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카페에서 책을 읽던 중.

카페에서 틀어주고 있는 노래가 그냥 스치고 지나가질 않고

내가 읽던 책의 글자 위를 덮고 들어왔다.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덮고 들어왔다.

 

가사를 들으니 우리 나라 노래인데,

사실 가사보다 피아노 소리가 곡 전체를 압도하고 있는 노래.

노래가 끝나기 전에 카페카운터로 가서 물었다.

"저, 지금 나오고 있는 이 노래 제목 좀 알려주세요."

 

지금 여기, 이곳에서

 

Sentimental Scenery

 

노란 포스트잇에 이렇게 적어준 것을 받아가지고 왔다.

 

그 노래.

 

 

이렇게 좋은 노래가 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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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15-11-22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에서 hnine님과 차 마시는 기회가 오겠지요? ㅎㅎ

hnine 2015-11-23 05:37   좋아요 0 | URL
안오면 만들어서라도~ ^^
 

 

 

 

 

 

 

 

 

 

 

 

 

 

 

 

 

 

 

 

 

 

 

 

 

 

 

 

 

 

저 꼭대기에 칼더의 모빌이 미리 보인다.

 

 

 

 

 

 

 

 

 

 

 

 

 

 

 

 

 

 

 

 

 

 

 

 

 

 

 

 

 

 

 

강사 이름 옆에 괄호 하고는 춘원 이광수랑 비슷하게 생겼다고, 저런 것 까지 써놓는다.

 

 

 

 

 

 

 

 

 

 

 

 

 

 

 

 

 

화! 엄! 경!

 

 

 

 

 

 

 

바깥에서 안쪽 보기

 

 

 

 

 

 

 

칼더의 모빌

 

 

 

 

 

세 사람의 건축가가 설계했다고 하던데, 보이는 세 건물 하나씩 맡아서 했는지 궁금했다.

 

 

 

 

 

 

이 나무는 대전의 이응노 미술관에도 있다. 미술관과 잘 어울리는 나무인가보다.

 

 

 

 

 

 

 

 

 

 

 

 

불교 미술품 관련하여 리움에는 생각보다 많은 국보, 보물이 소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강의 들으면서 보니 우리 나라의 많은 불교 회화 소재지가 일본의 어느 절인 것이 안타깝다.

 

현대 미술이 소장되어 있는 방에도 익숙한 작가들의 작품이 많았다.

가방 맡기고 빈손으로 달랑달랑 들어가 필기도 못해왔지만 기억나는 작가만 해도 앤디 워홀, 사이 톰블리, 데미언 허스트, 백남준, 로스코, 자코메티, 천경자, 최욱경, 박내현, 이종상, 김환기, 프랜시스 베이컨, 임옥상 등등.

 

 

 

아파트 주위 사진만 찍어올리다가 오랜만에 아파트 아닌 곳 사진을 올리고 흐뭇한 마음.

오랜만에 미술관 나들이 하면서 흐뭇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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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15-11-22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움에 조선 후기 화가 뭐더라 뭐더라 뭐더라 음음 여자 그린 풍속화가 누구더라 신윤복! 신윤복 그림 있지 않아요? 가보진 않았고 거기 있다고 역사책에서 본 것 같아서요.^^

킬더의 모빌은 근사하네요.

hnine 2015-11-22 00:50   좋아요 0 | URL
오후에 가서 두시간 강의 듣고 나니 남아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다 둘러보지 못하고 왔어요.
신윤복 그림이 리움에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여러 군데 소재되어 있지 않을까요? 워낙 다작의 화가이니까요.
칼더 모빌은 생각보다 크더군요. 모빌의 창시자라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참 독특하고 창의적인 발상 같아요.

hnine 2015-11-22 01:20   좋아요 0 | URL
검색해보니 리움에 신윤복의 그림이 꽤 여러첩 소장되어 있네요.

상미 2015-11-22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손글씨 오랫만에 보는구나.
리움 못가봤어.
리움 근처 유명한 빵집이랑 맛집은 가봤는데.

hnine 2015-11-22 14:22   좋아요 0 | URL
엇! 유명한 빵집?? 맛집??
혼자 갔지만 알았으면 들어가라도 봤을텐데.

stella.K 2015-11-22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에 한 번 오셨나 봅니다.
리움은 저도 아직 못 가 본 곳입니다.ㅠ

hnine 2015-11-23 05:40   좋아요 0 | URL
서울에 살지 않은 이후로 혼자 어디 갈때는 접근성이 항상 문제가 되는데 리움의 경우 지하철역에서 한참 걸어야할줄 알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더라고요.
이번엔 저 기획강의 들으러 가는게 주목적이었어요. 강의 들은 사람들에게 Day-Pass 표를 나누어주었는데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다 둘러보지 못해 아쉬웠지요.
Stella님 가을 가기 전에 한번 나들이 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6호선 한강진역! ^^

nama 2015-11-22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움에 다녀오셨군요. 하루쯤 길게 시간을 잡고 봐야 할 곳이에요. 저는 한 번 가봤는데, 지금도 다시 갈 기회만 노리고 있어요.

hnine 2015-11-23 05:48   좋아요 0 | URL
어쩌다보니 리움에 인터넷 회원 등록이 되어서 기획전이나 교육, 문화 프로그램이 있을때마다 이메일로 소식이 와요. 갈까 말까 하다가 못갈때가 대부분이었는데 엊그제는 아무리 집순이라지만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서울행 버스를 탔지요. 작년엔 비슷한 심정으로 덕수궁 모란디 전시를 다녀왔지요. nama님 서재에서 자극받고요 ^^
늘 그렇듯이 다녀오길 얼마나 잘 했는지 모른답니다.
 

 

자기엔 이른 시각이고,

책상엔 더 이상 못 앉아있을 것 같고

창문을 열어보니 낮에 내린 비로 땅은 젖어있는데

현재는 멈춘 상태.

 

한 바퀴 돌고 들어왔다.

 

 

 

 

 

아파트 주위로 이런 트랙이 만들어져있다. 그래봤자 동 수가 몇개 안되니 짧은 트랙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 좋다.

 

 

 

 

 

 

 

 

 

 

 

벽에 생긴 나무 그림자를 찍었는데

 

 

 

 

이 사진엔 내 그림자도 들어있네.

찍을 땐 몰랐다.

 

 

 

버릴 것 다 버리고 한가지 색조로 남아 있는 모습이 깨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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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1-19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너무 잘 찍어주셔서인지 선명한 색깔에 촉촉한 습기가 느껴집니다 ㅎㅎ덕분에 함께 산책한 기분이예요^~^

hnine 2015-11-19 20:10   좋아요 0 | URL
정말요? ^^
10시 넘은 밤에 혼자 돌아다니며 찍었어요. 집 주위이긴 하지만요.
매일 보는 나무와 길인데 밤, 그리고 비에 젖어 있는 모습은 또 다르더라고요.
사진 찍는 기술이 그냥 셔터나 누르는 수준인데 잘 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icaru 2015-11-1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뭇잎 카페트(?)는 언제 보아도 질리지가 않아요!
담벼락에 어린, 나인 님 실루엣도 멋집니다 *.*

hnine 2015-11-19 20:11   좋아요 0 | URL
나뭇잎 카페트라니! 어디서 이런 근사한 표현을 들을 수 있을까요?
요즘 밖에만 나가면 어디나 이런 대형 카페트가 깔려있지요.
제 실루엣이 나무 실루엣 사이에 섞여 있으니 재미있어요 ^^

단발머리 2015-11-19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너무 근사해서 우리나라 같지 않아요. 특히 밑에서 두 번째 사진은 전문가느낌입니다^^

hnine 2015-11-19 20:14   좋아요 0 | URL
에궁, 전문가라고 마구 칭찬해주시니 저는 또 어린애마냥 신납니다 ^^
겨우 저희 아파트 주위를 한바퀴 돌면서 찍은 사진들인걸요.
끝에서 두번째 사진은 아마 무궁화 나무일거예요. 저렇게 앙상하게 꽃진 자리만 남기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약해보이지 않고 강단있어 보여서 마음에 들었답니다.

푸른희망 2015-11-19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너무 좋네요 늘 보던 장소가 뜻밖의 시간과 만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네요-- 엽서로 해도 좋겠어요
그나저나 이 계절 젖은내엽 조심하세요 무지 미끄럽답니다

hnine 2015-11-19 20:17   좋아요 0 | URL
푸른희망님, 저는 대낮에, 평지를 걸으면서도 발을 헛딛거나 넘어지기 잘 하는 사람이랍니다. 어제 같은 날 정말 조심해야지요. 저를 잘 아시는 분이 해주시는 말 같았어요 ^^
밤에 잠시 신나서 돌아다닌 30분이었어요.
맨날 똑같은 사진 올리는 것 같은데 잘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파란놀 2015-11-19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 둘레 한 바퀴 나긋나긋 돌면서
가을바람 한껏 들이마시셨군요
아직 그리 춥지는 않아서
밤마실을 하기에 꽤 괜찮은 듯해요 ^^

hnine 2015-11-20 04:26   좋아요 0 | URL
네, 잠깐 나갔다왔는데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더라고요.
조금만 더 추워져도 나가기 싫어질지 모르지만 또 모르지요. 얼어붙은 겨울밤의 모습이 보고 싶어 또 나가보게 될런지요.

상미 2015-11-22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동네 한바퀴 너 따라서 산책한 기분이네.
추워졌다고 하더니 다시 좀 풀렸다는 소리 들었어.
남편이 한국으로 출장 가 있으니까
애들이 더 보고 싶네.
나이 들어도 겁은 안 없어지는지, 밖에서 부스럭 소리만 나도 깨서
버틸 때 까지 버티다가 수면제 먹고 자.
세 밤만 더 버티면 돼.....

hnine 2015-11-22 14:18   좋아요 0 | URL
겁은 나이든다고 없어지는게 아니라 경험과 훈련에 의한 거라고 생각되느니라.
1년 버틴 나를 생각해봐~ (솔직히 버틴게 아니라 즐겼다고 해야지)
 

 

 

 

 

 

○   예민하다를 다른 말로 하면  신경질적이다

 

 

 

●   완벽주의의 다른 말은 강박성 성격장애

 

 

 

○   내가 알고 있는 음악중 가장 평화로운 음악은 자장가. 모짜르트의 자장가, 슈베르트의 자장가, 베토벤의 자장가, 브람스의 자장가, 김대현의 자장가, 나나무스끄리가 부른 자장가 (Berceuse라고 쓰던가. 자장가라는 뜻의 불어)

 

 

 

●   내가 알고 있는 음악중 가장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음악은 캐롤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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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1-17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캐롤송^^
재미있는 버전으로 들어보시지...
성탄전야부터 고요하게 마음을 덥혀주던..
시절이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이...함께여서 그랬구나 ㅡ깨닫네요!

hnine 2015-11-18 05:01   좋아요 1 | URL
여러 사람들과 함께 듣는게 어울리는 음악을 혼자 외딴 곳에서 들어본 경험이 기억속에 각인되고나면, 나중엔 옆에 누구와 함께 들어도 쓸쓸하게 들리는가 봐요.

[그장소] 2015-11-18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은 ㅡ추억이라나..하던 말이 ...생가났네요.
그 기억을 덮을 만큼 ..따뜻한 날 좋은 기억으로 다시..
(캐롤이 꼭 즐거우란 법은 없지...)
타인에 없는 ..기억과 느낌을 가지신 ㅡhnine님.
그게 님께 뭘로 어찌 작용할지는 몰라도..
님만의 자산으로특허 등록 해드릴..레요!^^
분명 ㅡ어떤 좋은 일오 님께 도움되는 날이 있을거예요!
쓸 쓸이...분명 ㅡ나쁜 것만은 아니듯 ㅡ요! ^^
토닥토닥 ㅡ (이건 포근 을 상승시켜주는 마법 아이템!)

hnine 2015-11-18 08:02   좋아요 1 | URL
아, 고맙습니다 따뜻한 말씀!

[그장소] 2015-11-18 08:15   좋아요 0 | URL
더 따스하라고 ㅡ난로.손난로 ㅡ캠프 파이어 ㅡ
화로 ㅡ테이크아웃 핫 ㅡ커피 ㅡ
온열기구 ㅡ전기장판 ㅡ고타스 ㅡ
기모장갑 ㅡ털모자 ㅡ호빵 ㅡ놔 드리고 가야징~~^^♡

상미 2015-11-22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장가 들으니
잠 자는거 진짜 싫어하던 경은이 생각도 나고
등 몇 번 토닥토닥 해주면 금새 자던 병규도 보고 싶다.
병규 숨소리에 맞춰서 차츰 천천히 약하게 토닥토닥 .....
아 그 시절 그립다.

공부 할 때 들은 캐롤이 더 외로움을 느끼게 했나보다.

hnine 2015-11-22 14:21   좋아요 0 | URL
불어에 문외한인 나는 저 노래 제목 보고도 자장가인지 몰랐는데 혁이가 알려주더라. 제목 뜻 알고 나니 고개가 끄덕끄덕.
너희 애들은 이제 다 키웠어. 손에서 놓을 때가 되지 않았니? 마음에선 잘 안되겠지만.
어렸을때부터 나는 캐롤을 듣고 있으면 이 세상이 나와 나외의 다른 사람들, 이렇게 딱 양분되는 느낌이 들었어. 왜 그랬을까.
 
소란
박연준 지음 / 북노마드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소란. 시끄럽고  어수선하다는 뜻이지만 꼭 시끄러운 소리를 동반할 필요는 없다.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 라는 말이 있듯이.

저자의 이 산문집이 읽고 싶어서 그녀의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도 함께 구입했고, 시집을 먼저 읽었더랬다. 그리고 은유와 상징이 지나친 느낌이라고 읽은 소감을 올렸었고 그녀의 산문집은 시집보다 더 좋을거라 기대한다고 썼다.

내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중 두개 방송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들은 바 있다. 그중 하나는 <문장의 소리>. 저자가 초대손님으로 나와서 작품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었고, 또하나는 <T의 서재> 라고, 주로 잘 때 틀어놓고 자는, 책 읽어주는 방송인데 여기서 이 책의 일부를 읽어주어 들은 적 있다.

시인이 쓴 산문집을 이전에도 읽어보았으나 이 책 만큼 시의 느낌이 폴폴 나는 산문집도 없었지 않았나 싶다.

책 속에서 저자는 그녀가 쓴 시를 인용하기도 하고, 다른 시인의 시를 인용하기도 했는데, 그녀가 인용한 송찬호 시인의 <산토끼 똥>을 읽은 날은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자꾸 이 시 생각이 났다.

 

 

토끼가 똥을

누고 간 후에

 

 

혼자 남은 산토끼 똥은

그 까만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지금 토끼는

어느 산을 넘고 있을까?

 

 

- 송찬호 <산토끼 똥> 전문 -

 

 

시인들이란 참.

산토끼도 아니고 산토끼 똥에도 감정 이입을 할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홀로 남겨진 똥에 마음이 쓰이는 것이다. 이런 감성을 가지고 있으니 마음이 소란스러울 밖에. 그 소란스러움이 난 너무 좋은거지.

원래 소설을 쓰고 싶었으나 공모전에 소설은 떨어지고 시가 당선되어 시로 등단하게 되었노라고 얘기하더라만 시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소설보다 결코 차선책으로 보이지 않을만하다.

따끈따끈한 두부 두 모에서 김이 피어오르는 순간! 김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전속력으로 시를 쓰다, 식은 두부를 먹으며 천천히 시를 고치고 싶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사건은 두부를 만들기로 마음먹기 전에 일어난다. 그 '전'에 뭔가 중요한 일들이 벌어졌다.

 

끝내 시 속에서, 인생을 탕진하고야 말겠다. (68쪽)

 

인생을 탕진하는게 아니라 인생을 완성해가는게 아닐지.

 

이제 서른을 넘어간 나이의 시인은 지금까지의 그녀의 생은 폭죽처럼 터지는 슬픔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어머니 얘기가 잠깐, 아버지는 그녀의 글 속에 자주 등장한다. 시집에서도 아버지가 여러번 언급되고 있는데 오랜 투병 끝에 얼마전에 세상을 뜬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그녀의 슬픔의 한 뿌리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한 시절 사랑한 것들과 그로 인해 품었던 슬픔들이 남은 내 삶의 토대를 이룰 것임을 알고 있다. 슬픔을 지나온 힘으로 앞으로 올 새로운 슬픔까지 긍정할 수 있음을, 세상은 슬픔의 힘으로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이제 나는, 겨우, 믿는다. (185쪽)

슬픔이든 아픔이든, 그것에 굴복하지 않고, 지나온 자, 온몸으로 겪어낸 자는 이렇게 할 말이 있는 법. 새로 올 슬픔에 움츠리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법.

 

아버지 다음으로 그녀가 자주 쓰는 단어로 '봄'이 아닐까 한다. 봄밤, 봄비, 봄의 장송곡 등.

봄비라는 그녀의 시에는 여릿여릿한 봄의 느낌이 살아있었다.

 

 

폭설에게서 겨우 풀려난 봄이

기다란 모가지를 가누며

티스푼으로 조금씩

물 떠먹는 소리

 

 

투병에서 막 벗어난 막내가

파리한 얼굴로 하품을 할 때

창가 고드름 똑, 똑

맑게 녹는 소리

 

 

어쩌면

두 눈을 잃은 삼손이

울고불고 애쓰다, 지친 밤

바닥에 마음 눕히는 소리

 

 

봄비여

날 저무는 때

네 투명한 선을 그러모아

마음에 비질하고 싶다

 

 

- 박연준 <봄비> 전문 -

 

 

사는 동안 힘든 시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지금이 그런 시기라고 느껴질때는 이 시기를 넘기고 나면 나의 인생 컨텐츠는 더욱 풍부해져 있을거라고, 스스로 다독거리던 때가 있었다. 슬픔을 지나왔으니 내게 다신 슬픔의 시간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남은 삶의 토대를 이루고, 그 힘으로 새로운 슬픔을 긍정할 수 있다고 한 그녀의 몇줄 문장이 힘을 준다. 슬픔의 힘으로 세상이 아름다워진다는 그 말이.

 

제목, 저자, 출판사 외에,다른 글자도 장식도 없이 깨끗한 하얀 표지는 전혀 소란스럽지 않았다.

이제 나는 다시 그녀의 시집으로 돌아가 찬찬히 다시 읽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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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11-15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이 산문집을 봐야겠어요.

hnine 2015-11-15 20:2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시인이어서 그럴까요? 아리고 여린 글들이 전 참 맘에 들었답니다.

하늘바람 2015-11-15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맘도 소란스러웠는데 오히려 차분해지네요.

hnine 2015-11-16 05:15   좋아요 1 | URL
이 책을 읽고보니 마음 소란함이 어쩌면 작가들에게는 필요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필요한 정도가 아니라 필수적이라고 해도 될것 같아요. 감정이 다른 사람보다 더 발달해서 그런 경우가 많으니까 그렇고, 마음 소란함을 창작이라는 과정으로 연결시키려 하는 사람들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