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공예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다는 목적으로 1999년에 시작하여 2년에 한번씩 열리는 이 전시가 올해로 벌써 10회째이다.
서울 살았더라면 거리때문에 못와봤을지도 모르는데 지금 사는 곳에서 청주까지는 차로 40분 거리.
지난 회때 처음 와서 보고 공예, 미술 이런 것 잘 모름에도 불구하고 꽤 즐겁고 재미있는 경험이었기에 다음 전시에도 꼭 오리라 했었다. 올해 전시 시작하는 날부터 가고 싶었는데 차일 피일 하다가 전시 끝나기 하루 전날인 어제 겨우 다녀올 수 있어 다행이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고궁 등 우리 나라에 좋은 전시장이 많이 있지만 아마 이런 전시장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낡고 허름해보이는, 그러니 작지 않은 규모의 이 전시장은 옛 청주연초제조창. 1946년에 설립하여 그 당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담배공장이었다는데 2004년에 폐장한 이후 7년 동안 방치되었다가 2011년 부터 청주공예비엔날레 개최장소로 이용도고 있다. 쓰지 않는 건물을 이렇게 훌륭한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어 흐뭇하고 기분도 색다르다.

옛날 이 건물의 용도를 보여주는 흔적이 이렇게 남아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Q: 공예 (craft) 란 무엇인가?
Re: 결국 공예다!
공예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결국 다 공예다 라는 대답. 즉, 빛, 컴퓨터, 3D 기술, 영상, 소리, 사진, 움직임, 음악 등의 여러 매체를 이용 또는 이들 매체 자체를 작품 속에 포함시킴으로써 공예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앞으로도 더 확장 가능성 있는 세계임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순수 공예 작품보다는 다양한 매체가 이용된 작품들이 대부분이어서, 설명을 읽거나 듣지 않고 주욱 둘러보고 이해하기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전시였다.

단단한 철에 모터와 추를 달아서 사람의 손길에 따라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난다 오뚜기처럼. 일명 반응형 작품.

<산>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방의 네 벽면으로 보여지는 산의 모습이 작품인데 산의 사진을 찍고, 프로젝션맵핑이라는 기법 ( ↓ 아래 사진) 으로 산의 모습에 입체감과 공간감을 더했으며 빛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산의 모습을 보는 효과를 낸다.


회화, 조각, 설치, 뉴미디어를 통합적으로 활용한 데이비드 오글이라는 영국 작가의 작품이다.

일상적인 사물에서 생성되는 소리에 주목한다는 작가의 <News, Paper, Sound> 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사진으로는 나타낼 수 없지만 신문지 일부분이 위로 들썩이며 소리를 내는데 신문지를 찢는 소리를 녹음한 것이라고 한다.
중요한 시간성을 상실해버린 과거의 뉴스, 소리의 재료가 된 종이, 해체과정의 결과물인 소리 등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것이 작가 (배인숙) 의 아이디어이고 작업.
한때 유용한 정보였던 신문이 시간이 지나면 그저 신문지로 남을 뿐. 전시를 보던 아이들은 갑자기 앞에 있는 신문지가 들썩거리며 소리는 내는 것을 보고 놀라서 울기도 한다고.


원래 염색이 되지 않는다는 아크릴판을, 수천번 물감에 담았다 꺼냈다를 반복함으로써 기어이 색깔을 입히고 말았다는 작가 (윤새롬).

분청사기, 청화백자 등을 직접 만드는 대신 하얀 도자기를 벽에 붙이고 영상을 쏴서 분청사기나 청화백자로 보이게 하는 방식을 보여준 작품이다.



어느 작품에서나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빛이라는 매체

전시의 마지막 방에는 그동안 청주공예비엔날레와 관계를 맺은 작가중 열명을 선정하여 그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재구성하여전시실 네 벽면을 채우고, 적절한 음악으로 공간을 채웠다. 바닥에는 누워서 볼 수 있는 빈백 스타일 의자가 여기 저기 놓여있어 자유로운 자세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위의 두 사진은 어느 두 감상자의 즉석 작품 (^^)
여러 매체가 그 경계를 허물고 서로 합쳐져 기존에 없던 세계를 만들어낸다. 공예와 미술, 실용과 예술, 현실과 이상의 경계가 더욱 더 모호해지고 의미가 없어지는 듯하다.
아직은 공예 하면 일일이 손으로 작업하는 과정을 떠올리는 사람이다보니, 이 전시의 작품들에선 아무래도 사람의 손길이 덜 느껴진다는 생각도 들었고 작가가 작품에 쏟는 시간과 땀과 고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이번 전시에서도 천재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라고 소개한 작가들은 있었으나 장인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대신, 예술가인가 철학가인가 할 정도로 손의 수고는 덜어지는 대신 작가의 철학, 사상, 관점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들어가있다는 것. 공예에 대해 잘 모르지만 나름대로 보고 느낀 점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