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해야할까 이 형태를

평평한 곳은 오직 바닥뿐

물이 흐르며 순간적으로 만들어놓은 흔적 같게

지금도 흐르고 있는 것 같게

무계획으로 보이게 하는

계획

 

 

 

공기 지나며 바람 만들라고

연꽃넝쿨 사이 채우지 않은 공간

가벼운듯 더 단단하리라

빈듯 더 채우리라

조용하지만

견고한

그 결의

 

 

 

 

 

 

 

 

 

 

- 2018년 6월 국립중앙박물관 3층 청자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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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세트 - 전2권 열린책들 세계문학
움베르토 에코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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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가 아무리 천재학자이고, 2년 반 이라는 시간을 투자하여 쓴 소설이라지만, 천재의 두뇌와 2년 반의 시간만으로 이 소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건 아닐 것이다. 한 인간의 머리에서 이 방대한 배경 지식들이 이렇게 완벽에 가깝게 짜집기 되어 작품으로 만들어져 나오기까지, 그 과정 또한 이 소설 못지 않은 하나의 소설이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움베르토 에코는 원래 소설로 유명해지기 이전에 학자로서 다방면에 두각을 나타내던 사람이다. 철학, 역사학, 미학에다가 가장 대표적 학문으로 기호학까지. 이탈리아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까지 해독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기호학에 그 정도 명성을 가지고 있는 그에겐 어쩌면 자연스런 일일지 모르겠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어떤 분야도 빠뜨리지 않고 다 넣고 싶었나 할 정도로 이 책엔 위에 말한 모든 분야가 다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생생한 지적 보고'라는 출판사 소갯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세 역사도 아퀴나스 신학도, 잘 아는 바 없던 나 같은 독자들은 이 책 처음의 서문과 프롤로그 읽으며 인상쓰다가 읽기를 포기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앞에 읽은 부분을 들춰 다시 읽어 보기를 몇 차례 해야하긴 했지만 그러면서 본격적인 이야기 장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도저히 손을 못놓게 되는 이 소설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1300년대 우럽에서 수도사는 성직자이기도 했지만 학자이기도 해서, 이 소설의 중심인물인 영국의 윌리엄 수도사도 옥스포드 출신으로서 저자인 움베르토 에코처럼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고 여러 언어의 해독능력을 갖고 있다. 교황의 권한과 세력이 자꾸 확장되어가면서 교회가 세속화되어가자 이것에 반대하여 교회 원래의 본분을 강조하며 청빈을 주장하여 일어난 것이 성 프란치스코 수도회이다. 교황 측에서는 이런 성 프란치스코회를 곱게 볼리 없었고 성 프란치스코회 중에서도 조금만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분파만 있으면 가차없이 이단으로 몰아 처형하는 일이 벌어졌다. 안그래도 교황 세력과 대립하고 있던 황제 측은 이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성 프란치스코 회와 같은 노선을 타게 되는데, 극심해져가는 황제와 교황의 대립 상황의 중재점을 찾기 위해 양쪽을 대표하는 수도사들이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 모이기로 하고, 이중 성 프란치스코 수도회 측의 일원으로 윌리엄 수도사가 시중 수도사 아드소를 데리고 수도원에 도착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교황측 대표단을 기다리는 중에 수도원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수도사들의 연달은 죽음. 이들 죽음의 원인과 범인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수도원장으로부터 받은 윌리엄 수도사는 그 열쇠가 교회의 비밀의 장소, 즉 장서각과 관련있음을 알게 된다. 장서각의 무엇이 수도사들을 연달아 죽음으로 몰고 가게 했으며 범인은 누구인가.

상하권 합쳐서 900쪽에 달하는 분량의 내용이 마지막 장에서 감히 완벽하다고 말하고 싶은 결말로 마무리 된다. 그야말로 완벽하게.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이, 남는 톱니도, 모자라는 톱니도 없다.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3천만부 이상 팔렸다는 이 책. 고전문학 입문서로서 만권의 책이 집약되어 있다고 소개되고 있는 이 책에서 빠진 것이 있다면, 너무 완벽한 구성, 배경, 마무리 때문에,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더 생각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탄과 감동만 남길 뿐 독자가 더 생각하고 해결하고 나만의 답을 찾아 내 나름으로 마무리 해야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저자가 이미 책 속에서 다 해버렸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런 소감을 남기는 것도 조심스러울만큼 이 책은 대단하다. 특히 마지막 장 7일째 부분, 두 인물의 (스포일러가 될까봐 이름은 적지 않는다) 대화를 통해 모든 사건의 논리가 제시되는 몇십 페이지는 과연 움베르토 에코의 지적 향연의 절정을 보는 듯 했다.

못 참고 한 대목만 옮겨 놓고 마쳐야겠다.

 

악마라고 하는 것은 물질로 되어 있는 권능이 아니야. 악마라고 하는 것은 영혼의 교만, 미소를 모르는 신앙, 의혹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진리...이런게 바로 악마야! (8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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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2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8-06-12 08:29   좋아요 0 | URL
저도 선뜻 읽기 주저하다가 이제서 읽었는데 처음 고비를 넘기니 재미있어서 계속 가게 되더라고요.
저자의 다른 책을 뭘 더 읽어볼까 둘러보고 있던 중이었는데 알려주신 책 읽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5월 초에 본 마로니에 (서양칠엽수)

 

 

'아, 이게 그 마로니에구나.'

 나무 이름 알고 재미있어서 '마로니에 사랑', '지금도 마로니에는' 등, 제가 알고 있는 마로니에 들어가는 노래들 흥얼흥얼 거렸었어요.

 

 

 

 

 

 

지난 주에 가보니 이렇게 되어 있어요. 꽃 지고 열매가 생겼더라고요.

 

 

 

 

 

 

숲속의 집인가 하는 TV프로그램에서 박신혜가 하는 걸 보고 저도 구입했어요.

사진을 적당한 크기로 조각조각 금그어 잘라놓고 다시 붙이게 하는 것. '이게 뭐라고' 생각했는데.

 

 

 

 

 

 

 

 

 

 

 

 

 

 

 

 

 

 

 

 

 

 

 

하다보니 출판사에서 이런 류의 책 만들때 관건은, 사진 조각조각 내는게 문제가 아니라, 각 조각에 어떻게 색깔을 배열해서 다시 붙였을때 전체 그림에 입체감이 잘 살아나게 하는가, 그것이겠더라고요.

 

 

 

 

 

 

 

 

 

"엄마, 뭐해요?"

아들이 묻습니다.

 

"아트"

제가 대답했습니다. 웃지도 않고.

 

 

(재미있습니다. 이 책 다하고 다른 책 또 살거예요.)

 

 

 

 

 

 

 

 

 

 

 

저희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나무입니다.

잎이 독특하게 생겨서 '이게 무슨 나무지?' 하고 이리보고 저리보다가 새집을 발견했어요.

위에 보이시나요? 가지 사이에 얼기설기 만들어져 있는 새집.

 

 

 

 

 

 

아파트 건물 한가운데서 이런 새집을 발견할 줄이야.

신기해서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갔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안에 아기새가 있어요. 두 마리!

(사진엔 한마리만 보이고 있어요.)

 

 

 

 

(나무 이름은 대왕참나무라네요. 이름표를 달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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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6-02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식물 공부를 하게되서 고마울따름입니다.ㅎ
저도 가끔 숲속의 작은 집 보는데 처음엔 이게 뭥미했는데
묘하게 중독성이 있더군요.
역시 사람은 자연과 친해져야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hnine 2018-06-03 00:46   좋아요 0 | URL
아, 프로그램 이름이 <숲속의 작은 집>이군요.
자연에 관심이 가게 되더라고요 나이 먹을수록. 소설가 박경리 선생님도 그러셨대요 결국 모든 것의 근본엔 자연이 있다고요. 요즘은 새 소리에도 관심이 많아서 가끔 새벽에 새소리를 녹음해놓기도 해요. 그런데 그건 정말 무슨 새 소리인지 알 방법이 없어요. 오늘 낮에도 저 사진 찍으며 엄마 새 기다리는 아기 새 모습이 얼마나 예뻤는지 모른답니다.

2018-06-03 0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8-06-03 20:12   좋아요 0 | URL
참나무 종류는 비슷하게 생겼으면서 종류가 여러가지라 늘 헛갈립니다. 참나무만 해도 갈참나무 졸참나무... 대왕참나무는 이번에 이름표 보고 처음 알았어요 ^^
 
나는 너를 본다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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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옥의 티 정도일 수도 있고 이런 류위 추리소설에서 더 결정적인 헛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드러나는 범인의 범죄 동기가 그리 설득력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는 것. 470여쪽에 걸친 사건의 진행과 추적과정에 비해 범인(들)이 그런 사건을 일으키게 한 동기가 너무 미약하거나 간단하게 처리되었다.

실제 경찰로 오랜 기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작가 답게 사건 묘사는 매우 구체적이고 실감난다. 들은대로 쓴것이 아니라 겪어서 아는 바를 썼다는 느낌이 들도록. 사건 전개도 짜임새있다. 용의자가 여러번 바뀌면서 읽는 동안 긴장감과 궁금증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매력도 있다. 두툼한 책의 마지막 장을 향해가면서, 앞에 말했듯이 범인의 범죄동기가 너무 약하고 막연하다고 아쉬워하며, 기승전 단계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던 한 인물의 역할은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고 이야기가 끝나나보다고 또 하나의 결점으로 꼽으려던 마음을 싹 뒤집은 마지막 페이지란. 

빠져드는 매력까지는 아니었지만 요즘 하는 말로 평타라고 할까. 한번쯤 읽어볼만한 추리소설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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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니시다가 이꽃 (↓) 많이 보시죠?

 

 

 

 

 

 

 

 

 

 

 

 

 

 

 

 

 

 

 

 

 

 

<큰금계국> 이랍니다.

 

(보통 '금계국'이라고 부르는데 금계국은 조금 다르게 생겼고 우리가 흔히 보는 이 꽃의 정확한 이름은 <큰금계국>입니다.)

 

 

 

 

 

 

 

금계국 옆에 같이 피어있는 얘는 <샤스타데이지>

 

 

 

 

 

 

 

 

 

 

 

 

이 나무 이름 아시는분??

 

<마로니에>랍니다.

노래 가사에도 나오는 그 마로니에요.

우리말로는 <서양 칠엽수>. 잎이 일곱개씩 붙어 있어요.

 

 

 

 

 

 

 

 

 

뭐니뭐니 해도 여름하면 <장미>죠.

저희 아파트 담벼락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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