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Successful Harvard Law School Application Essays, 2nd Edition: With Analysis by the Staff of the Harvard Crimson (Paperback, 2, Second Edition)
Harvard Crimson / Griffin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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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 지원을 위해 쓴 자기 소개 에세이 (Personal statement) 55편과 그에 대한 심사평 모음집이다.

심사를 담당한 사람들은 하버드 대학 일간지인 The Harvard Crimpson의 Staff 들이다.

로스쿨 지원자들이기 때문에 대학은 이미 졸업을 하였거나 졸업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고, 그래서인지 대학 지원을 목적으로 쓰는 Personal Statement보다 더 다듬어지고 구체적인 내용의 에세이였다.

 

지원자 에세이가 지원자의 이름 아래 약 두 페이지 분량으로 실려있고 바로 이어 한 페이지 정도로 심사관의 분석 평가문이 Analysis 라는 제목으로 뒤따르는 구성이다.

예상은 했었지만 읽는 내내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자기 소개서는 없었다. 어떤 글은 한편의 소설 같았고, 어떤 글은 영화의 한 장면 처럼 생생하게 시작하여 진행도 영화같이 흘러갔다. 하지만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진행하든 모든 에세이의 결말은 하나였다. 내가 여기 (하버드 로스쿨)에 지원하고자 하는 이유를 분명히 하고 맺는 것. 또한 시작을 끝과 연결시키는 것.

 

그런데 정작 55편을 차례로 읽어나갈수록 감탄은 지원자의 에세이보다 심사관의 분석글로 더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충실하고 정성스런 조언의 글이 있을까. 네 글이 어디가 잘되고 어디가 잘못되었다고, 지적을 위한 지적이 아닌, 그야말로 건설적인 조언이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평가글이었다. 이런 에세이에 꼭 필요한 사항들이 무엇인지 상기시키면서 그런 면에서 이점은 아쉬웠고 이점은 너무 지나쳤다라고, 아주 구체적으로 분석해놓았다. 평가문, 심사평이라기보다 글 읽은 소감이라고 해야하나. 그러기엔 촌철살인의 대목이 많기는 하다.

몇가지 기억해둘만한 조언이 담긴 문장들을 옮겨본다.

1. Use your personal statement to say what the rest of your application cannot. (36쪽)

 (너의 자기소개글이 네 지원서의 다른 서류들이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말할 수 있게 이용해라.)

2. For applicants struggling to communicate their reason for applying to Harvard Law School, an anecdote may be the answer. Instead of talking about yourself, let the story speak of you. (45쪽)

(하버드 로스쿨에 지원하는 이유를 전달시키려고 애쓰는 지원자들에게 있어 하나의 일화를 보여주는 것은 그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너에 대해 얘기하려 하지 말고, 그 이야기가 너에 대해 이야기하게 하라.)

3. It can be difficult to portray confidence without coming off as fake. (48쪽)

(가식으로 끝나지 않으면서 자신감을 표현하기란 어려울 수 있다.) - 지원자가 이런 위험을 피해서 잘 썼다고 칭찬하는 대목

4. Without simply presenting a laundry list of accolades. (96쪽)

(자화자찬 목록으로 도배하지 말것이며,)

 

제일 자주 언급되는 조언은 resume (이력서)에 있는 사항들을 굳이 Personal Statement 에 반복할 필요없다는 것이다. 그러는대신, resume에 드러낼 수 없는 것들을 보여주는데 사용하라고 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구성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한 대신 하나의 단어나 문구의 정확도에 대한 지적은 날카로왔다.

예를 들어 한 지원자가 자기가 법학에 끌리는 이유를 쓰면서 It celebrates difference making. 이라고 했기에 나는 멋진 표현이라고 밑줄까지 치고 넘어갔는데 바로 다음에 심사관은 이 부분을 언급하면서 difference making 같은 nebulous concepts (막연한 개념) 은 좀더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고 써놓았다. 어떤 형식, 어떤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글의 목적과 읽는 대상을 잊으면 안된다는 일침이다.

 

목적상 내용이 분명하고 잘 다듬어진 글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읽기 어렵지 않다.

내가 당장 자기소개서를 쓸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버드 로스쿨은 더구나 아니다. 그럼에도 글쓰기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보너스로서, 요즘 자주 쓰는 어휘나 표현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글쓰기란 논리가 작용해야하는 과정임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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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3-04 1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자기소개서를 쓴다면 재밌는 에피소드를 넣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 주겠어요. 에피소드에 제 성격이나 취향, 가치관이 다 나오면 좋겠죠. (2번의 글 - 이때 너에 대해 얘기하려 하지 말고, 그 이야기가 너에 대해 이야기하게 하라.)가
제가 말하는 글에 해당할 것 같네요.

자기 자랑을 하지 말고 오히려 단점을 말해서 솔직함을 어필하고 그 단점을 장점화시키는 것도 중요할 듯해요.
예를 들면, - 저는 성격이 급한 게 단점이라 고치려고 노력합니다만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격이 급해서 제게 맡겨진 일은 마감하기 전날에 미리 제출하는 터라 이럴 땐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뭐 이런 식으로요... ㅋ

분석적인 글은 읽기에 매력적인 글이고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아요.
그런데 가장 효과 좋은 건 자기의 글을 직접 분석 받는 것일 테지요. 자신의 글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고칠 점인가를
아는 게 관건이니까요.
자기소개서에 관한 글을 읽으니 그걸 쓰던 옛 시간이 떠오릅니다. 어떻게 써야 좋은지 몰라 헤맸답니다. 아마 지금 쓴다고 해도 또 헤맬 것 같습니다만...



hnine 2020-03-05 10:19   좋아요 2 | URL
이 책에서 에피소드는 거의 다 들어가더라고요. 에피소드 외에 과거 자기의 경력의 한 부분을 말하고 그 경력과 연결지어 로스쿨 진학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제시하기도 하고요. 그런 경우엔 에디터들이 꼭 집고 넘어가요. 전형적인 에피소드나 이력서만 봐도 충분한 경력에 대해 중언부언 하느라고 아까운 지면 소비하지 말라고요.
미국의 대학 지원서처럼 로스쿨의 경우에도 내가 그 학교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좀 좋은 학교들은 내가 그 학교를 들어가면 이런 식으로 그 학교를 빛낼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원하지요. 그러니 날 꼭 뽑아달라, 그런 주장을 할 줄 아는 사람을 원하니까요 ^^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놀란 것은 사람마다 인용한 에피소드가 어쩌면 그렇게 다양한지 55편을 읽으면서 지루한 글 거의 없고, 이 사람에게는 정말 로스쿨 진학이 절실하겠구나 하는 것을 읽는 사람 마음까지 전달시키게 쓰는 능력이 대단했어요.
읽으면서 저도 잠깐 생각 안해볼수 없었어요. 제가 만약 지금 자기 소개서를 쓴다면 어떤 식으로 쓸까. 그런데 판에 박힌 내용밖에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읽는 사람 지루할게 뻔한 ^^
 

 

 

 

 

 

 

 

 

 

 

 

 

 

 

 

집에서 라넌큘러스 꽃잎은 저렇게 한장 한장 떨어지고 있고,

 

 

 

 

 

 

 

 

 

 

 

 

 

 

 

 

 

 

 

 

 

 

 

 

 

 

 

 

 

 

 

 

 

집 밖에서는 이렇게 꽃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마음을 흩트리고 싶어 나갔다 왔습니다.

 

누구도 안전하지 않은 상황의 가운데를 통과하면서

방역작업으로, 의료진으로 일하시는 분들의 노고를 생각해봅니다.

일주일에서 열흘까지가 고비라니까 어서 시간이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날 아침 집에 작은 새끼용이 들어와있는 것을 보고 용이 나타났다고 말하는 아이보고

엄마는 자꾸 아니랍니다.

"세상에 용 같은 건 없단다."

아이 눈에는 분명히 보이는데 엄마는 보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용은 자꾸자꾸 커지더니 저 그림책 표지에 있는 것 만큼 커져서 집을 떠메고 움직이기까지 합니다.

결국 용이 있다는 걸 엄마도 아빠도 인정하고 나자 용은 다시 원래의 크기로 작아졌습니다. 

 

얼마전에 구입해서 읽은 그림책입니다.

한대 머리를 맞은 것 같은 여운을 주는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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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2-24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볕이 굉장히 잘 드는 집에 사시는가 봐요. 저는 저렇게 집에 해가 잘 드는 걸 보는 게 너무 좋아요! 집에서도 한낮에 저렇게 거실로 해드는 걸 보면 마음이 되게 고요해지는 것 같아요.

외출 잘 하고 돌아오셨습니까.

hnine 2020-02-24 23:16   좋아요 0 | URL
저 시간 저 자리에서 볕이 잘 들때 찍었지요. 라넌큘러스 꽃잎이 저렇게 질 줄은 몰랐어요. 아주 깨끗하게, 한장 한장 떨어지는 모습이 예뻤어요. 꽃잎이 워낙 많은 꽃이라서 몇장 떨어져도 아직 티가 안나요.
제가 매일 가는 운동센터도 코로나때문에 잠정폐쇄해서 오늘은 산책도 더 오래 했어요. 저렇게 꽃이 벌써 피기 시작했을줄 모르고 걷다가 횡재한 기분이었답니다.

moonnight 2020-02-27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햇살과 꽃사진을 보니 마음이 참 따뜻해집니다. 거실인가요. 나무탁자도 멋스러워요. 덕분에 위로받습니다. 어서 이 상황이 진정되었으면 합니다.

hnine 2020-02-27 08:54   좋아요 0 | URL
moonnight님, 오늘 하루도 꿋꿋하게 잘 지내보기로 해요. 나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겪는 어려움이라는게 안타깝기도 하지만 힘이 되기도 하고 그렇네요.
보잘것 없는 사진때문이라기 보다 moonnight님이 원래 마음이 따뜻한 분이기때문일거예요 ^^
 

 

 

 

 

 

1. 집 밖에서 봄

 

 

 

 

 

 

 

 

 

실물이 사진보다 작다.

봄까치꽃.

 

 

 

 

 

 

 

 

2. 집 안에 봄

 

 

 

 

튜율립을 생각하고 꽃집에 들어갔는데

대신 라넌큘러스를 사왔다.

열송이쯤 사고 싶었으나 꽃값이 만만찮아서 딱 세송이만.

 

 

 

 

 

 

 

 

 

 

 

 

 

 

 

 

 

 

 

 

 

 

 

 

 

 

 

 

 

 

 

 

'코로나 19 업데이트 뉴스로 시작하고 마감하는 하루가 계속되는 불안함과 울적함,

너희들이 덜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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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1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ronicle of a Death Foretold (Paperback) -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영문판
Vintage Books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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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처음 만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즈. 그의 작품을 읽어봤다는 경험이 그의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도록 이끌기보다 더 주저하게 만들었던 것이 사실일 정도로 백년 동안의 고독은 소화가 잘 되는 소설이 아니었다. 책꽂이에 꽂혀있는지 이미 꽤 된 이 책 <Chronicle of a death foretold>는 그나마 두께가 별로 되지 않고 평도 좋기에 드디어 읽을 용기를 내보았다. 스페인어로 쓰여진 것을 영어로 번역해놓은 책이다. 우리 나라 말 번역본은 2008년에 민음사에서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라는 제목으로 나와있다.

 

안젤라 비카리오 (Angela Vicario, 이 이름의 정확한 스페인어 발음은 모르겠다) 라는 여자가 결혼식을 올린 날, 그녀가 처녀가 아니었음을 알게된 신랑은 그녀를 곧바로 친정으로 돌려보내고, 가족들로부터 신랑 이전의 그 상대가 누구였냐는 질문의 압박에 못이겨 안젤라는 한 마을 청년인 산티아고 나사르 (Santiago Nasar)라고 대답한다. 이런 불명예를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한 안젤라의 쌍둥이 형제들은 치욕감을 참을 수 없어하며 산티아고 나사르를 죽이기로 하고 그를 찾아나선다. 산티아고 나사르는 이제 스물을 갓 넘긴 청년. 아랍에서 건너온 이민자인 아버지 이브라힘 나사르 (Ibrahim Nasar)가 몇해 전 죽자 그 일을 물려받아 농장주가 되었고, 호탕하고 여자를 좋아하지만 특별히 사람들에게 원한 살 일도 하지 않는 동네 청년이다. 여동생을 욕보인 것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비카리오 형제는 칼을 품고 집을 나서서 산티아고를 죽이겠다고 만나는 동네 사람들에게 공공연히 말하고 돌아다녔기에 이미 많은 동네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게 되었지만 설마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사이인 그들이 산티아고를 죽일 리가 있겠나, 농담일거라고 생각하며 그 누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결국 비카리오 형제는 가지고 간 칼로 산티아고를 잔인한 방법으로 여러 차례 찔러 죽임으로써 명예회복 목적을 달성한다.

이런 사건이 일어나고 27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한때 산티아고의 친구였던 화자는 사건의 진실을 다시 밝히고자 이 마을을 방문해 그 사건을 알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만나 그때 상황에 대해 조사한다.  

 

 

 

 

 

 

 

 

 

 

 

 

 

결혼 첫날 밤을 치르고서 신부의 순결에 대한 증표로서 자고난 침대 시트를 공개해야하는 관습, 신부가 순결을 지키지 못한 것은 곧 가문의 불명예가 되어 명예회복을 위한 복수극을 벌이게 되는 것등,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 느껴졌던 남성우월주의가 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지만 그건 주제가 아니라 소재라고 믿고 계속 읽어나갔다.

늘 그렇듯이 한 작품을 읽어나가는 것은 사건의 진행을 따라가는 동시에 작가의 의도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산티아고가 살해를 당하던 그 시간, 교황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어 사람들의 정신을 더 분산시켰다는 설정은 우연한 설정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안젤라와 그 가족의 명예를 박탈시킨 그 남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작가는 끝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죽음을 당한 산티아고가 그 상대는 아닐거라는 암시만 여러번 던지고 있을 뿐이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안젤라는 산티아고라고 말을 한 것인지.

등장하는 인물 모두에게서 인간의 속물근성, 이중성, 비겁함을 본다. 안젤라에게 일방적으로 구애하고 일사천리로 호화로운 결혼식을 진행시키며 아내를 잃은 Xius 노인으로부터 억지로 저택을 사들여 미래의 결혼생활을 과시하고 싶어했던 안젤라의 신랑 바야르도 산 로만 (Bayardo San Roman)은 허욕에 찬 인간의 모습이며, 누이의 불명예를 알고 산티아고를 죽임으로써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칼을 들고 나선 비카리오 형제에게 진정한 살해 동기가 있기는 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동네 이사람 저사람에게 살인 계획을 말하고 다닌 것이 의미하는 것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과정일수도 있지만 산티아고를 죽여야 하는 것이 꼭 그들의 의지는 아니었음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들은 동정을 받아야할까. 하지만 판사 앞에서 그들은 다시 그런 상황에 놓이더라도 같은 행동을 했을것이라고 선언한다. 관습과 편견에 의해 살고 죽는 우매한 인간들.

밀크샵 주인 클로틸드 (Clotilde Armenta)는 유일하게 마을 사람들 이사람 저사람을 붙잡고 산티아고의 죽음을 막기 위해 무언가 해야한다고 재촉한 사람이었고, 산티아고의 절친이자 의대생이었던  크리스토 베도야 (Cristo Bedoya)만이 그 사실을 산티아고 본인에게 알리고 피하게 하려고 그를 찾아 이리 저리 뛰어다닌다. 하지만 만나는 사람들에게 산티아고를 봤냐고 물어보지만 모두들 못봤다거나 방금 어디로 갔다거나 하는 식으로만 대답하는 바람에 살인을 막을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살인이 일어날거라는 것을 들으면서도 그것을 믿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으로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 앞에서 누군가 막아야 할 일임을 명확함에도 굳이 나서지 않고 싶어하는 인간의 부끄러운 바탕을 본다. 지금의 우리는 크게 다른가?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산티아고의 엄마는 달라야 하지 않았을까? 자식이 위험에 처했음을 뒤늦게 알게 된 산티아고의 엄마 플라치다 리네로 (Placida Linero)가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한 행동은 결국 간만의 차이로 오히려 산티아고로 하여금 죽음을 피하지 못하고 맞닥뜨리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죽은 산티아고의 친구였던 화자가 사건이 일어나고 27년이나 지난 후 다시 그 현장을 방문하여 가족을 비롯하여 마을 사람들을 만나 그 당시 사건을 회고하게 만들고 다시 정리하는 구성을 작가가 굳이 택한 이유는, 작가 자신의 오래 전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도 있겠고, 시간에 따라 달라졌을 수도 있는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 관점, 해석을 위해서일수도 있다.

 

이 소설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즈의 다음 작품으로 진행하는데 주저함이 아닌, 그 반대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끝까지 긴장감을 풀지 못하게 하는 매력, 여기 저기 지뢰처럼 깔려있는 상징을 찾아가며 읽는 재미가 그렇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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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7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17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The Apple Tart of Hope (Hardcover)
Sarah Moore Fitzgerald / Holiday House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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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트를 다 먹고 나면 타르트는 사라졌어도 바닥에 타르트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듯이, 모든게 다 끝난 것 같은 상황에도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는 메시지가 책 표지에 드러나있다.

 

 

 

 

 

 

아일랜드에서 성장했고 지금도 아일랜드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살고 있는 저자 Sarah Moore Fitzgerald의 세번째 소설이다.

아일랜드의 한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오스카 (Oscar) 라는 남자 아이와 절친 메그 (Meg)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열네살 이 둘은 훨씬 어릴 때부터 친구로 지내고 있는데 이 둘이 처음 친구가 되는 장면을 읽는 동안엔 저절로 웃음이 얼굴에 번지게 만들 정도로 달콤하고 따뜻했다. 막 구워낸 타르트를 맛볼 때 처럼.

정확하지 않은 번역이겠지만 한번 옮겨 적어본다.

 

오스카가 처음 우리 이웃으로 이사오던 날을 나는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때 우린 둘다 꼬맹이였다. 큰 이사 트럭이 가까이 와서 우리 집 부엌엔 그늘이 드리워졌고 나는 무슨 일인가 하여 현관 너머로 내다보았다. 그리고 그 아이를 보게되었다. 키 크고 잘 생기고 침착해 보이는 모습. 그 아이의 동생인 스티비를 보던 순간도 기억한다. 조그맣고 휠체어를 타고 있었고 재잘재잘대던 아이. 얘들의 아빠는 짐을 옮겨 앞마당에 쌓아놓고 있었다. 아무 말이나 표정 없이.

이 날 이후로 오스카를 발견한 곳은 내 방에서였다. 그 아이는 자기 방 창문에 앉아 얼굴에 엷은 미소를 짓고 팔에 뺨을 얹은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뒤에는 아주 큰 망원경이 놓여 있었다. 처음에 난 그 아이를 못본 척 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우리 집과 그 아이 집 사이엔 체리 나무가 있었는데 오스카는 그 나무의 죽은 가지를 쳐내고 내 방 창문을 두드렸다. 내가 창문을 열자 그 아이가 창문 너머로 내게 "안녕!" 하고 인사하며 웃어보였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다. (22, 23쪽)

 

오스카는 성격도 좋지만 특별한 재주가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애플 타르트를 만들 줄 아는 것이다. 그 애플 타르트는 보통의 애플 타르트가 아니라 희망의 애플 타르트. 한 입 먹는 순간 세상이 지금까지 보던 것과 완전히 달라보이게 만드는 타르트이다.

누구도 미워할 리 없고 누구를 미워할 줄도 모르는 오스카가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바닷가에서 오스카가 타던 자전거만 발견되었을 뿐 수색 작업에도 시신은 발견되지 않자 사람들은 오스카가 바닷가에 빠져 죽은 것으로 추정하고 그에 따른 절차를 진행한다. 가족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받아들이며 학교에서는 오스카를 위한 추모 미사까지 진행되는 가운데 딱 두 사람, 오스카의 절친 메그와 오스카의 동생 스티브만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사고의 진상을 파헤치기로 한다.

이야기는 첫번째 조각, 두번째 조각 하는 식의 소제목을 달고 스무 조각 까지, 오스카와 메그의 교차 서술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스카와 메그, 오스카의 동생 스티비 외에 이야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두 인물이 더 나오는데 그 한 사람은 바닷가에서 오스카에게 발견되어 애플 타르트와 함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 바니라는 남자이고, 또 한 사람은 오스카와 메그의 클라스 메이트로서 새로 이사온 팔로마라는 여아자이이다. 팔로마는 메그가 1년 동안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사가 있는 동안 메그가 살던 집으로 이사해왔고, 자기는 누구에게나 호감을 받아야 하고 자지가 이 세상에서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이다. 팔로마는 오스카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고 싶어 접근하지만 오스카는 팔로마가 원하는 만큼 자기에게만 올인해주지 않는다. 이런 불만족과 질투, 앙심은 결국 예상치 못한 큰 결과를 낳게 된다.

메그와 팔로마. 동갑의 두 여자 아이 캐릭터가 극과 극인 것 같으면서도, 한 사람의 마음 속에 어쩌면 두 성향이 다 내포되어 있다가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언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복잡하지 않은 구성이면서 이야기를 재미있게 엮어나가는 작가의 솜씨는 다음 페이지로 저절로 넘어가게 한다. 깊이 파고들어야 하는 목적의 책이 아닌 이상, 소설은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다른 백 사람의 말 보다도 그 사람의 말과 입장을 믿어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 거짓을 바탕으로 한 평화는 평화가 아니라는 것. 우정은 친구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 착하고 재미있는 청소년 주인공 소설이다.

아마존 분류 기준으로 12+ 로 되어 있는데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나라 12살을 의미할테니 우리 나라 12살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니 참작하여 읽으면 될 것 같다. 우리 나라에 아직 번역본은 안 나와 있는 것 같은데 제목때문인지 오래 전에 읽은 <레몬케이크 껍질의 특별한 슬픔> 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다른 얘기이긴 하지만 음식과 마음을 연결시킨 이야기라는 점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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