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을 쓰려고 포장을 풀러보니 파랗게 잎이 나오고 있었어요.

살려고 나오는데

안먹는 부분이라고 그냥 잘라버릴수가 없어서

끝부분을 잘라 물에 살짝 담궈놓았어요.

(제가 잘 하는 짓입니다. 무우, 당근, 양파 ^^)

그랬더니 며칠 새 저렇게 자랐네요.

 

 

지금은 그냥 물에 담그어 놓기만 했는데

예전 경험에 의하면

줄기가 제법 뻗어올라 더 잘 자라게 해주려고 흙으로 옮기면 꼭 시들시들 죽더라고요.

이번엔 어떻게 해야할지.

잘, 오래, 커주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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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02-06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기 좋군요.
위대한 탄생 같아요.

hnine 2018-02-06 15:27   좋아요 0 | URL
예전에 무우는 꽃필때까지 키워본 적 있어요. 어찌나 신기하던지요.
당근은 그렇게까지 키워보질 못했네요.
해가 나는 쪽으로 옮겨주며 해바라기 시키고 있긴 한데 언제까지 물에만 담그어둘수는 없는 것 같고. 한번 검색해봐야겠어요.

북극곰 2018-02-06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네요. 이 겨울에 초록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상큼해집니다. 새삼스럽게 초록이는 당근색이랑 참 잘 어울리다는 생각을 하며.... +.=;;

hnine 2018-02-06 17:22   좋아요 0 | URL
초록색이 은근히 다른 색이랑 잘 어울리더라고요.
막 새로 태어난 초록색이라 유난히 더 싱그러워 보이죠? ^^
아 참, 제가 읽은 Ghost 책의 저자는 레이나 텔게마이어 랍니다. 어린이용 책이라 읽기 쉬운편이지요.

책읽는나무 2018-02-06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근이네요^^
봄이 올 듯 합니다!!!

hnine 2018-02-06 17:24   좋아요 0 | URL
제가 좀 일찍 봄 기운을 끌어오고 싶었나봐요.
새 생명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 해도 기운이 조금 업 되는 것 같거든요.
책읽는나무님도 한번 해보세요. 물에다 담그기만 하면 되니까 쉬워요 ^^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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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이 과하다. 인디언과 아프리카 부족에 전해내려오는 이야기, 우화, 다른 작가의 문장 등,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인용이긴 했지만 용량 초과 느낌은 이 책만의 개성이 흔들리게 한다. 특히 비슷한 구성의 책을 여러 권 쓴 저자의 겨우 이렇게 인용을 즐겨하다보면 동일한 인용이 여러 권에서 겹칠 수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왜 아니겠나. 이 책 한권에서만도 한번 인용되었던 내용이 뒤에서 중복 인용되기도 하는데 (예1. 인생의 부를 결정하는 기준에 대한 앙드레 지드 인용이 62쪽과 192쪽; 예2. 영적 교사 페마 초드론의 얘기가 179쪽과 204쪽).

트집부터 잡고 시작했으나 내용 자체는 읽어볼 가치가 있다. 읽으면서 바로 수용되는 내용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독자로 하여금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내용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말들이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내용 아니냐는 불만은 없다. 진리는 간단하고 당연하고 단순한데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읽으며 밑줄 친 몇 부분을 옮겨 본 것인데 대부분 인용이다 (괄호안의 문장은 내가 덧붙인 것)

 

◆ 삶에 대한 해답은 삶의 경험들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다 (머릿말)

(책에서 얻은 지식을 가지고 삶의 경험을 완전 대체할 수 있다는 자만의 위험)

◆ 모든 과정과 순간순간이 목적지라는 말은 트레킹뿐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진리이다.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있는 것들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목적지에 도달해서도 행복하지 못하다 (35)

(일생을 다 마칠 무렵 도달하는 곳이 목적지가 아니라 매일, 매순간이 목적지. 오늘 이 순간이 목적지)

◆ 사람들은 당신의 이름을 알지만, 당신의 스토리는 모른다. 그들은 당신이 해 온 것들은 들었지만, 당신이 겪어 온 일들은 듣지 못했다. 따라서 당신에 대한 그들의 견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라. 결국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아니라 당신에 대한 당신 자신의 생각이다. 때로는 자신과 자신의 삶에 최고의 것을 해야만 한다.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최고의 것이 아니라. (40)

◆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배경이나 환경이 아니라 일상의 순간에 대한 집중도 (71)

◆ 사람들이 당신에게 어떻게 하는가는 그들의 카르마가 되지만, 그것에 대해 당신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는 당신 자신의 카르마가 된다. (140)

◆ 만약 당신이 집을 갖기를 원하는데 누군가가 집을 사 준다면, 당신은 진정한 집을 얻응 것이 아니다. 그것을 얻기까지의 노력과 우여곡절과 경험이 생략된 집은 당신의 진정한 소유가 아니다. 그 집은 모래로 지은 집이나 다름없다. 당신은 곧 그 집을 잃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진리를 발견하기 원하는데 누군가가 당신에게 진리를 제공한다면, 그것은 당신의 진리가 아니라 모조품에 불과하다. 당신은 그 진리를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276)

 

모조품 인생을 살면 뭐하나. 울퉁불퉁 못생겨도 내가 이루어낸 인생 작품을 만들어야지. 오디세이아가 온갖 고생을 해가며,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자기 고향 이타카를 찾아가는 얘기를 하며 (역시 인용), 이타카는 그곳을 향해가는 바로 그 길위에 있다는 말로 책의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것을 보면 책을 여러 권 낸 작가, 베스트셀러 작가 다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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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6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26 1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8-01-27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플로 읽으면 강조된 부분이 표시되지 않아서, 이 글은 서재에서 읽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오늘도 무척 추운 아침입니다. 그래도 오후에는 어제보다는 기온이 많이 올라간다고 해요.
hnine님,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토요일 하루 보내세요.^^

hnine 2018-01-27 19:01   좋아요 1 | URL
추워서 며칠 산책 못시켰더니 저희 집 강아지는 지금 스트레스를 받는지 신경질쟁이가 되었습니다.
내일은 데리고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나갔다가 들어오면 새삼 따뜻한 집이 있다는게 고맙게 느껴져요. 그것만 해도 큰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

서니데이 2018-02-04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입춘입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 올해도 좋은 일들 많으시기를 기원합니다.
hnine님, 편안한 일요일 보내세요.^^

hnine 2018-02-06 14:54   좋아요 1 | URL
한참 추울때 입춘이라고 정하신 조상들의 지혜가 느껴집니다.
오늘도 무척 춥지요?
 

 

 

 

 

 

 

 

 

 

 

 

 

 

 

 

 

 

 

 

 

 

 

 

 

 

 

 

 

 

 

 

 

 

 

 

1.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다가 아파트 뒷마당에 누가 만들어놓은 눈사람을 보았다. 크기로 보나, 들인 정성으로 보나 시간 꽤 걸려 만들었을 것 같다. 눈사람이 빙긋이 웃고 있는 것 맞지요?

2.  이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꽃은 없다. 아름답지 않은 장미는 없다. 안개꽃을 둘러주니 더욱.

3. 4.  요즘은 귤도 종류가 많고 크기도 다양하다. 오른쪽이 그냥 귤이고 왼쪽은 레드향인데 한라봉과 밀감의 교배종이라고 한다. 일반귤 크기의 두 세배쯤 큰, 자이언트 귤이다.

5. 세상 평화로운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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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8-01-24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 예뻐요.^^
마당의 눈사람은 정겹구요.
좋은 날 되세요.^^

hnine 2018-01-24 11:56   좋아요 1 | URL
남편 생일이었어요. 아들은 선인장 화분을 샀고 저는 꽃다발과 케잌을 샀지요.
눈사람을 오랜만에, 그것도 거의 어린 아이 크기로 만들어놓은 것을 오랜만에 보고 반가와서 사진을 찍어놓았는데 지금은 다 녹았어요. 만든 이는 아쉬웠을 것 같아요. 구경만 한 저도 아쉬운데...
추운 날, 그래서 겨울 다운 날. 꿈꾸는 섬님의 하루도 좋은 시간이길 바랍니다.

stella.K 2018-01-24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귤 박스 도착했는데 껍질이 좀 질겨졌더군요.
이제 귤도 서서히 막을 고하려나 봅니다.
당장 다음 달이면 딸기가 마트 매대를 채우기 시작하지 않을까 싶어요.

대전엔 눈이 제법 왔나 봅니다.
서울은 여간해서 눈사람을 만들 정도로는 안 와요.

hnine 2018-01-24 19:21   좋아요 0 | URL
마트 가보면 딸기와 귤이 완전 제철이더라고요. 따라서 빵집에 딸기 케이크도 눈에 많이 뜨이고요. 그런데 딸기는 아직 비싸서 장 볼때 귤을 더 챙겨 넣고 있지요.
눈사람은 눈이 많이 왔던 때 찍어놓아서 좀 시간이 지난 사진이랍니다. 제법 크게 만들었더라고요. 애니메이션 <스노우맨>도 생각났고요.

자목련 2018-01-25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기분 좋은 사진이에요!!

hnine 2018-01-25 17:43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________^
앞으로 기분 좋은 사진 많이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나를 보내지 마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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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즈오 이시구로의 2005년 작. 작품 배경은 1900년대 후반 영국이다.

장기 기증을 위해 태어났고 키워지는 이야기를 이렇게 문학적으로 풀어낸 작품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또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 복제가 지금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고 이 소설이 발표될 당시 2005년에도 이미 복제에 대한 소재가 소설의 주제로 쓰인 것이 이 작품이 처음은 아니었겠지만 읽어가면서 든 생각은 작가는 복제인간, 장기 기증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기보다 그것을 소재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헤일셤이라는 기숙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은 물론 처음엔 자기들이 어떤 목적으로 이 학교에 모여 교육을 받는지 모른다. 한 교사에 의해 기증에 대해 처음 언질이 주어지는 시기는 학생들이 열 세살때, 성교에 대해 가르치는 시기와 비슷한 시기로 타이밍을 맞추면서 공개적으로 토론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이야기 하기를 삼가해야할 어색한 주제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함께 주입시킨다. 소위 '들었으되 듣지 못했다'는 식.

기증할 후보 학생들의 성향 추적 자료로 다른 것이 아닌 이들이 그려온 그림을 선별하여 보관한다는 아이디어는 예술적이고 문학적이라는 차원에서 남과 다른, 가즈오 이시구로다운 발상 아닌가 싶다.

 

"선생님은 로이한테 그림이나 같은 건 '한 인간의 내면을 드러낸다'고 했어. '영혼을 드러낸다'고 말이야." (245)

등장하는 아이들중 가장 어리숙해보이는 토미가 그것을 추론하여 캐시에게 야기하는 대목에선 '이 아이가 토미 맞나?' 했다.

나중에 루스가 토미의 이런 추론을 캐시로부터 전해 듣고서 토미 앞에서 일축시키는 대목이 나온다. 루스의 미묘한 심리, 즉 속마음과 다르게 표현하고 행동하는 심리, 그걸 바라보는 캐시의 심정, 당황하는 토미의 마음 등을 끄집어 내어 루스와 토미, 토미와 캐시, 루스와 캐시, 이 각각의 관계를 작가는 매우 섬세하게 묘사했다.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이 작가의 능력이 아닐까. 작가의 사이에 분명히 존재하는 장벽, 그리고 동시에 존재하는 연민이 이 셋을 어떻게 끌어안게 하고 어떻게 멀어지게 하는가를 표현하는 방식 말이다.

결말이 가까와오면서 (장기기증)집행 연기에 대한 희망의 뭉개짐이 서서히 드러나고.

우리가 너희 작품을 걷어온건 거기에 너희의 영혼이 드러나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좀더 세련되게 말하자면 그걸로 너희한테도 영혼이라는게 있음이 증명되기 때문이란 말이다. (357)

난 여기서 나름대로 가닥을 잡는다.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는지를. 그들이 단지 만들어진 기계같은 존재, 소모품으로서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처럼 영혼이 있는 존재라는 것.

그러면서 괜히 북받쳐 오른다.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장기기증이라는 그들의 존재 목적을 학생들이 알게 해야한다는 루시 선생님과, 학생들이 알게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에밀리 교장선생님의 대립을 통해,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사는 것, 과연 어떤 쪽이 나은지 스스로 물어보게 한다.

너희는 멋진 추억이 있고, 교육을 받았고, 교양이 있어. (358)

각자 앞에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았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었겠니? (367)

 

이 책의 마지막 몇 페이지는 가히 숨을 참고 읽게 한다. 어떻게 이렇게 끝까지 침착하게, 마지막 숨을 고르는 심정으로 절제하여, 그러나 아름답게 써낼 수 있을까.

 

눈물이 나오는대로 내버려둔채 책장을 덮었다.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나는 흐느끼지도, 자제력을 잃지도 않았다. 다만 잠시 그렇게 서 있다가 차로 돌아가 가야 할 곳을 향해 출발했을 뿐이다. (393, 이 책의 마지막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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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1-2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노벨상 작가의 작품은 잘 안 읽는데
이번엔 일본 작가라 관심이 좀 가더군요.
일본 문학은 좀 읽을만 해서.
그런데 이 작가도 호불호가 있는가 보더군요.

이 작품 영화로 나와서 얼마 전 봤는데
제 취향은 아니더군요. 책은 또 어떨지 모르겠어요.ㅋ

hnine 2018-01-24 19:28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노벨상 작가 작품 특별히 챙겨 읽지 않고 더구나 일본 소설은 가뭄에 콩 나듯이 읽어요. 그런데 가즈오 이시구로 소설은 그냥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가즈오 이시구로 책은 일본어로 쓰이지도 않았고 작가가 어릴 때 일본을 떠나 영국으로 이주해서 지금은 영국국적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아요. 작품도 일본 문학에 포함시키지 않고 영미권 문학에 포함시키더라고요.
영화로 만들어진건 알고 있는데 저는 아직 못봤어요. 책은, 저는 참 좋던데요 ^^
 
운명과 분노
로런 그로프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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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 책을 읽게 되었는가 생각해본다. 예전에 시드니 쉘던 이라는 작가의 소설도 생각나고 근래 몰아서 읽고 있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들도 생각한다. 전자는 비슷한 계열에 놓아보기 위해, 후자는 대조적이라는 이유로.

600 쪽에 이르는 분량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염려 필요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설사 다 읽고 별점 3점 주는 사람에게도 읽는 동안엔 흥미를 놓치지 않게 한다는 점.

통속적이고 드라마 같은 줄거리라고 쓸까, 사는게 그럼 통속 드라마 같은 것이지 뭘 더해야 하느냐, 어떻게 포장되길 바라느냐 라고 쓸까? (이 리뷰를 말이다).

그해 최고의 소설이라고 극찬했다는 오바마에게 실망했다는 말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었을 오바마의 그 한마디에 낚이고, 그것을 앞에 내세운 출판사의 기획에 낚여 책 구매 결정한 나는 또 뭔가 싶어 하지 말기로 한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한풀 꺾였을지도 모르는데 여전히 등장인물들의 센스있고 축약적인 대화 방식, 세익스피어 작품 속 문구의 재치있는 인용등도 돋보인다는 것도 인정.

소설은 크게 두 파트, 운명과 분노로 나뉘어져 있는데 운명은 남자인 로토 편에서, 분노편은 여자인 마틸다 편에서 기술하는 방식이다. 책 소개글을 보면 운명과 분노라는 제목의 단어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과 관련지어서, 그리고 두 인물 로토와 마틸다의 성격과 행동, 걸어온 길과 관련지어 설명을 해놓았던데 나는 읽으며 딱히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았고 다 읽고 나서도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아서 유감이었다.

 

그래도 다음 처럼 읽으며 표시해놓은 구절도 있기는 했다. 로토가 다른 여자 극작가에게 여성의 창의성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부분이다. 이 말을 하고서 장내의 웅성거림과 분노를 일으킨 그 구절. 길지만 옮겨적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태어날 때 수명이 제한되어 있듯 창의성의 양도 제한되어 있어요. 만약 여자가 자신의 창의성을 가상의 삶이 아니라 실제의 삶을 창작하는 데 쓰기로 한다면 그건 영예로운 선택이라는 말입니다. 여자가 아기를 낳는다는 건 종이 위에 허구의 세상을 써내려가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창작하는 겁니다. 단지 삶의 복제품이 아니라 진짜 삶을 창작하는 거니까요. 세익스피어가 어떤 작품을 남겼건 그건 같은 나이의 평균적이고 학식 없는 여자가 아기를 낳은 것보다 훨씬 못한 일입니다. 그 아기들이 이 자리에 있는 우리 모두를 만드는 데 필요한 조상이니까요. 어느 누구도 연극 한 편이 인간의 한 생명만큼 가치있다고 진지하게 주장하진 못할 겁니다. 무대의 역사가 지금 이 말을 뒷받침합니다. 역사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창의적인 천재성을 덜 드러냈다면, 그건 여자가 창의적인 에너지를 삶 그 자체에 쏟아부어 그들의 창작을 내면적인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258)

 

남자 주인공의 입을 빌어 얘기했지만 여자인 작가의 생각이라고 봐도 될지 모르겠다. 저자가 작품 전반적으로 세익스피어를 자주 인용하긴 했지만, 그리고 실제 그리스 신화와 세익스피어에 빠져 산 시간이 있었다고 어느 인터뷰 기사에서 얘기하기도 했지만, 아기 낳는 일을 세익스피어에 비교하여 지지하고자 한 글은 여기서 처음 본다.

 

그녀 주변의 이 여자들은 그런 유령 같았다. 얼굴 피부는 팽팽했다. 그들은 주방장이 만든 맛좋은 요리를 세 입 야금거리고는 배가 부르다고 선언했다. 백금과 다이아몬드를 주렁주렁 달고 다녔다. 그것들은 자아의 종기였다. (519)

 

마틸다가 주위의 다른 여자들을 보면서 혼자 생각하는 대목인데, 자아의 종기라는 표현이라니. 외워두고 싶었다.

'그레이트 아메리칸 아티스티티스 (Artistitis)' 라는 말도 나오는데 (521), 늘 더 커지고, 더 요란해지고, 헤게모니의 가장 높은 지점에 올라가려고 떠밀고 다투는, 이 나라 (여기선 미국을 말함) 에서 남자들이 예술을 하겠다고 덤빌 때 걸리는 일종의 병이라면서 어느 여자 평론가가 신랄하게 꼬집는 말이다. 접미사 -itis 는 염증이나 병의 이름에 붙이는 어미인데, 아티스트에 이 접미사를 붙여 만든 말이라고 주석이 붙어 있다. 우연인지, 실제 병 이름 Arthritis (관절염) 와 철자도 비슷하다.

 

결혼 전 뿐 아니라 결혼하여 부부가 된 후에도 로토와 마틸다의 관계는 육체적인 끌림이 전부인 것처럼 묘사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비공감 이유였다. 결혼 후 발견된 배우자의 결혼 전 과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소설 속에 담는 방법이 한가지는 아닐 것이다. 그것이 깊은 성찰의 결과물로 전달되는 소설도 있지만 줄거리의 전개, 인물의 행동, 거듭되는 반전을 통해 전달되는 소설도 있는게 당연하다. 그런데 내 경우엔 후자의 경우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더 어렵다. 왜 썼을까?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작가가 인간의 삶을 꿰뚫어보는 통찰의 흔적은 어디서? 리뷰를 쓰는 중에도 여전히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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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1-22 0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아침에 일찍 하루 시작하시는 hnine님, 오늘도 기분좋고 즐거움 가득한 하루 되세요.^^

hnine 2018-01-22 06:47   좋아요 1 | URL
요즘 서니데이님도 하루를 일찍 시작하시는 것 같아요 ^^
저희는 일단 아들을 6시 30분에 깨워야 하기 때문에요.
우리 같이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