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있는 대전에서 시아버님 산소가 있는 평택까지, 보통 두 시간이면 가는데 이번 추석날은 5시간 걸려 갔다.

남은 연휴동안엔 아파트 주변 산책하며 사진도 찍고, 가까운 미술관에도 잠깐 다녀오기.

 

 

 

 

이 식물의 봄, 여름 모습을 기억한다.

달개비, 또는 닭의 장풀.

 

 

 

 

지금  이 모습으로도 너는 여전히 달개비, 또는 닭의 장풀이야.

 

 

 

 

 

명아주. 키가 이렇게 큰 명아주는 처음 봤다 싶을 정도로 훌쩍 자라 있었다.

6.25땐 이것도 뜯어 먹었다고, 엄마가 늘 말씀하시던 그 명아주인데 이렇게 자란 건 억세서 못 먹었을 것 같다.

 

 

 

 

 

 

꽃 오래가기로 유명한 배롱나무도 이젠 이렇게 열매로 남고.

 

 

 

단풍이 꽃보다 더 아름다운 대표적인 예가 되는 화살나무.

 

 

 

예전엔 도토리를 말리시더니, 같은 자리에서 이번에 고추를 말리시는 분이 계시네.

 

 

 

 

고추 옆엔 땅콩이.

 

 

 

 

 

 

 

이른 바 버섯의 계절.

 

 

 

정읍에선 지금 구절초 축제가 열린다던데, 난 그냥 우리 집 앞 정원에서.

 

 

 

 

 

 

 

어떻게 이 여리여리한 식물에 Cosmos란 이름이 붙었는지. 한번 찾아본다고 하고 늘 잊어버린다.

 

 

 

 

 

 

 

 

 

 

극사실주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대전시립미술관으로.

극사실주의에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으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서울이라면 골라서 갈텐데, 이럴 때 지방에 사는 아쉬움이 살짝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극사실주의는 영어로 뭐라고 할까? Extreme Realism 이라고 주워 섬기다가 그건 절대 아닐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가는 길에 본 깃발에 써있다 Hyperrealism 이라고. 아, 그렇구나.

나중에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니 이 분야의 미술을 Photorealism 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그래, 그게 더 귀에 익다.

 

 

 

미술관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동상. 

나 저 자세 안되어서 중학교 체육 시험 볼때 애먹었는데.

아직도 못한다 ㅠㅠ

 

 

 

 

놀라셨나요?

극사실주의 작품이란 바로 이런 것.

 

 

 

 

 

 

여기서부터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이렇게 그대로 옮겨 놓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것도 창작 행위라고 부르는 근거는 무엇일까?

 

 

 

 

 

 

 

너 낳아놓으니 딱 저만하더라, 옆에 있는 아이에게 한 마디 해주고.

 

 

 

 

나무 가지고 만든 것 같은데 나무가 아니란다.

 

 

 

 

 

꼼짝 안하려고 하는 이 두 남자 끌고 나오느라 휴...

 

 

도슨트의 설명에 의하면 별로 예술성 없어보임에도 극사실주의가 사람들에게 호소력이 있는 이유는 우선 복잡하지 않고 별다른 난해한 해석없이 친숙하게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 세상이 워낙 복잡해져가다보니 어느 한 구석에서는 이렇게 복잡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것들이 사람들의 호응을 얻는 모양이다.

그런데 나 개인적으로는 그리 큰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작년, 재작년 추석 무렵 찍은 사진들을 다시 들춰 보니 비슷비슷한 대상들이 담겨 있다.

내년 사진엔 좀 다른 곳, 다른 풍경, 다른 대상을 내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생각, 너무 안 움직이고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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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4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5-10-04 06:44   좋아요 1 | URL
추석연휴 다음에도 공휴일이 징검다리처럼 있어서 10월 강물도 금방 건널것 같죠?
좀 쌀쌀해지긴 했지만 요즘 낮은 정말 좋은 날이어요 그냥 실내에 있기는 아까운.

Joule 2015-10-04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두 남자 모두 신발이 아주 예뻐요.

hnine 2015-10-04 06:47   좋아요 0 | URL
왼쪽 남자는 저날 그나마 점잖은 신발을 신고 나왔어요. 두 사람 모두 평소에 발가락 가두는 신발은 잘 안 신거든요. 저 사진은 제가 찍은 기억이 없는데 어느새 찍어놓았는지 모르겠어요 분명 제 아이 소행이어요.

세실 2015-10-04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사실주의답게 참 사실적이네요. 여백의 미, 생각할 시간을 안주네요. 좀 섬뜩한 느낌도 들고...저도 별로ㅎ
배롱나무 열매 처음 봐요^^

hnine 2015-10-04 08:25   좋아요 0 | URL
예, 실제보다 더 실제같다고 할까요.
저는 사실 저 전시보다 지금 청주에서 하고 있는 비엔날레 가고 싶었어요~ 오늘도 친정 다녀와야해서 시간이 안 나니 전시 끝나기 전에 갈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배롱나무 열매는 지금 많이 볼 수 있더라고요. 와중에 아직도 꽃도 지지 않은 나무도 있고요.

stella.K 2015-10-04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가을이 이렇게 오다니...
이제 올해도 석달도 안 남았어요. 흐흑~

사진 멋지네요. 극사실주의라고는 하지만 진짜 같아요.
좋은 사진 보여주셔서 감사.^^

hnine 2015-10-04 21:57   좋아요 0 | URL
stella님, 지금 좋은 전시들이 참 많아요.
전 오늘 아버지 산소 다녀왔는데 가는 길에 논에 벼가 노랗게 익어가는 모습을 아주 가까이서 보고 왔어요.
벼가 익어 고개 숙인 모습 보고도 요즘은 뭉클뭉클합니다. 마음이 경건해지고요.
며칠 전에 본 영화 에베레스트를 보면서도 든 생각이지만 자연만큼 우리에게 변함없는 기준이 되고 말없는 가르침을 주는게 있나 싶어요.
2015년의 가을을 만끽해보시길! stella님의 방식으로...

2015-10-05 0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5 0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몬스터 2015-10-05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참 따듯하고 다정해요 hnine님. 꼼짝 안하려고 하는 두 남자.....에서 빙그레 미소 했어요.

hnine 2015-10-05 17:29   좋아요 0 | URL
몬스터님, 벨파스트행 비행기 타셨나요? 마음은 좀 어떠신지.
저는, 말도 마세요. 예전에 한국 한번 다녀서 돌아갈땐 완전 우울 모드에, 펑펑 울기도 하고, 누가 억지로 가라고 하는거 아니니 누구에게 말은 못하고, 자기 회의감에,...완전 바닥을 다 훑고 겨우 겨우 허기적 대며 일어나곤 했어요.
몬스터님은 저보다야 나으시겠죠? 기운 내시고, 벨파스트에서 몬스터님을 기다리고 있을, 또다른 나의 한 부분들을 생각하시고, 무사히 잘 돌아가시기 바라겠습니다!
 
그림자 여행 - 내가 꿈꾸는 강인함
정여울 글.사진, 이승원 사진 / 추수밭(청림출판)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정여울이라는 이름은 귀에 익은 정도가 아니라 그녀의 글은 여기 저기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가끔 방송에서 그녀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우연히 읽고 보았을 뿐, 일부러 그녀의 책을 찾아서 읽은 적 없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를 훅 잡아 끌만한 그 무엇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일거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분의 서재에서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읽고 그날로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아쉽게도 그것이 어느분의 리뷰였는지 생각이 안난다. 생각나면 다시 가서 한번 그 리뷰를 읽어보고 싶은데.

제목의 그림자 여행 역시 이런 류의 에세이에 흔히 붙일만한, 에세이 느낌 폴폴 나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그것만은 아니었다. 여기서 그림자는 자기도 모르는 자기의 내면 세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겉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자신의 모습에 해당하는 페르소나의 반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정여울이 탐구하고 싶은 것은 바로 그림자에 해당한다. 내가 볼 수 없는 나의 그림자. 내 뒤에서 나를 보여주는 나의 그림자.그 그림자를 탐구해가는 과정을 그림자 여행이라고 부른 것이다. 하지만 꼭 그런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림자란 말 그대로의 의미도 충분히 제목의 해석으로 삼을 만 하다.

 

살아온 발자취가 아름다운 사람들은 더욱 아름다운 삶의 그림자를 남긴다. 누군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장례식에 모이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이 세상에 남긴 삶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다. 살아온 그림자가 아름다운 사람들을 보며, 나도 그렇게 그림자조차 부끄러움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마음먹는다. (p.7)

 

여행이라는 제목 역시 꼭 추상적인 의미는 아닌 것이, 실제로 저자는 영국의 몇몇 도시 및 지방을 여행하며 그곳의 사진과 느낌도 곁들였다. 자기에게 익숙한 곳을 떠나 돌아다니는 동안은 그간 활성화되지 않고 잠자던 많은 유전자를 일깨우는 법이니까.

 

아프지 않게 고독할 수 있는 비결은 '순수한 몰두'다. (p.100)

 

나는 지금까지 내 어두운 삶을 밝혀줄 등대만을 찾아다녔던 것 같다. 내가 직접 조용히 불을 밝히며 타인의 마음에 등대가 되어준 적이 없다. 세상 바깥에서만 등대를 찾아다니지 않고, 이제는 나도 누군가에게 작지만 소중한 등대가 되고 싶다. 지금 캄캄한 밤바다를 홀로 표류하고 있는 당신의 마음에 불현듯 등불을 밝힐 수 있는 따스한 온기를 지닌 그런 글을 쓰고 싶다. (p.113)

평범한 것 같지만 평범하지 않은 생각이라 옮겨 왔다. 친구를 찾을 때, 배우자를 찾을때, 연인을 찾을때, 우리는 늘 어떤 상대를 만났으면 좋을지에 대해 얘기하지 내가 어떤 친구, 연인, 배우자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똑같이 상대에 대해서만 생각하던 두 사람이 기대하고 만나, 실망하고 부닺히고 원망하고 후회한다.

 

현대인은 아픔에서 도망치느라 아픔이 가르쳐주는 진실을 외면한다. (p.124)

 

저자가 골치 아플 때마다 펼쳐든다는 헤세의 책. 그 책에는 항상 자기보다 더 골치 아픈 사람이 등장한다고 한다. 그녀가 소개하는 우울증을 치료하는 힘이 있다는 책, <헤세의 여행>을 따라 읽기 보다는, 나에게도 그런 책이 없었을리 없으니 한번 꼽아봐야겠다.

 

영국의 이곳 저곳 여행할 때 에피소드가 간간히 실려 있는데 218, 219쪽에는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역의 벽그림 사진이 소개되어 있다. 거기에 쓰여있는 다음과 같은 말을 소개하기 위해서이다.

be together. not the same.

함께 합시다. 다 똑같을 필요는 없지만. 이건 나의 해석.

함께 한다면 뭔가 달라질 거예요. 이건 저자의 해석.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저자가 책을 읽다가 발견했다는 다음 구절,

우리가 이루어야 하는 위업은 단 하나다. 도망치지 않는 것.

다그 함마르셸드의 문장이라는데 우리가 책을 읽고 거기서 힘을 얻는 것은 때로는 이렇게 단 한줄의 문장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나 역시 이 문장을 읽고 밑줄을 그었으니까.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얼마나 많은가. 도망치는 것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질 때가 얼마나 자주 찾아오던가 말이다.

성공한 인생이 못되더라도 최소한 도망치지는 말아야지 끝까지. 자존심은 남에게 내세울 때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렇게 스스로 지켜내는 게 자존심인거야.

 

이 책의 표지에 보면 제목 밑에 또다른 작은 제목이 달려있다. '내가 꿈꾸는 강인함'이라고. 그리고 286쪽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섬세한 감정은 강인함의 또 다른 징후. 그런가? 섬세한 감정은 곧 촘촘한 마음의 그물이 되어, 들어오는 것들을 잘 어루만지고 정리,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일까.

 

 "경주마가 할 일은 트랙을 빠져나와 저 푸른 초원으로 걸어가는 것이다" 라는 박노해의 <경주마>란 시를 인용하며 저자는 말한다. 박노해는 아직도 더 많이 더 빠르게 가지고 싶어하는 욕망이야말로 우리를 더 많이 우울하고 슬프게 만드는 근원임을 직시하였고,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하는 한국 사회의 암울한 현실에 비추어볼때 트랙 위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경주마의 안타까운 운명은 우리 자신을 가리키는 것 같다고.

남이 시키는 대로 그저 열심히 맹목적으로 뛰는 경주마가 아니라, 내 꿈의 넓이와 깊이를 내가 정하는 삶, 내 꿈의 의미와 파장까지 내가 결정하는 삶, 나의 삶이 과연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매번 심사숙고하는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된다. 내 삶에 대한 최고의 연구자가 내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시스템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끝나지 않는 갑과 을의 수레바퀴 속에서 점점 만신창이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이 부분은 박노해의 <자기 삶의 연구자> 일부를 저자가 인용한 것이다. (p.310)

 

지금은 그저 내 마음의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글을 쓰는 것이 좋다. 멀티태스킹이 환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두뇌가 진정으로 집중할 수 있는 것은 한 공간, 한 시간에서 오직 한 가지뿐이다. 자신의 고독과 친밀해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저마다의 잠든 무의식과 만나는 첫걸음이 아닐까. (p.349)

마지막 페이지를 얼마 안 남기고 이 구절을 읽으며 어렴풋이 짐작했다. 저자는 이렇게 자신의 그림자여행의 결론을 내리는구나. 동의하면서, 또 한 사람의 친구를 알게 된 것 같아 혼자 기뻣다.

 

 

p.46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봤다는 World's End Close 라는 팻말을 저자는 '세상 끝으로 난 길'로 해석을 했는데 Close 는 영국에서 도로명 주소에 흔히 쓰이는 단어이다. 무슨무슨 street 처럼, street 자리에 close가 들어간 것인데 대개 막다른 골목으로 끝나는 거리를 끼고 있는 지역의 도로명 주소일 때가 많다. 참고로 내가 예전에 살던 곳 주소가 Walnut Tree Clos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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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15-10-03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의 `함께 합시다. 다 똑같을 필요는 없지만.` 해석이 더 낫네요. 함께 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함께 하는 자체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close에 그런 뜻이 있었군요. 새롭게 배우고 가요. hnine님의 리뷰를 읽고나면 갈등이 증폭되는 것 같아요. 이 책, 사? 말어? 하고.

hnine 2015-10-03 07:54   좋아요 0 | URL
nama님 서재에 남긴 댓글, <여행은 영혼의 비상식량>이라는 구절의 출처 되겠습니다 ^^
저는 정여울 작가의 책을 이번에 처음 읽었는데, 글을 쓸때 집중과 몰입의 중요성에 대해 써놓은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전화, TV, 음악 등등 모두 끄고 오로지 자신의 마음 그 내면과 만날 수 있으려면 몰입하고 집중하여야 한다고 썼더군요.

페크pek0501 2015-10-03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좋은 글 한 편 만나서 반갑습니다.
배우는 즐거움. 저의 재산 목록이 추가되는군요. ^^

hnine 2015-10-03 15:47   좋아요 0 | URL
글을 오래 오래 쓸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기 글에 대한 분석과 자기 자신에 대한 분석을 할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요. 저자가 추구하는 만큼 책의 구성도 좀 더 집중적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감히 해보았고요.
pek님이 만약 읽으시면 어떤 느낌이실지, 그것도 궁금하네요.
 

 

 

 

 

 

 

 

 

 

 

 

 

 

 

어쩌면

인생의 아주 즐거운 단면은

가까운 곳에서 (의외의 장소가 아니라)

시시한 얼굴을 하고 (특별한 모습이 아니라)

아무 예고없이

불쑥!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인생에 그런 즐거운 단면이라는것이

있기는 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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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6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5-09-27 01:11   좋아요 1 | URL
차례음식 준비를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이제야 마쳤네요.
음식 준비하는 저보다 오랜만에 대청소하느라 남편이 더 힘들었을거예요 ^^
내일은 차례 모시고 시아버님 산소에 다녀오고, 친정아버지 산소엔 다음주에나 가려고요.
내일 맛있는것 많이 드시고 에너지 빵빵 채우시기 바랍니다~

2015-09-27 0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기까지 문학나무 수필선 10
김제숙 지음 / 문학나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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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지 꽤 되었지만 섣불리 리뷰를 못올리고 이리 미루고 저리 미루고 있었다. 중간에 읽기를 멈추지 않은 이상, 완독한 책에 대해서는 리뷰를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에 오늘은 더 미루지 않고 간단하게라도 느낌을 적기로 하였다.

섣불리 리뷰를 못올리고 있던 이유는 하찮은 느낌글 몇줄이라 할지라도 혹시 저자분에게 누가 될까 해서이다.

수필이란 형식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 그에 앞서 사람 자체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음악을 들으면서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그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보고 있다. 글을 읽으며 글도 글이지만 그 뒤에 숨겨진 글쓴이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있다. 그림을 보면서도, 건축물을 보면서도.

수필만큼 글쓴이의 성격이 글 속에 그대로 드러나는 형식의 글이 있을까 싶다.

평소 이분의 서재를 자주 들락거리며 이분의 글과 사진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서재에 올린 글 말고 책으로 나온 이분의 글은 이 책이 두번째인데 처음 읽은 책은 이분의 글인지 모르고 읽었고 이 책은 알고 읽었다.

 

그러다가 공깃돌을 밀쳐놓고 하염없이 울었다. 내가 도망하듯 피하여 온 것은 바로 내 삶을 지탱해 주는 것들이었다. 가족을 위해 끼니를 준비하는 것,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사는 것, 무엇보다도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무겁게 지고 있어야 하는 이 아니라 인생의 강을 건너게 하는 작은 징검다리였다. (73쪽 -공깃돌- 중에서)

 

나보다 몇년 연배가 위이신 것 같지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정작 징검다리였다는 것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정신없이 살아온 3,40대 동안엔 오히려 힘이 들어도 힘들다 말할 여유 조차 없다. 그 시기를 약간 넘겼다 싶을 때 정신이 들면서 이게 뭔가,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찾아온다. 그리고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사람에 대해서도 그렇고 자식에 대해서도,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서도 그렇다.

 

몽골초원을 여행하다 보면 강을 자주 만난다고 한다. 초원을 흐르는 강은 많은 굴곡을 만들며 굽이굽이 흐른다고 한다. 그만큼 더디 흐르고 멀리 돌아갈 수밖에 없지만 그 영향으로 강 주변에는 더 많은 초원이 형성된다고 한다. (145쪽-커피를 시작하다- 중에서)

 

천천히 가는 강물을 비웃지 말것. 천천히 움직이는 달팽이를 얕보지 말것.

빨리 앞서 가는 것이 곧 성공적이라고 여길 때가 있었다. 내가 좀 처지고 돌아가고 있는 중엔 그게 그리 불안하고 서럽고 절망스러울 수 없었다. 그렇게 더디 가는 동안 주변에 더 많은 초원이 형성되고 있다는 걸 그때 짐작이나 했었나.

 

직접 뵌적은 없는 분이지만 마주 앉아 이분이 조근조근 들려주시는 말씀을 귀 쫑긋하고 듣느라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는 느낌으로 마지막 장을 덮었다. 제일 좋았던 글은 맨 앞의 글 <조각보>. 문장도 잘 다듬어져 있고 비유도 뛰어나다.

 

글만큼 이분의 사진도 좋아하는데, 아마 이번 책에서는 사진보다 글 위주로 하고 싶으셨던 듯 사진이 많이 들어가있지는 않다. 사진들은 아마 또 다른 모습으로 세상에 선보일 때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짐작하고 기대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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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5-09-21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처럼 수필은 바로 그 사람이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hnine 2015-09-22 07:09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읽는 재미가 있는데 쓰는 사람 입장이 된다면 두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차피 글은 그 사람 인성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만요.

2015-09-24 0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5-09-24 06:12   좋아요 1 | URL
어제 다 못하고 잔 일이있어서 아침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참이랍니다. 저에게는 특별히 이른 시간도 아니고 매일 같은 일상이지요.
걱정거리가 있으시다면, 막돼먹은 영애씨에 나오는 라미란 과장 어투로 ˝넣어둬~ 넣어둬~˝ ㅋㅋ
오늘 하루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자, 일어나서 약 3초 동안 저도 그런 생각 했습니다.

프레이야 2015-09-2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책 소개 받았네요, 추석아침에.
나인님의 수필사랑이 느껴집니다

hnine 2015-09-28 12:47   좋아요 1 | URL
예,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수필을 좋아해요. 수필, 소설, 시의 순서로 재미를 들이지 않았나 싶네요.
어제 산소 다녀오는데 고속도로가 그야말로 장난 아니게 막히더군요 ㅠㅠ 오늘은 아주 홀가분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정원 일기 - 마음으로 그린 열두 달 꽃 살림
이귀란 지음 / 스윙밴드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이런 책 한권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을 생각해본다.

지면을 채운 그림과 글 뿐이랴. 오히려 이 책의 내용이 된 식물들을 오랜 시간 동안 사랑하며 가꾼데 들인 땀과 시간과 수고가 책 한권으로 달랑 압축되는건 너무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왕 그렇다면, 되도록 그런 축적된 애정과 노력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책 한권이 만들어져 나오면 좋을 것이다.

20여년 동안 미술 선생님으로 있다가 퇴직하고도 저자는 전공을 살려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기도 하고 자수와 바느질을 가르치는 일을 하기도 하며 꽃과 나무 가득한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이기도 하다. 어쩌면 퇴직하고서 일이 더 많아진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가꾸는 꽃과 나무를 자세히 관찰해서 그리고 거기에 느낌글을 적었다.

열두달로 장을 나누고 그 시기에 볼 수 있는 꽃과 나무들의 모습을 담았다. 9월을 보면 루드베키아, 해국, 쑥부쟁이, 들국화, 층층이꽃이 들어가 있고, 10월도 한번 펼쳐 볼까? 여기도 역시 쑥부쟁이, 맥문동 열매, 분홍구절초, 소국, 산국, 블루베리 잎사귀, 공작초, 그리고 이 즈음 심기 시작했다는 식물의 구근 그림이 들어가 있다.

그림은 및그림이 보이는 투명 수채화. 명암을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명도의 색을 쓰기보다 단촐하고 과하지 않은 종류의 색을, 아껴서 썼다. 간간이 손글씨도 들어가 있어서 정원일기라는 책의 성격과 구성이 더없이 잘 맞는다.

아쉬운 점은 딱 거기까지라는 것. 예쁜 그림과 예쁜 저자의 마음결을 함께 보고 읽고 느낄 수 있는 약 한 시간. 가볍게 스르륵 넘기며 읽고서 더 마음에 담아둘 생각거리가 남지는 않는다. 작은 구석이라도 나의 어떤 사고나 행동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별점은 세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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