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리지 못하는 아이들 - 어떻게 엄마의 사랑을 잃어야 하는가
이수련 지음 / 위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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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어떻게 엄마의 사랑을 잃어야 하는가'이다. 엄마의 사랑을 잃어야 하다니? 그렇다. 전폭적으로 쏟아붓던 자식에 대한 애정은 어느 시기가 되면 멈춰져야 한다. 아니, 멈춘다는 말은 틀리다. 엄마가 어떻게 자식에 대한 애정을 멈출 수 있겠는가. 애정이라기 보다 '애착'을 멈춰야 한다는 말이다. 자녀의 독립은 비로소 그때 이루어진다. '사랑' 또는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자식에 대한 애착을 계속 쥐고 있는 한 그들은 영원히 성인으로 자라지 못한다.

여기까지는 나도 평소에 머리속에서나마 알고 있던 상식이라면 상식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정신분석학 전공자인 저자가 왜 그래야하는지에 대해 더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어느 한 시기 엄마와 아이의 애착관계는 아이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이었다. 엄마의 보살핌, 관심, 반응을 통해 아이는 정상적으로 커나가고, 나아가 엄마의 사랑을 확신하면서 아이는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간다. 정말 중요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주고 받은 애정은 아이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자신을 지탱해주는 힘으로 저축이 되어 장차 엄마와의 애착관계를 끊고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는 힘이 되어주어 일정시기가 되면 아이는 엄마와의 이런 관계로부터 벗어나가는 단계에 들어가는데 이제 문제는아이가 아니라 엄마된 사람이다.

아이가 엄마와의 관계속에 갇혀 있다는 건 다른 어떤 관계도 시작하지 못했다는 의미.

엄마의 사랑은 아이에게 힘과 자신감을 줍니다. 엄마를 바라보며 도움을 청하던 아이가 엄마를 떠올리면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게 되는 순간, 엄마의 사랑이 완성됩니다. 그 사랑이 그렇게 튼튼한 울타리가 되는 것은 아이가 엄마의 품을 떠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29)

 

여동생의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을때 학교에서 단체로 수련을 떠났는데 가서는 전화도 없고 막상 엄마가 먼저 전화를 했는데도 별로 엄마를 보고싶어하지 않더라고, 동생이 무척 서운해한적이 있다. 그건 지금까지 아이가 충분히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자라고 있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그런 사랑이 아이로 하여금 집을 떠나서도 엄마를 보고 싶어하지 않고 안심하고 그 환경에 잘 적응하고 지낼 수 있게 하는게 아니겠냐고 얘기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솔직한 내 생각이었다.

 

애착의 관계를 잘 마무리할수 없는데는 엄마된 사람으로써 자식에게 필요한 만큼 (또는 엄마를 스스로 만족시킬만큼) 충분히 주지 못한것 같다는 자책이 원인일 수도 있겠다.

사랑을 잘 잃을 수 있으려면 그만큼 견고한 사랑의 힘을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29)

어른이 되는 것엔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우선은 어린 시절 엄마의 사랑을 아낌없이 듬뿍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그 사랑을 잃어버려야 합니다. 요컨대 애착관계는 그것이 반드시 끝나고 깨진다는 목표를 이루었을때만 완성될 수 있습니다. (30)

하지만 엄마로서 자식에게 그동안 충분한 사랑을 주었다고 자신할 엄마 별로 없을 것이고, 그렇다 한들 애착관계 끊기가 수월한 엄마 없을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엄마의 삶에 다른 여지가 생겨야 합니다. 즉, 엄마의 사랑이 온전히 아이만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도 향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60)

 

더불어, 아이에게 너무 바라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되기는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유는, 부모의 바람은 아이의 자리를 잡아주고 안내자가 되어주며, 그 자리를 시작으로 아이는 스스로 자신이 가고 싶은, 갈수 있는 또 다른 자리를 만들어나가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말은 아이를 후퇴시키거나 아이가 아무 변화도 시도하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그것으로 아이는 자신의 존재가 부모에게 해줄 역할이 있다고 느끼고 스스로를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게 됩니다. (77)

 

엄마의 애착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는 엄마의 역할과 분명히 구분되는 아빠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엄마가 아빠를 어떻게 소개하고 얘기하는가에 따라 아이는 아빠를 받아들이며, 점차 엄마가 바라는 것이 되는 자리에서 아빠가 가지고 있는 것을 물려받는 자리로 이동해간다는 것이다. 엄마와의 관계에 비해 아빠는 일종의 롤모델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빠는 '사회의 법과 질서 아래 있는 자'로서 아이를 만나야 합니다. 아빠의 것을 물려받는 일이 아빠의 세계에 갇히는 일이 아니라, 사회의 틀 안에서 자신의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117)

아빠가 사회적인 틀 속에 있는 법이 아니라 아빠 개인에게 속한 독재적인 법을 행사하고 그 위에 군림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고 한다. 친구 같은 아빠가 자칫 독이 될수 있는 이유는 아이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일 중하나인 이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적절한 때가 있다는 것은 자식을 키우는데 있어서도 어김없이 적용되는 것 같다. 잃는 것이 때로는 얻는 것, 완성을 위한 단계임을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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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열된 것들이 때로는 하나로 엮이지 않는 당혹감

시를 읽으면서 지난 일에 대한 설명과 고백을 듣는 느낌

지나간 사랑, 지나 보낸 사랑, 다신 없을 것 같은 사랑

연서라기보다 한탄이고, 사라져감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활기'가 느껴진다는 모순

어디까지나 수동적인 자세

떠나는 자가 아니라 속수무책 남겨진 자의 노래

당신은 앞으로도 사랑을 지나보낼거라는

축복의 말을 소감으로!

 

 

 

 

 

 

사십구재

 

 

 

 

사람들은

옆집으로 이사 가듯 죽었다

해가 길어졌고

깨어진 기왓장 틈새로

마지막 햇살이 잔인하게 빛났다

구원을 위해 몰려왔던 자들은

짐을 벗지 못한 채

다시 산을 내려간다

길고양이의 절뚝거림이

여기가 속계임을 알려주고

너무나 가까워서 멀었다, 죽음

 

다음 세상으로 삶 말고

또 무엇을 데려갈 것인가

 

개복숭아꽃이

은총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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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십 미터
    from 마지막 키스 2017-10-31 10:46 
    오십 미터마음이 가난한 자는 소년으로 살고, 늘 그리워하는 병에 걸린다오십 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 오십 미터도 못 참고 내 후회는 너를 복원해낸다. 소문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축복이 있다고 들었지만, 내게 그런 축복은 없었다. 불행하게도 오십 미터도 못 가서 죄책감으로 남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무슨 수로 그리움을 털겠는가. 엎어지면 코 닿는 오십 미터가 중독자에겐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지 화면처럼 서서 그대를 그리워했다. 걸음을 멈추지 않
 
 
 
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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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뒷북 치는 기분이었지만 이 책 역시 놓치지 않고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다.

한 철학자와 청년이 주고 받는 문답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아들러의 심리학을 이보다 더 이해하기 쉽게 쓸 수 있을까 싶다. 후기에도 나오지만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정작 한권의 저서도 남기지 않았지만 그의 가르침은 플라톤이 쓴 <대화편>이라는 기록을 통해서 널리 알려진 것 처럼 묻고 대답하는 형식은 깨우침을 주는데 탁월한 방식인 것 같다.

알프레드 아들러. 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였던 그는 프로이트와 융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심리학 제3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원래 프로이트가 운영하는 빈 (Wien) 정신분석협회 일원으로 일하다가 떨어져나와 독자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개인심리학'이라는 분야를 제창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그의 이론이 그 당시에는 어떤 반응을 일으켰을지 모르겠으나 100년이 지난 지금 많은 사람의 호응과 공감을 얻고 있고 나 역시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아니, 공감 그 이상이었다고 해야겠다.

프로이트 이론의 바탕을 모든 것이 과거의 어떤 경험이나 트라우마에 기인한다는 '원인론'이라고 한다면 아들러는 어떠한 경험도 그 자체는 성공의 원인도 실패의 원인도 아니며, 과거 경험이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고 이것을 '목적론'이라고 부른다. 즉, 인생이란 과거의 경험에 의해 결정지어진다기 보다 나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란 말이 된다. 프로이트의 원인론에 의하면 운명론에 가까워지기 쉽지만, 즉 현재와 미래는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바꿀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쉽지만 아들러에 의하면 현재와 미래는 얼마든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목적에 의해 바꿀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하겠다. 과거의 지배를 받지 않는 삶이랄까.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살았다면 그 찰나는 늘 완결된 것. 지금, 여기에서 생을 마친다고 해도 불행하다고 할 것 까진 없다.

인생 최대의 거짓말, 그것은 '지금, 여기'를 살지 않는 것. 과거를 보고, 미래를 보고, 인생 전체에 흐릿한 빛을 비추면서 뭔가를 본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는 것. (313쪽)

인생의 의미? 인생에 일반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그 인생에 의미를 줄 수 있다. 내 인생에 의미를 줄 수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밖에 없다. (3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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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나무랑 하늘만 넣고 찍은 사진.

매일 그 사진이 그 사진인줄 알면서도.

이젠 사진 인화해서 앨범으로 보관하는 일도 안한지 오래인데, 나중에 옛날을 되돌아볼 자료들이 아쉽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요즘 하늘이 자꾸 눈에 들어와서.

 

 

 

 

 

 

미련이 많은가보다 이 꽃은.

혼자서 버티고 있다.

 

 

 

 

 

 

야나님 서재에서 보고 구입.

뻔뻔하게도 동생에게 내 생일 (아직 멀었다) 선물 고민 덜어주겠다면서 책 두권 사달라고 했다.

'언니 생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읽을 수 있게 보내줄께' 하더니 오늘 아침에 택배로 도착!

1996년에 가서 2000년까지 혼자 살았던 영국.

막상 그때는 어디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느낄 여유를 못만들고, 3년 반을 무슨 고행의 수도승 처럼 살다 왔는데, 이제서야 저런 책이 나온 걸 보면 덥썩 잡고 읽으며 즐거워한다.

 

 

 

 

박물관에 다니며 강의를 들은지 이제 거의 1년이 다되어 간다. 잘 모르던 분야라서 더 재미있게 들었다.

이 책 들춰만 봐도 기분이 좋다. 그림이라면 그냥 다 똑같아 보이는 단계는 벗어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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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10-30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하늘 되게 좋고 잘 보는데, 생각해보면 저는 하늘을 언제나 잘 봤던 것 같아요.
일전에 친구랑 산에 갔다가 발을 헛디뎠는데, 몇 번이나 그랬거든요. 그 때 친구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왜 땅을 안보고 하늘을 보고 걷냐고, 한 번 그랬으면 그 다음부턴 신경 써서 땅을 봐야지 왜 계속 하늘 보고 발을 헛디디냐고...
저는 그냥 하늘 보는 게 너무 좋은가봐요.
나인님이 하늘과 나무, 라고 하시는데, 아니 저렇게 (하늘과 나무가)좋은 데 가서 하늘과 나무를 보면, 다 본 거 아닙니까. 좋은데요!

hnine 2017-10-30 14:02   좋아요 0 | URL
역시 다락방님!
제가 좀 일찍부터 하늘과 나무를 보고 한숨만 쉬지 않고 그 이상의 무엇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살았더라면 제 인생이 또 달라졌을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그럴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2017-10-30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30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30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ma 2017-10-30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995년 1월에 약 한 달 간 영국과 아일랜드를 여행했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영국에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게 있어요. 이 책 재밌을 것 같네요. 어서 주문해야겠어요.^^

hnine 2017-10-30 19:32   좋아요 0 | URL
nama님, 겨울에 영국 여행 힘드시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우리 나라는 밖이 추워도 일단 건물 안에 들어가면 난방이 잘 되어 있어서 따뜻한데, 영국은 그렇지 안잖아요. 제가 추위를 잘 안타는 편인데 영국에선 겨울마다 얼마나 떨었는지 모르거든요 ㅠㅠ 아일랜드는 작가들이 많이 배출된 곳이라서 그런지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특히 더 가고 싶어하더라고요. 저는 언제나 가볼지...

2017-10-30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30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저는 계룡산 가까운 곳에서 삽니다.

하늘, 단풍, 그리고 계룡산

단풍이 더 본격적으로 들면 어떨지 몰라도

아직은 단풍이 하늘색을 이기지 못하는 듯 하여

사진에도 하늘을 더 많이 담았네요.

 

 

 

 

 

제가 갔던 카페가 저 나무 뒤에 있습니다.

 

 

 

 

 

 

 

 

 

 

 

저녁 먹고 산책하다가 발견한

Botanical cafe 라는 이름의 커피집

 

 

 

 

 

 

책꽂이에 한동안 꽂아놓고 읽을 생각은 안했던 책 <미움받을 용기>

주문한 책이 오기를 기다리다 마지못해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오, 기대 이상!

번역된 책이니 읽기 어렵겠다 했는데 그렇지도 않아서, 거의 다 읽어갑니다.

 

 

 

 

 

 

 

 

이 나무 아래 테이블에 앉아 한시간 좀 넘게 있다 나왔습니다.

 

 

 

= 지금 읽고 있는 책 =

 

 

 

 

 

 

 

 

 

 

 

 

 

 

 

 

 

 

= 리뷰 써달라고 기다리는 책 =

 

 

    

 

 

 

 

 

 

 

 

 

 

 

 

 

 

 

 

 

 

 

 

 

 

 

 

 

 

 

 

 

 

 

 

 

 

 

 

 

 

 

 

 

 

 

 

 

=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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