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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4 - 중세 문명과 미술 : 지상에 천국을 훔쳐오다 ㅣ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4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7년 6월
평점 :

미술이야기
4 중세문명과 미술
지상에 천국을 훔쳐오다
미술이야기 5 (르네상스)를 먼저 읽었고 다음으로 미술이야기 3 (그리스 로마 문화), 그리고 미술이야기 4 중세문명과 미술편을 읽었다.
역사를 모르고 미술을 이야기하기란 화학을 모르고 생명현상 설명하기, 수학을 모르고 물리 공식 이해하기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새삼스런 이야기가 되겠으나 이번 4권은 특히 더 그런 것이, 제목은 미술이야기라면서 책의 중반 정도에 이르기까지 그림보다 지도와 연표가 더 많이 등장하는 듯 싶었고 미술사가 아니라 역사 공부를 하고 있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중세에 해당하는 11세기에서 13세기, 서기 1000년 부터 1300년 까지의 미술 이야기이다. 지금으로부터 천 년도 더 된 먼 먼 그 옛날. 그때의 사람들은 없지만 그때의 건축이 남아있고 조각이 남아있고 기록이 남아있다.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책을 읽어나간다.
앞권에서 그리스 로마 문명이 자체적으로 발생되어서 오늘날 모든 문명의 시발점이 된 것은 아니라고 저자가 강조했던 바 있다. 그리스 문명 이전에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문명이 있었고 분명 이들의 영향을 받아 그리스 문명이 발생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유럽이 처음부터 지금처럼 문화 선진 지역은 아니었고 중세 시기에 십자군 원정길을 따라 들어온 비잔티움과 동방의 화려한 미술이 유럽 미술이 새롭게 도약하는데 큰 자극이 되었음을 서론부터 밝히고 들어간다. 양식으로 말하자면 중세는 로마네스크와 고딕의 시대인데, 순례 열풍을 타고 순례자들이 오고간 길을 따라 발달한 마을과 도시에 새롭게 교회가 세워졌고 이렇게 고대 로마 이후 잠잠했던 미술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 로마네스크 양식이라면, 동방의 화려한 시각세계의 영향을 받아 새롭게 변신한 미술 양식을 고딕이라고 부른다.
1. 로마네스크 양식
이 시기에 순례 열풍이 불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순례는 일종의 속죄 여행으로서, 중세 기독교인들은 천국에 가려면 죽기 전에 일생 동안 저지른 죄를 용서받아야 한다고 믿었고 성지 순례를 확실한 참회의 방법으로 삼았다. 현대까지 이어지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형성된 것도 이 시대이다. 예수가 죽음을 당한 예루살렘까지의 길은 너무 멀고 험하니까 예수의 제자나 성물이 발견된 곳까지를 순례의 목적지로 하였고 예수의 제자 야고보가 묻힌 산티아고는 그런 순례길 중 하나인 것이다. 이렇게 길이 생기고, 길을 따라 도시가 형성되어갔다. 그리고 새로운 도시가 형성되어가면 그곳에 대규모 성당을 세웠다. 이렇게 새로운 건축 붐이 일면서 고대 로마의 양식을 따라했는데 이런 양식을 로마식, 로마풍이라는 의미로 로마네스크 양식이라고 부른다.
로마네스크 양식 = 고대 로마풍 양식 + 기독교 사상
당시 지어진 성당에는 순례객을 배려하는 원형 회랑과 소형 예배당 등이 마련되었고, 아치를 많이 활용한다는 특징을 지니는데 두꺼운 벽, 아치형 기둥, 십자가형 건축 구조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성당의 내부에는 많은 조각들로 채워져 있는데 중세 미술에서 조각은 성경에 등장하는 예수의 일화와 기독교 교리를 내용으로 하여 신앙심의 표현, 기독교 교리에 근거한 교훈적인 메시지의 전달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2. 노르만 미술
유럽의 역사에 있어서 이 시기는 바이킹의 세력이 급부상한 시기이기도 하다. 바이킹은 원래 유럽의 최북단인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덴마크 지역에 퍼져 살던 민족인 노르만족을 말하는데, 프랑스 노르망디에 정착한 이래로 유럽 대륙을 차츰 정복해나가서 10세기가 되면 영국을 정복하기에 이른다. 이들은 정복지의 로마네스크 양식을 흡수하고 받아들여 독특한 노르만 미술로 발전시키기에 이른다. 즉 업그레이드된 로마네스크 양식이라고 볼 수 있다.
탁월한 군사력과 열정적 신앙심, 개방성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던 노르만 민족은 유럽 대륙내에서 여러 문화를 엮어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였고 이로써 중세 유럽 문화의 선구자 역할을 한 셈이다. 예를 들어 피사 대성당 (1063-13세기, 피사)은 전형적인 로마네스크 건축 양식과 이탈리아 반도 고유의 미술 전통이 혼합된 건축물이며, 산 마르코 대성당 (1063-1094, 베네치아)은 로마네스크 양식과 비잔틴 양식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독특한 건축물이다.
11-13세기 기독교와 이슬람교 사이에 벌어진 십자군 전쟁은 비잔티움 제국으로 대표되는 동방의 선진 문물이 서유럽으로 유입되는 계기가 된다. 십자군의 집결지였던 지역이 물자와 인구의 집중으로 인해 도시로 발전하여 고딕 양식이 탄생하고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 것이다. 피사와 베네치아는 그 대표적인 도시이며 피사 대성당은 훗날 르네상스 양식으로 발전하며,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대성당은 비잔틴 양식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3. 고딕 미술
고딕 양식의 생일이라고 말하는 1144년 6월 11일은 파리 인근에 위치한 도시 생드니의 수도원에서 새 성당의 완공을 축하하는 의식이 거행된 날이다. 높은 천장, 첨두 아치,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 성스러운 음향효과를 특징으로 하고 있는 생드니 수도원의 건축 양식은 후에 노트르담 대성당, 생트 샤펠 등의 건축으로 이어지고 고딕 양식의 효시가 되었다.
사실 고딕은 단일 요인에 의해서라기 보다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탄생한 양식이다.
사회적 요인 도시 발달, 시민 의식 형성
경제적 요인 부의 축적, 집약된 노동력
문화적 요인 신앙심, 지역에 대한 자부심
첨두 아치 (끝이 뾰족한 아치. cf. 끝이 둥근 아치는 로마네스크 양식), 늑골 궁륭 (갈비뼈 구조의 둥근 천장), 플라잉 버트레스 (공중 부벽)는 오늘날 고딕의 3요소로 불린다.
재미있는 것은 이 고딕 양식이 중세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천년이 지난 지금 현대 건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몇몇 현대 건축물들은 고딕 양식의 모티브와 건축 방식등을 차용하고 있는데 우리 나라에만 해도 일부 대학의 본관 건물, 명동 성당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하늘에 가까이, 더 가까이 뾰족하게 위엄을 세우고 싶었던 고딕 양식 건축물은 그래서인지 소실되거나 무너져 내린 곳도 많다.
앞으로 이런 곳들을 방문하게 되면 과연 지금 책에서 읽은 이 내용들이 십분의 일이라도 떠오를까 생각하니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볼 수 있을 만큼 알아가지고 가라는 뜻 아닌가.
이 책 제목 위에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이라는 말은 틀렸다. 한번 공부해서 될 내용들이 아니다. 한번 읽어도 이해가 잘 되도록 쓰여진 책이라는데는 이의가 없다.
5권까지 나온 책들중 지금까지 세권을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었는데 앞으로 읽을 책은 물론, 읽은 세권도 구입해서 소장해야하나 생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