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카드를 대신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책을 골라

400자 꽉 채워 사연을 적어

친구에게 보냈다

 

 

 

 

 

 

 

 

 

 

 

 

 

 

 

 

 

 

 

 

 

 

 

 

 

 

 

마음을 나누려면, 사랑을 전하려면,

내 입장보다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서

그 방법을 바꿀 줄 알아야한다.

 

라는 메시지를 난 이 그림책에서 받았는데,

내 친구들은 어떤 메시지를 받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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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12-23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방법 한 번 써보고싶어져요. :)

hnine 2016-12-23 08:23   좋아요 1 | URL
내가 전하고 싶은 말, 마음을 잘 담고 있는 그림책들이 많더라고요. 평소에 마음에 드는 그림책 보관함에 담아두었다가 꼭 크리스마스가 아니더라도 선물하고 싶을 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받는 사람도 부담없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꿈꾸는섬 2016-12-24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크리스마스 카드가 되겠어요. 이 그림책 받으시는 친구분 좋으시겠어요.

hnine 2016-12-24 10:29   좋아요 1 | URL
요즘은 예전에 비하면 그림책을 많이 못읽어서 고르려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림책이 얼마나 좋은 치유 수단인지, 잠시 잊고 살았어요.
 
주홍 글자 펭귄클래식 32
너새니얼 호손 지음, 김지원 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무슨 내용인지 대충 알고 있어서, 한번도 제대로 읽은 적 없으면서 마치 읽은 것 처럼 착각하고 있는 책들이 더러 있다. 이 책도 나에게는 그런 책 중 한권이었다. 집에 민음사것과 펭귄클래식것, 두권이나 가지고 있었는데 여태 읽지도 않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해설이나 부록 같은 자료가 좀더 풍부한 경향이 있는 펭귄클래식으로 읽기로 했다.

재미있는 것은 출판사는 달라도 표지 그림은 똑같더라는 것. Hugeus Merle의 <주홍글자>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작품이 쓰여진 때는 1850년이지만 작품 속 시대배경은 그보다 200여년 전인1640년에서 1650년 사이이다. 공간적 배경은 영국에서 청교도가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해온 뉴잉글랜드 지역 (영국의 입장에서 뉴잉글랜드'식민지'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하는)의 어느 마을. 너새니얼 호손 자신이 매사추세츠 주 세일럼이라는 곳, 유서 깊은 청교도 집안에서 태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소설의 첫페이지는 감옥과 주변 묘사로 시작된다. 감옥 앞에는 곧 있을 구경거리때문인지 마을 사람들이 모여 웅성웅성거리며 떠들고 있다. 곧 감옥 문이 활짝 열리며 형리 손에 이끌려 젊은 여인이 나온다. 여인은 생후 3개월 쯤 되는 갓난 아기를 안고 있다.

여인의 외모는 어떠했을까? 키가 크고 완벽할 정도로 아름다웠다는 그녀의 모습이 거의 한 페이지에 걸쳐 설명되어 있다. 감옥에서 나오고 있는데도 어떤 후광이 비칠 정도의 아름다움이었고 귀부인다워 보이기까지 했다고. 그녀의 어디에도 불행의 먹구름이나 의기소침, 침울함의 흔적은 없었다. 이것이 작가가 만들어낸 헤스터 프린의 인상이다. 그리고 곧 그녀 가슴에 수놓아져 있는 글자 얘기가 나온다. 그녀의 우아하고 귀티나는 모습에서 결국 거기 모인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그녀의 가슴 위에서 빛나던 주홍글자였다. "A" (for adultery).

처음에 묘사된 헤스터의 이 모습은 이후 작품 속에서 보여지는 그녀의 성격과 어긋나지 않는다. 아기를 혼자 힘으로 키워야 하는 책임감이 그녀를 당당하게 했을까. 비록 그녀의 마음은 고통 받고 있었을지라도 그녀는 자기 앞에 닥친 벌을 피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초라한 오두막집에 딸과 함께 살며 오랜 시간을 꿋꿋하게 견뎌낸다.

누가 봐도 그녀가 죄인임을 알수 있는 주홍글자를 가슴에 달고 사는 헤스터와 대조적인 인물이 있다. 딤즈데일 목사, 그리고점차 쇠락해져가는 딤즈데일을 옆에서 보살펴준다는 명분으로 그의 주위를 맴도는 의문의 의사 로저 칠링워스이다. 로저 칠링워스가 돌봐준다고는 하지만 나아지는 기색은 없이 딤즈데일 목사는 갈수록 더욱 약해져가고 누구에게도 말못하는 괴로움과 고통, 강박에 시달리는 듯 하다. 의사의 돌봄 마저 마다하는 그의 고통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의사라고 하는 로저 칠링워스의 정체는 무엇일까.

가슴에 주홍글자를 달고 있는 헤스터에 대해 알고 싶은 것보다 독자는 어느 새 딤즈데일 목사에 대한 궁금증을 더해간다. 헤스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것이 잘못이 맞다면), 그래서 결과가 어떤지에 대해선 그녀가 달고 있는 주홍글자로 만천하에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홍글자를 달고 사는 사람의  치욕보다 더 버티기 힘들게 하고 더 괴롭게 하여 결국 인생을 마감하게 하는 것, 즉 보이지 않는 주홍글자를 달고 사는 사람이 있었다. 눈에 모이는 주홍글자보다 더 치명적인 그것을 딱히 무어라고 이름붙여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아는 말중 <양심>이 그것 아닐까? 이 세상 어느 법보다 무섭고 가장 나중까지 효력을 발생한다는 양심. 자신만이 아는, 자신에게 향하는 잣대. 남이 억지로 가슴에 붙여놓은 주홍글자보다 더 무서운 그것은 남으로부터 선고 받는 것이 아니고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를 마지막 순간까지 괴롭히는 것이다.

나는 헤스터의 초라하고 고독한 삶보다, 밖에서 보기엔 사람들의 존경받는 삶을 살았던 목사 딤즈데일의 삶에서 오히려 더 인간의 나약함과 비애를 느낀다. 사실 목사를 괴롭혔던 것 중의 하나가 그것이었다. 자기가  알고보면 어떤 사람인지 마을 사람들은 결코 모른다는 것, 자기가 나는 이런 사람이오 라고 설사 폭로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을 거라는 것. 그것이 목사를 안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받게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볼때 죄에 대한 댓가를 치르며 살아가는 헤스터를 구원해주어야 하는 역할을 했어야 목사를 오히려 헤스터가 그를 불쌍히 여겨 도와주려 하지만 작품속의 또 한사람, 바로 로저 칠링워스의 미움과 복수심으로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헤스터가 죄인이라는 표시로 가슴에 달고 있던 주홍글자만큼, 아니 그보다 더 무겁게 짓누르며 어떤 사람의 인생을 의도와 다르게 몰고 간 것이 있다면 그것은 딤즈데일에게는 양심이었고 로저 칠링워스에겐 미움과 복수심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대로의 생각일지 모르겠고 그것이 작가의 의도와 빗나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만의 해석이어서 적어도 나에게는 의미있다.

 

민음사판에는 없고 펭귄클래식판에는 있는 것이 책 앞의 <세관>이라는 제목의 짧은 에세이이다. 너새니얼 호손이 <주홍글자>를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에세이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200여년 전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마녀사냥이 있었고 작가의 조상이 그 마녀사냥에 참여했었다는 기록을 우연히 발견하고서 작품 <주홍글자>를 쓰게 되었단다. <세관>은 주홍글자 본문과 달리 짧기는 해도 과연 에세이인 것이, 이 작가의 성격이 이 문장 저 문장에서 거침없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사물과 사건을 보는 관점, 그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사람들과 친했으며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는지, 어떤 생을 살아왔는지, 비록 우리말로 번역된 가운데서도 단순하지 않으며 통찰력있는 문장 표현들을 발견할 때마다 몇번 반복하여 읽고 싶게 만들었던 재미때문에, 본문 주홍글자만 읽지 말고 <세관>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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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12-08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착각이 아니길 바라게 되네요. 저는 세로 줄로 된 전집으로 읽었던 것 같아요. 오래전에요.

영화로도 봤던 기억이...

독서 목록은 예전부터 있었고 영화 목록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이건 언제부터인가
중단되었어요. 그래서 내가 본 영화의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앞으론 책이든 영화든 본 것은 무조건 기록하는 걸로... ㅋ

<세관>을 꼭 읽고 싶군요.

hnine 2016-12-08 17:11   좋아요 0 | URL
저도 착각하는 책들이 많고 이 책처럼 확실히 안읽었으면서도 줄거리를 대강 알고 있는 책들은 전혀 모르는 책보다 오히려 더 안읽게 되더군요. 그런데 이제서 접선(!)이 되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 그런데 제가 막연히 기대하던 것보다 훨씬 깊은 뜻이 있어서 저에게는 분명히 소득이 되었답니다.
민음사에서 나온 책으로 작가의 단편선이 집에 한권 더 있는데 그것도 읽어봐야겠어요.
 

  

1. 랠프 엘리슨 <보이지 않는 인간>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거의 이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다. 나는 평생 동안 무언가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어딜가나 누군가는 내게 그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려 했었다. 나는 보통 그들의 해답을 받아들였다. 비록 그 해답들이 서로 상반되고 심지어 자체적인 모순을 안고 있는 경우도 많았지만 말이다. 나는 순진했다. 나는 나 자신을 찾고 있었던 것이며, 결국 나 자신만이 대답할 수 있는 문제를 남들에게 묻고 다녔다. 나는 나 자신일 뿐 그 누구도 아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태어나면서부터 알고 있을 법한 이런 깨달음을 얻기 위해 나는 오랜 세월을 보내야 했고, 그것에 대한 나의 기대는 아주 고통스러운 결과로 되돌아왔다.

 

 

오늘 읽기 시작한 랠프 엘리슨<보이지 않는 인간 1>의 1장, 첫 문단이다. 물론 앞에 프롤로그가 있기는 했지만, 많은 책 들이 시작은 대체로 주위 환경 묘사, 상황 묘사로 한참을  허비 (이런 단락 읽는 걸 지루해하는 내 개인적인 생각에서)하고 있는데 반해 이 책은 처음 부터 이런 자기 고백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것도 대번에 공감이 가는 문장으로.

어쩌면, 우리 역시 이 책의 화자처럼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과정에 있고, 이렇게 책을 읽어대는 이유가 책 속의 주인공이 그러했듯이, 남에게 해답을 물으며 다니는 행위의 한 방식은 아닐까. 결국 나 자신만이 대답할 수 있는 문제를, 남들은 뭐라고 했나 힌트를 얻으려는, 감춰진 의도가 있어서가 아닐까.

 

 

 

 

2.  이종인 <살면서 마주한 고전>

 

 

 

읽은 책은 아니고, 오늘 아침 서재 둘러보다가 책 제목이 맘에 들어 검색해본 책인데, 책 제목도 마음에 들었지만 책 속의 작은 소제목들을 보니 더 감탄하였다. 책 읽고 리뷰를 올릴 때 리뷰의 제목을 다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나의 경우 책 리뷰를 올릴때 그 리뷰의 제목을 붙일때 리뷰 제목을 진지하게 생각하여 정할 때도 간혹 있긴 하지만 대부분 그때 기분과 느낌에 따라 대충 붙일때가 많은데 이 책에서 저자가 읽은 360권 책 리뷰의 제목을 붙인 것을 보니, 상투적인 제목은 단 한개도 없으면서 그 책의 내용을 잘 반영하고 있는데다가 문학적이면서 개인의 주관이 들어가있어서, 겨우 몇 단어로 이루어진 제목에서 저자의 안목과 성격이 확 들어왔다.

그래서, 이 책을 주문해버렸다!

살면서 읽은 고전들은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마주했다는 말의 의미가 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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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16-12-06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일단 담고봅니다. 좋은 책일것 같아요.

hnine 2016-12-06 22:33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 배송되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럼 아마 지금 읽고 있는 저 위의 책과 동시에 읽게 되겠지요 ^^
 

 

 

 

 

 

1. 기록적이었던 여름, 못잊을 그 여름

추위를 덜 타고 더위엔 취약한 나 같은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기록적으로 더웠던 여름이었다. 아무리 땀을 줄줄 흘리고 있을지라도 선풍기도 잘 안 켜는, 곰 같은 내 버릇에도 이건 선풍기 가지고도 감당키 어려웠으니, 그래도 곰 같이 에어컨 안 사고 버틴건, 에어컨 바람이 가져다 주는 시원함 대신 치뤄야할지도 모르는 호흡기 계통 감염 같은 걸 걱정하는 건강 염려증, 기계 불신증 때문이었다.

 

 

 

 

 

2. 서양고전 100선

추석 끝나고 바로 시작하여 11월말까지, 일주일에 하루 2시간. 대학의 평생교육원에 개설된 서양고전 100선 강의를 신청하여 들었다. 어쩌다 보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사흘쯤 보내기가 다반사인 내 일상에, 일주일에 하루 서울 나들이 하는 것부터가 정신 건강에 많이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고, 분명 문학 작품에 대한 강의인데 교수님의 강의를 듣다가 불쑥 불쑥 귀에 들어오는 한 구절이, 평소에 내가 가지고 있던 그 많은 물음들, 내 머리로는 혼돈만 길어질뿐 답을 못찾고 있던 그 물음들에 대해, 이게 답이라고 툭 던져지는 것 같음을 느꼈던 그 순간의 희열을 잊을 수 없다.

이미 정년 퇴직하시고 도시를 벗어나 강원도로 사모님과 함께 들어가셔서, 책 읽고, 쓰고, 밭일 하고, 닭 키우며, 더 할 수 없이 만족한 생활을 하고 계시다는 전직 영문과 교수님. 머리 희끗한, 자그마한 체구의 교수님이시지만 강의 있는 날 늘 정장 차림에 머리 손질도 단정하게 하시고 강원도 인제에서 서울까지, 5분도 늦는 일 없이 강의실에 도착하셨다. 난 그저 평생 책이나 읽으며 산 사람이라고 본인에 대해 간단하게 말씀하시는데, 나는 나중에 뭐라고 내 삶을 한줄 요약하여 말할 수 있을까.

 

 

 

 

 

3. 열 여섯살 아들과 지내는 방법

공부보다 운동을 더 좋아하고, "너는 네 컴퓨터가 무슨 인공장기냐?" 하고 내가 놀릴만큼 컴퓨터를 몸에서 떼지 않는 아들. 화장실 갈 때는 물론이고 이 닦으면서도 손에서 놓지 않는 신통한 재주를 가진 아들을 견디느라고 많이 노력했다.

옆집 아들 처럼 대해야 한다고, 흔히 사춘기 아들을 둔 집 부모들이 그러더라만, 내가 겪어보니 옆집 아들 처럼 대해야하는게 아니라 정말 내 아이는 옆집 아들, 나는 옆집 아줌마여야 한다. "처럼"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되어야 하더라는 말이다.

그게 가능하냐고 물으신다면, 그게 가능하다면 뭐가 힘들겠냐고 대답하겠다. 잘못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몇번 싫은 소리를 하긴 했지만, 적어도 노래처럼 반복하진 않으려고 노력 많이 했다. 몰라서 안하는게 아니라면 잔소리 한다고 해서 고쳐지진 않는다. 남편에게든 자식에게든, 이 세상에 잔소리처럼 영혼을 갉아먹는게 또 있으랴. 차라리 내가 옆집 아줌마가 되고 말지.

그러면서 나는 생각만 더 많아졌다. 말수가 더 줄어들었다 (시무룩...).

잔소리를 하는 것은 알고 보면 자식을 위해서라기 보다 나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감정 풀이 효과. 내공과 덕이 부족한 나 같은 사람이, 입으로 터져 나오는 말을 참고 안하려니, 그것들이 하나도 없어지지 않고 고대로 마음 한켠에 집을 짓고 있나보다. 갈수록 뭔가 딱딱한 응어리가 느껴지고 있으니.

별일도 아닌 것 같은 이것을 2016년을 정리해보면서 세번째 항목으로 쓰고 있다. 내게는 별일이 아니지 않은 것이다.

 

 

 

 

 

 

 

 

4. 세가지 쓰고 더 생각 안 날 정도로 심심하고, 동시에 무탈했다

억지로 더 꼽아보자면 없지도 않겠으나, 억지로 꼽는다는건 그저 소소한 일이었다는 의미일테니까.

남편은 남편대로 출장 명분으로 몇 차례, 아들 아이도 봉사 활동으로 필리핀 여행을, 럭비 친선 경기차 상하이 여행을 다녀왔는데, 나는 해외는 고사하고 국내 여행 한번 다녀오지 않았다. 누가 가지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요즘은 가끔 혼자 억울해하는 어리석은 마음짓을 하고 있다. 내 여권이 만기 되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갱신을 해야했는데, 그것도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들이 가는 여행 수속에 부모 여권이 필요해서였다. 깨끗하고 빳빳한 채, 쓸모 없이 처박혀 있다가 갱신되고 있는 내 여권을 보는 내 심정.

 

 

 

 

그래, 심심했어. 아무 할 일이 없어 심심했던게 아니라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느라고 말이다.

하지만 무탈했잖은가. 그렇게 생각을 뒤집느라 또 애쓴다. 갈수록 생각 뒤집기의 달인이 되어가고 있다.

말 안듣는 아들을 보며, 그래도 자식때문에 부모가 속상한게 낫지, 부모때문에 자식이 맘 아픈것보다는

시험 전날도 저녁까지 운동만 하다가 늦게 들어오는 아들을 보면, 저 나이에 시험 스트레스 안 받고 운동으로 해소해는 것만 해도 어디야.

아침에 밥을 차려줘도 굳이 시리얼을 먹겠다고 우기는 아들을 보면, 한참 성장기에 시리얼이 밥보다 좋을게 없지만 그래도 시리얼 먹으면서 우유를 매일 먹을 수 있으니 오히려 키 크는데는 더 좋을지 알아?

옷 사는데 관심이 많아서 책 보다 옷 사는게 더 좋은 아이를 보며, 그 나이때 책이 더 좋다는 것도 문제일수 있어. 적어도 나 처럼 패션감각 없는 사람이 되지는 않겠네.

매일 업데이트 되고 있는 나의 이 생각 바꾸기 (억지로). 아들만 예로 들어도 할 얘기만 해도 수두룩 한데 남편을 대상으로 해서까지 보태면 더 길어진다.

 

 

 

 

내년엔 좀 더 신나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니, 내가 그런 일들을 만들어야겠지만, 올해처럼 심심해도 뭐, 욕심내지 않으리라. 무탈한 댓가일테니까.

 

 

 

 

 

 

 

 

 

 

 

 

 

 

 

 

 

 

 

 

 

 

 

 

 

 

 

 

 

 

 

 

 

 

 

 

 

 

 

 

오늘 아침. 깨워도 안 일어나는 아들을 보고 또 옆집 아줌마가 된 나는 카메라 들고 집을 나서 오랜만에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늦게 일어나는 대신 푹 자고 일어나면 기분은 좋겠지. 더 자고 싶은데 옆에서 흔들어 깨워 일어나는 것처럼 스트레스 받는 일이 어디있겠어.'

나의 생각바꾸기는 이렇게 매일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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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12-05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한 해 정리 하시는 겁니까?ㅋ
아드님이 벌써 열 여섯이 됐군요.
얼마 전 초등학교 5, 6학년이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중2병 같은 건 없나요?ㅎㅎ

사는 게 좀 심심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봐야할 책들과 영화들이 산적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조금 더 부지런하고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건강하지 못하면 이것들을 보고 싶어도 못 볼 것 같아서,
이런 소박한 사명 같은 거 하나있으면 세상도 살만하겠다 싶어요.^^

hnine 2016-12-05 12:38   좋아요 0 | URL
한 해 정리를 할려고 한게 아닌데, 아침에 동네를 어슬렁 걷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들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런데 세개 쓰고 쓸게 없어질 줄이야 ㅠㅠ
중2병인지 뭔지, 아무튼 그런 걸 경험하고 크면, 부모야 힘들겠지만 적어도 본인은 가슴에 응어리진 것 없는 어른으로 자라지 않을까, 위안 삼아요. 저 같은 경우엔 정말 부모님 말씀 거역하는일 없이 자란 경우인데, 그러고 나니 정작 어른이 되고 나니 마음에 응어리 같은게 남더라고요.
심심한게 차라리 낫다는 걸 알게 되는 나이가 어느덧 되었어요 그쵸? 어릴땐 결코 모르던 사실이지요 ^^

몬스터 2016-12-04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집 아줌마로 , 매일 생각을 업뎃하며 일상을 지내고 계시네요. 그림이 그려져요. ㅎㅎ 스트레스 푸는데는 땀흘려 운동하는게 짱! ㅎㅎ 저도 내년엔 여행을 좀 더 다니자 싶어요. 책도 좀 많이 읽고...일 때매 움직일 때는 , 택시 , 공항 , 호텔, 방문 회사만 보고 오는 경우가 90% lol

내년에도 무탈하시고 , 평온하셨으면 합니다.

hnine 2016-12-05 12:42   좋아요 0 | URL
좋은 엄마 되기 위해 노력하던 시절 --> 옆집 아줌마 같이 아이를 대하기 위해 노력하던 시절 --> 진짜 옆집 아줌마가 되어가고 있는 중 이랍니다. 그림이 그려지시나요?
스트레스 푸는데 운동이 제일이라는데 저도 120% 동의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알면서도 운동하러 나가기 조차 싫어지는, 스트레스의 복병이 있더라는 말이지요 ㅠㅠ
일부러 여행 목적으로 다니는 것도 좋고, 일 때문에 가신다면 가신김에 일정을 쪼금 여유있게 잡아서 짬짬이 구경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무탈, 평온! 간단하니 좋네요 새해 기원으로. ^^

푸른희망 2016-12-05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으면 안되는데 글을 읽으니 자꾸자꾸 웃음이 나요
점점 무탈함이 감사하던데 아이들은 무탈함을 끔찍하게 여기더라구요
우리 내년도 다함께 무탈하길

hnine 2016-12-05 12:47   좋아요 0 | URL
자꾸자꾸 웃음이 나셨다니, 제대로 공감하셨군요!! ㅋㅋ
˝나는 일부러 교회나 절에 안다녀도 될 것 같아. 우리 집이 수행의 장소요, 도 닦는 곳이거든˝ 제가 친구에게 한 말이랍니다.
무탈함을 감사하게 여기는 아이란, 상상만 해도 좀 이상한걸요. 매일 재미를 찾아 일부러 일거리를 만드는 아이들이니까요. 며칠 전 기온이 떨어진 날씨에도 새벽에 학교 가는데 반바지를 입고 나가는 아들을 보며 ˝안 춥니?˝ 딱 한마디 하고 끝냈어요. 옆집 아줌마니까...^^

nama 2016-12-06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빳빳한 여권이 불쌍하네요. 여행도 한때이거늘...관절염이 시작된 저는 앞으로 몸 성하게 여행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도 열심히 놀 궁리만 하고 있는데요.
그리고 아이는...때가 되어서 스스로 할 마음이 들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공부를 시작하는 것 같아요. 잔소리 따위, 다 소용없는 짓이지요. 차라리 아이와 함께 여행가는 게 백배 나아요. 자식이 따라와 준다면 고맙다는 전제가 붙긴 하지만..

hnine 2016-12-06 22:31   좋아요 0 | URL
관절염이 회복되셔야할텐데요. 여행에 대한 욕구와 의지가 있다면 설사 몸이 더 열악한 상황이 되어도 여행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듣지만 그래도 건강한 몸이면 더 좋을테니까요.
아이에 대한 생각은 저도 nama님과 동감인데 가끔 헛가릴때가 있어요. 제가 그저 방관만 하는데 대한 합리화가 아닐까 하고요. 잔소리 해서 뭐가 달라진다면 불사하고 할텐데, 잔소리한다고 달라지는게 없고 관계만 더 악화되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솔직히 공부가 저희 학생때만큼 그렇게 운명을 좌우할만큼 큰 비중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제가 말입니다 ^^).
 
백년을 살아보니
김형석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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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에 나셔서 올해 아흔 일곱이 되셨으니 백년을 살아오셨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연세대 철학과 교수를 지내셨고, 여러 권의 수필집을 내셨는데 그중 <영원과 사랑의 대화>라는 책 때문에 나는 이분을 알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까마득하기만 한 중학교 1학년때 일이다. 방학이 되어 아버지께서 읽으라고 사다주신 열몇권의 책 중 한권이었는데, 김형석이라는 이름도 낯설고, 약간 촌티나는 표지에, 제목은 꼭 삼류 소설 제목 같았다. 그런데 읽어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조곤조곤, 하지만 강단있게 소신있는 삶을 살기 위한 철학자의 생각이 빈틈없이 담겨있었다. 아마 수필집을 읽어본 건 그 책이 처음 아니었나 싶다.

이후로 다른 수필집도 몇권 읽었으나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분이 벌써 백년을 살아보니 라는 책을 내실 정도로 연로하셨구나, 신간 소식을 듣고 감회가 깊었다. 무슨 내용이 담겨있을까 궁금하면서 또 궁금하지 않기도 했다. 그동안 출간된 책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별로 궁금하지 않았던 것이고, 백세가 거의 다되신 철학자라면 뭔가 다른 내용이 담겨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때문에 궁금하기도 한것이다.

 

부모는 욕심보다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보다 귀한 것은 자녀들의 일생을 위한 사랑이다. (107)

 

이 문장 뿐 아니라 이 책 전체에서 키워드를 뽑으라면 <사랑>이라고 말하겠다. 수십년전 내가 처음 읽은 그의 수필집에서처럼, 백세가 다 된 지금도 여전히 그는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의 인생을 변함없이 관통하고 있는 중심어, 지금은 흔해 빠진 단어가 되어 버린 사랑.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노라고 여전히 말하고 있다. 그 자신이 여섯 자녀를 키워낸 부모였다. 하나 낳아 겨우 키워내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 비하랴. 여섯을 키워내셨다면 일단은 귀기울여 들을 일이다.

 

카네기의 말이 있다. "내가 가장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은 '그는 부자였다'는 말이다." (195)

 

많이 가진게 자랑거리가 되고, 못가진걸 스스로 비하하는, 이 사회가 싫다. 많이 가진 거 자랑하는 사람을 보는 것보다 사실 못가졌다고 스스로 움츠려들고 떳떳하지 못하게 행동하는 사람, 아니 사람이 아니라 그 사고 방식이 싫다. 카네기는 누가 뭐래도 부자 맞지만, 부자가 삶의 목표 자체는 아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벌어들인 많은 재산을 어디에 어떻게 베풀고 살았는가, 그것이 삶의 목표였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노년기는 언제부터 시작되는가. 보통 65세 부터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와 내 가까운 친구들은 그런 생각을 버린지 오래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233)

 

동의합니다! 성장한다는 것은 배움에 대한 욕구가 살아있다는 것이고, 내 생각을 한군데 가둬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르려 하지 않고 품을 줄 안다는 것이다.

 

나이 들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대할 수 있다면 그것이 존경받는 노년기 인생이 되는 길이라고 믿는다. (274)

 

나이 들수록 마음에 안드는 것이 더 많아지고, 마음에 안드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예를 많이 본다.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책을 많이 읽어 생각과 마음이 더 넓어 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기존의 생각 굳히기용으로 책을 읽는 것을 많이 본다.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한 벽은 점점 두터워지고 내 생각은 점점 더 외곩수로 흐른다. 그런데, 나이 들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려면 어떤 길을 통해야하는지.

 

자기의 본분을 잊지 않고, 어긋나지 않는 길을 쉼없이 걸으며, 일관성 있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만으로도, 매일 징징거리며 살고 있는 내게는 일침이 된다. 그냥 숙연해진다.

 

또 다음 책도 내실 수 있기를,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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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2016-11-2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며칠 지났지만 생일 축하해~~~
스마트 폰이면 카톡 메시지를 보낼수 있을건데,
문자를 보낼수 없어서
네 글 올라오면 남겨야지 그러고 있었어 ㅎ
잘 지내고~~
내 거처가 결정되면 또 연락할게.

hnine 2016-11-21 22:07   좋아요 0 | URL
네 거처가 어떻게 결정될지 나도 궁금해.
빨리 12월이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