 짐작도 못 할 것이다. 그후로도 나는 사는 게 그런 거지라는 놈을 보는 족족 잡아다 죽였다. 사는 게 그런 거지라고 말하는 이의 표정을 기억한다. 떠나는 기차 뒤로 우수수 남은 말들처럼, 바람 같은. 하지만 그런 알량한 위로의 말들에 속아주고 싶은 밤이 오면 나는 또 내 우울의 깊이를 가늠하지 못하고 골목을 걷는다. 버려진 말들은 여름 속으로 숨었거나 누군가의 가슴에서 다시 뭉게구름으로 피어오르고 있을지 모른다. 고양이도 개도 물어가지 않았던 말의 죽음은 가로등이 켜졌다 꺼졌다 할 때마다 살았다 죽었다 한다. 사는 게 그런 게 아니라고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밤. 난 내 우울을 펼쳐놓고 놀고 있다. 아주 나쁘지만 오직 나쁜 것만은 세상에 없다고 편지를 쓴다.

 

 

- 이승희, 「여름의 우울」전문 -

 

 

 

 

그리운 맨드라미를 위하여

 

 

 

죽고 싶어 환장했던 날들

그래 있었지

죽고 난 후엔 더이상 읽을 시가 없어 쓸쓸해지도록

지상의 시들을 다 읽고 싶었지만

읽기도 전에 다시 쓰여지는 시들이라니

시들했다

살아서는 다시 갈 수 없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고

내가 목매달지 못한 구름이

붉은 맨드라미를 안고 울었던가 그 여름

세상 어떤 아름다운 문장도

살고 싶지 않다로만 읽히던 때

그래 있었지

오전과 오후의 거리란 게

딱 이승과 저승의 거리와 같다고

중얼중얼

폐인처럼

저녁이 오기도 전에

그날도 오후 두 시는 딱 죽기 좋은 시간이었고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울어보았다.

 

 

- 이승희, 「그리운 맨드라미를 위하여」전문 -

 

 

맨드라미라는 꽃을 본지 오래되었다.

예전엔 동네 담벼락이나 집 마당 한쪽에 한여름 상징처럼 피어 있는 걸 종종 볼수 있었는데.

붉다는 말로는 모자랄 것 같은 강렬한 붉은 색, 두툼하게 주름잡힌 꽃잎은 마치 비로드 천으로 만들어 붙인 것같아보였던 꽃.

이름도 특이했다 맨드라미.

그렇게 강렬한 이미지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던 맨드라미가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는다.

시인의 맨드라미는 단지 꽃에 국한된 것이 아닐수도 있다. 나의 어느 한때 모습일수도 있고, 나의 신념일수도, 사랑일수도, 절대의 가치일수도 있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이 시인은 이름만 보면 여성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남자 시인이다.

시집을 전자책으로 구입하는 적은 거의 없는데 배송일까지 못기다리고 빨리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전자책으로 구입하였다.

좋은 시는 따로 노트에 적어놓기로 하고.

그러다가 시집 전체를 첫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몽땅 워드로 타이핑 하고 말았다.

노트북 모니터 창에 e-book과 워드를 동시에 띄워놓고, 좋은 구절엔 회색으로 표시도 해가면서 한자 한자 타이핑. 이것도 필사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필사의 효과는 충분히 누리지 않았나 생각된다.

 

 

 

 

 

 

 

 

 

 


시집 뒤 이경수 평론가의 해설마저 눈으로만 읽고 지나가기 아까웠다.

 

 

 

 

 

 

 

 

 

 

 

이 시집에서 시인의 정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울하다.

가는 곳마다, 보는 것마다 죽음을 떠올린다는 것은 죽음을 늘 생각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것은 살고 싶은 의지의 다른 표현임을 시인은 숨기지 못했다.

 

시로 표현하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웠던 때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시인은 고백처럼 얘기했다. 우울을 겪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고 그것을 보는 시각도 여러가지이겠지만, 이승희 시인의 시에 그것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잘 표현된 우울은 그냥 억눌러진 우울보다 어떻게 다른 효과를 낳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시집이었다.

 

이 시집을 베껴쓰는 동안 다른 책은 손을 못댈정도로 푹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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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고, 친애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1
백수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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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스스로 붙였든 출판사에서 붙였든 작품의 제목은 의미있다. 친애하고, 친애하는.

'친애하는' 이란 말은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는 친밀도를 가진 경우에 쓰지 않나 싶다. 핏줄로 맺어진 관계, 즉 가족, 부부, 자식에게는 잘 안쓰는 걸 봐서도 그렇다. 이 책에서 주인공 나의 입장에서 친애하는 대상은 엄마, 그리고 외할머니이다. 대상이 두 사람이기에 친애하고 친애하는 이라고 두번 연달아 썼다고 한다. 주인공 인아와 인아의 엄마, 인아의 외할머니 이렇게 3대에 걸친 이야기가 인아가 화자가 되어 펼쳐진다. 인아가 아직 아기일때 엄마는 어린 인아를 남겨두고 혼자 미국으로 유학을 가느라고 인아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손에서 자랐다. 아빠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이었을텐데 엄마가 아기를 남겨두고 혼자 유학을 간다는 것은 흔하지 않은 상황이랄 수 있었다. 몇년 째 불화가 지속되는 엄마와 아빠의 관계는 인아가 대학생이 된 후까지 이어지고, 외할머니의 임종을 앞두고 옆에서 보살펴드리기 위해 인아가 외할머니 집으로 가서 지내주었으면 하는 엄마의 말에 인아는 외할머니와의 각별한 정도 정이지만 엄마와 한집에서 안있어도 된다는 것때문에 기꺼이 짐을 싼다. 할머니의 삶을 보면, 부유한 집의 딸로 태어났지만 집에서 정해주는 집으로 시집을 가야했던 시절을 살았고,  교사였던 남편이 강화도 학교로 발령받아 홀로 가버리자 혼자 시댁에 남아 시부모를 모시며 아이를 키워야했다. 큰 맘 먹고 아이를 들쳐업고 찾아간 강화도의 남편 학교에서 할머니는 남편이 다른 여교사와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한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고 학자 기질이 있고, 책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했던 할아버지였지만 그런 할아버니에게 할머니는 밥하고 시중드는 것, 아이를 잘 키우는 것 말고는 해줄게 없었다. 그런 할머니를 옆에서 보고 자란 엄마는 많은 딸들이 그렇듯 할머니의 삶을 한심해하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며 자랐으며, 지금 엄마와 딸인 인아 사이에 거리감이 있듯이, 한번도 떨어져 살아본 적 없음에도 불구하고 엄마와 할머니 사이엔 거리감과 벽이 존재한다.

할머니의 임종이 임박했다는 상황이 예기치 않게 잠시나마 이 삼대가 한집에모여 지내는 시간대를 형성하고 인아는 자신과 엄마와 할머니의 삶, 그리고 이들 서로의 관계를 이해해보려고 한다.

 

160쪽 정도의 중편 소설이다. 작가의 자전적 요소도 어느 정도 들어가있는 것 같고, 외국의 다른 작가들 (특히 여성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부분도 많았다고 작가는 말한다. 전통적인 관습의 영향속에서 감히 거스르지 못하고 살아왔으나 자기의 딸은 그렇게 살지 않기 바라는 할머니, 내 가정이 소중한 것 처럼 나의 삶과 나의 목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엄마, 엄마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있지만 내가 받고 싶은 것은 엄마의 부담스런 기대보다 엄마로부터의 따뜻하고 진심어린 애정이었던 .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여름의 빌라>에 실려있는 단편 <폭설>에서도 나온다. 작가는 현대문학 PIN 시리즈 단행본 청탁 마감을 앞두고 무엇을 써야하나 고민 끝에 평소에도 관심있던 주제를 쓰기로 했다고 한다. 바로 엄마와 딸의 관계를 다루는 이야기이다. 이 세상 딸과 엄마의 이야기는 모두가 같으면서 모두가 다르다. 공통적인 부분이 있으면서 다 다르다는 것이다. 엄마는 할머니의 삶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 이해할 수 없는 삶이 자기의 삶에까지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쳐온 것 같아 잊고 살고 싶다. 늘 자식인 자기보다 엄마 자신의 일을 쫓아 살아온 것 같은 엄마를 향한 인아의 마음도 복잡하긴 마찬가지이다. 엄마의 기준으로 보면 엄마 기대만큼 성공적인 삶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으로 주눅든 삶을 살고 있는 인아에게 엄마는 한번도 따뜻한 보금자리였던 적이 없었다. 오히려 넌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과 행동을 서슴없이 던지는 엄마이다. 그런 엄마를 자식인 내가 이해하라는 내면의 소리를 인아는 들어야하는가? 결국 다 자기 몫이란 말인가?

 

화해와 용서는 말로도 쉽게 할게 아니지만 실제로 행하는건 더욱 어렵다. 마음만 너그러워서 용서와 이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백수린의 이 작품을 읽으며 배운다. 할머니, 엄마, 딸, 이중 누구도 악인은 없다. 악인이 될 가능성 조차 낮은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용서가 되려면,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동시에 한가지를 없애야 하는데 그것은 상대에 대한 기대였다. 나에게 어떤 엄마였으면, 내 딸은 최소한 어떤 딸이었으면 하는 기대를 내려놓아야 관계의 벽, 원망의 벽은 더이상 단단해지지 않고 조금씩 허물어질 준비를 시작한다. 문제는, 기대를 내려놓는다는게 남남 사이가 아닌 이상 가능하냐는 것이다. 그게 어디 엄마이고 딸이라고 할 수 있냐는 딜렘마.

욕심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은 역시 백수린 다웠다. 그러나, 3대에 걸친 역사를 통해 뭔가 뚜렷하고 일관적인 작가의 목소리를 담고 싶다면, 그럴땐 오히려 좀더 강한 필치와 서사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다른 소설 <폴링 인 폴>이 이미 책상 위에서 대기하고 있다. 단편집인데 제목 폴링 인 폴은 아마도 영어 Falling in Paul을 소리나는대로 쓴 것일테고 여기서 Paul 은 사람이름이겠지? 배경으로 외국이 자주 등장하는 작가의 다른 작품들처럼 이것도 그럴까. 상상해보며 책장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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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30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표를 세 개만 주셨네요.
저는 어제 박상영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을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참 좋았어요. 그 소설집에 백수린의 ‘시간의 궤적‘이란 소설도 담겨 있는데 오늘 이걸 들어봐야겠네요. <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에요. 좋은 소설이 많으면 종이책으로도 사려고요. 꼭 오디오북으로 들어 좋은 건 종이책을 사게 돼서 지출이 많아지는 게 문제예요. ㅋ

추석 연휴를 달콤한 휴식과 함께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

hnine 2020-10-01 00:45   좋아요 1 | URL
요즘 제가 별점 주는데 좀 인색합니다. ^^
박상영 작가 책도 한번 읽어보려고 찜해두고 있는지 꽤 되었는데 아직 못읽어보고 있어요. 작품 활동도 활발하고 대중매체에 출연도 자주 하더라고요. 백수린의 ‘시간의 궤적‘은 제가 얼마전에 읽은 <여름의 빌라>에 수록되어 있어 읽어보았지요.
이번 추석엔 집에서 차례만 지내고 산소엔 나중에 가기로 했답니다. 산소에 안가는것만해도 마음의 부담이 훨씬 덜하네요. 준비하는 것도 덜 분주하고, 또 이번엔 제가 남편에게 도와달라는 요청을 많이 했어요.
pek님도 추석 잘 보내시고 또 만나요~
 
모렐의 발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5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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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와 함께 아르헨티나의 대표적 작가로 알려진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가 겨우 스물네살 나이에 쓰기 시작하여 3년 후인 스물일곱에 출판된 작품 <모렐의 발명>은 출판되고 바로 이듬해 부에노스아이레스 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하었고 이후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1914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상류 가정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원래 대학에 입학할때는 법학 전공이었지만 문학에 전념하고자 학교를 중단하고 나온다. 젊은 나이의 비오이 카사레스에게 큰 명성을 안겨다 주고 지금까지 아르헨티나 소설계의 대부로까지 불려지게 한 <모렐의 발명>은 어떤 작품일까?

'모렐'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고 중심인물이기도 하지만 소설의 화자는 아니다. 화자인 '나'는 부당하게 사형선고를 받은 후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알려진 빌링스 섬이라는 곳으로 도망쳐온 사람이다. 천신만고끝에 도착한 섬에는 과연 아무도 사는 사람이 없었고 그런 곳에서 혼자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아무도 살지 않던 섬에 갑자기 한 떼의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나는 이들 중 한 여자가 석양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단번에 반하게 되어 매일 그녀가 앉아있는 곳에 가서 그녀를 훔쳐보며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를 꿈꾸지만 그러다가 사람들에게 발각되어 도망친 사형수라는 자신의 신분이 드러날까봐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러다가 알게 된다. 아무리 가까이 가도 그녀를 비롯하여 섬에 나타난 사람들이 나를 보지 못하고 내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사람들이 나누는 말을 엿들음으로써 이들의 이름도 알게 되는데 내가 반한 여자의 이름은 '포스틴'이고 늘 포스틴의 가까이에는 테니스 선수 '모렐'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질투심을 느낀 나는 모렐을 마치 살인자, 미친 사람 등으로 여기며 좋게 보지 않는다.

어느 날 모렐이 사람들을 모아놓고 뭔가를 설명하고 해명하는 것을 듣고 주인공 내가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지금 섬에 있는 사람들 (포스틴 포함)과 이들이 섬에서 머무는 이 상황 모두가 모렐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대로 일어나게 하기 위해 영상으로 만들어놓은 결과임을 알게 된 것이다. 여기서는 단순히 영사기로 돌려서 재생해내는 것 정도로 표현되지만 다른 점은 이들이 시각적으로만 재생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갖고 실제로 움직이고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요즘의 가상현실 같은 것을 상상했는지 모른다. 원하는대로 완벽한 현실을 구성한 것이다.

모렐이 원하는대로의 현실이란 주인공 나도 반한 포스틴의 사랑을 얻는 것인데, 개인적으로 꼭 그렇게 국한시키고 싶지 않다. 그러다보면 이 작품이 단순 로맨스 소설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원하지만 얻지 못하는 대상이나 상황의 한 예로서 여인을 대표로 내세운 것이 아닐까, 오히려 그렇게 보고 싶다.

제목의 모렐의 발명이란 이렇게 모렐이 발명한 영상 매체 기계를 의미할 수 있다 (너무 협의적 해석). 모렐이 설명하기를 그가 발명한 기계는 스크린이나 종이 없이 장면이나 대상을 재현할수 있는 것이 애초 기대하던 목적이었는데 힘든 작업 결과 기계의 여러 다른 부분들을 동시에 작동시키면 재구성된 인물을 얻을 수 있었고 모든 감각이 동시에 작동하면 영혼이 나타나더라고 했다. 이전에 없던 기계이니 발명인 것 맞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모렐의 발명이란 모렐이 이 영상매체기계를 통해 존재와 사물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혹자는 이것을 주인공 내가 모렐이라는 인물을 발명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점점 복잡해짐). 확실한 것은 이 소설 자체가 비오이 카사레스의 발명품이라는 것이다 (이건 너무 일반화). 그것은 아마도 모든 소설이 소설가의 발명품인 것과 같을 것이다. '소설은 허구이다' 이것은 소설을 정의내릴때 명제처럼 배우던 말 아닌가?

이 작품에서 주인공 나는 현실 속 인물이며 주인공이 반한 여자 포스틴은 모렐에 의해 발명된 비현실적 인물이다. 주인공이 처한 배경은 현실이라면, 섬에 나타난 사람들, 이들의 임시적 거주, 박물관, 식물원 등의 건물 등은 모렐에 의해 만들어진 환상이다. 비오이 카사레스의 이 작품이 높이 평가되는 요점이 여기 있다. 환상과 현실이 조화를 이룬 문학세계를 구축하였다는 것이다.

짐작할수 있듯이 아무 기초 정보 없이 읽기 시작했다면 이해하며 따라가기 쉽지 않은 내용의 책이다. 해설에 따르면 비오이 카사레스가 도입한 환상은 SF적 환상이 아니라 일상에 숨겨진 또다른 현실로서의 환상을 그렸다고 한다. 소설가다운 환상이고 좀더 친현실적 환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해설까지 다 읽어보았지만 아직도 의문점인 것은, 화자인 '나'와 '모렐'중 작가가 더 내세우고 싶은 진정한 주인공은 누구일까 하는 것이다. 하나 더. 만약 내가 모렐이 된다면 어떤 환상을 구성했을까 하는 점이다. 이건 아마 오늘 하루치 생각꺼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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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9-25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절대적인 기준이나 가치는 아니지만, 이렇게 이른 나이에 고전이라 불릴 작품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 확실히 천재라는 건 존재하는구나 싶어요. 카사레스가 이 작품을 썼던 나이의 두배가 되었지만 저는 뭔가 이렇다할 글을 써놓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아마 카사레스에게는 카사레스의 삶이 있고 제게는 제 삶이 있는 까닭이겠지요. 천재를 천재로 만드시고 평범한 사람을 천재 아니게 만드신 건 다 뜻이 있을 것이다...라고 스스로 위로 합니다.

저는 소설이 너무 좋은게 그 안에서 사람들이 온갖 감정들을 겪으며 사건들이 벌어지기 때문인데요, 오늘 나인님이 리뷰하신 책안에서도, 자신이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면서 자신이 반한 여자의 근처에 있는 남자에 대한 질투심을 갖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을 좋게 보지 않고요. 이런거, 너무 한심한 감정 같아 보이지만 실상 누구나 다 느끼는 감정이잖아요. 그런 것들을 책에서 보면서 아, 사람이란 이토록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존재이구나, 완벽하지 못한 존재야, 생각하는 순간들도 소설을 읽는 기쁨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모렐의 발명 어쩐지 제게는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읽어볼래요.

hnine 2020-09-25 12:17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말씀처럼 저도 어느 분야에든 천재성 가진 사람 있다고 봐요. 천재로 태어나기란 확률적으로 어려운 일이니까 부럽기야하지만 천재가 모든 분야에 다 천재성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이 어느 한 분야에 집중되어 보통사람의 수준을 넘어설때 천재라고 하는게 아닌가, 저는 그렇게 보거든요. 그러니 한 분야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선 천재가 아니라 오히려 모자라보일수도 있을테고요. 그렇다면 천재로 태어나지 않길 잘했다 생각도 든답니다. 완전 제 맘대로 해석하고 제 맘대로 위로하고, 그러죠? ^^
내가 나 답게, 나의 의지에 의해 살 수 있다면 그것이 위대한 삶일것 같아요. 많은 업적을 남긴 삶이 위대한 삶이 아니라요.
이책 쉽진 않아요. 그렇다고 심하게 어렵지도 않답니다. 읽어볼만해요. 사고의 확장과 탄력은 너무 술술 넘어가는 책보다 오히려 이런 책 읽을때 일어나지 않을까 합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천재들은 일하고, 우리들은 그들이 해놓은 일을 누리면 되지요. ^^

Falstaff 2020-09-2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리 좋은 리뷰를 쓰시느라 시간이 필요하셨군요! ^^

hnine 2020-09-25 12:22   좋아요 2 | URL
책 뒤의 해설도 읽고, 다른 분들 리뷰도 읽어보고, 그러면서 갈피를 겨우 잡았는걸요. 그렇게해서 어쨌든 리뷰를 올려야 비로소 책을 다 읽었다고 보는, 나쁜 버릇이 있어서요. 읽은 책 리뷰 안쓰고 다음 책 읽고 있자면 웬지 마음이 불편해요. 그래서 좋은 리뷰 아니더라도 쓰긴 써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나저나 Falstaff님 리뷰 아니었더라면 언제 읽을지 기약없었던 책이랍니다. 감사드려요.

바람돌이 2020-09-25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정이 흥미진진하네요. 이렇게 또 좋은 책과 작가를 알게됩니다.

hnine 2020-09-25 22:07   좋아요 0 | URL
말씀 그대로예요. 설정이 기발합니다. 해석도 다양할수 있고요.
잘은 모르지만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이런 쪽 문학은 특이한 것 같아요. 환상적 요소가 있다고 할까요. 복잡한 구성도 그렇고요.
한번 읽어봐주세요~

바람돌이 2020-09-25 22:46   좋아요 0 | URL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