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의 인생 실험실 - 나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던 일에 대한 치유 보고서
장현갑 지음 / 불광출판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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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의 인생실험실> 이라는 제목을 본다. 심리학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인생은 일종의 실험 과정 아닐까. 계획과 예상 후 실험. 실험에 따른 결과. 결과에 대한 고찰. 그것을 바탕으로 다음 실험을 계획. 이런 과정의 되풀이가 곧 산다는 과정일테니까.

책 표지 맨 위 작은 글씨. '나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던 일에 대한 치유 보고서'라고. 나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게 있을까. 다른 사람에게 일어났던 일은 언젠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걸 평상시 의식하지 않고 살기에 그 일이 일어나지 않는 동안 인생은 희극이고, 나에게 막상 일어나버리면 인생은 비극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한국 심리학계의 거장이라는 저자의 나이 올해 76세. 30대에 대학교수직을 시작했으니 이른 성공의 길을 달렸다고 볼수도 있겠지만 같은 30대에 정신의학과를 찾을 정도로 심리적 불안 장애와 우울증을 겪었던 사람이다. 

1997년 그의 나이 56세, 미국으로 안식년 휴가를 떠났고 방학을 이용해 미국을 방문한 가족과 함께 자동차 여행을 가던 중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한다. 눈 앞에서 부인과 딸을 보냈고, 아들과 저자 자신은 큰 부상을 당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경험. 그야말로 나에게 일어나리라 생각도 안했던 경험을 저자는 어떻게 극복하고 그 이후의 시간을 견뎌 오늘날 까지 왔을까. 그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저자가 말하는 극복의 구체적 방법이라고 제시한 것,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키워드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명상'이다. 가부좌 자세로 앉아 묵언 수행하는 모습은 이제 거둬내기로 하고.

명상에는 크게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집중명상 (止)과 통찰명상 (觀)이다. 독자에 따라 사마타 (samatha) 와 위빠사나 (vipassana)라는 말이 더 익숙할 수도 있겠다. 집중명상은 어떤 특정한 대상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집중하는 방식의 명상으로서, 주문을 외우거나 참선을 하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통찰명상이라는 설명 옆에 관(觀)이라는 한자를 보니 아주 오래 전에 내가 처음 접한 위빠사나에 관한 얇은 책이 생각난다. 그 책의 제목이 바로 관(觀) 이었다.

 

 

 

 

통찰명상, 즉 위파사나 수행은,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는 감각 느낌 또는 생각 등을 좋다 나쁘다 판단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고요히 관찰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우리 나라에 '마음챙김 (awareness)'라는 말로 번역되어 나와있기도 하다.

저자는 명상이라는 정신 활동과 그 치유효과를 개인적인 경험에서 그치지 않기 위해 과학적 효과와 근거를 제시한 국내외 여러 문헌들을 조사했고 이 책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 대부분이 대중적으로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사실이었고, 그럼에도 너무 많은 지면을 차지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책 뒷편에 실제로 명상하는 구체적 방법을 따로 설명해놓기도 했는데 그리 복잡하고 절차가 까다롭지 않다. 문제는 실천.

제행무상. 이 세상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고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인간의 마음은 안정되기 어렵고 괴로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데, 인간이 위대한 것은 이러한 괴로움에 대해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생고해. 나만 괴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는 누구나 괴롭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그리고 진화적인 측면에서도 인간의 뇌는 즐거운 경험보다는 고통의 경험을 더 잘, 오래 기억한다는 것을 안다면,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으리라.

이 외에도 기억하고 되새기고 싶은 구절이 많았다.

  • 수처작주 입처개진 (어디에 있든 존재의 주인공이 되면 있는 그 자리가 바로 진리) (15)
  • 일일시호일 (오늘이 좋아야 내일도 좋게 마련이다) (27)
  • 고통이 곧 의미 (29)
  • 신경가소성 (머리를 쓰면 쓸수록 머리가 좋아진다) (45)
  • 명상은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기술 (46)
  • 지도무난 유혐간택 (지극한 도라 해봐야 알기 어려운 것이 아니니, 오직 이것은 좋다느니 저것은 나쁘다느니 취사선택만 하지않으면 된다) (180)
  • 마음속 기억창고에 무엇을 저장할 것인가 - 긍정적 경험의 수집 (213)
  • 신이 아니라 내가 나를 구원하는 것 (223)

 

명백히 덜 괴로운 삶을 살게 하는 명상. 그렇다면 명상은 어떻게 하는가. 한줄 요약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심호흡을 해보라' 이다. 간단하지 않은가?

 

좋은 내용임에도 책의 별점을 세개만 표시한 것은, 위에 말했다시피 새롭게 알게 된 사실보다는 이미 알려져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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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9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7-11-19 19:35   좋아요 1 | URL
그래서 제목에 인생 실험실이라고 했나봅니다. 실험 같기도 하고 모험 같기도 하고요.
낼 모레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저자는 이미 열살이 되기 전의 우울하고 불안했던 경험을 지금까지 다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인간에겐 있다면서 ˝내가 그 증거다˝라고 하셨더군요.

nama 2017-11-20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이 아니라 내가 나를 구원하는 것‘.....기도는 내가 신을 향한 것이고 명상은 신이 내게로 들어오는 것이라 합니다. 응답없는 기도보다 명상이 더 인간적인 것 같네요.

hnine 2017-11-20 08:34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신에 의해서 나의 과거, 현재, 미래가 결정된다고 보는 것 보다 내가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저 말이 마음에 들어오더라고요. 신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내 인생에 적용시키느냐 하는 것도 결국 내가 생각해서 판단하는 것이니까요.
위의 <관>이라는 책은 대학교 2학년때인가, 제 친구가 우연히 권해줘서 보게 된 책인데 그림 위주이고 글자는 몇줄 안되는 간단한 책임에도 생전 처음 보는 내용에 아주 오래 기억에 남아있어요. 지금은 절판된 것 같아 아쉬워요.
 
이것만 알면 옛 그림이 재밌다 - 쉽게 재밌게 읽는 옛 그림 길라잡이
윤철규 지음 / 이다미디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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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옛 그림에 대한 지식이라곤 오래전 중고등학교 미술시간에 이론으로 배운 그 얄팍한 정도 밖에 되지 않는지라, 박물관 회화실에 가볼라치면 국보로 지정된 그림을 앞에 두고도 뭐가 좋은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우선 저 그림의 제목이 뭐라는건지, 제목 옆에 저 괄호 안의 설명은 뭐라는건지, 온통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모르니 좋아하기 어려운건 당연한 결과.

그림을 전공하지 않은 대다수의 이런 사정, 그래서 이런 책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저자와 출판사가 잘 간파했나보다. 제목처럼 이것만 알면 옛그림이 재밌어지는건 아니겠지만, 그림에 대한 관심과 보는 재미를 증가시킬 것임은 확실하다.

첫장의 내용이 옛그림의 용어편. 두루마리, 족자, 병풍이라는 용어를 보자 다 그게 그거 아닌가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옆으로 긴것이 두루마리, 가로보다 세로가 길어서 아래로 늘어뜨린게 족자, 가리개 용도로 제작되었다가 접이식 그림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고 있는 병풍. 이렇게 다르구나, 금방 이해가 된다.

그림 아래엔 의례 그림에 대한 설명이 있기 마련인데, 작자 이름, 그림 제목, 그리고 옆에 지본담채, 견본담채, 지본수묵, 등등의 말이 나온다. 알면 간단하다. 종이에 그렸으면 지본, 비단에 그렸으면 견본이다. 먹으로만 그린건 수묵, 채색 가운데 옅게 채색한 것은 담채 라고 한다. 가끔 금분이나 은분을 쓰기도 하는데 이것은 금니, 은니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림 제목은 < >, 즉 꺾쇠괄호 안에 적어 넣는다. 읽으면서 눈과 귀에 가장 안들어오는 부분은 붓과 먹 쓰는 법, 즉 그리는 기법에 관한 부분이다. 부벽준, 피마준은 그래도 들어는 봤다 (부벽준은 큰 도끼로 내리치면 드러나는 단면처럼 보이게 그리는 기법, 피마준은 붓으로 얇고 가는 선을 평행하게 여러 번 중복해 긋는 기법이다). 절대준, 하엽준에 이르면 금시초문. 선으로 형태를 나타내느냐 아니냐에 따라 몰골법과 구륵법 정도는 기억하고 있어야겠다. 최소한 이런 경우 용어의 한자 표기를 알면 그 뜻을 더 쉽게 기억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책만 보며 낱말 뜻 공부가 아니라 그림을 보면서 용어를 함께 익숙하게 하는 것이다. 정선의 진경산수야말로 중고등학교 미술시간에 많이 들어보았을텐데, 여기서 진경을 실경과 대조적으로 쓰였다는 것. 즉 실제 경치 (실경) 그대로 그리는데서 나아가 눈앞에 보이는 경치 그 이상을 그렸다는 뜻이다.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대부분의 그림이 중국 화풍을 따라하는데 비해서 겸재 정선이 창안해낸 새로운 산수화 기법이라는 데에 있다는데 실제로 책을 읽다보니 우리 옛 그림이라는게 중국 화풍을 따라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래서 우리 나라의 어느 화풍이나 화가를 설명하려면 거의 시작은 중국의 화풍부터 설명이 나오고 우리는 그 영향을 받았다고 나온다. 이 책에 소개된 내용 중에 그렇지 않은 예라면 일월오봉도 한가지. 왕이 머무는 곳의 배경에 왕권을 상징하는 장식화이다. 이 그림은 조선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이제 박물관 회화실에 가면 그림 앞에 머무는 시간이 좀더 길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그럴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설명도 쉽고, 찾기 쉽게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책 속 그림도 분야별 대표적인 것들로 충분히 수록되어 있어 읽는 동안의 즐거움도 컸고 소장하고 있기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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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내야하는 숙제가 있다면서 밤 10시가 다되어 아들 아이가 사진을 찍으러 나가겠다고 했다.

그 시간에 혼자 보낼 수 없어서 같이 나갔다가 나도 사진을 몇장 찍어온 날이다.

우리 아파트가 지어진지 이제 5년 정도 되었고, 그 전에는 어떤 곳이었는지 이사오기 전엔 와본 적 없어 확실히 모르지만 아파트 주변으로 조금 나가보면 짐작이 안되는 바는 아니다. 논이 있고 밭이 있고, 오래 된 집들이 있는 동네가 아직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낮에 가도 사람들이 별로 없어 썰렁한 곳인데 한밤중에 가보긴 처음이어서 기분이 이상했다. 가로등도 켜 있고 분명 사람들이 아직도 사는 동네인데 골목길엔 사람의 자취가 없었다. 사람 자취가 없는데 사람은 분명히 사는 곳이라는 그 느낌이, 아련하게도 하고, 반대로 정신 바짝 들게 하기도 하고, 그런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사진에 그런 감정을 담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은 그러면 내가 프로작가이지 아마츄어겠는가? 위안하면서.

 

난 12번, 13번 사진이 제일 좋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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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희망 2017-11-11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8번 14번이 맘에 듭니다^^

hnine 2017-11-11 21:58   좋아요 0 | URL
8번과 14번이 맘에 드신다구요, 예~ 참고하겠습니다~ (어디에 참고하겠다는건지 ^^).
감사드려요. 8번 사진의 저런 가로등도 참 오랜만에 봤어요. 사람 하나 안지나다니는 골목길을 저 가로등이 지키고 있더라고요.
14번 사진의 갈라진 벽을 보는데, 처음엔 단단했던 그 벽이 갈라질 걸 알았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벌어진 틈에서 혹시 작은 풀이라도 자라주지 않을까 가능성 희박한 희망을 품어보기도 하고 그랬답니다.

nama 2017-11-11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시 울컥했어요. 50여 년 동안 우리 가족의 베이스캠프였던 부모님 집이 생각나서요. 이제는 갈 수 없는 남의 집이 되어버렸지요.

hnine 2017-11-11 22:0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울컥! 저 날 사진 찍으며 들었던 감정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웬지 모를 그 울컥이었어요.
결혼 해서 처음 살던 집은 지금이라도 가보면 다른 사람이 잘 살고 있지만 어릴 때 살던 집은 흔적도 없어진지 오래이지요. 아마 저는 찾아가래도 못 찾아갈 것 같아요.
집도, 골목길도, 간판 글씨도, 가로등도, 가로등 불빛 마저도 마치 오래 된 어린 시절을 보는 듯 해서 마음이 따뜻했다가 또 약간 서글퍼졌다가, 그랬답니다.

qualia 2017-11-11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부터 시골 면 소재지에 살았었던 저로서는 위 사진들이 무척이나 정겹게 느껴집니다. 온갖 추억과 회한이 스쳐 지나가는데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아늑함과 편안함이 느껴지네요. 허름한 집들, 골목길처럼 구부러져 돌아나가는 길들, 슈퍼 간판을 단 손님 없는 오래된 구멍가게, 담벼락 위로 솟아올라 주렁주렁 열매를 달고 있는 감나무, 최소한의 손기술로 지은 듯한 건축양식도 미학도 없는 볼품없는 집들, 立春大吉(입춘대길) 建陽多慶(건양다경) 기원문을 써붙인 고색창연한 옛집 대문, 얼기설기 삭아빠진 ‘스레트’ 지붕 위를 지나가는 전깃줄들, 낡은 성냥갑 같은 시멘트 건축물, 금이 쩍쩍 간 담벼락, 야트막한 산 아래 옹기종기 불을 밝히는 마을 풍경... 위 사진들 모두가 제 옛 고향 풍경 그대로입니다. 정말 너무 좋아요~ hnine 님이시니까 저런 사진 찍을 수 있는 것이겠죠. 아무나 저런 사진 못(안) 찍을 것 같아요.

hnine 2017-11-11 22:07   좋아요 0 | URL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은 아파트 숲 속에 살고 있으니 저렇게 어릴 때 내가 놀던 골목길, 우리 동네 풍경 같은 곳을 보려면 일부러 멀리 찾아가야 볼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집에서 몇분 안되는 곳에 저렇게 아직 남아 있을 줄 몰랐답니다. 반갑기도 하고 여기도 언젠가 없어지겠지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고. 이렇게 보면서 감상에 빠지는 사람과 저 집에 진짜 살고 계시는 분은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스레트‘지붕! ^^ 이 말도 참 오랜만에 입에서 불러보네요.
사진 보고 같이 느껴주시니 고맙습니다. 늘 그래주시듯이...^^

혜덕화 2017-11-11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진 좋아요.
가난하고 불편했지만 행복했던 어린 시절 동네 풍경처럼
찾아보면 내 마음에도 금 간 벽처럼 시간이 멈춘 듯한 추억도 남아있겠지요.^^

hnine 2017-11-11 22:11   좋아요 0 | URL
가난하고 불편했지만 행복했던. 저희 어린 시절, 그랬지요. 학원도 없었고 공부 스트레스도 없었으니까요. 맛있는 거 먹으며 행복했고, 아이들과 뛰어놀며 행복했고, 용돈 같은 것도 몰랐고 게임 같은 것도 몰랐는데 말이어요.
잠깐 사진 찍으러 나가서 저도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저는 지나온 시절을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살고 계신 분들이 있다는 것을 잊고 살고 있었다는 것도 웬지 부끄러웠고요.

프레이야 2017-11-11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비슷한 느낌의 사진들이 있어서 그걸 불러주네요.
아들이 저렇게 컸군요. 와우!!!

hnine 2017-11-11 22:1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사진도 보고 싶어요.
아들 어릴때 알라딘 서재를 시작했는데, 많이 컸지요. 방년 17세랍니다. 제가 열마디 하면 겨우 한마디 대답하는 ㅠㅠ

서니데이 2017-11-1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8번이랑 11번, 13번 사진이 좋은데요.
13번은 불빛 때문에, 조금만 가면 저 안쪽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조금 고단해도 조금만 가면 집에 갈 수 있다는. 실은 우리집이 아닌 잘 모르는 다른 누군가의 집이겠지만, 그래도 그런 느낌입니다.^^
사진 속에서는 찍는 사람의 마음이 담기는 것 같아요. 사진을 찍는 사람이 보는 작은 프레임이라는 것들요. 사진찍는 아드님을 찍은 사진에서도 조금은 그런 느낌이 들어요.
hnine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hnine 2017-11-12 10:02   좋아요 1 | URL
맘에 드시는 사진 고르시느라 사진은 한번 더 봐주셨겠네요, 고맙습니다~ (꾸벅)
찾아갈 집이 있다는 것 만큼 사는 동안 다행스런 일이 있을까 싶어요. 누군가 기다려주는 집이라면 더욱 좋을거고요.
뭐 하다가 이제서 한밤중에 숙제 생각을 했느냐고 아들에게 싫은 소리 좀 했더랍니다. 그래도 늦게 나마 생각나서 숙제 해가니 다행이다, 그건 조금 후에 마음을 고쳐먹은 후 든 생각이고요 ^^

sslmo 2017-11-13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3번이랑 7번이요~^^
마음에 등불 하나 켠듯 여겨진달까요.
사진이 죄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 좋네요~^^

hnine 2017-11-14 18:01   좋아요 0 | URL
쌀쌀한 밤에 나가서 찍었는데 불빛 때문에 오히려 사진은 따뜻하네 나왔어요. 저런 불빛 본지 오랜만이죠?
7번 사진의 하늘과 구름, 정말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모습이었는데 맘에 드신다니 기뻐요. 말이 짧으니 사진으로 밖에 표현 못해요. 3번 사진의 저 골목으로 계속 가보고 싶은데 밤이라 좀 무섭기도 하고 ^^
저는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말씀하신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또 약간 서글퍼지기도 하고 그러던걸요.
 
영국이라는 나라 - 고정애의 영국 편력기
고정애 지음 / 페이퍼로드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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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시내 한복판에 수백년 내려오고 있는 오래된 건물이 있고, 그 사이에 최신 경향의 실험적 건축물이 아무렇지도 않게 끼어 있는 나라. 오래된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나라. 분명히 다른 영국인의 유머. 알면 알수록 더 모를 것 같은 나라 영국이다. 우리가 너무 미국 중심의 서구 문화에 익숙해져 있어서일까 생각하지만 이것 역시 잘 모르겠는건 마찬가지.

 

책 제목이 <영국이라는 나라>가 아니라 <영국이라는 _ 나라> 로 되어 있다. 우리는 그냥 "영국"이라고 말하고 쓰지만 이것을 영어로 표기한다면 잠시 고민해야 한다. England, Great Britain, United Kingdom 중에서 뭐라고 써야하나 하고. 책을 들춰보면 첫 장 (chapter) 소제목이 "영국은 없다"인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영국이라고 할때 우리는 쉽게 한 나라 단위로 얘기하지만 알고 보면 그 속에 영국,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라는, 또다른 의미의 "나라"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정체성의 나라 영국. 거기엔 긴 역사가 있고 배경이 있고 이유가 있는데 이것은 잠깐의 여행 경험을 통해서는 물론 아니거니와 몇년 살다 왔다고 해서 저절로 알아지지도 않는다. 알려고 하는 의지와 파헤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처럼. 어쩌면 영국인 그들 조차도 그럴지 모르겠다.

 

역사학자 박지향은 그의 책 <클래식 영국사>에서, '근대 영국의 진정한 기적은 혁명을 겪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너무나 많은 혁명들을 실제 혁명에 귀의시키지 않고도 동화시켰다는 것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며 '전제정, 외국의 침입, 혁명으로부터 면제됐다는 역사적 사실 때문에 여러 제도가 옛모습 그대로 남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영국은 진정으로 제도를, 사회를 개혁할 기회를 잃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 이네들에겐 자신들의 역사, 제도, 관습 등이 지속될 것이란 믿음이 있다. (152쪽)

 

위의 인용은 영국에 999년 계약이 가능한 배경으로 이러한 신뢰가 자리하고 있음을 간파한 저자의 설명 부분이다.

 

입만 열면 출신 계급이 드러나는 (옷차림이 아니라) 나라이다. 말하는 즉시 신분을 알 수 있단 얘기이고 어떤 영어를 어떻게 구사하느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케이트 폭스라는 인류학자의 말을 빌면, 영국에서 한 사람이 입을 열면 그것은 사회적 GPS 역할을 하여, 그가 계급 지도의 어디에 위치하는지 알려준다고 까지 했다. 이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할 얘기가 많지만 자제하고.

저자와 현지인들과의 인터뷰 내용도 여러 군데 삽입되어 있어 흥미로왔는데, 이중엔 대학의 언어학과 교수, 화제가 된 책의 저자, 런던에서 300년 동안 내려오고 있는 와인상 주인, <셜록> 두 주연 배우 등, 저자의 발로 뛴 노력과 열성이 보이는 부분이다.

영국에 거주하면서 쓴 달달한 생활기나 여행담이 아니다. 마치 영국에 대한 칼럼을 쓰듯이, 재미보다는 정보를 주기 위한 팩트에 충실한 책이라고 할수 있다. 최근이랄 수 있는 2014년부터 3년간 런던 특파원을 지낸, 저자의 직업은 기자. 현재 영국의 정치, 사회, 경제, 종교, 문화에 대해 알고 싶다면, 역사적 배경을 알고 싶다면 권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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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마곡 추갑사라는데, 나에게는 또갑사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자주 가는 갑사이다.

이유는 한가지, 집에서 가까와서.

 

지난 주말에도 다녀왔다.

딱히 불교 신자가 아니면서 절에 종종 가는 목적은 아마 주변의 나무와 풀과 하늘과 꽃, 그리고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듣기 위해서일거다.

 

 

 

 

 

남편은 아직 단풍이 덜 들었다고 아쉬워했지만.

 

 

 

 

 



이 구름 사진은 현재 내 폰 배경으로 사용중 ^^

 

 

 

 

 

 

 

 

 

 

 

 

 

 

 

 

 

 

 

 

 

 

 

 

 

 

 

 

 

 

 

 

 

 

 

 

 

 

 

 

 

원래 이날 계획은 갑사 가는게 아니었다.

 

아이의 학교 과제가 마침 남편 일과 관련 있는 것이라기에 주말을 이용해 남편이 아이 과제 하는 것을 봐주기로 했었는데, 늦잠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니 일어나는게 우선 귀찮은 아이가 자기가 혼자 알아서 하겠단다. 주말 아니면 아빠가 도와주기 어렵다고, 남편이 좀 강력하게 말하자 아이 입에서 나온 말, 내 숙제이지 아빠 숙제냐.

 

마음이 좋지 않은 남편, 밖에 나가 담배 한대 피고 들어오더니 나보고 바람 쐬러 나갔다 오자고 했다. 그래서 갑사를 가게 된 것. 

 

이런 저런 소소한 일들로 갑사가 내게는 또갑사가 되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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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1-08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어제보다 살짝 따뜻하다는데, 바람불어서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내일은 날씨가 추워질 거라고 하는데, 요즘은 추워진다는 이야기를 매일 들어서, 미리 추워지는 기분이예요.
바깥에 나뭇잎이 많이 떨어지고 있어요. hnine님,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hnine 2017-11-08 20:36   좋아요 1 | URL
내일은 든든하게 옷입고 나가려고요.
서니데이님도 따뜻하게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