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된 기념. 시간 펑펑 나는 기념.

그렇다고 집순이 기질이 어디 가나. 집에 틀어박혀 있기는 마찬가지.

두권의 책을 번역해보기로 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을 때 해보기. 이게 평소 내가 잘 하는 짓 중 하나.

막상 누가 하라고 시키면 못한다고 고사한다.

 

 

 

 

 

 

 

 

 

 

 

 

 

 

 

 

 

 

왼쪽 책. Lewis Thomas의 긴 제목의 책은 내가 가지고 있는 책과 표지가 다른 것이 검색되고 있는데, 저자인 Lewis Thomas는 과학저술가로 꽤 유명한 사람으로 이 책 외에도 많은 저서를 남겼는데 우리 나라에선 그리 많이 번역되어 있는 것 같지 않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만 두권. 2000년 어느날, 자주 가던 서점에서, 저자에 대한 아무 사전 지식 없이 구입했는데 책이 얇아서 만만히 봤고 제목도 멋있어서 낚였을 것이다. 그런데 웬걸, 막상 읽어보니 글의 내용과 깊이가  내 수준을 훌쩍 넘어서는지라 첫 페이지부터 한장 한장 읽기 보다는 내킬때 아무곳이나 펼쳐서 몇줄 읽어보고 덮는 그러기를 17년째 하고 있는 책이다.

 

 

그 옆의 Science set free 라는 책은 며칠 전 남편 사무실에 갔다가 사다 놓고 읽지 않은 책 쌓아올린 책탑 가운데 토막 쯤에서 발견한 책이다. 제목이 마치 성경의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문장을 연상시켜 눈에 팍 들어왔다. 문장이 의외로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 해석과 번역이 이렇게 다르구나. 혼자 읽을땐  무슨 뜻인지 감이 오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면 되는데, 번역을 해보자 하니 문장으로 제대로 옮겨 놓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 단어 써봤다가 저 단어 써봤다가, 말의 순서를 이렇게 해봤다가 저렇게 해봤다가. 이 과정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진도 안나간다고 스스로 안달복달하면 안될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Lewis Thomas의 책은 표지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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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09-09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 님께서 번역가에 함 도전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충분히 잘 하실 것 같은데요. ^^

hnine 2017-09-09 22:58   좋아요 0 | URL
에궁, 오늘 하루 종일 몇페이지 했냐하면요, 겨우 세 페이지요 ㅠㅠ
번역가는 언감생심이고, 연습이라 생각하고 해보려고요. 두권 모두 좋은 책들이니 연습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봐요. 그래도 용기를 북돋워주시니 감사합니다 ^^
 
보이지 않는 세계
리즈 무어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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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무게 (Heft)> 라는 제목의 소설을 너무나 감동적으로 읽었었다.

후속작이 나오면 꼭 읽어보리라 했는데 얼마전에 바로 그 후속작이 우리 나라에 번역되어 나왔다기에, 그리고 즐겨 듣는 팟캐스트에서 진행자가 하도 극찬을 하기에 더 망설일 필요가 없이 바로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라는 제목만 봐도 어쩐지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SF 소설 같기도 한 것이, 전작 <무게>와는 많이 다를 것 같다고 넘겨 짚고 싶었는데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과학자인 아버지와 딸이 등장한다. 어머니는? 없다. 대리모를 통해 출생한 딸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과학자라는 것은 자기 얘기이기도 하지만 주인공과 달리 자기는 그리 과학에 뛰어나지 못했다고 저자가 말하는 것을 보면 과학 영재 여부를 떠나 어쨌든 이 소설에 어느 정도는 저자의 어린 시절과 경험이 반영되어 있지 않나 싶다.

전작 <무게>와 다르다. 많이 다르다. 만약 저자가 무슨 무슨 문학상을 받는다면 아마 <무게>보다는 이 책 <보이지 않는 세계>로 받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첫장부터 독자에게 궁금증으로 시작하게 하니 가독성에서도 성공적이고, 무엇보다도 현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주제들, 예를 들면 인공지능, 프로그래밍, 대리모 출산, 동성연애, 가상현실 등을 하나도 아니라 복합적으로 모두 하나의 스토리 속에 집어넣었다는 점이다. 더구나 1920년대부터 2000년대 까지 시공간을 드나들며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대단한 플롯이라고 할 수 밖에. 그러면서도 이야기가 자칫 식상하고 기계적으로 흐르지 않는 것은 아버지와 딸 사이의 애절한 연대감이 소설 전체에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장점과 단점은 백짓장 한장 차이로 왔다 갔다 하기 쉬운 법. 저자가 너무 여러 가지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았나. 독자의 가슴을 깊이있게 건드리지는 못한 것 같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 보이지 않는 세계가 무엇을 일컫는지는 혹시 스포일러가 될 듯 하여 여기에 적지 않기로 한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누구의 시선으로 적어나갔는지도 역시 여기에 적지 않기로.

저자가 머리를 많이 쓴 작품이긴 한데, 어디가 아쉽다고 콕 집어낼만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맘 놓고 칭찬하지 않게 되는 것은, 전작 <무게>가 훨씬 개인적으로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저자의 공이 들어간 것 만큼 감동적으로 읽히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시계라는 제목처럼 저자가 전달하려고 하는 주제 의식을 너무 드러내놓고 있음에 김 빠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가지 더. 우리 나라 대표적인 번역가의 번역이라서 믿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것 또한 기대만큼 매끄러운 번역은 아닌 것 같았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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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 - 사랑하지만 벗어나고 싶은 우리시대 가족의 심리학
한기연 지음 / 씨네21북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왜 우리는 굳이 가족을 이루어 사는가. 어떤 가정에서 어떤 가족의 일원으로 태어나느냐 하는 것은 내맘대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성인이 되어 자기의 가족을 만드는 것은 충분히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은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도 꼭 가족을 이루어야 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가족만이 사회의 유일한 형태는 아니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최종적으로 기댈 곳,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여전히 가족이라는 생각에는 이의가 없기도 하다. 왜 가족은 이렇게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것일까.

내가 태어나고 자란 가족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내가 스스로 선택하여 만들어가는 가족에 대해서는 내 노력 여하에 따라 독이 아닌 약이 되는 보금자리로 만들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 책의 저자도 말한다. 가족은 언제나 희망인 동시에 곧 고통이라고.

이 책의 전반부는 주로 사례 중심인데, 가족의 사례라는 것이 대개 좋은 예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익숙한 내용이기에 좀 진부한 감도 없지 않았으나 저자의 의견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책의 중반부터는 좀 더 집중이 되는 내용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가족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다른 인간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에서 <한계설정>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

우리 나라 가족관계 형성 과정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말이 있다.

"어디서 말대꾸야!"

 부모 말에 대해서 자식은 일단 복종해야하고 자식은 들어야 하는 것이 도리였음을. 부모에겐 편하지만 자식에게 그것처럼 억울하고 불합리한 일은 없다. 그래서 자식 입장에서는 성인이 되어가면서 마음 속에 쌓이는 것이 많아져 간다. 이래야만 할까?

무기력하게 부모의 뜻을 따르는 것, 아니면 불같이 화를 내는 것, 이 두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기대에 존중과 이해를 보내면서도 나의 상황과 능력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부모님과 나의 관계 또한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48)

같은 말을 옆집 아저씨에게 들으면 넘어갈 수 있는 말을, 내 가족에게 들으면 불같이화를 내게 되는 것은 왜 그럴까.

가족 간의 대화는 바로 그 순간만의 대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가족은 그 누구보다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 간의 말이나 행동은 단지 현재의 맥락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누적해 온 과거의 경험을 포함한다. (67)

오랜 시간 누적해 온 경험의 두께때문에 갈등의 크기도 클 수 밖에 없다. 이런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현명할까. 어디서 말대꾸야라는 윽박지름 말고. 참는 게 최선이라는 최악의 수동성 말고.

갈등 상황에서 잘 빠져 나오지 못하는 가족들을 살펴보면, 늘 상처 입은 그 자리에서 맴돌 뿐 한 발자국도 움직이려 들지 않으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은 채 그런 상황에 빠진 현실 자체를 절망스러워 한다고 한다. 반면, 문제 상황에서 잘 빠져나오는 가족들은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며 누군가에게 상반되는 태도나 감정이 공존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즉, 가족 모두가 같은 감정일 수 없다는 것, 또 복합적인 감정이 들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하고 가족의 부정적인 면을 회피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새롭게 '탄생'하는 과정으로 해석한 에리히 프롬의 말을 빌어, 가족때문에 생긴 내면의 상처에 갇혀 사는 대신, 갈등을 해결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저자는 말한다. 인생을 멋지게 살아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이별하며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부모는 우리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홀로 설 수 있도록 가장 많은 것을 베풀어 준 사람들이다. 하지만 부모에게도 실수는 있을 수 있고, 부모가 내게 준 것들이 사실은 매우 잘못되고 부당한 것일 수 있다. 부모가 내게 보낸 낡고 오래된, 부정적인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들과 과감히 이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태껏 돌아보지 못했던 미지의 땅, 나만의 대륙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만족스럽지 않은 내 인생이 비로소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나도 모르게 내 안에 파고든 부모의 어두운 그림자를 인정하고 그 실체와 직면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118)

우연인가. 얼마전에 이 서재의 다른 카테고리에 더이상 부모 탓 하는 걸 그만 두게 되었을 때가 비로소 어른이 되는 때라는 글을 올린 적 있다.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해 남들만큼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시절 이후의 내 인생은 당연하게도 많은 부분이 내 책임이라는 뜻이다. 그 영향력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나의 선택이다. 내게는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있었고 지금도 그 기회가 있다.(262)

문제의 시작은 부모로부터 비롯되었지만 그것을 내 뜻대로 바로잡을 기회는 수없이 많았다는 것이다. 내 앞에 주어진 기회를 이용 못하면서 지나간 과거만 탓하고 있는 사람은 아직 과거에 머무른 사람, 아직도 자기의 세계, 자기의 인생을 시작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어른이 되지 못하고 어린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현재와 미래의 내 삶에 대해 책임지고 싶지 않다는 잠재의식의 표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키워드를 하나 뽑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한계설정>이라는 단어를 뽑겠다.

관계는 나 혼자만의 의지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한계까지는 상대방과의 갈등 해소와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있으나 그것으로 내가 원하는 관계로 완전히 바뀌기를 기대한다거나 실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상대에게 나를 어디까지 관여 또는 간섭하도록 허용할 것인지 그 경계를 설정하고, 필요한 상황에선 상대에게 그 경계를 알려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서 '상대방'이란 물론 가족의 한 사람을 말하는데 주로 부모를 말한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을 때 그 마음을 꾹 누를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곧바로 저항하거나 반대 의견을 쏟아낼 것도 아니고, 일단 상대방의 말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후 (예를 들어, 엄마 말이 뭔지 알겠어요. 엄마라면 그렇게 보실 수 있겠어요), 다음에 내 의견을 말하는데, '왜'라는 질문에 '때문에'로 답해야 한다는 데 집착하지 말고 그저 내가 알려야 하는 사실이 무엇인지만 말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내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내가 어떤 생각의 과정을 통해 이런 결론을 내렸고, 그것이 아버지나 어머니와 관점만 다를 뿐 어느 쪽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자식된 사람들이 부모 앞에서 내 의견을 조목조목 말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그것이 부모와 반대 의견일 경우엔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말없는 동조로써 억지로 내 의견을 누르는 것보다는 '시간이 필요하고 지금은 말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최소한 내가 이 관계에서 무력하지 않고 힘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고 저자는 충고한다. 거절하고 난 후에 왜 내가 싫어하는지 어떻게 설명할까 바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싫다는 것.

 

식상한 말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가족 간의 갈등 해결엔 대화와 소통, 그 외엔 답이 없다. 단, 대화와 소통으로 문제와 갈등이 다 해결되리라는 오해만 하지 않는다면.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을 결국 설득 시켜 내 뜻에 동조하게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했다는 것이라고.

 

다소 무겁고 냉소적인 것 같은 내용 같지만 읽어가다보면 저자의 의도가 전해진다. 원하고 노력하면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가족은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잘못된 관계와 쌓이는 갈등을 두고 보기만 하여 그것을 지옥으로 만들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다 읽고 동생에게도 권해주었더니 배송된 책 제목을 보고 동생의 중학생 딸이 무슨 책 제목이 이렇냐고 놀라더란다. 나는 더 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라는 말. 다 커서도 부모의 그늘 아래서 못 벗어나고 내 의지와 상관없는 삶을 살지 말고 나만의 인생을 꾸려나가라는 뜻이다. 부모가 제공하는 울타리, 경제적이든 감정적이든, 그런 편리한 혜택도 내려놓아야 함은 물론이다. 혜택도 누리면서 간섭에서도 자유롭겠다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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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08-27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는 선택할 수 있지만, 맘에 안 들면 안 만날 수도 있지만,
가족은 선택할 수 없고, 맘에 안 든다고 안 만나고 살기가 어려우니 어려운 관계인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도 가족이란 이런 거죠. 내 아들 또는 내 동생을 때린 누군가가 있다면 가만 있지 못해서 복수해 주고 싶은 순간이 있다는 것. 이 순간이야말로 (평소 못마땅하게 여긴 가족이었더라도) 가족을 사랑하는 순간인 거죠.

hnine 2017-08-27 16:17   좋아요 0 | URL
오자 수정하고 있는 중에 댓글을 주셨네요 ^^ 가족은 저에게 언제나 피할 수 없는 화두 같아요. 내 가정을 편안하게 할 수 있지 못한다면 다른 어떤 개인적인 업적을 이룬다 해도 저는 별로 행복할 것 같지 않아요.
사랑과 증오가 백짓장 차이인 것 처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 가족. 저절로 되는 건 아닌 것 같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일이라서 늘 이런 책에 눈이 갑니다. 이건 내 얘기다, 밑줄 그으며 읽은 대목이 많네요.
 
유감이다 - 세상의 모든 찌질이들에게 바치는 헛소리 모음집
조지수 지음 / 지혜정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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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이라는 정도만 알았을뿐, 본명이 무엇인지, 뭐하시는 분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궁금은 했지요. 하지만 본명이나 직업이 무엇인지 보다는 그걸 내세우기 싫어하시는 이유가 뭘까가 더 궁금했습니다. 읽으면서 밝혀질거라 기대하며 읽으니 안그래도 빨리 읽히는 책이 더 빨리 읽혔습니다.

내가 보기로 인간은 모두 '찌질이'다. (8)

동감입니다. 신이 아니라면 찌질한 구석 없는 사람 있을까요. 찌질함엔 위계가 없다는 말씀도요. 단어가 좀 고급스러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찌질하다는 말 만큼 인간적인 단어가 어디 있을까, 이만큼 인간을 잘 표현한 말이 또 있을까 생각합니다. 우유부단하고, 이기적이고, 중대한 큰일보다 사사로운 작은일에 더 마음쓰고, 이미 지난 일에 연연하고, 넘어지고 또 일어서고, 자기도 찌질하면서 남을 비난조로 말할때만 찌질하다 하는 인간. 우리 모두 그런 인간임을 인정하고 나면, 즉 자신의 불완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겸손해져요. 패배감이 아니라 평화에 가까운 느낌을 갖게 됩니다.

삶은 불가해하고 하루하루는 고통이고 내일은 불안이다. 이것이 삶이다. 의미 없다. 삶의 습관과 죽음의 공포가 하루를 연장한다. (9)

아니, 한 페이지 넘어가기 무섭게 이렇게 공감 백배 문장을 마구 날리시면 어쩝니까. 뒷부분에선 또 그러셨더군요. 사랑, 행복, 어쩌구 하는데 그거 본 사람 있냐고.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고, 실체도 불분명한 것에 그렇게 의미를 두고 가치를 두는게 맞냐고요. 나중에 말 바꾸지 않으셔서 그것도 맘에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이는가 하는게 중요해' 이 말을 비꼬는 뜻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로 알아들어야 하는 시대에, 마스칼러지 (Maskology) 라는 용어까지 만드시어 이 책의 한 챕터를 할애하여 쓰신 기발함에도 박수요.

생명을 탄생시키거나 키우고자 한다면 일찍 잃을 수도 있거나 필연적으로 잃게 될 결과를 생각하라. 우리가 베푸는 사랑과 보살핌의 대가는 언제나 상실의 고통이라는 것도. 그것도 사랑을 베풀기 이전에. 위대한 희랍 철학자가 가능태보다 현실태를 선행시켰듯이. 운명의 결과는 우리 노력과 상관없이 먼저 준비되어 있듯이. 이것이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거나 키울 자격이다. 여기에 두려움은 없다. 사랑과 상실이 우리를 얼마나 성장시키는가. (110)

Wheeler 라는 개를 키우신 경험을 쓰신 글 중 한 대목이지요. 동물조차 죽음의 순간을 초연하게 받아들이는데 인간만이, 찌질한 인간만이 호들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행기 만드는 공학자로 일하던 제자가 갑자기 판검사가 되기 위한 사법고시를 보기 위해 일을 그만 두고 법대 진학을 하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자격증의 비극에 대해 쓰셨지요.

자격증이 개인에게 부여하는 비극은 삶에서 더 큰 가능성과 다채로움을 향하는 어떤 지적인 노력도 하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을 재미없고 권위적인 사람으로 만든다. 안전과 안정은 개인의 인간적 가능성에는 자멸적 영향을 끼친다. 사람은 생각보다 관념적이지 못하다.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안정이 창조적인 역량을 부여할 시간과 부를 약속한다는 이상주의자의 논리는 언제나 깨진다. 인간이란 계속되는 노력만이 살아나갈 기반을 마련해줄 때 노력하는 천성적으로 게으른 동물이다. 갱신으로 삶에 대응해 나가고 날카롭고 깨어 있는 의식으로 인생을 바라볼 때 거듭된 진보가 약속되는 것이지 이제 지위와 돈밖에 더 이상 바라지 않고 골프와 술이 그들의 여가를 차지해나갈 때에는 무엇도 약속되지 않는다. (204)

이렇게 인용하는 대목들은 최소한 저는 모두 공감하기 때문입니다만, 현실은 글과 다르다는 이유로 공감하지 않는 독자들도 있으리라 예상됩니다. 연연하진 않으시겠지만요.

결점없는 인간 없고, 죄 짓지 않고 평생을 사는 인간 없으리라 봅니다. 남에게 들키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요행이 따라준다고 해도 결국 덜미를 잡는 것은 남의 눈이 아니라 바로 자기 마음 속에 있는 '양심'이더라고, 그게 어쩌면 남의 눈보다 더 무섭더라고, 저도 평소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양심의 기능에 대해 이렇게 명쾌하게 써주셨네요.

자신의 판단과 행동의 근거가 위장과 양심의 어디쯤 위치하는가에 대한 솔직한 자기인식이 중요하다. 이것이 위선을 막는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에서 희망을 주는 것은 인간은 때때로 자기 양심에 따라 자기 이익을 포기한다는 사실이다. 도덕의 근거이고 인간의 가치이다. 나는 거기서 심지어 신성의 번뜩임조차 본다. (210)

인간이 가끔 신성을 번뜩일때는 바로 그 양심이 작동하는 시간이군요.

본래 우리의 의식은 무의식의 껍질에 지나지 않고 우리의 지성은 우리 의지의 노예이다. (220)

이 말도 정말 멋있습니다. 찌질한 인간이라는 말과 어찌보면 상통하는 말인데 이렇게 멋지게 표현될 수도 있네요.

 

만나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즐거운 얘기만 쓰신 것도 아닌데도 즐거웠어요. 필명을 쓰신 이유는 아마 이미 많이 알려진 본명이 주는 선입견을 주기 싫으셨던가요?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본인 스스로 느끼는 그 이름의 무게에서 자유롭게 쓰고 싶으셨는지요.

좋아하는것, 싫어하는것 목록 써보기는 저도 당장 해보려고요. 사실 이것 역시 저도 잠깐 생각했던 적 있답니다. 좋아하는게 뭐냐, 싫어하는게 뭐냐는, 단순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이 의외로 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주더라고요.

다른 저서들도 어쩐지 찾아 읽어볼것 같습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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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0 2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0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지 2017-08-21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저자의 <원 맨즈 독>을 일부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저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는 기억입니다. 괜찮으셨나 보군요. 어쩐지 저도 좋아할만한 책인듯. 남의 은밀한 편지를 엿보듯 어쩐지 평소와 좀 다른 느낌의 리뷰여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hnine 2017-08-21 11:53   좋아요 1 | URL
저자가 첫장부터 작정하고 막 삐딱하게 글을 써나가는 데, 사실 제 좁은 소견으로는 반감이 생기기도 했었는데 계속 읽다보니까 이 사람 내면은 참 소심하고 또 소심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반감 대신 이해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더라고요. <원 맨즈 독>도 그렇고 이분의 적지 않은 저서들중 최소한 몇권은 더 읽어볼 참이랍니다.

조중걸 2023-10-30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새롭게 소설 한 권 또 싸질렀습니다. 주소와 전화번호 geandna@naver.com 으로 보내시면 사인본 보내드릴게요.
 

 

사진으로 쓰는 일기라고 쓰고, <2017년 여름>이라고 제목을 달기엔 아직은 여름. 겨우 8월.

 

아버지 돌아가신지 벌써 두 해가 지났다. 지난 7월 끝자락, 아버지 기일을 즈음해서 아버지 산소에 다녀왔다. 찌는 듯한 태양을 등에 업고 몇개 되지 않는 계단 올라가는데도 땀이 주르륵 흘렀다.

이주일 전에 동생네가 다녀가며 정리를 했다는데도 풀이 많이 자라 있었다.

산소에 올라가면서 꽃집에 들러 흰국화를 사는데 마침 꽃집 주인께서 배롱나무 꽃을 어디서 가져다놓으셨기에 그것도 가져다 산소 옆 화병에 꽂았다. 아버지께서 생전에 무척 좋아하시던 꽃이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 계속되고.

남자들은 다 그런가? 웬만하면 우산을 안쓰려고 한다.

요즘 비는 특히 맞아서 좋을게 하나 없는 비니까 우산 쓰는게 좋다고 했더니, 아들 말이, 자기는 비 맞는게 재미있단다. 하늘에서 물이 떨어진다는거 자체가 얼마나 재미있냐고.

 

아들은 6개월전 럭비하다가 쇄골 부러져 병원 가서 어깨에 박아넣은 심을, 이번엔 제거하는 수술을 받느라 입원했었다. 이것도 전신마취를 해야했지만 그래도 심을 박아넣을때보다는 가볍게 사흘 만에 퇴원했다. 퇴원하는 그날로, 실도 뽑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럭비 캠프에 우기고 가는 바람에 속상한 날이 있었다. 속상한건 부모이지, 정작 아들은 웃으면서 가서 웃으면서 돌아왔다.

 

 

 

 

산책길에 보니 감이 익어가고.

익어가는 감을 보면 늘, 오래 전에 읽은 (아마 초등학교 6학년때 쯤?) 신지식이라는 동화작가의 <감이 익을 무렵>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성바오로 출판사에서 나온건 맞는데 검색해보니 아래 표지의 책만 나온다. 내가 읽은 책은 이런 표지가 아니었는데.

 

 

 

 

 

 

 

이건 아마도 모과인가?

 

 

 

 

사진 찍느라고 가까이 다가가도 안 도망가는 비둘기.

 

 

 

 

이른 아침 내가 돌던 운동장 트랙에서 만난 비둘기.

배고파서 먹이 찾아다니는 것 같다. 먹이 찾는데 열중했는지 얘도 안 도망간다.

 

 

에어컨을 사느냐 마느냐, 어떤 걸 사느냐, 언제 사느냐, 계약 했다 취소했다 다시 계약했다, 남편과 냉전기까지 거치며 우여곡절 끝에 우리 집에도 결국 에어컨이 들어왔다. 사용한지 며칠 안되어 더운 고비가 지나긴 했지만 그래도 고맙게 잘 사용했다.

 

한 3-4년 동화 쓰기 모임에 나가며 동화쓰기 연습을 한 적이 있었다. 몇 번에 걸쳐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기도 하고 나가기도 하면서 현재 까지 연락되는 사람은 나까지 세명. 나를 제외한 두 사람은 이미 등단하신 작가님이시다. 내가 동화쓰기 모임 하며 발견한 사실이라면 동화 쓸 사람은 따로 있다는 것. 내가 만약 뭔가를 쓴다면 그건 동화는 아닐 것 같다.

 

동화 모임을 끝내고서 한동안 못만나다가 며칠 전에 오랜 만에 세명이 만났다. 한 사람이 이번에 새로 책을 낸 것을 계기였는데 다른 한 사람도 곧 그림책이 나온다고 하니 곧 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많이 읽히는 책이 되기를.

 

 

 

 

 

 

 

 

 

 

 

 

 

 

 

 

 

 

 

 

뭐하나에 꽂히면 아주 끝장을 본다.

요즘 유행하는 과학수사 드라마는 별로 안좋아하면서, 이렇게 좀 한물 간듯한, 옛날 우리 나라 TV 드라마 수사반장 같은 형사물은 무척 좋아한다. 영국 드라마에 이런 형사물이 아주 많아서 한때 Inspector Morse 에 빠져 살았는데 요즘은 Midsomer Murders 시리즈에 빠져 산다. 여기서 Misdomser는 마을 이름.

검색해서 올리느라 DVD 상품을 위에 올렸지만 이거 Youtube 에 거의 전 시리즈가 다 올라있어서 다 공짜로 볼 수 있다.

왜 이런 형사물은 배경음악까지 다 좋은 건지. Inspector Morse도 그래서 CD까지 구입하여 가지고 있는데 Midsomer murder 이것도 처음 시작할때 주제 음악부터 드라마 중에 나오는 음악까지 너무 좋은거다.  음반 구입도 시간 문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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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8-16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둘기 울음 소리 희안한 거 아십니까?
얼마 전까지만해도 집 근처에서 이상한 리듬으로
곡곡 거리는 소리가 있어 엄마한테 물어봤더니
그게 비둘기 우는 소리라고 해서 황당했습니다.
전 그냥 구구거린다고 생각했거든요.ㅎㅎ
이렇게 몇년을 들어도 그게 비둘기 우는 소리라고 생각도 못하고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ㅠ

지금도 아버님 많이 생각나시겠어요.
전 워낙 오래 전에 돌아가셔서 그닥 생각은 나지 않는데
지금은 오빠 생각이 많이 나요. 벌써 4년인데도요.
별로 친하지도 않았는데...
그러고 보니 내일 모레가 기일이네요.

hnine 2017-08-16 19:57   좋아요 0 | URL
비둘기 소리 그러고 보니 한번도 귀기울여 들어본 적이 없네요. 다음엔 산책할때 만나면 한번 소리 좀 내보라고 청해볼까요? ㅋㅋ
stella 님 오빠 되시는 분 얘기는 글로 자주 쓰셨지요. 젊으신 나이에 세상 뜨셨으니 더 안타깝고 생각나고 그러시지 않나 싶어요. 친했는지 안친했는지와는 꼭 상관없는 것 같은 것이, 저도 아버지를 무서워하는 편이었지 친하고 살갑고 그런 편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돌아가실때 워낙 허망하게 가셔서 지금도 생각나고 눈물 나고 그러네요. 4년인데 지금도 생각 많이 나신다니, 전 언제쯤 극복이 될지 모르겠어요.

nama 2017-08-16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딸아이 고등학교 때 과외선생님 모시느라 딸아이 방에 벽걸이형 에어컨을 들여놨어요. 근데 이게 생각보다 성능이 좋아서 거실과 안방을 두루 시원하게 하는 거예요. 더 좋은 건 전기요금이라 할 것도 없을 정도로 전기료도 얼마 안 나와요. 거실에는 스탠드형을 놓아야 한다는 당연한(?) 것 같은 의식을 버리면 벽걸이형으로도 얼마든지 시원하게 지낼 수 있어요. 이런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 업체에서 타격을 입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hnine 2017-08-16 20:01   좋아요 0 | URL
제말이요. 스탠드형은 정말 예상보다도 너무 비싼거예요. 크지도 않은 아파트에, 벽걸이용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렇게 주장했건만, 한번 살때 좋은거 사는게 차라리 절약하는거라는, 이해 안되는 주장을 하는 남편과 일주일 말 안하고 냉전까지...ㅋㅋ
정말 이젠 에어컨 없이 버티기 어려운 여름이 되었어요. 언제부터 한국의 여름이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2017-08-16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7 0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7-08-17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스러운 분위기의 명탐정몽크를 몇 번 봤던 기억이 나네요~ 알려주신 형사물도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hnine 2017-08-17 04:44   좋아요 0 | URL
몽크도 참 특이한 캐릭터이지요. 대부분 탐정들을 보면 보통 사람들과 다른 캐릭터를 가진 인물들로 그려지고 있는데 위에 말한 Misdomer murders에 나오는 형사 바나비는 너무나 가정적이고 자상한 아버지, 남편, 영국에서 보통 말하는 이상적인 가장의 모습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특이해 보이는 인물이지요. 배경이 영국의 평범한 마을이기 때문에 마치 영국의 그 마을에서 저도 살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게 한답니다. 한번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신지 2017-08-21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 돌아가셨을 때, 그 후에도 한동안 저도 마음으로 깊이 공감하면서 이 서재에 자주 왔다 가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 말도 하진 못했지만요. 벌써 두 해가 지났군요......

저도 예전에 LG 벽걸이형 에어컨이 아주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 또 지금 있는 곳에 냉온풍기의 경우는 에어컨은 괜찮은데 온풍기가 많이 따뜻하지 않아서 기사님이 오셨는데, ‘한번 살때 큰 거 사는게 차라리 절약하는거라는‘ 것을 저에게 일장설명을 하시고 가셨어요. 남편분 말이 그렇게 틀린 건 아닐 겁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는 천장고가 높아서 생긴 문제이니, 어떤 것이 더 적절한지는 장소에 따라서 다를 수 있을 듯)


hnine 2017-08-28 06:06   좋아요 1 | URL
아이쿠, 이 댓글을 이제야 봤네요.
어제 읽은 책 리뷰 올리면서 신지 님을 떠올렸어요. 조카님과 상담하셨던 글이요.
가족의 문제는 저에겐 인생 숙제 같은 느낌이랍니다. 잘 해내고 싶지만 이젠 최선을 다하는 것만 해도 만족해야겠다 싶어요. 완벽한 인간이 없는 것 처럼 완벽한 가족 또한 없는 것 같아서요.
이미 스탠드형 에어컨을 질러버린 상황에서 신지님의 말씀이 위안이 됩니다. 남편도 그 기사님과 똑같은 말을 했었거든요 한번 살때 큰 거 사는게 차라리 절약하는거라는.
이제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서 아마 저때 며칠 넘겼더라면 올해도 에어컨 안사고 다음해로 넘겼을게 분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