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혜>, <꽃신>으로 알려져있는 김소연 작가가 최근에 낸 창작동화이다.

얼마나 오랜만인지. 내 손으로 동화를 구입하여 읽은게 말이다.

관심작가이기도 하지만 그림에 이끌렸다.

한가지 기법이 아닌 듯, 인물에서는 동양화 느낌이, 배경그림은 판화, 꼴라쥬 느낌이 난다.

구입했으니 가지고 있을 책인데도 나도 모르게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있었다.

 

 

 

동주가 2살때 엄마 아빠는 이혼. 이후로 엄마는 연락 두절이 되었고, 아빠는 동주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작년 겨울 가출하여 소재 불명. 만 10살 동주는 일흔 여덟 할머니와 함께 산다. 친부가 생존해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 수급 대상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할머니가 폐휴지 줍는 것으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나가느라 아이는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다.

 

 

야단치는 것도 아닌데 야단 맞는 표정.

 

 

 

 

 

 

미술치료사의 도움으로 동주는 일주일에 한번 센터에 나와 그림을 그린다. 그러는 동안 미술치료사는 이것 저것 물으며 동주를 도와주려한다. 차라리 보육원에 보내면 학교에 다닐 수 있기 때문에 할머니를 설득하지만.

 

평소에 동주를 살갑게 대하지 않고 학교에도 보내지 않으며 구박과 야단, 매질을 일삼는 할머니로부터 어렵게 허락을 받아내서 동주는 보육원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는데, 동주는 의외의 반응을 보인다. 이 책의 묘미는 거기에 있었다.

 

 

 

 

 

 

 

몇년 전 동화를 써보겠다고 여기 저기 모임에 참석하며 부산만 떨고 다니던 시절,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써서 응모했던 적이 있다. 폐휴지를 주워 생계를 잇는 할머니와 손녀가 주인공이었다. 이 책과 비슷한 배경이었던 셈이다. 어줍잖게 쓴 이야기는 당연히 떨어졌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작품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야 하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

그때 어떤 배움 자리에서 이 책의 저자를 직접 만나 합평을 받은 적도 있다. 푸근해보이는 인상이었지만 이야기를 할때 그 초롱초롱하던 눈빛이 생각난다.

 

"할머니 집에 오기 전에 아빠가 날 혼자 놔두고 나갔다 온 적이 있었어요. 밖에서 자물쇠로 문을 잠가 버려서 나는 나가지도 못하고 그냥 아빠가 돌아오기만 기다렸어요. 나는 그때 세상에 아니, 우주에 나 혼자 남은 줄 알았어요. 정말 무서웠어요. 할머니가 날 때리는 거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날 버리는 건 참을 수 없어요." (98쪽)

 

아이에게 매질보다 더 공포스러웠던 건 혼자 남았다는 것, 버려졌다는 생각이었다.

엄마에게 버림 받고, 아빠 마저 버리고 나간 아이에게 어쩌면 당연한 생각일지 모른다.

 

또 혼자 남지 않기 위해 이제 만 열살된 아이가, 힘 없는 아이가 제딴에 하는 노력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우주비행사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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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0-31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체 넘좋네요^^소년도 좋고..배경도..맘에 들어요!!

hnine 2015-10-31 05:21   좋아요 1 | URL
동주의 상황을 <우주비행사>라는 상징적인 제목으로 삼을 것도 좋았고, 뻔한 내용같다가 결말을 예상과 달리 한것, 내용을 이끌어가는 대화 방식등이 눈에 들어왔고,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때문에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이 화가의 다른 책 그림도 찾아봤는데 이 책 그림이 전 제일 좋더군요. 그장소님도 맘에 드신다니 반가와요.

[그장소] 2015-10-31 06:09   좋아요 0 | URL
그럼 작화가 가 동일인 인 건가요!?
아니면 그림은 다른 분이..책에 나올텐데...
그쵸?
그림체가.가...익숙한데...

hnine 2015-10-31 06:30   좋아요 1 | URL
글 김소연 그림 이경하 이고요, 제가 찾아본건 이경하 라는 분이 그림을 그리신 다른 책을 찾아봤는데 이 책 그림이 제일 제 맘에 들었다는 말씀이지요. 최근작이기도 하고요.

[그장소] 2015-10-31 06:31   좋아요 0 | URL
아..그림은 이경하...글 김소연..그렇죠?
김소연...음 워낙 많은 이름..이긴 해요..
그림 팬 되겠어요.^^

stella.K 2015-10-31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그림 참 좋습니다. 우리나라가 그림은 세계 어딜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고 하던데 과연...
정말 한 권 갖고 싶게 만드네요!!

hnine 2015-11-01 05:39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 우리 나라 그림 작가들은 세계 대회에서 수상도 자주 하더라고요.
이 책의 삽화는 그림으로도 뭔가 독자들에게 말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글자로 보여주는 이야기에, 그림이 보여주는 메시지가 합쳐서 더 좋았어요.

푸른희망 2015-11-01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 표정에 많은 이야기가 있어요
자꾸자꾸 바라보게 된다는....
이 작가 저도 좋아해요 신작소식 반갑네요

hnine 2015-11-01 19:32   좋아요 1 | URL
김소연 작가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반갑습니다.
전작 <꽃신>과 <명혜>의 그림도 참 좋았어요. 역사물에 관심이 많으신줄 알았는데 이 책은 역사물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마음 속에 담고 있던 이야기를 쓰셨다는군요.
우주비행사라는 제목이 여러가지를 의미하고 있답니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프레이야 2015-11-22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러스트, 마음에 들어요. 여러 가지 느낌을 주네요.
동주의 표정에도 감정이 잘 살아 있는 듯합니다.
축하 드려요, 당선.

hnine 2015-11-22 09:5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그림이 깨끗하고 동양적인 느낌이 나면서 분위기 있지요.
아이 얼굴엔 표정이 배제되어 있는데 보는 독자들은 그걸 보고 여러가지 느낌을 받아요.
우주비행사라는 책 제목도 상징적이고, 이책 좋았어요.
 
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
오사 게렌발 지음, 강희진 옮김 / 우리나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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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작가인 오사 게렌발의 그래픽노블.

미술을 전공한 그녀의 아홉번째 작품이라는데 나한테는 처음 접하는 작가이고 작품이다.

제목 <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에서 그들이란 주인공의 부모를 말한다.

주인공 제니. 그녀가 남편과 함께 곧 태어날 첫아기의 침대를 조립하는 장면으로 첫장이 시작한다. 구닥다리 침대에 난 흠집 자국을 보고 제니는 문득 자기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되고 그 생각에 빠져들기 시작, '모든 것은 이렇게 시작되었다'라며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상하다시피 상처와 치유의 과정 이야기. 식상한 주제가 될 수도 있겠으나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 아무리 읽어도 이런 이야기는 그때마다 가슴 어느 한 구석을 꼭 건드리고야 마는건 왜일까.

딱히 나쁜 부모라고는 할 수 없어 보이는 제니의 부모. 먹이고 입히고 키우고 학교 보내 공부 시키고, 아이에게 해주어야할 기본적인 것은 다 해주었음에도 제니로 하여금 이렇게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작용하게 한 것은 부모의 어떤 태도때문일까.

 

 

 

이것이 표지 그림이다. 한 사람의 뒷모습과 두 얼굴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모두 동일인.

 

제니의 이야기를 듣던 치료사가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얘길 들어보니 정서적 방치라고 알려진 트라우마에 시달려왔던 것 같네요."

정서적 방치.

책 속의 제니가 그랬듯이 나도 이 책에서 처음 들어보는 용어이다.

어릴 때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대상이 아무도 없어서, 표면상으로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지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결핍감으로 고통받고 있었던 것이라고 치료사는 설명해준다.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제니는 정서적 방치에 대해 모든 자료를 찾아보며 과거로의 먼 여행을 떠난다. 치료사의 도움과 더불어 그녀는 이제 자기한테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정보를 습득하고, 모든 걸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즉, 성인이 된 지금의 관점에서 자신의 삶과 자기 스스로를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아, 이거구나. 어릴 때 생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이 말이다.

 

결국 희망을 포기했을 때 내게 자유가 돌아왔다.

나는 사고를 받아들였고, 그로 인해 잃었던 모든 것을 감수했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내가 얻은 모든 것들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169쪽)

여기서 희망은 막연한 기대, 저절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수동적인 바램을 의미한다고 생각된다.

 

 

 

마지막 저자의 글을 통해 그녀는 말한다. 이 책은 그 누가 뭐라해도 자신이 옳다고 믿을 수 있는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자부하고, 투쟁은 고통스럽지만 충분히 의미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남을 상대로 한 투쟁이 아닌, 자신의 삶의 의미가 되는 이 투쟁은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이번엔 그녀의 다른 작품 <가족의 초상> 주인공 마리를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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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10-30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그림이‥ 그렇군요. 묘한 느낌이구나 했는데요‥

hnine 2015-10-30 20:46   좋아요 1 | URL
표지그림을 더 자세히 설명하려다가, 안읽으신 분에게 방해가 될까 하여 그만 두었답니다.
저자가 솔직하게 털어놓는군요. 자전적 이야기라고요. 이번 책이 마지막이 되었으면 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 불끈불끈 더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난다고요.

프레이야 2015-10-30 20:47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털어놓고싶은 이야기, 다들 나름대로 있겠지만 용기가 있고없고의 문제일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15-10-31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표지 색상이 단순한데 괜찮네요, hnine 님의 페이퍼 읽고, 미리보기로 앞부분 다시 보았는데, 나중에 기회되면 읽어봐야겠습니다, 전에도 이 책 소개를 읽었지만 아직 못읽었어요,
hnine 님, 내일은 많이 춥다고 해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hnine 2015-10-31 05:23   좋아요 1 | URL
그래픽노블은 대개 단색인것 같던데요? 전 많이본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요. 저도 알라딘에서 다른 분들 소개를 보고 이 책 구입해서 보게 되었답니다.
이제 슬슬 추워질때가 되었지요. 서니데이님도 편안한 주말 되세요.

서니데이 2015-10-31 07:32   좋아요 0 | URL
본문은 단색이지만, 표지 여백의 청회색이 괜찮아서요^^;
 

 

 

 

 

 

 

 

 

 

 

 

 

 

모처럼

나는 먹지도 않는 갈비찜을

식구들에게 해주려고

갈비용 소고기 사다 핏물 빼고

양념장에 들어갈 배즙 만들려고보니 배가 없네

추운데 나가서 배까지 사다가 양념장 다 만들어 준비 완료

큰 냄비에 갈비 덩어리 넣어 가스 불위에 삶기 시작.

 

그리고 방에 들어와서 그만

 

 

 

 

 

 

잠이 들었나보다

 

 

타는 냄새 진동해서 나가보니

 

 

고기가 다

 

타버렸다!

 

(엉 엉)

 

 

--- 오늘 일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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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10-30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차마 `좋아요` 못 누르겠어요.... ^^;;

hnine 2015-10-30 00:07   좋아요 1 | URL
보슬비님 댓글때문에 저 울다가 웃습니다.
울다가 웃다가 ^^

appletreeje 2015-10-30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공감의 뜻으로, 눌렀어욤...흑흑흑,

hnine 2015-10-30 04:23   좋아요 1 | URL
어흑...양념 만들어놓은거 있으니 오늘 고기 다시 사다가 해보려고요. 이번엔 옆에서 지키고 있어야겠어요. 낮이라고 제가 잊지 말란 법 없거든요. 지금까지 집에서 탄내가 가시질 않네요 ㅠㅠ

서니데이 2015-10-30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녁 많이 추웠어요, 추운데 다녀오셔서 그러셨을지도요^^; 저도 공감으로 좋아요, 합니다
hnine 님, 편안한 밤 되세요

hnine 2015-10-30 04:24   좋아요 1 | URL
춥긴했지만 잠깐 배만 사가지고 들어온결요. 오늘 낮에 했어야 하는데 왜 다 저녁때 그게 하고 싶었는지, 책이나 읽다 잘 것이지 말입니다 ㅠㅠ

qualia 2015-10-30 0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안타깝네요. 제 비슷한 경험도 생각나서요. 울엄마께서도 hnine 님처럼 태워먹은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거 설거지 하려면 보통 일이 아니고요. 모처럼 식구들 위해 정성 들여 맛있는 요리 했는데, 홀딱 태워먹다니 얼마나 가슴 쓰라리겠어요ㅠㅠㅠㅠㅠ 하지만 hnine 님한테서 따스한 정성스런 마음을 얻어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하네요. 속 무쟈게 상하실 텐데 다시 한번 해보신다니 정말 대단하셔요~. 화이팅~!!!^^

hnine 2015-10-30 08:05   좋아요 0 | URL
저도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어제 밤에 기어이 탄 냄비를 박박 문질러 닦아놓았는데 그게 코팅된 냄비라서, 그렇게 수세미로 박박 닦아서 써도 되는지 또 찜찜하네요. 딱 30분 엎드려 잠들었는데 이 사단이 나다니, 그것도 저보다 자기방에 있던 제 아이가 먼저 알고 뛰어나와 고기가 타고있는걸 알았답니다.
양념이 아까와서 오늘 다시 해보려고요. qualia님 화이팅에 힘입어! ^^

다락방 2015-10-30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응원을 담아 좋아요 눌렀어요 ㅠㅠ

hnine 2015-10-30 08:07   좋아요 0 | URL
안타까워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고마와요. 그런데 다락방님도 웃기셨지요? 그렇죠? 흑흑...
오늘 제가 소갈비찜 제대로 한번 해보겠습니다 두주먹 불끈!

nama 2015-10-30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다가 웃다가....털 났어요.

hnine 2015-10-30 08:09   좋아요 0 | URL
ㅋㅋㅋ 이제 나이 좀 더 들으면 치매 의심할지도 모르겠어요. 한두번이라야 말이지요. 오늘은 아예 책이나 컴퓨터를 부엌으로 가져와서 갈비 삶는 동안 자리 지키고 있어야겠어요. 요리도 잘 못하면서 제가 가끔 이렇게 누가 시키지도 않는 의욕을 부릴때가 있답니다.

nama 2015-10-30 08:29   좋아요 0 | URL
가스레인지에 뭘 올려놓고 끓일 때 저는 아예 책이나 신문 펴놓고 주방에 앉아 있어요. 신조처럼요.

아무개 2015-10-30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아이고~~~~~~~~~~
탄내는 좀 가셨나요? ㅜ..ㅜ

hnine 2015-10-30 13:05   좋아요 0 | URL
처음에 거실에 연기가 자욱하더라고요. 밤새 환기 시켰는데 아침까지 냄새가 남아있더니 지금은 거의 가셨네요. 갈비도 아깝지만 더 큰일 날 뻔 했어요 ㅠㅠ

파란놀 2015-10-30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비 삶는 데에 시간도 품도 오래 걸리니 허리를 펴고 싶을 수밖에 없는데
그만 깜빡 잊어버릴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달걀을 삶다가, 밥을 끓이다가 깜빡 잊기 일쑤입니다 ^^;;
냄비밥을 하니까 밥물도 늘 살펴야 하는데
여린 불로 밥을 지으니 한참 걸려서
이것저것 마치고 딴짓이나 딴일을 하다가
뒤늦게 부랴부랴 깨닫기 일쑤예요.

냄새에 그릇 부시랴 바쁘셨겠습니다...

hnine 2015-10-30 13:06   좋아요 0 | URL
숲노래님도 아시는군요 ㅠㅠ
저도 종종 그런답니다.
냄새는 이제 빠졌고, 그릇도 어제 밤에 냄새때문에 도저히 그냥 두고 잘수가 없어서 다 부셔놓고 잤답니다.
한번에 한가지 일만 해야하는데 말이지요.

붉은돼지 2015-10-30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읽은 글 중에 가장 슬픈 글입니다.. ㅜㅜ

저도 몇일전에 커피마실려고 주전자에 물을 끓이는데
잠시 서재방에서 알라딘을 페이퍼 올린다고 끌적거리다가 그만........

밖에 나갔다가 들어온 아내가 뭐 탄다고 소리질러서...
주전자를 다 태웠어요...ㅜㅜ

hnine 2015-10-30 13:08   좋아요 0 | URL
아, 붉은돼지님 댓글때문에 제가 또 빵 터집니다.
커피 마시려고 물 끓이다가 깜빡한 일은 저도 부지기수랍니다.
밖에 멀리 나갔다가 불현듯 생각나서 아파트 수위 아저씨께 전화해서 들어가서 좀 꺼달라고 부탁한적도 있고요. 앞으로는 정말 조심해야할텐데, 솔직히 자신없어요.

stella.K 2015-10-3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쓰린 마음이야 이미 많은 알라디너들과 같은 마음이고,
그러고 보니 h님은 육류는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으시는가 봅니다.
우리 나이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나입니다.
너무 자책하지 마셔요. 파이팅!

hnine 2015-10-30 13:10   좋아요 0 | URL
ㅋㅋ 어제 일저질러 놓고 맘이 쓰려서 초딩같은 일기를 한번 올려본거죠.
우리 나이가 충분히 그럴수 있는 나이, 흑흑...그런가요?
저 좀 아까 나가서 다시 고기 사오고 말았답니다. 이건 꽝꽝 얼어있어서 지금 녹을때 기다리고 있는 중이어요.

CREBBP 2015-10-30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추라는 용어가 있던데, 위로의 추천 대신 `위로의 좋아요`를 눌러드렸습니다. 뭐 저한테는 흔한 일이어서. 얼마전엔 깼잎을 한잎 한잎 일일히 양념장에 재워서 올려놓고는 잠도 안들었는데, 타들어가는 걸 몰랐다는군요 글쎄

hnine 2015-10-30 19:31   좋아요 0 | URL
잠도 안들었는데 타들어가는걸 모르는 경우가....(저도 있습니다 ㅋㅋ)
모든 화기시설엔 타이머를 부탁해놓든지 자동소화장치를 해놓든지 해야겠어요.
위추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기네스님~ ^^

무스탕 2015-10-30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엉엉~~~ ;ㅁ;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요 ㅠㅠ
고기 다시 사다 해 드세요. 추워지는데 다린이랑 몸보신 하셔야죠. 훌쩍... ㅜ_ㅜ

hnine 2015-10-30 19:33   좋아요 1 | URL
다시 사다가 지금 어제 했던 과정 반복하는 중입니다. 대신 지금은 남편도 집에 있어서 오며 가며 지켜보라고 일러두었어요. 어제 밤에 타는 연기때문에 집에 화재경보기 안울린게 이상할 정도였답니다. 사먹으면 간단할것을 제가 지금 왜 이러고 있는지, 저도 가끔 저를 이해할수가 없어요 ^^

상미 2015-11-03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타버린 갈비도,
탄 냄비 닦는것도 다 화나는 일 ㅠ.ㅠ
난 가스 켜면 알람도 같이 켜.
뭔가 다른 일 하다가 불켜놓은거 잊어버릴까봐.
문제는 알람 듣고 빨리 불끄러 안간다는거.

hnine 2015-11-03 12:29   좋아요 0 | URL
다시 사다가 실패 없이 잘 만들어 먹었단다. 남은 국물까지 볶음밥으로, 죽으로, 싹싹 활용!
알람 듣고 빨리 불끄러 안간다고...ㅋㅋ. 웹툰?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펭귄클래식 20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레지날드 J. 홀링데일 서문, 홍성광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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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단어로 이루어진 간단한 문장이지만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차라투스트라'라는 생소한 단어에서 걸렸다. '말했다'라고 한것으로 보아 사람 이름인 같은데, 과연 차라투스트라는 누구일까. 가상의 인물일까, 실제 인물일까. 니체 자신을 일컬어 붙인 이름일까.

답은 중의 해설에서 쉽게 찾아낼 있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원래 태양숭배종교인 조로아스터교의 교조 '조로아스터' 독일어 이름이다. 그러나 조로아스터가 선과 , 신과 악마라는 이원론을 주창한데 반해 책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런 조로아스터의 이원론을 극복하고 일원론을 주창한다. 니체가 스승인 쇼펜하우어와 바그너를 극복했듯이 차라투스트라는 조로아스터를 극복하여 새롭게 변화한 존재이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증은 남는다. 니체는 자기의 대변인으로서 조로아스터 교조 '차라투스트라' 선택했을까?

 

차라투스트라는 신이 죽었다는 것을 고지하고 뒤에 오는 초인 (위버멘쉬)으로 자리를 대치시킨다.

신이라는 절대적인 존재는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으로서 도달할 없는 목표를 던져주고 억누르고 현재를 희생하며 일생을 허비하게 한다. 반면 초인은 건너가는 , 넘어가는 자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인간의 자유정신이 반영된 존재이다. 스스로 주체적인 입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나가는 존재이다.

이러한 초인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인간을 향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여러 가지 상징적인 존재와 장소를 예로들며 설명한다. 1부 22 소제목 붙은 글은 이렇게 차라투스트라가 그의 제자들, 벗들에게 강연한 것을 내용으로 있다. 강연을 마치고 차라투스트라는 제자들을 떠나 산속으로 떠난다.

니체는 인간의 사상의 출발점이자 완결점, 중심점을 모두 ""에게서 구하려고 하였고 그와 동시에 다른 각도에서 극복하려는 노력을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다른 철학자들과 달랐다. 결국 신은 인간을 이끄는 존재가 아니라 극복되어야 존재라고 결론, 신의 자리를 대신해 "초인" 존재를 창조해낸다.

신이 요구하는 인간과 초인이 지향하는 인간상을 비교하며 읽는 동안 니체가 말하는 바람직한 인간상을 이해할 있을 것이다. 적어도 니체는 "복종"하는 인간이 아닌, "창조"해나가는 인간을 말하고 싶었다는 1부까지 읽으면서 잡은 나름의 !

참으로 우리가 삶을 사랑하는 것은 삶에 익숙해져서가 아니라 사랑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96)

죽음을 설교하는 자는 영혼의 결핵 환자, 살아있는 . 이들은 병자나 노인, 시체와 마주치면 즉시 "삶은 부정되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부정된 것은 그들일 뿐이고, 생존의 한쪽 얼굴밖에 보지 못하는 그들의 눈일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삶이 고통일 뿐이다"라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그대들은 그만 살도록 하라! 고통일 뿐인 삶을 그만두도록 하라! (102-103)

 

 

 

2

 

동굴에서 한동안 사람들을 피해 홀로 지내다가 산속으로 귀환하는 차라투스트라.

2부 첫부분을 초인에 대해 다시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일찌기 사람들은 먼바다를 바라보면서 신을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대들에게 초인을 말하도록 가르치겠다. 신이란 하나의 억측에 불과하므로 나는 억측이 그대의 창조하는 의지보다 멀리 나아가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대들은 하나의 신을 창조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침묵하라! 하지만 그대들은 초인을 창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157)

신이란 반듯한 것을 모두 구부러지게 만들고,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모두 돌게 하는 사상이다. (158)

창조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고통으로부터의 위대한 구원이며, 삶을 가볍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창조하는 자가 되려면 뼈를 깎는 고통이 필요하고, 많은 변신이 필요하다. (159)

이제, 신과 인간과 초인의 관계가 더욱 선명하게 머리 속에 자리 잡힌다.

성직자들에게 차라투스트라는 말한다.

누가 그들의 (성직자들) 구세주로부터 그들을 구원해줄 것인가! (165)

구세주로부터 구원해내야 한다는 모순.

, 세상에 동정하는 자들보다 더 어리석은 짓을 하는 자들이 어디 있겠는가? 세상에 동정하는 자들의 어리석음보다 더 커다란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아직 자신의 동정심도 극복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자들에게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언젠가 악마가 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신에게도 지옥이 있는데, 그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신은 죽었다. 인간을 동정하는 바람에 신은 죽어버렸다그러므로 동정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모든 위대한 사람은 동정을 넘어선다. 그것은 사랑의 대상조차도 창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164)

다시 그의 제자들, 벗들과 이별하고 혼자 길을 떠나는 차라투스트라.

 

 

 

3

 

3부에서 차라투스트라는 대부분 홀로 있으면서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을 하고 있다. 우울하고 강렬하다. 상식과 질서에 반하는, 거침없는 반론이 거침없이 튀어나온다.

인간의 모든 미래가 어떤 자들 때문에 가장 위험한가? 선한 자들과 의로운 자들 때문이 아닌가? “우리는 선하고 의롭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고, 이를 체득하고 있다. 아직 그것을 추구하는 자들에게 화가 있으리라!” 라고 말하고 마음속으로 그렇게 느끼는 자들 때문에.

악한 자들이 아무리 큰 해를 끼친다 하더라도 선한 자들이 끼치는 해가 가장 큰 것이다. 그리고 세계를 비방하는 자들이 아무리 큰 해를 끼친다 하더라도 선한 자들이 끼치는 해가 가장 큰 것이다. (333)

선이 지표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지표로 살아야 하는가. 여기서 차라투스트라가 말하는 선한 자들이란 에 의해 규정되어 있는, 인간의 의지는 무시된 일방적인 의미의 선을 말한다고 생각된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잔인한 짐승이다. (341)

그래서 인간은 인간을 고발하고, 자신을 죄인이니 십자가를 진 자속죄자라 부른다.

3부에서 차라투스트라는 라고 부르면서 계속되는 문답을 나눈다. 즉 차라투스트라 혼자 묻고 답하는 형식이다.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지금까지 얘기한 과 결별하고 영원으로 가려고 한다. 그러면서 , 영원이여, 나는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라는 문장이 되풀이된다. 삶과 결별하고 영원으로 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3부의 이 마지막 부분이 이 책의 클라이맥스이자 니체의 지적 열정이 최고로 표출된 곳이라고 하고, 초인과 함께 니체의 대표적 사상의 하나인 영원회귀이론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때 차라투스트라는 완전히 혼자이다.

 

 

4

 

 

원래  3부로 책을 끝낼 생각이었으나 일년 후 니체는 4부를 덧붙인다.

신은 죽었다. 그대들 보다 높은 인간들이여, 이 신이 그대들에게 가장 위험했다. 신이 무덤 속에 눕고 나서야 그대들이 다시 부활했다. 이제야 위대한 정오가 오고, 이제 보다 높은 인간이 주인이 된다. (433,434)

여기서 니체는 초인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건너가는 자로서 보다 높은 인간이라는 유형을 들고 있다.

4부의 마지막은 차라투스트라의 독백으로 끝난다.

나의 마지막 죄로 남은 것이 무엇이었던가?”

동정이다. 보다 높은 인간들에 대한 동정이다.” (491)

 

니체가 이 책의 집필을 마친 것이 1885년인데, 정신 이상 증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 1888년이었다. 어쩌면 이 책을 쓸 당시 이미 미쳐가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고 결국 정신이상과 신체마비로 투병하다가 2년 후인 1890년에 생을 마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생각 한번 하지 않고 일생을 살다 간다, 즉, 니체가 "낙타"에 비유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니체는 혼자의 머릿속에서 이러한 인간이었다가, 신을 이해하여 그에 근접하려 하였다가 신을 비판하였고, 초인을 창조해냄으로써 극복하려 하였다. 그는 어쩌면 인간과 신과 초인을 모두 경험하면서 ,이 많은 상징과 비유 속에 그가 경험한 세계를 설명하려고 몸과 정신이 부서지는 생을 살다 갔는지 모른다. 56년의 생애가 짧지만 길었을 수도.

 

다 읽었다고는 하지만 다시 시작점에 서있는 느낌이다. 마치 그의 영원회귀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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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0-26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내셨군요!! 저는 아직 도전하지 못했어요 ㅎㅎ 이진우 교수의 인문학강의를 듣고 니체를 이해해보고 싶어졌긴 한데 엄두가 안나네여^^ 리뷰 잘 읽고 갑니다.

hnine 2015-10-26 06:12   좋아요 2 | URL
고등학교1학년때 국민윤리 시간이라고 있었지요. 그때 수업 시간에 니체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 때 여러 철학자들에 대해 배웠는데 하필 니체의 초인이라는 개념은 낯설기도 하고 더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도 생기고 그렇더라고요.
그리고 지금에서 겨우 니체의 저서를 처음 읽었으니 수십년이 걸린 것이지요 ^^
조금씩 조금씩, 오래 걸려 읽었어요. 이해가 쉽지 않아 그랬지만 이렇게 한번 읽은 것으로 니체에 대해, 차라투스트라에 대해 뭘 알았다고 할 수 없으니 저도 언젠가 다시 읽어보려고요. 그땐 중단없이, 좀더 집중적으로요.
오로라님처럼 니체를 전공한 분들의 강의를 들어보는 것 정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중간중간에 그렇게 들어보기도 했는데 그런 부분은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이해가 훨씬 빨리 되어 좋더군요.
제대로 정리도 잘 안된 리뷰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늘바람 2015-10-26 0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을 대작을 읽으셨네요.
잘 지내시지요

hnine 2015-10-26 06:00   좋아요 2 | URL
대작인데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잘 파악한 것인지, 글쎄요. 그야말로 영혼없이 글자만 읽고 넘어간 부분도 많아요. 그런데 그게 이상한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 수준에서 그걸 어찌 다 이해하며 읽을 수 있겠어요? ^^
처음 읽은 것으로 이번엔 만족하고 또 언젠가 다시 읽어야겠지요. 그게 언제가 될지, 어떤 계기로 다시 읽게 될지 모르겠지만요.
길지 않은 이 계절엔 오히려 더 맑고 투명하고 따뜻한 책들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 책 다음으로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다행이 좀 더 그런 내용이네요.
좋은 책 많이 읽으시고 이 가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그장소] 2015-10-26 0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쓴 줄 알았네요...단 ! 제목만...요 ^^;;;
ㅡ긴 글쓰느라 엄청 애쓰셨는데..실례일까요?ㅡ좋다는 말을 이런 식으로 합니다.

hnine 2015-10-26 06:12   좋아요 1 | URL
뜨문 뜨문 읽느라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읽고 나서도 리뷰를 올릴 엄두가 나지 않아 또 오래 끌었어요. 읽으면서 끄적거려놓은 걸 옮기다보니 괜히 리뷰만 길어졌네요. 오자가 수두룩 할텐데 다시 읽어볼 여력도 안생기네요 ^^
이런 내용의 책을 쓰기 까지, 니체가 정신이상을 앓았다는게 그럴 수 있겠다 싶어요. 한 개인의 머리 속으로 이 모든 생각들이 휘몰아칠때마다 어떻게 보통 사람들과 같은 범주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요. 너무 비상하고 출중하여 일찍 세상의 인정을 받아 이십대에 대학교수가 된 사람. 이렇게 엄청난 저서들을 남기기까지 오십육년의 생애가 그 개인적으로는 행복했을까...아버지가 목사였으니 신의 존재를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삶의 기준 삼아 자랐을텐데 오히려 그것이 신의 존재를 비판하고 의심해보는 계기에 일조하였고, 거기서 나아가 그것을 극복해보려고 결국 초인을 탄생시킨 사람. 니체라는 아무튼 후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연구 주제를 남기고 갔네요.
이 책을 언젠가 다시 읽는다면 그땐 어떻게 제가 받아들일지 궁금해요.

[그장소] 2015-10-26 11:44   좋아요 0 | URL
사람이 너무 크면 ㅡ그릇이랄까..그런것 같아요ㅡ
미치지않고..어찌사나 싶은 사람도 보면 있어요.아슬아슬해 보이죠..마지막에 동정이라고 된 부분을 한 참 보면서 지금은 ,전엔 ㅡ바꾸면 싶다가 ㅡ그래 동정 없는 세상 아님...뭔가 .싶어져..
그냥 두었죠..이 방에도 넘치는 그런 박애주의가 있어요. 다시 ㅡ읽는 날이 올겁니다. 그냥..빼 들었다가 읽게되는 날..
^^고생하셨어요.

nama 2015-10-26 0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 백수시절에 삼중당문고로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가슴이 뻐근하고 통쾌했었어요. `선한 자들이 끼치는 해가 가장 큰 것이다.` `죽음을 설교하는 자는 곧 영혼의 결핵 환자, 살아있는 관. 이들은 병자나 노인, 시체와 마주치면 즉시 ˝삶은 부정되었다!˝라고 말한다`...이제는 이런 말들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됩니다. 어제 요양원에 계신 엄마를 뵈러 갔는데 마침 미사가 시작되었어요.(카톨릭재단 요양원)미사 내용이 온통 음울하고 비통한 게 장례식장에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아,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잘은 모르지만, 니체 당시에는 이런 카톨릭분위기가 지금보다 훨씬 사람들의 일상을 지배했으리라고 봐요. 살아있는 정신이라면 그냥 모른채 살아갈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화가 났을 거예요. 화를 내야 하구요.

hnine 2015-10-26 08:57   좋아요 1 | URL
저도 말씀하신 그 부분에 밑줄을 그었네요. <죽음을 설교하는 자에 대하여> 라는 부분이요.
이 책을 제가 20대, 더 말랑말랑한 가슴과 머리를 가졌을 때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을 했답니다. 그때 안읽고 지금에야 읽은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건 저도 결국 사자보다는 낙타의 삶을 살고 있고 낙타의 삶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어떤 사람은 니체를 알고 싶다고 해서 이 책부터 읽는 것은 무리라고, 상징과 비유가 넘쳐나서 읽는 사람을 좌절시키는 이 책보다는 다른 책부터 읽고 오히려 마지막으로 차라투스트라를 읽는 것이 낫다고도 하던데, 우리는 니체의 대표작 하면 이 책부터 떠올리니까요.
다 읽었으되 다 읽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또 그렇게 말하고 싶지도 않은 책이네요.
어제 어머니께 다녀오셨으니 지금도 마음이 아직 무거우시겠어요. 더구나 그렇게 무거운 분위기의 미사였다면 말입니다. 바로 전에 읽은 <살아야하는 이유>라는 책으로 다시 생각이 흘러들어가는, 저도 월요일 아침부터 진지, 심각 모드입니다.

stella.K 2015-10-26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니체 붐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심 밖이었는데...
사람들이 니체를 읽으려 하는 풍조는 뭘까요?
어쨌거나 이 어려운 책을 정리를 참 잘 하셨네요. 또한 완독을 축하드립니다.

근데 조기 말미에 1990년이 아니라 1890년이겠죠?^^

hnine 2015-10-26 13:42   좋아요 1 | URL
요즘 니체 붐인가요? 워낙 유명한 철학자라서 니체와 그의 저서들은 늘 스테디 셀러로 읽히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특히 더 그런가보군요. 얼마전에 oren님께서 이 책을 아주 자세히 정독하시고 몇 차례에 걸쳐 리뷰 올리신 게 기억나네요. 전 그렇게 꼼꼼히 읽지 못했어요 워낙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요. 하지만 이해가 잘 안될걸 예상하고 욕심을 버리고 읽어서 그런지 오히려 읽을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
말씀해주셔서 오자 고쳤습니다. 감사드려요.
니체를 비롯해서 저 책에 관한 동영상 강의자료가 무척 많이 인터넷에 올라와있는데 저 책 다 읽기 전엔 일부러 자제하고 있다가 리뷰까지 올리고 나서 오늘 오전엔 그거 몇개 찾아보다보니 시간이 훌쩍 가더군요. 읽고나서 들으니 머리에 잘 들어오고요. 요즘은 정말 knowhow가 아니라 knowehere 시대라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자료는 어디나 넘쳐나니까요.

서니데이 2015-10-26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긴 글은 서재로 와서 읽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아요. 강조하신 부분도 읽을 수 있고요.
위의 분 말씀대로 요즘 사이토 다카시의 책을 비롯해서 니체의 책을 많이 읽는 모양이네요.
hnine님, 편안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hnine 2015-10-27 13:56   좋아요 1 | URL
아, 서니데이님은 주로 북플을 이용하시나봐요? 읽으면서 조금씩 메모를 해놓거나 밑줄을 그어놓았더니 다 읽고 리뷰쓰려니 괜히 길어졌네요.
니체의 다른 저서들도 한번 읽어보고 싶은데, 혹자는 그러더군요. 이 책을 가장 나중에 읽어야한다고요. 우리 나라에서 워낙 니체 하면 이 책이 대표작으로 알려져있어서 이해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이 책부터 시작한다고 하는데 다른 책들도 그리 쉬울것 같지는 않아요.

서니데이 2015-10-27 15:38   좋아요 1 | URL
시간에 따라서 서재에서 볼 때도 있고, 북플에서 볼 때도 있어요.
서재 화면에서는 내용 중에서 인용이나 색상의 표시 등을 읽을 수도 있고, 또한 긴 글은 서재 화면이 좋더라구요.

페크pek0501 2015-10-28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쓰기 어려운 책을 잘 쓰셨네요. 잘 읽고 갑니다. 다시 책을 들춰 보게 만듭니다. ^^

hnine 2015-10-28 14:43   좋아요 0 | URL
오래 걸려 읽고, 리뷰 쓰면서 또 한번 들춰 보고, 댓글 달아주신 것 읽으면서 또 들춰보고 하느라, 책은 다 읽었지만 아직도 책꽂이에 가져다놓지 못하고 책상 위에 두고 있습니다. 또 어느 분이 리뷰 올리신 것을 보면 pek님께서 그러셨듯이 저도 또 들춰보게 되겠지요? ^^
 
살아야 하는 이유 - 불안과 좌절을 넘어서는 생각의 힘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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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임화된 자본주의 발전의 앞날에 등장할 인간 유형으로 베버가 제시한 것

- 문화발전의 마지막 단계에 나타나는 '최후의 인간 (마지막 단계의 인간)'이라 부르고, 이 최후의 인간에 대해 정신 없는 전문인, 가슴 없는 향락인,무(無)인 존재는 일찍이 인간성이 도달해 본 적이 없는 단계에까지 이미 올랐다고 우쭐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33,34쪽)

 

2. 즐거운 일을 상상하면 된다는 식의 일종의 상상력이라는 아편을 투여하는 식의 행복론을 이젠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게 되었다. 오히려 고뇌나 수고에 눈을 돌리고 그 의미에 대해 더욱 깊이 파고들어야 비로소 새로운 행복의 형태가 보일거라고 생각한다. (43쪽)

이 책의 의의,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는 의의를 여기 이 구절에서 찾는다.

 

3. 자기 의식의 결과는 신경쇠약을 낳는다. 신경쇠약은 20세기가 공유하는 병인지, 학문 등 모든 방면의 사물이 진보하면 동시에 이 진보를 이루지 못한 인간은 한 걸음 한 걸음 퇴락하고 쇠약해진다. (49쪽)

소세키의 메모. 그는1900년 영국에 유학했을 때, 인지, 학문 등 모든 방면의 사물이 진보하면, 즉 인간의 지성이 진보하면 할수록 인간은 쇠약해져 멸망에 이르는 길을 걷게 된다는 아이러니를 깨닫고 고뇌한다. 그럼에도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심정을 토로한 글이다.

 

4. 자유의 쓸쓸함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자연이나 산이라는 실체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던 질서를 관습적으로 따르기만 하면 좋든 나쁘든 인생을 끝까지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근대 이후의 사람들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하는 자아와 관련된 것들을 일일이 스스로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자의식이 한없이 비대해져 간 것이다. 근대라는 시대의 각인이 찍힌 인간은 고민하는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호모 파티엔스 (고민하는 인간). (51, 55쪽)

 

5. 다섯가지 고민거리-돈, 사랑, 가족, 자아의 돌출, 세계에 대한 절망

소세키-사회의 최소 단위 공동체인 가정'사회 최소 단위 아수라장'으로 파악. 상당히 선구적.

 

6. 익명의 군중

대중-공동체의 성원이 아니라 이름도 없고 얼굴도 없는,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익명의 개인들 무리. 이 무리가 힘을 갖는 특이한 현상이 사회현상으로 나타났다. (81쪽)

공동체 vs. 대중

 

7. 진짜 자기를 찾는 일의 양면성

진짜 - authenticity

자신의 진가 (자기다움)를 발휘할 수 있는 특별한 뭔가를 발견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한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자신의 세계'에서 자기답게 사는 것이 훨씬 멋지다는 것. 말하자면 '베스트 원'보다 '온리 원'의 생활 태도인 것이다.

그런데, '진짜 자기를 찾아라' 이것이 때로는 강박관념이 되어 사람을 몰아붙이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진정한 내가 아니다', '좀 더 빛나는 진짜 내가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고통스럽게 뒹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진짜 찾기의 공과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온리 원'이 될 수 없는 나는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경우까지 있는 것을 보면 진짜 찾기는 신경을 몹시 피곤하게 하는 일, 절대로 손이 닿지 않는 목표를 저편에 세워 놓고 영원히 그것을 향해 노력하는 '불행한 의식'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소비사회에서, 진짜 찾기 바람이 소비자 단계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대중화한 것이 '패션'이다. (92, 93쪽)

 

8. 진짜 찾기의 대장 소세키

진짜 찾기의 대장 소세키는 막상 '진짜 자기를 찾아라'라고 하지 않고 반대로 '자신을 잊어라'라고 말한다.

진짜 자기 찾기에 관심있는 사람들, 즉 소세키, 알랭 보통, 버트런드 러셀은 자기를 찾으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자기에게만 흥미를 갖지는 말라고 했다. '자기를 찾아라'라고 외치며 우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바로 자본주의이다. (105-107쪽)

 

9. 개인적 공명 (personal resonance)

가족이나 생태 환경, 나아가 폴리스라는 공적 전통이 무너지거나 일소되어 버릴 때 결정적으로 중요한 인간적 선(善). 이것을 우리가 다시 활력이 넘치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적 공명이라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해진다.

흩어진 개인이 새로운 차원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공통 언어.

 

10.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1973년 출판)

최소한의 자원과 중소 규모의 기술로 파탄없이 지속 가능한 생산 활동을 해나가자고 주장. 당시에는 전 세계가 앞다투어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더 크게를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도 그는 일찌감치 그 반대로 가야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11. 과거를 소중히 하는 삶

우리는 보통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고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소극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앞쪽으로만 시선을 향하고 마는 것인데, 인간에게 정말 귀중한 것은 사실 미래가 아니라 과거가 아닐까. 과거의 축적만이 그 사람의 인생이고 이에 비해 미래라는 것은 아직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은 제로 상태이다. 미래는 어디까지나 아직 없는 것이고 無일수 밖에 없지만 과거는 신도 바꿀 수 없을 만큼 확실한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내 인생'이란 '내 과거'이니, '나는 과거로소이다' 라고 해도 좋다.

미래로, 미래로, 우리가 앞쪽으로만 시선을 향하고 싶어지는 것 또한 시장경제의 특성과 무척 잘 어울린다. 시장경제에서는 소비의 신진대사를 가속하기 위해 철저하게 미래만을 문제 삼기 때문이다. (169쪽)

 

12. 직접 접근형 사회

얼굴도 없고 이름도 없는 불특정 다수의 개인이 마치 원자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군중의 한 사람으로 살고, 아무런 매개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직접 목표와 이어진 세계 (171쪽)

 

13. 인간의 세 가지 가치 (프랑클)

창조, 경험, 태도

이 중 가장 가치가 높은 것은, 태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예시.

인생이란, "인생 쪽에서 던져오는 다양한 물음에 대해 내가 하나하나 답해 가는 것".

인생이 물어오는 것에 대해 계속 대답해 간 사람만이 가혹한 시련을 극복하고 살아남았으며 반대로 도중에 대답하는 것을 그만둔 많은 사람들은 삶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대답한다는 것은 응답하는 것이고 결단하는 것이며 책임을 지는 것이기도 한다. 책임으로 번역되는 responsibility는 응답을 의미하는 response에서 파생한 말이다.

인생의 물음 하나하나에 정확히 '예'라고 대답해가는 것은 결코 낙천적인 선택이 아니라 대단히 무거운 결단이다.

 

14. 과거 낙관론이나 행복론의 한계 

낙관론은 힘으로 통하고 비관론은 허약으로 통한다. 이제 그런 낙관론이나 생복론의 한계가 분명해졌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낙관적 인생론이나 행복론을 체로 쳐서 비관론을 받아들이고 죽음이나 불행, 슬픔이나 고통, 비참한 사건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인생을 마음껏 살아가는 길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이는 바로 "인간이 덧없이 죽을 운명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어디까지나 겸허히 인간적인 것을 긍정한다"는 것이다. 비극적 휴머니즘 (194쪽)

 

 

미래, 희망, 행복론, 낙관주의의 배경과 양면성을 알게 되다. 비관론이 그 틈을 벌리는 것이 아니라 틈을 메꿔주고 완결시켜 줄 가능성이 있음을 발견하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 그 물음을 피하거나 덮지 않고 성실하게 대답해가는 과정, 무겁고 진지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많은 경우 신경쇠약에 빠지기도 하는 그 과정이 곧 살아가는 일이라고, 그렇게 결론을 내려도 될까? 이 또한 되풀이되는 물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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