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가기 좋은 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오랜만에 가볼까 했다가, 동물원과 붙어 있어 휴일을 맞아 어린이 손님때문에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서울관을 가기로 했다.
미술관 홈페이지 들어가서 도슨트 설명 시간 확인하고, 가는 편 돌아오는 편 고속버스 예약하고, 시간 단위 시간표까지 짜서, 아침 7시 좀 넘어 집을 나와 출발!


미술관 지하 공간에 설치된 대한항공 박스 프로젝트, 양지앙 그룹 <서예: 가장 원시적인 힘의 교류>
큰 원반 가운데, 서예 연습하고 버린 듯한 종이 뭉치들이 구겨져 채워져 있고, 원반 둘레는 앉아서 차를 마실 수 있는 큰 원탁으로 되어 있다.
동영상을 올릴 수 없어서 아쉽지만 저 원반 가운데 종이 더미 일부분이 계속 꿈틀꿈틀 움직인다. 마치 사람이 그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 처럼.
재작년에 갔을 때였나, 4단 컨테이너에서 물이 계속 떨어지며 글자를 만드는 글자 폭포 설치 작품이 있던 그 자리.

이형규 (1969- ) <HK 실험실, HK Lab-Or>
혼합재료
비이커, 전극 연결 장치가 달린 헬멧, 깔때기, 튜빙, 등등. 실험실에서 볼수 있는 장치와 사람이 누울 수 있는 실험대.

최수앙 <The Wing>
이 날개는 날을 수 있을까?

김은진 (1968- ) <냉장고> The Refrigerator
Acrylic on canvas
가로 길이가 5m가 넘는 작품이다.

완성하는데 얼마나 걸렸을까. 145.3 x 560 cm 캔버스에 화가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있다. 삶과 죽음, 의식과 무의식, 자유와 구속, 가난, 유한 또는 무한.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았나보다.
그중에 한 부분을 클로즈 업해서 찍어보았다 ↓


손동현 (1980- ) <문자도 코카콜라> Logotype CocaCola
Color on paper
코카콜라 글자 내부를 전통 회화 양식으로 채웠다.

이것도 어느 그림의 일부인데?

조환 (1957- ) <무제> Untitled
Steel, Polyurethane
철을 휘어서 공간을 만들어내어 산을 형상화 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도윤희 (1961- ) <액체가 된 고민> Liquefied Agony
Oil and graphite pencil with varnish on canvas
도 윤 희 라는 이름에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 검색해보았더니 도상봉 화가의 손녀이며 꽤 알려진 화가였다.
화면 전체에 흐르는 시커먼 저것이 Agony? 액체가 된 고민이라는 것은 해결되어가는 고민이라는 뜻 같다는 생각이 들자 그림 앞에선 나의 긴장이 풀어진다.

장화진 (1949- ) <24개의 창문> Twenty-Four Windows
Digital Images, acrylic and oil on canvas

최수앙 (1975- ) <사이> The Between
Oil on resin on wood base
저 표정, 저 자세. 안으로 모아 세운 두 발, 깍지 낀 손,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모습, 하고 싶은 걸 찾아나서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눈빛.
제목 작품이 The Between 인것은 또 뭔가.

전선택 (1922- ) <초대> Invitation
Oil on canvas

신영헌 (1923-1995) <무제> Untitled
Oil on canvas
1960년대 작품인데 초현실주의 기법이 도입되었다.
평안남도 출생 화가가 우리의 분단 상황을 표현했다고 한다.



김혜련 <동쪽의 나무>
원래 독문학을 전공하였다.
임진강에서 보이는 철책을 보고 영감. 이후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분단의 상처를 그림에 담아온 화가이다.
오일로 그림을 그리고 캔버스의 한쪽을 일부러 찢은 후 꿰매어 상처와 흉터를 나타내어 분단 상황을 표현했다. 총 16개의 그림이 일렬 횡대.

김종찬 (1916-?) <토담집> An Earthen-Walled Hut
Oil on canvas
평양 출신 화가.
쓰러져 가는 토담집 담벽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소년이 모습.
식민지 시대 우리 나라 상황을 표현했다.

이경희 (1925- ) <대구의 뒷거리 (향촌동) 실내 (다방)> A Back Street in Daegu (Hyangchon-dong) Indoor (A Coffee Shop)
Watercolor on paper
이름을 보고 여자분인줄 알았는데 올해 아흔이 넘으신 남자 화가이시다.
1950년대 작품인데 밝고 유쾌하고 환상적인데다가 생동감 넘치는 그림에 깜짝 놀랐다.
아들의 죽음 이후 20년 가까이 칩거해오다가 2013년 다시 전시를 열면서 모습을 나타냈다고 한다.

김환기 (1913-1974) <새벽 #3> Dawn #3
Oil on canvas
한국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이번 전시 광고하는데 한 몫 하지 않았나 싶은 그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이후 최고가로 매입한 그림이다 (13억원).
1964, 1965년에 걸쳐 완성하여 1965년 상파울로 비에날레에 출품되었던 그림이다.
김환기는 전라남도 신안에서 부농의 아들로 태어나 성장하였다. 일찍부터 일본으로 건너가 공부하였고 이후 각국을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렸는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의 백자 사랑은 유명하며 백자에서 조형미와 민족을 배웠다고 한다.
이 그림에서 가운데 둥근 것은 동트기 전의 해를 상징.
화면 전체의 푸른 빛이 제목 새벽이라는 이미지와 통한다.

유영국 (1916-2002) <작품> Work
Oil on canvas
역시 두말 할 필요 없는 한국추상미술의 대가 유영국.
울진 깊은 산골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공부하였다. 이중섭의 2년 선배.
간결, 강렬.
붓이 아닌 나이프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박대성 (1945- ) <현율> Black Cannon
Ink and color on paper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기법을 이용.
얼마나 큰 붓을 사용해서 그렸을까?
제목의 현은 검을 현. 웅장하고
실제로 백두산을 여러번 오른 기억을 바탕으로 산의 형상을 해체, 재구성하여 그린 작품이다.

써니킴 (1969- ) <호수> Lake
Acrylic on canvas
중학교 2학년때 미국으로 이민간 교포 작가.
몽상적이고 최면에 걸리게 할 듯한 그림. 풍경을 그린 것 같지 않고 마음을 그린 듯한 느낌.
쳐다보고 있으면 뿌연 안개가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운보 김기창의 <정청>이라는 그림 일부. 가장자리를 실로 꿰어 만든 고급스런 둥근 코 신발과 하늘하늘 치마 자락의 섬세함이 돋보여서 이 부분을 클로즈 업.


높은 곳에 걸려있는 이 그림의 제목은 나영민 화가의 <천국의 계단>

위의 다섯 폭 그림은 조광익 화가의 <산수 분 꽃피다>
다섯 개 화분에 이상향을 담았다.
아래의 열 여섯개 캔버스는 위에서 소개한 김혜련 <동쪽의 나무>


백남준 이후 국제적 지명도가 높은 화가 중 한 사람 강익중의 설치 작품 <삼라만상>
작은 작품 만개가 모여 하나의 작품을 이루었다. 온갖 사물을 다 끌어다 모은 듯 한데 그림, 열쇠고리, 그릇, 본인 작품 미니어처, 강익중체 한글, 그리고 가운데는 은색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을 놓았다.
안국역 지하철역에서 미술관까지 걷는 약 15분 거리 자체도 오랜만에 걸으며 보니 하나의 전시 같다.
따지고 보면 전시가 따로 있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