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네 집 창비시선 173
김용택 지음 / 창비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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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라고 하면 나는 당연히 내가 자란 곳의 '한강'을 떠올린다. 그것도 무슨 아련한 추억으로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거의 매일 자동차로 건너가던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와 함께 떠올릴 뿐이다. 한강에 얽힌 어떠한 추억도 갖고 있지 않은 채.

작년, 그리고 재작년, 봄마다 꽃 구경 가면서 만난 섬진강은 내게 '강'이라 이름 붙은 대상의 이미지를 확 바꿔 놓았다.그야말로 조용하게, 유유히, 흘러가는지, 머물러 있는지 모르게 시야를 둘러싸고 있는 물줄기. 보면서 느끼는 포근함과 따뜻함은, 그냥 그 안으로 파묻혀보고 싶었다 아이가 엄마 가슴에 얼굴을 파묻듯이.

그리고 이 시인을 떠올리지 않을수 없었지. 본인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사람들은 이 시인에게 '섬진강 시인'이라는 꼬리표를 달아놓고 말았으니.

첫순간에 끌려서 집어드는 책들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귀에 익고 눈에 익은 작가, 책이라 할지라도 오랫 동안 손이 안가고 있는 책들이 있다. 김 용택 시인의 시집은 바로 후자에 속하던 책들 중의 하나. 너무 많이, 쉽게, 여기 저기서 인용되고 있다 생각했었다.

올해, 유난히 많이 기다려진 봄이었고, 또 이제는 이런 시들을 내 스스로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남이 말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이 시집에 자주 등장하는 위의 단어들은 서로 다른 단어들이지만, 모두 통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된다 '그 여자'까지도.

시인은 후기에서 '그 여자네 집' 이 팍팍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포근하게 쉴 고향의 '집'이었으면 한다고 썼다.

읽으면서 내내 어떤 그림이 연상되었다. 내가 그림에 소질이 있다면, 책을 읽고 리뷰를 쓰듯이, 그림으로 느낌을 남길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이 시집이 딱 그런 책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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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14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갑자기 리뷰를 그림으로 해 보고 프다는 저역시 그다지 소질이 없어 접어두지만^^

진주 2006-04-14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진강시인이라는 별호는 김용택님 스스로도 아주 좋아할 것 같은데요?
섬진강을 혼자서 다 팔아먹었다고 다른시인들이 기분 안 나쁠만큼 비아냥거리기도 하니까요 ㅋㅋ

hnine 2006-04-14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나중에 제 아이에게나 한번 해보라고 할려고요. 느낌을 글로 또는 그림으로. 어디에서 사느냐는 것은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창작을 하는 사람에게는.

진주님, 하하...섬진강을 혼자서 다 팔아먹었다는 말이 나올만도 하네요.
 
 전출처 : 돌바람 > 선천성 그리움-함민복

선천성 그리움

                                                   함민복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함민복,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1996, 창비)

 

>> 목련, 피고 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괜시리 가슴이 쿵쾅거립니다. 저것들 다 떨어지지 전에 오신다고 했는데, 저것들 다 떨어져도 안 오시면 어쩌나, 내 가슴은 늘 목련, 꽃송이처럼 기다리고 떨어지기를 몇 해째 반복하며 그저 기다리는 것이 익숙하여 그리워도 그립다고 말하지 못하였습니다. 차마 꽃송이 머리 위부터 햇살에 타들어가고 있다고 말하지 못하였습니다. 떨어진 꽃송이 곱게 말려 연초처럼 잘게 잘라 한 모금 들이키고 싶은 봄날, 당신은 그렇게 봄날 내 그리움이 가 닿은 첫맛, 목련잎으로 오셨군요. 한 나무에서 나온 내 마음을 들이키는 것처럼 우리는 늘 함께 피었던 거였군요. 함께 피어 서로를 볼 수 없었던 거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선천성 그리움을 앓는 그대가 내 가슴이었음을 목련 꽃 피고 지는 계절에 알게 되었습니다.

 

 

Diamonds and Rust - Joan Baez  

  

We both know what memories can bring

They bring diamonds and r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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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런스 2006-04-1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어보는 조앤 바에즈네요! 타고난 그리움 어쩌겠어요. 아... 가끔 그러고 말뿐이어요..

hnine 2006-04-13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런스님, 반갑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흥 분 금 물

 

: 몇 시간 후면 결국 가라 앉을 일에 흥분하는 일이 요즘도 종종 있다.

  특히 남의 어떤 행동에 대해서, 흥분하지 말 것.

  흥분하지 말고 해결할 것.

  또, 내 생각을 흥분해서 말하지 말 것.

  흥분 잘 하는 사람, 아직 어딘가 많이 부족한 사람 peri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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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06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까지 그랬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좋을 게 없더라고요. 괜히 저만 속상하죠.

호랑녀 2006-04-06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를 더 닦아야겠어요. 뻔히 아는데, 그게 잘 안되고, 욱! 하는데, 어떻게 된게 점점 더해져요. 벌써 노인이 되어가나...ㅠㅠ

ceylontea 2006-04-06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워낙 기본이 안되어있는 인간들 상대하려면... 흥분금물 쉽지 않더라구요...--;

진주 2006-04-06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치나인님의 이 코너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

세실 2006-04-06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흥분... 참 안좋은 버릇이지요.
울 도서관에도 두 명이 어찌나 다혈질인지 수시로 파르르 합니다. 그걸 보면서 난 그렇게 하지 말자 다짐을 하곤 합니다. 물론 아이들 한테는 잘 안되요...

stella.K 2006-04-0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여울 2006-04-07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좋지 않은 것이 있는데? 흥분한 상태에서 결정내리는 것이죠. 판단은 가라앉은 뒤, 천천히 해도 늦지 않은 것이겠죠.(저도 그것이 제대로 안되요. ㅎㅎ)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 김 용 택 '선운사 동백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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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05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하셔요. 새벽 5시에 ^^ 멋진 시까지 선물해주시다니요

hnine 2006-04-05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 뭐,,,버릇이 되어서 늘 일찍 일어나지만, 하늘바람님도 일찍 일어나셨나보네요.
어제랑 다른, 산뜻한 하루 되실거예요. 기운을 넣어드리며 ^ ^ 아자!

진주 2006-04-05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용택님의 시를 보면 용기가 불끈 솟아요!
"나도 시를 쓸 수 있겠다!!" 라는 ㅎㅎㅎㅎ

오늘도 좋은 날 보내고 계시죠?

비자림 2006-04-07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 5시에 일어날 수 있다니 정말 놀랐네요.
전 밤새워 벼락치기 공부를 하거나 2-3시까지 안자다가 새벽에 자는 건 되는데
새벽에 깨는 게 어려워요. 쩝, 부럽..


hnine 2006-04-08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저는 시를 쓰고 싶다 라는 생각은 종종 해도 쓸수 있겠다 라는 생각은 감히 못해보았네요.
비자림님, 전 대신 일찍 자요 아이 재우면서 같이 ^ ^
 

그물은 다음 사리에 매기로 하고

그물 말뚝 붙잡아 맬

써개말뚝 박고 오는데

벌써 경진 엄마 머리에서

숭어가 하얗게 뛴다

 

그물 매는 것 배우러 나갔던

나도 신이 나서

 

경진 아빠 배 좀 신나게 몰아보지

먼지도 안 나는 길인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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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04-04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민복이라는 이름에 반가워,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

hnine 2006-04-04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 구두님, 이 시인을 좋아하시는군요. 다른 시집도 추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