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 - 사랑의 연대기
미즈바야시 아키라 지음, 이재룡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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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미즈바야시 아키라는 66세된 일본인.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하였고 프랑스에 유학하여 공부하였다. 일본어와 함께 자신은 두 언어의 가운데 있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프랑스어를 사랑하여 현재까지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강의하면서 번역과 저술 활동을 해오고 있다. 프랑스어로 책을 발표하기도 하였고 프랑스 학술원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 책 <멜로디>는 12년을 그와 함께 한 개 '멜로디'를 2009년에 잃은 후 여전히 멜로디를 생각하며 살고 있는 그가 2013년에 발표한 책이다.

멜로디는 골든 리트리버종으로, 태어난지 두달 되었을때 평소 개를 키우고 싶어했던 저자의 딸을 위해 지인의 집에서 데려와 한 식구가 되었다. 골든 리트리버는 워낙 영리한 개로 알려져있기도 하지만 저자가 느끼기에 멜로디는 주인의 감정과 상태를 봐가며 행동하는게 보일 정도로 영특했다. 또한 자신의 기분을 표시할 줄도 알았다. 새로운 사람과 환경에 바로 적응하지 않고 시간이 걸렸다. 그것은 곧 자기가 있던 곳, 보던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름을 멜로디라고 지은 것은 저자가 음악을 워낙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반영하는데, 개가 저자의 집에 들어선 순간부터 화음과 리듬으로 가득한 음악의 집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뜻으로, 음악과 조화로운 이름으로서 멜로디라고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 개 이름은 '첼로'일수도 있었고 '비올라'일수도 있었고 '소나타'일수도 있던 셈이다.

매일 산책을 시키고 목욕을 시키고 옆에서 재우고, 이렇게 12년을 살았으니 식구가 아니고 무엇이랴. 그동안 얼마나 정이 깊어졌을지 짐작이 간다. 집을 비우고 있는 동안은 그 무엇보다도 혼자가 되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개가 가장 걱정이 되는 법이고 개도 주인의 기분을 살피지만 살다보면 어느 새 나도 개의 기분과 상태를 살피고 있다는 것은 아마 개와 함께 지내본 사람들은 다 알것이다.

문학을 전공하였는지라 개에 대해 표현하는 방법이 남다르긴 한데 그러다보니 어떤 문장은 한번 읽고 다시 한번 읽어야 뜻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개에게 산책은 생명과 직결되는 활동이다. 그것은 건강한 삶의 조건을 유지하는 데에 필수 불가결한 육체적 에너지의 발산이자 연습이다. ...그러나 개와 함께 산책하는 일은 사회생활을 통제하는 시민정신이 우선하는 인간의 세계 속에 개를 들여놓은 일이자 인간의 시선, 가끔 무자비한 인간의 심판에 노출시키는 일이기도 했다. (110쪽)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지 금방 와닿지 않아서 다시 읽었더니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산책하는 동안 개에게 일어나는 일을 저자가 개의 입장에서 정리한 것이다. 주인이 "손!"하면 앞발을 내밀어야 먹을 것을 주는 행동. 내가 봐도 이건 개를 위해, 개에게 필요해서 시키는 훈련이라기 보다 보는 사람의 만족과 재미를 위해 시키는 행동이 아닌가 생각하는 쪽인데, 이 책의 저자도 이런 '훈련'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지만 위에 썼다시피 '시민정신이 우선하는 인간의 세계 속에 개를 들여놓기 위해', '가끔 무자비한 인간의 심판에 노출시키는' 순간을 위해 최소한의 훈련은 필요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예상을 훨씬 넘어섰다고. 가령 주인 옆에서 걷게 하다가 신호등이 나오면 초록색 불이 들어올때까지 멈춰서 기다릴 줄 안다고 한다. 목줄을 묶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 우리 나라에선 많은 주거 단지에서 항상 목줄을 하고 산책시키도록 하고 있다) 멜로디의 행동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자신의 후각이라고 한다. 후각이 이끄는 곳으로 따라가면서 주인으로부터 멀어져도 되는 범위를 결정한다니 놀랍지 않은가. 물론 모든 개가 그렇지는 않다.

저자도 말했지만 개가 보여주는 가장 큰 미덕이고 감동을 주는 것은 바로 "기다림"이 아닐까 한다. 주인이 이사하거나 세상을 떠난 후에도 몇 년동안이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개의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이 책 속의 멜로디도 저자가 그릇에 먹이를 담아준 후 깜빡 잊고 먹으라는 말을 안하고 외출했다 들어왔더니 그 앞에서 꼼짝 않은채 먹이를 건드리지도 않았다고 한다.

모든 생명 가진 것들이 그러하지만 이 책에서도 가장 마음 아픈 대목은 멜로디가 생을 마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렇게 멜로디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저자는 여전히 멜로디를 바로 옆에서 느끼며 살고 있다는 대목.

생을 다하는 순간 이 세상에서 육체는 사라졌지만 그 정신과 그가 남긴 추억은 같이 했던 사람의 마음 속에 오랫동안 계속 되는 것 같다. 떠나는 사람에게도, 남겨진 사람에게도 위안이 될, 위안 삼고 싶은 작은 선물이라고 해두자.

프랑스 말과 문학을 사랑하여 자신은 일본인도 아니고 프랑스인도 아닌 경계인이라고 자평했다는 저자. 그는 가족의 의미에 있어서도 사람과 개의 경계 긋기를 고사했던 것 같다.

 

개가 보여주는 비인간적 충실성.

여기서 비인간적이라는 것은 인간이 가진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면이 없다는 뜻이다.

 

개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개를 키우지 않던 사람도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들게 감정이 풍부한 글이라기 보다 담담하고 간결한 에세이의 특성을 보여주는 글이기 때문에, 평소에 개에 관심이 있거나 키우고 있는 사람이 읽으면 내용에 쉽게 공감을 하겠으나 보통의 독자라면 말끔한 에세이를 읽는다는 느낌이 더 크지 않을까 한다. 그것도 나쁘지 않고 오히려 객관적으로 이 저자의 글을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부터 일주일동안 학교에서 필리핀으로 봉사 활동을 떠나는 아들.

새벽에 집을 나가기 직전 마지막으로 한 일은 우리 집 볼더 (개 이름)를 품에 꼭 껴안은 것이었다.

비록 엄마인 나에게는 무뚝뚝하게 "갔다올께요" 한마디가 전부였지만 괜찮다. 불만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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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갈색이 우세한 산책길에

갑자기 나타난 노란색!

 

아마도 생강나무.

 

 

 

 

 

이것도 엄연히 꽃이라고 배운 기억이 나는데,

'유이화서'라는 어려운 용어도 기억이 나는데,

정작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겠네 ㅠㅠ

(유이화서는 우리말로 꼬리꽃차례)

 

 

 

 

 

 

이 꽃은 아마도 실물이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도 더 작지 않을까 싶다.

 

 

 

새다!

 

사진 찍으려고 가까이 갔는데 도망도 안간다.

 

 

 

 

한마리만 있을리가 없는데 했더니,

 

 

 

바로 위에 다른 한 마리가 있었다.

나중에 남편이 사진 보더니 꿩이라고 하는데 믿을 수 없음.

 

 

 

 

동백이라고 생각하고 이제나 저제나 꽃 필때를 기다렸었다.

어제 가보니 드디어 딱 한 송이 피어있는데,

가운데 노란 수술이 안보여서 그런지 동백 맞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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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16-03-21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되면 산수유랑 생강나무랑 헷갈려요.

hnine 2016-03-21 20:23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 자신 없어요 ^^

세실 2016-03-22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배꽃님 글에 동감^^ 이거 적을라고 했어요. ㅎㅎ
생강나무 참 예뻐요!

hnine 2016-03-22 11:25   좋아요 0 | URL
저건 집 뒷산에서 찍은 생강나무이고요, 오늘 아침에 보니 저희 아파트 단지 내에는 산수유가 활짝 폈더라고요.
개나리가 피면 그 노란 색에 묻혀 잘 안보일테니 개나리 피기 전에 일찌감치 알아서 폈나봐요 ^^

순오기 2016-04-02 0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게 늘어진 수꽃은 오리나무류가 아닐까... 사방오리나 산오리나무로 짐작되네요.
몇 해 전에 모니터링하다 저렇게 생긴 녀석을 사진에 담았댔어요.^^
자작나무과 수꽃들은 다 비슷해서 잎사귀나 다른 걸 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생강나무, 봄까치꽃이고, 꿩이라면 암꿩일 듯..
동백은 맞아요~ 꽃동백은 저렇게 장미꽃처럼 피어요. 장미과라서...^^

hnine 2016-04-02 06:42   좋아요 0 | URL
오리나무류로 추정해주신 저 나무는 산에 가니 요즘 아주 많더라고요. 다음엔 꽃 뿐 아니라 다른 부분도 사진에 담아와야겠어요. 봐도 전 구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
동백은 동백이군요. 꽃동백. 저렇게 생긴 동백은 흰색 꽃이 피는 것도 본 적 있어요. 이번 주말에 한번 더 가봐야겠어요. 꽃이 더 많이 피었겠지요?
봄까치꽃, 생강나무, 암꿩! 도움 말씀 감사합니다~
 
그물을 헤치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8
아이리스 머독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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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을 읽어보니 그야말로 영국의 엘리트 코스를 거쳐왔다. 아일랜드 태생이지만 일찌기 부모와 함께 런던으로 이주, 기숙학교를 다녔다. 기숙 학교 즉 보딩 스쿨이라고 하면 학교 이름을 굳이 묻지 않아도 영국에선 대부분의 명문 사립 학교가 이 보딩스쿨에 해당하기 때문에 어떤 환경, 분위기에서 교육을 받고 자랐는지 짐작 할 수 있다. 옥스브리지를 오가며 철학을 공부하여 옥스퍼드 세인트 앤즈 칼리지에서 펠로우 직을 맡았고 영어로 된 최초의 사르트르 연구서를 출간하였으며 남편 역시 옥스퍼드 교수였다. 철학 저술외에도 많은 소설을 썼는데 이 책 <그물을 헤치고>는 그중 첫 번째 소설, 그리고 내가 읽은 저자의 첫 번째 소설이다.

영화 <스틸 앨리스>가 치매를 내용으로 하고 있고 줄리언 무어가 주연으로 나왔다는 정도만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아이리스 머독 이야기라는 것은 이 책을 다 읽고서 알게 되었다. 그녀는 말년에 알츠하이머 병을 앓았고 5년 투병후 세상을 떠났다. 영화 <스틸 앨리스>는 남편이 쓴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하고 주디 덴치가 머독 역으로 연극으로 공연되기도 했다고 한다.

철학자가 쓴 소설이니 내용이 복잡하고 심오하고 이해가 어려울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1954년에 쓰여진 소설이라는게 믿기기 어려울 정도로 내용이 진부하지 않고 이야기 흐름이나 인물들의 사고방식이 그리 답답하지 않다. 런던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런던의 거리, 지역, 신문, 상점 등의 이름이 자주 나오는데 역시 영국. 지금까지 그대로 그 이름인 것들이 많다.

원제는 Under the net, 번역된 제목은 <그물을 헤치고>. 고심해서 정한 제목일텐데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원제와 우리말 제목 둘 다 내용을 잘 반영한 제목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번역가로 살아가고 있지만 성실한 이미지라기 보다는 약간 방랑기도 있고 분방한 기질도 있는 (한번도 자기 집을 가진 적이 없고 여자 집에 얹혀 살거나 친구 집 신세를 진다) 주인공 제이크.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세명의 여자가 그의 주위에 있다. 제이크가 그동안 얹혀 지내던, 그러나 여자에게 새로운 남자가 생기자 쫓겨나게 되는 집의 소유자 맥덜린. 제이크가 마음 속으로 좋아하고 있는 여자 가수 애너. 애너의 동생이자 유명 영화배우인 새디. 새디는 제이크를 좋아하여 그의 환심을 사고 싶어하지만 새디가 제이크에게 환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제이크가 새디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제이크가 호감을 가지고 있는 남자 인물로 휴고라는 사람이 나오는데, 저자가 이전에 비트겐슈타인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는 것과 다른 몇가지 묘사로 미루어 휴고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을 모델로 했다는 말이 있다. 휴고의 독특한 사상과 말솜씨에 매혹된 제이크는 그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무척 좋아하고 그때마다 새로운 세계를 맛보는 느낌을 지나치기 아쉬워 만나고 돌아오면 그 내용을 일기처럼 기록해두고 있었는데 그 기록을 바탕으로 책을 펴내게 되고, 사전에 휴고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양해를 구하지 못한 것에 가책을 느껴 한동안 그를 피하며 괴로와한다.

주인공 제이크는 언뜻 보면 소극적이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사는 사람 같지만 런던과 파리를 무대로 여러 가지 사건에 연루되기도 하고 제이크 자신이 어떤 큰 사건을 터뜨리지는 않아도 번역가에서부터 병원 잡역부까지 그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그 당시 사회적 배경이나 사건을 다 거쳐가게 된다. 이런 양면성은 그런 면에서 영국사람들의 기질을 반영한다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번잡떨지 않으면서 여기 저기 관심사도 많고 할 것 다 하는.

삼각 관계 비슷한 인간 관계가 들어가 있음에도 그게 과히 통속적이거나 뻔한 내용, 결말을 예상하게 하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소설의 다른 요소들과 잘 어울려 소설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은 그만큼 작가의 솜씨가 능숙하다는 것이라 본다. 60년의 시간 차를 뛰어넘어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곳곳에 들어있는 유머 코드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인물의 심리 변화를 따라가기보다는 인물의 행동 곡선을 따라 가는데 집중하게 되는 소설.

재미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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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6-03-14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리스 머독 언니 작품은 정말 모조리 강추합니다_라고 말은 하지만 옛날 기억이라 가물가물하네요.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

hnine 2016-03-14 11:47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이분 소설은 한권으로 끝내면 손해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야나님의 말씀으로 더욱더 자신있게 재미보장! 외칠 수 있겠어요.

icaru 2016-03-14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최근에 책으로 스틸엘리스를 읽어서,, 반갑기도 하고, 아이리스 머독 이야기이기도 하군요 아 그럼...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섭니당~!! 또하나 알고 가요!

hnine 2016-03-14 14:51   좋아요 0 | URL
그러시다면 icaru님께도 이 책 강추! 번역도 잘 되었다고 생각되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요. 전 이제 스틸엘리스를 찜하고 갑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
 
무게 - 어느 은둔자의 고백
리즈 무어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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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외로움을 더 빨리, 더 잘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그리곤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 

우리가 삶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이럭 저럭 버텨낼 수 있는 것은 이런 공감과 위로를 주고 받을 사람이 늘 주위에 있어왔기 때문 아닐까.

여기 키 190cm, 몸무게 250kg의 남자가 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나갈수도 없어 칩거 생활 10년째인 아서. 대학 교수였으나 오래 전에 학교를 그만 두고 은둔생활을 한다. 더 이상 그의 주위엔 아무도 없다. 하루 종일 그는 예전에 자기에게 다정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 사람들이 다시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한다. 그리고 먹거나 자거나 TV를 본다.

그리고 샬린이라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아서가 아직 대학 교수였던 시절 그의 수업을 듣는 학생 중 하나였다. 어렵게 어렵게 대학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아서의 수업을 들으며 그에게 호감을 느껴 아서를 찾아가게 되고 그런 샬린에게서 아서는 대번 그녀의 외로움을 읽어내고 친절하고 따뜻하게 그녀의 말을 들어준다. 그녀가 결국 한학기 만에 학교를 그만 두게 된 이후로도 아서와 샬린은 한동안 편지를 주고 받으며 지내다가 어느날  편지 연락 마저 끊기고 만다.

그리고 샬린의 아들 켈. 고등학교 졸업반. 몸이 많이 아픈 엄마 샬린이 직장마저 잃게 되어 어려운 생활을 해나가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이 세상 누구보다 자기를 사랑해주는 엄마였다.

이 세 사람의 연결 고리는 한동안 연락이 끊겨 있던 샬린이 어느 날 불쑥 아서에게 전화를 걸어옴으로써 이 세사람 사이에 연결 고리가 형성된다. 샬린은 아서에게 자기 아들 켈의 대학 진학 문제를 좀 도와달라고 전화를 걸어온 것이고, 이런 전화를 받고 아서는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지럽고 지저분한 집안 정리를 시작하며 그녀의 다음 연락을 기다린다.

아서에게는 심각한 체중의 문제, 거기서 비롯된 은둔 생활이라는 무게가, 샬린에게는 건강의 문제, 생활고 속에서 사랑하는 아들을 책임져주지 못할 것 같다는 무게, 그녀의 아들 켈은 결국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이 세상을 혼자 헤쳐나가야 하는 문제, 엄마를 그렇게 보내야 했다는, 어쩌면 평생 잊지 못할 트라우마라는 무게가 있다.

작가는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전혀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해나갔다. 어떻게 보면 모두 loser들. 그렇게 생을 마쳤거나 앞으로 남은 인생도 loser로서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인생이지만 작가는 그들을 그렇게 내버려 두지만은 않는다. 이런 사람들끼리 어떻게 서로를 알아보고 무엇을 어떻게 주고 받는지를 담담하지만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만약 이들이 자신에게 지워진 무게, 아니 이미 자신의 일부 또는 전부가 되어 있는 삶의 무게를 적극적으로 헤쳐나감으로써 삶의 다른 면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결말이었다면 이 소설은 비현실적이고 그 가치는 반감되었을 것이다. 영국 타임즈지는 이 책을 "가장 감성적이면서도 비감성적인 작품"이라고 평했다. 감성적인 내용을 감성적으로 표현했다면 아마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두번이나 눈시울을 적시지 않았을 것이다.

담담한 분위기, 장황하지 않은 문체로도 작가가 작품 속의 인물들을 얼마나 애정과 연민을 가지고 써나갔는지 충분히 느껴진다. 작가는 이들을 잠시라도 세상으로 끌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게 가능할지 어떨지, 그것까지 작가가 결정하여 보여주지 않은 것은 실제로 현실이 그렇기 때문이겠지.

이런 작고 힘겨운 몸짓이 이 세상 여기 저기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 그런 마음짓, 몸짓으로 오늘도 버텨나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그것을 보여줌으로써 독자인 우리들에게 또 하나의 위로와 힘이 되어주고 싶었을 것이다.

각자 느끼고 있는 삶의 무게가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용히 알려주었고, 독자는 알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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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6-03-13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작품도 있었군요! 누군가의 리뷰로 부터 내용을 본 것 같기도 합니다. 낯설지가 않네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인듯 해서 저도 구해야할 것 같습니다. 잘 모르는 작품 모으는 취미가 있는지라..^^;;

hnine 2016-03-13 23:54   좋아요 0 | URL
저는 보관함에 한동안 담아놓았다가 좀 뒷북 치는 셈이고요, 2,3년 전에 이 책 리뷰가 꽤 많이 올라왔었어요. 그래서 낯설지 않으실거예요. 군더더기 없이 세련되게 잘 썼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요.
 

 

 

 

 

 

 

 

 

 

 

 

 

 

 

 

 

 

 

책꽂이의 세계문학전집에서 한권씩 골라 읽고 있는 이래 이 책처럼 책장이 빨리 넘어간 책도 없었던 것 같다.

덜 심각하고 대중적이고 현대적 흐름이 느껴진다 생각하고 해설을 봤더니 웬걸. 1954년작이다. 그런데도 그다지 오래된 것 같지 않게 쑥쑥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작가가 그만큼 구태의연하지 않았다는 뜻일까.

재미있게 읽고 리뷰는 아직 쓰지 못한 상태에서 얼마전에 주문한 다른 책에 손을 대었는데,

 

 

 

 

 

 

 

 

 

 

 

 

 

 

 

 

 

 

 

 

그게 바로 이 책.

맛보기로 몇페이지만 읽어본다는게 그만 책의 절반 정도를 읽어버렸다.

처음에 등장하는 250kg 거구의 남자 교수가 주인공인줄 알았다. 그런데 이 남자교수의 제자였다가 나중엔 편지로 계속 안부를 주고 받아오던 여자인 샬린의 아들, 이 아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부터 책을 덮기가 힘들어졌다. 눈물까지 나려고...

 

켈,

들어오지 마. 경찰을 불러.

사랑해. 엄마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아들이 엄마 방 문에서 발견한 쪽지이다.

 

Heft 라는 단어의 의미도 처음 알게 되었다. "무게"라는 말과 그 의미가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지.

 

 

 

 

 

 

 

 

 

 

 

 

 

 

 

 

 

대중을 상대로 과학책을 쓰고 있는 사람중 내가 제일 잘 쓰는 사람으로 꼽는 사람, 이은희.

 "하리하라"라는 닉네임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 사람 책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읽고 본다.

이번에 나온 책이 눈에 관한 것이란다. 눈. 어렵고 복잡하고 이해시키기 어려운 내용일텐데 과연 이 사람은 또 얼마나 그 내용을 완전 소화하여 자기 식으로 기가 막히게 풀어놓았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 참지 못하고 30여 페이지를 읽어보았는데,

역~시! 

전공책이 아니라 일반인을 상대로 한 과학책이라면 많이 그리고 깊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일수록 쉽게 쓸수 있다는게 내 생각이다.

 

 

 

The Trip Review (Matt Hodgson) – Movies I Missed | Entertainment ...

 

 

 

다운받아 보고 있는 영화이다. 남자들끼리 이런 수다가 오갈 수도 있구나 신기하고 재미있다.

소위 British humor 라는 것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추천한다. 실제 영국을 배경으로 한 영국 영화이기도 하고.

 

 

 

 

 

근래 나를 둘러싼 세권의 책, 한편의 영화.

마취제, 진통제가 되어준.

 

 

 

 

 

 

 

 

 

 

 

 

 

 

 

 

 

 

 

 

 

 

 

그리고 요것도 하나 추가한다.

작곡자 별로 requiem 듣는 것은 내 취미 중의 하나.

예전에 있던 CD를 찾다찾다 못찾고 며칠 전에 결국 새로 구입한 Faure의 Rquiem이다.

볼륨을 될수 있는대로 크게 올리고 들으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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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6-03-07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모닝 나인님~ 또 한 주의 시작, 월요일이네요^^ 눈이야기와 저 영화 찜해갑니다. 어디서 다운로드 받아야할까요‥^^

hnine 2016-03-07 08:29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네~ 저에게는 주말이 평일 같고 평일이 주말 같고,그렇네요 ^^
저 영화는 maxmovie에서 다운받았어요.

마녀고양이 2016-03-07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 언니 굿모닝~
무게 라는 책은 정말 묵직하게 다가오네요. 찾아보러 가염~^^

hnine 2016-03-07 10:07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안녕! ^^
제목을 두고 저자가 한참 고민했다는 책 <무게>의 원제 Heft는 단순히 무게 (weight)라는 의미에 더해서 짐이 되는 것, 고통스럽게 짊어지고 가야하는 것, 복잡하고 힘겨운 것을 의미한다고 해요.
유쾌발랄한 내용은 아니지만, 그리고 저도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웬지 마녀고양이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6-03-07 10:23   좋아요 0 | URL
역시나 그런 의미였네요.
시지프스가 떠오르더라구여~

다락방 2016-03-07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게] 를 담아갑니다. [트립]이란 영화도요. 굿다운로더에 있네요. 금요일밤에 기차타는데, 그 때 봐도 좋을 것 같아요!

hnine 2016-03-07 19:16   좋아요 0 | URL
금요일밤, 무게있는 여행이 되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