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 문화인류학 강의.

짧은 동영상을 먼저 보자고 교수님께서 그러신다.

영국의 Steve Cutts라는 사람의 <Man>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집에 와서 이 사람 Steve Cutts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그것 말고도 여러편의 그림과 동영상들이 있었다. 다음은 그중 <Wake Up Call>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제목속에 메시지가 다 들어있다.

 

 

 

 

 

 

 

 

 

 

 

강의의 시작은 3분짜리 동영상이었는데,

강의의 마지막은 한줄 요약으로 맺는다.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책 제목이기도 하죠"

라는 말씀을 하시기에 집에 와서 찾아보니 그렇다.

여러 명 공저자 중에 강의하신 교수님 이름도 있었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스코트 니어링의 좌우명이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라> 였다는데, 아마도 여기서 인용한 제목인 듯.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라.

근래 들은 제일 멋진 말, 따르고 싶은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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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7-03-26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전자기기는 2년에서 길게쓰면 3년 밖에 안되는 유통기간이다보니 자주 바꾸게 되고 조금 오래쓰는 사람에게 우스게소리로 골동품 취급하는 이야기 들으면 좀 씁쓸했는데 ㅎ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라‘는 이야기 널리 퍼졌으면 좋겠어요~^^

hnine 2017-03-27 05:07   좋아요 0 | URL
저도 골동품 쓴다는 소리 많이 듣고 사는 사람 중 하나인데, 오래 잘 쓰고 있는게 왜 미덕이 아니라 웃음거리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답니다. 덜 갖는 것과 더 많이 존재하는 것을 연결시켜 말하니 거기 의미가 팍 살아나는 것 같아요.
요즘은 다른 매체보다도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같은 것이 보는 사람에게 쉽고 설득력 있게 뜻이 전달되는 것 같더군요. 특히 저렇게 강의 시작할때 짧은 동영상 보는 것으로 시작하니까 강의 주제도 단번에 전달되고 좋더라고요.

nama 2017-03-26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n>은 틈틈이 제가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동영상인데...반갑네요.^^ 장수라는 개념도 그냥 목숨만 길게 사는 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하며 ‘더 많이 존재‘하는 게 장수라고 하네요.

hnine 2017-03-27 05:13   좋아요 0 | URL
nama님은 알고 계셨군요. 저는 문화인류학이라는 분야도 생소했고 Steve Cutts의 동영상도 처음 보는 것이었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요즘 제가 20대 때보다 오히려 더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도 많아지고 받아들일 마음의 문도 열려있는 것 같아서 재미있게 잘 듣고 보고 왔답니다.
존재라는 말의 의미부터 다시 새겨야 하는, 짧지만 철학적인 말이 아닌가 싶어요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요. 여행을 다니는 것도 더 많이 존재하며 사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닌가, nama님 여행기 떠올리며 드는 생각이네요~ ^^

2017-03-26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27 0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에게는 밥벌이로 하고 있는 일이 있고, 밥벌이와 상관없이 취미로 하고 있는 일이 있다.

밥벌이로 하고 있는 일, 즉 보수를 받으며 하고 있는 일에는 아무래도 시간과 노력을 더 투자하고 더 잘하려는 마음도 늘 갖고 있기 마련이고 그래야 마땅한데, 내 맘대로 두가지를 바꿔서 해보기로 했다. 즉, 밥벌이로 하던 일을 취미처럼, 취미로 하고 있는 일을 밥벌이처럼.

그래서 매주 두번 서울행. 밥벌이와 전혀 상관없는 것을 배우러 간다. 오늘도 서울 가는 날.

버스에 막 올라탔는데 문자 메시지가 온다 우체국 택배가 올거라는. 아, 꽃이다!

날이 아직 덥지 않으니 다행이지만 그래도 저녁때나 되어야 집으로 갖고 들어올 수 있을텐데.

서울에 있는 동안에도 몇번이나 꽃을 떠올렸다.

 

아무도 없는 집. 택배는 무인택배함에 맡겨져 있었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꺼내들어온 시각이 9시 ㅠㅠ

예쁘게 포장된채, 반겨줄 사람을 기다리며, 거의 하루 종일 택배함 속에서 기다렸을 꽃들아 미안해 미안해.

이렇게 예쁜 너희들을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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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2017-03-24 0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무슨 꽃이야?
생일도 결혼 기념일도 아닐건데...
휴스턴 생활 3주차
그럭저럭 심심해 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
잘지내렴

hnine 2017-03-24 04:57   좋아요 0 | URL
내가 구입한 꽃이지~
휴스턴하면 MD Anderson 부터 떠올라. 블로그에서 소식 종종 보고 있어 ^^

페크pek0501 2017-03-26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먼 길 가서 배우는 것, 응원합니다.
예전 제가 삼십 대 초반에 드라마 각본 쓰기를 배워 보겠다고 모 문화센터에 다녔었어요. 그때 수강생 중에서
부산에서 서울까지 기차 타고(새마을호였던 듯.) 매주 오셨던 분이 생각나네요. 드라마 강의를 듣기 위해서였어요.
부산에는 그런 강의가 없다면서 말이죠. 대단한 열의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분 생각하면서 님을 응원합니다.
꽃 구경 잘했고요. 눈이 즐겁네요.

hnine 2017-03-26 18:05   좋아요 1 | URL
제가 가고 싶어 가니 먼길이라는 생각이 별로 안들어요. 만약 억지로 하는 일이었다면 30분 거리라도 먼 거리처럼 느껴졌을텐데요.
일주일에 이틀을 서울 다녀오니 나머지 날들의 일정이 빡빡하지만 그래도 좋아서 하고 있네요.
부산에서 서울 가셨다는 분도 계신데, 저는 그분에 비하면 그래도 시간이 덜 걸리는 셈이지요.
응원해주시니 감사드려요. 기억하고 있다가 혹시 게을러지고 꾀가 날때 마음을 다잡겠습니다 ^^
 

 

 

 

 

 

 

 

 

 

850년에 창건되었다는데 왜 천년 역사를 지녔다고 했을까? 훨씬 더 오래되지 않았는지.

정말 대웅전 바닥이 무늬 벽돌로 되어 있었다. 남편 말에 의하면 마루를 나무로 짜넣는게 비용이 더 든다나. 아마 절을 지을 당시 물자가 충분치 않거나 비용이 모자라서 벽돌로 하지 않았을까 추측하던데 확인은 해보지 않았다.

대웅전이 상하로 되어 있는 것도 이유가 궁금하고.

부처님이 손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에 따라 불상의 이름을 붙이는 방법, 대학교 4학년때 한국미술사 시간에 배우고 다 잊어버렸다.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해서 벽돌 마루, 부처님, 사진 못찍고 국보 2점을 눈에만 담아 왔다.

 

 

 

 

 ↑ 이것이 하대웅전이고, 상대웅전은 경사길을 따라 더 올라가야한다.

 

 

 

 

 

 

↑ 저런 문짝을 보면 사진을 찍어놓고 싶어진다. 이날도 어김없이 가까이 가서 찍었다 ↓

 

 

 

 

 

 

 

봄까치꽃 파랑도 예쁘고, 흙 색깔도, 꽃이 올라가 있는 돌 색깔도, 뒤의 기와장 먹색 마저도 예뻐서.

 

 

 

 

 

 

 

 

 

 

 

 

 

 

 

 

 

 

 

 

이 북은 오랜 옛날 장곡사에 있던 한 승려가 국난을 극복하고 중생을 계도하는 뜻에서 코끼리 가죽으로 만들어졌다고 전하여 오고 있다. 원래는 호국과 중생을 계도하기 위한 독경을 할때 사용하던 북으로 언제 만들어졌는지 확실치 않다.

→ 요렇게 안내판이 옆에 붙어 있었다.

옆에 보이는 것은 철로 만든 범종. 앞에 뭐라고 글자가 쓰여 있기에 가까이 가서 봤더니,

 

 

 

약사여래대범종 (다행히 읽을 줄 아는 한자 ^^)

 

 

 

 

 

 

 

 

장곡사. 칠갑산에 있는 절.

유난히 크고 아름드리 나무가 많아서 더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던 절.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는  youtube으로 우리 가요 칠갑산을 찾아 들으며, 따라 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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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3-20 1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참 잘 찍으시네요.
장곡사라는데가 있었군요.^^

hnine 2017-03-21 03:43   좋아요 1 | URL
저에게 사진 잘 찍는다고 해주시는 유일한 분 stella님, 고맙습니다 ~
저도 장곡사라는 이름은 들어보긴 했는데 가본건 이번에 처음이었어요. 정말 수백년 되었을 것 같은 나무들이 많더군요. 어떤 너무는 절을 떠받치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는데, 그러고보니 나무들 사진은 왜 안찍어왔는지 모르겠네요. 동백 꽃 보고 돌아오는 길에 청양 쯤에서 장곡사라는 이정표를 보고 들러본 절인데 아주 크진 않아도 좋았습니다.

stella.K 2017-03-21 13:32   좋아요 0 | URL
ㅎㅎ 아니 왜요, 이만하면 잘 찍으시는 거 아닌가요?
사람들이 h님을 너무 몰라주는 것 같아요.ㅠㅋ

hnine 2017-03-22 04:3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nama 2017-03-20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곡사는 1980년대 중반에 친구와 다녀왔던 곳이지요. 황소 등 같던 칠갑선 능선길도 기억나네요. 그후로 근년에도 다녀왔는데, 저렇게 섬세한 곳이었네요.^^

hnine 2017-03-21 03:50   좋아요 0 | URL
역시, nama님은 여기도 가보셨군요 1980년대 이미!
장곡사도 마곡사의 말사라는 설명을 읽고 마곡사가 크긴 큰 절인가보다 했어요.
요즘은 주말에 주로 등산객이나 구경온 사람들 틈에 절을 방문해서 그런지 가도 스님들은 뵐 수가 없어요.
대웅전 벽돌 바닥이 특이했는데 방석 없이 절을 했더니 겨우 세번했는데도 무릎이 아프더군요. 찢어진 가죽 북도 인상적이었고요.

블루데이지 2017-03-21 1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박한 절에 비해 크고 멋드러진 주변의 듬직한 나무들, 하대웅전아래 마당에 깔려있어 걸을때마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어주는 수많은 작은돌알맹이들 잘 있죠? 그리움안고 사진 평온히 감상하고갑니다.

hnine 2017-03-22 04:38   좋아요 0 | URL
열말 필요없네요. 블루데이지님의 이 댓글이 장곡사를 너무나 잘 표현해주고 계세요. 작은돌알맹이들을 되새겨 주셔서 더욱 고맙고요. 블루데이지님 덕분에 다음에 가면 돌위를 걷는 느낌이 예전과 달라져있을거예요.

푸른희망 2017-03-21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곡사 예전 답사 다닐때 갔던 곳이네요 전 장곡사 마곡사 참 헷갈려서 장곡사는 코끼리북 이렇게 단순하게 기억해요~~
사진 좋아요
눈에만 담으신 불상과 바닥도 보고싶네요~^^

hnine 2017-03-22 04:45   좋아요 0 | URL
푸른희망님도 다녀오셨군요. 장곡사는 코끼리북! ^^ 저렇게 비정형으로 생긴 북은 처음 봤어요. 가죽이 찢어진 채 그대로 전시해놓은 것도 눈에 더 들어왔고요. 사진엔 안나왔지만 옆에 있던 길고 큰 나무 그릇도 생각나시는지요. 말 구유에 있는 먹이통인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돌바닥이라서 절 할땐 방석을 꼭 깔아야겠더군요. 불상은 다른 절에 비해 크진 않았는데 석조대좌, 즉 돌 위에 앉아있는 채로 불당에 모셔져 있었어요. 불상 뒤 광배라고 하나요? 그것도 나무로 되어 있는데 그것 역시 시간의 흐름이 역력히 드러나있는 그대로였고요.
 

 

 

 

 

 

 

 

 

 

 

 

 

 

 

 

 

 

 

 

 

 

 

 

 

 

 

 

동백꽃을 보러 갔다.

"충청남도 서천군 서면 마량리"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니 집에서 두시간 거리.

어제, 미세먼지 최고점 찍은 날이었지만 햇살은 고맙게도 참 좋았다.

 

동백나무숲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크지 않았고 아직 꽃이 만개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는 길에 바다도 보고, 갈매기도 보고, 갯벌도 걸어보고, 꽃까지 보았으니

그것만해도 입이 귀에 걸렸다.

 

동백이 어디가 그렇게 예쁘냐고 남편이 묻는데 마땅히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미술 시간에 색종이와 나무젓가락으로 만들던, 아주 간단한 모양의 꽃. 색도 형태도 딱 그 수준인데.

꽃 한 송이 한 송이 들여다보면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은데 말이다.

진한 초록 잎들이 빽빽한 가운데, 점점히 박혀있는 빨간 꽃들. 그 안에 불 켜진 듯 노란 꽃밥이, 예쁘단 말이다.

 

아들은 일주일동안 인도 벵갈루루 라는 곳으로 학교에서 선생님 인솔하에 봉사 활동을 갔고,

오고 가는 차 속에서 나와 남편의 화제는 줄곧 아들 얘기.

혹 걱정스런 얘기를 하는 동안에도

그저 좋은 부모 마음.

100%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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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03-20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는 길에 바다도 보고, 갈매기도 보고, 갯벌도 걸어보고,꽃까지 보았으니.....
더구나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라니....많이 행복하셨을 나인님이 그려집니다^^
저도 오래전에 다녀온적 있어요.
동백은 사진으로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hnine 2017-03-21 03:35   좋아요 0 | URL
예전엔 사람들이 왜 일부러 꽃보러 어딜 가고 그러나 했었어요 ^^ 그런데 이제 그런게 참 기분을 좋게 하고 한가지 생각에만 붙잡혀 있던 것을 전환시켜주네요.
대전이나 서천이나 다 행정구역상 충청남도인데 집에서 서울가는 시간 만큼 걸린다는게 뜻밖이었어요.
꽃은 앞으로 필 꽃들이 더 많을테니 또 보러 가고 싶어요.

보슬비 2017-03-20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떨어진 동백이 이쁜것 같아요. 떨어져도 이쁘게 떨어져서...^^

hnine 2017-03-21 03:39   좋아요 0 | URL
동백은 꽃잎으로 떨어지지 않고 꽃이 통째로 떨어지지요. 대체로 나무에 달려있을 때 모습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또다른 감상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 속에 많이 등장하고 노래 속에도 나오고 그러나나봐요.

블루데이지 2017-03-2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동백꽃의 붉은색이 참 맘에 들더라구요~
hnine님은 아름다운 동백꽃을 그리시는데 저는 서천에서 느낀 맛이라고는 광어회,주꾸미,모시떡의ㅡ맛있는 추억만 있네요..ㅋ

hnine 2017-03-22 04:56   좋아요 0 | URL
저도 주꾸미 먹고 왔답니다 ^^ 주꾸미 축제를 막 시작했더라고요. 돌아오는 길에 모시떡도 한 상자 사가지고 온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상미 2017-03-24 0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같이 있을 때는 함께 하니까 덜하는데,
같이 없으면
더 자주 얘기하게 되지.
나도 우리집 두 녀석이 보고 싶구나.

hnine 2017-03-24 05:39   좋아요 0 | URL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아. 다 컸다고 생각하니 한 집에 사는 동안 뭐 더 해줄 것 없나...그거 생각. 맛있는거나 더 만들어줘야겠다 싶어서 이번 주 토요일엔 요리 교실까지 신청했지 ㅋㅋ
 
젊은 예술가의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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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제목 같기도 하고 영화나 드라마 제목 같기도 한 이 책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원제는 <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이다. 제목이 친숙한 이 책에 대해서 언제 처음 들어봤더라 기억을 더듬어보니 고등학교 국어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아마 저자인 제임스 조이스 때문이었을 것이고, 이 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통해서 그 유명한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으리라. 과연 이 책을 읽어보니 얼마 안 가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 의식의 흐름이라는 것이 어떤걸 말하는지.

1882년 아일랜드 태생 제임스 조이스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문학사적 의미나 가치에 비해 기대만큼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작가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 스티븐 디덜러스의 어린 시절에서 시작하여 기숙학교에 입학하고 대학에 진학하기까지, 가족 구성원과 친구들 그리고 학교라는 사회 속에서 그의 예술관이 어떻게 자리잡아 가는가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성격이 각양각색인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대립을 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주입해주는 지식에 대해 반항하여 반항적 경향의 문학가가 최고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성장기 소년인만큼 마음에 두는 여학생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쓰기도 하고 사창가의 여인을 찾기도 했던 일로 인해 깊은 고뇌를 겪기도 한다.
의식의 흐름이라고 하는 기법이라는게 어떻게 보면 얘기가 옆길로 수시로 빠졌다 돌아왔다 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차이는 옆길로 빠지는 과정이 무작정 뜬금없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교묘하게 감각의 연상을 통해 과거의 경험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문장으로서 매끄럽고 문학적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66쪽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운동장에서 스티븐 친구들이 크리켓 경기를 하고 있는 장면이다.

여기저기서 크리켓 방망이 소리가 부드러운 잿빛 공기를 통해 들려왔다. 방망이들은 픽, 폭, 퍽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분수대의 철철 넘치는 낙수반 위로 물방울들이 천천히 떨어지며 내는 소리 같았다.

어! 그런데 크리켓 방망이 소리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로 연결되는 이 구절이 91쪽에 다시  나온다.

애들은 크리켓 공으로 멀리 던지기라든가 커브 공 및 느린 공던지기 등을 연습하고 있었다. 그 부드러운 잿빛 공기의 정적 속에서 그는 공이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조용한 공기를 뚫고 크리켓 방망이 소리가 들려왔다. 픽, 팩, 폭, 퍽. 분수대에서 철철 넘치는 낙수반 위로 물방울이 조용히 떨어지는 소리 같았다.

크리켓 방망이 소리와 분수대 물 소리는 작가에게 확실한 어떤 연상 고리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마지막 장인 5장에 가면 스티븐의 예술에 대한 가치관과 주관이 거의 성립되어 있음을, 그가 친구에게 하는 말을 통해 알수 있는데 친구에게 하는 말이라고 보기엔 매우 진지하고 깊은 내용들이 많아 줄을 치며 읽었다.

그에게 있어 진정한 예술은 동적이 아니라 정적이어야 하는데,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욕망을 즉각적으로 충동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초월적인 경지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로서 과거 여러 철학자나 사상가의 생각들을 인용해서 친구에게 주장한다. 아퀴나스가 미(美)의 정의를 "우리가 어떤 것을 인식해서 즐거워지면 아름다운 것"이라고 한것을 인용하고 거기서 나아가 스티븐, 즉 제임스 조이스의 예술에 대한 정의는 "미적인 목표를 위해 감각적인 것과 이지적인 것을 인간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플라톤은 아름다움을 진실의 광채라고 하여 참된 것과 아름다운 것이 서로 비슷한 것이라고 보았는데, 이해 가능한 것들의 가장 원만한 관계에 의해서 충족되는 지성이 포착하는 바가 진실이요, 반면에 지각 가능한 것들의 가장 원만한 관계에 의해 충족되는 상상력이 포착하는 바가 아름다움이라고 했다. 이런 정의들은 한번 읽어서 머리에 바로 들어오진 않지만 반복해서 읽어보면 결코 이해 못할 말들은 아니다. 마치 대학때 미학 시간에 배운 것들을 미학 책이 아닌 문학 작품 속에서 다시 복습하는 듯한 읽기가 수십 페이지에 걸쳐 계속 되었다. 같은 사람의 주장이나 말들이라도 이렇게 문학 작품 속에서 읽으면 더 맛있고 멋있다.

이 책은 제임스 조이스의 의식의 흐름 기법이 시도된 정도이고 본격적인 기법은 그의 또다른 작품 <율리시스>에 잘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번역자가 예전의 번역을 전면 개편하다시피 다시 내놓은 것이라서, 페이지마다 해설이 아주 자세하고 친절하게 붙어 있었다. 그것이 때로는 도움도 되고 방해도 되었다. 하지만 번역자가 한 문장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완벽을 기하려고 노력한 기색은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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