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필 무렵 당신을 보내고
이춘기 지음, 이복규 엮음 / 학지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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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에 나셔서 1991년까지 사신 이춘기 님의 30년 일기 모음집이다. 1961년 아내분이 병으로 돌아가실 무렵부터 쓰기 시작하여 본인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1년 전까지의 30년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써온 일기이다. 나중에 후손 중 한 분이 이 일기를 알게 되었고 그냥 두긴 아깝다 생각하였는지 아는 사람을 통해 출판사와 연락을 하여 이렇게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일기를 쓰신 이춘기 님은 소위 대단한 업적을 남기고 돌아가신 분도 아니고 평범하게 농사를 지으며 살다 가신 분이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이전과 다르게 사는 생활이 몇달째 계속 되는 요즘이다보니 평범하게 산다는 것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이 책도 사실 사놓은지는 꽤 되었지만 막상 손이 안가고 있다가 지금에서야 눈길이 간 것인지 모르겠다.

30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써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누구에게 검사 받거나 제출해야하는 압박으로 쓰는 것도 아니고 그냥 혼자 쓰는 일상의 기록 쯤이야 뭐 어려울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꾸준하게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은 또다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좋은 날보다 불만스럽고 고단한 날이 많았음에도 이 어른은 그날 그날 있었던 일과 심정을 구체적으로 찬찬히 적어놓는 일을 해오셨다. 

일기 초반부엔 아픈 아내 얘기가 주 내용이었다가 1년 여 투병 끝에 아내가 세상을 뜬 후에는 혼자서 농사일과 자식들 돌보는 일을 해내느라 동분서주, 우왕좌왕 하는 얘기가 주 내용이 된다. 아들만 여섯을 두었는데 위의 넷은 장성했지만 늦둥이로 둔 아래 두 아들은 아직 초등학생이었으니, 혼자된 남자가 본인뿐 아니라 두 아들을 먹이고 입히고 학교 보내는 일들이 쉽지 않을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요즘도 아니고 1960년대 이니.

아마도 돌아가신 아내 분께서 생전에 살림과 육아, 농사 일등 대부분의 일을 책임있게 잘 해오셨는듯, 혼자 되신 어르신은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아이들도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결국 주위의 권유도 있고 본인도 필요성을 느껴 재혼을 하지만 두번의 재혼 모두 좋은 결말은 아니었다.

55세의 나이에 일기를 쓰기 시작하신 계기도 아내분의 발병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후로는 일기를 안쓸 수 없도록 쉬운 날이 없는 날들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면 고민도 없고 중요한 일들도 없고 그저 평범하게 살아질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도 겪어보니 그렇지 않더라. 

아내분 투병하는 동안 남편으로서 옆에서 보살피며 느끼는 심정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자세한지, 읽으면서 그 애절함이 전해져 왔고, 여섯이나 되는 아들들에 대한 애석한 심정, 일일이 다 보살피고 잘 먹이고 공부시키고 도와주지 못하는 미안함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일기란 무엇일까. 개인의 기록으로 시작하지만 끝은 그냥 개인의 기록에서 끝나지 않는 예를 많이 본다. 나중일은 모른다 할지라도 매일 자기 생활을 돌아보고 흐트러지지 않게 추스리고 나 자신을 지탱해주는 작은 노력. 최소한일지 모르지만 최대한의 노력이 일기 쓰기가 아닐까.

곁들여, 이 책을 읽으며 부부란 무엇일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내, 남편으로 사는 세월이 더해지다보면 점차 상대방을 남이 아니라 나와 동일시 하게 되어가는 것 같다. 아내가 아프면 나도 아프고 아내가 불행하면 나도 불행하고 상대에게 결핍된 곳은 내가 채워줘야 할 것 같은 것. 아내나 남편의 모습에서 바로 내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그런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내고 났을때의 상실감은 아마 남은 일생동안 영영 메꿔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잠시 잊을 수는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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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6-2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오랫만에 인사드려요. 잘 지내셨죠? 여전히 따뜻한 글 좋네요.

hnine 2020-06-21 09:50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너무 너무 반갑습니다.
해아와 수아 (이름 맞나요?)는 어찌 지내는지요.
시간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아직도 저는 여기를 못떠나고 이렇게 끄적거리며 지내고 있답니다.
제가 나이 먹는 만큼 서재도 나이 들어가고 있어요 ^^

바람돌이 2020-06-21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아와 예린이요. 다 컸어요. 예린인 올해 대학교 1학년이 되었으나 코로나때문에 집콕으로 온라인강의와 리포터만 줄줄이 쓰고 있고요. 해아는 고2예요. 아이들 둘다 중고등학교 다닐때는 이 둘 따라 다닌다고 힘들더니 한명이라도 졸업하고 나니 훨씬 낫네요. ㅎㅎ hnine님같은 분이 계셔서 저같이 돌아와도 덜 수줍은듯... 감사한 마음이예요. ^^

hnine 2020-06-21 22:27   좋아요 0 | URL
아, 예린이였군요. 두 아이 얘기를 재미있게 읽곤 했었어요. 그러고보니 예린이가 제 아이와 같은 학년이네요.
바람돌이님 다시 뵐 수 있어서 정말 반가와요. 수줍으시다니요. 바람돌이님 서재도 거의 알라딘 서재와 역사를 같이 하시잖아요.

moonnight 2020-06-21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아프네요ㅜㅜ 아들만 여섯. 아직 어린 아들 둘 남겨두고 가실 때 아내분은 또 어떤 심정이셨을지ㅠㅠ;;; 30년 일기.. 어르신께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채워나가시면서 먼저 가신 아내분을 참 많이 그리워하셨을 것 같아요.

hnine 2020-06-21 22:31   좋아요 0 | URL
짐작하신대로 아내분께서 안타까워하고 더 살고 싶어하는 절절한 마음이 책에 잘 나타나있어요. 어린 아들 둘에게 공부는 좀 못하더라도 마음이 따뜻한 좋은 사람이 되라고 마지막 말씀을 남기셨다고.
끼니 걱정, 농사 걱정, 살림 걱정 끊일 날이 없고 그럴 때 마다 먼저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고 아쉬워하는 마음이 글자마다 새겨져 있는 것도 말씀하신대로고요. 제가 부부라는 관계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도 그래서랍니다.
 
한국추리문학 걸작선
한국추리작가협회 지음 / 태동출판사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잘만 쓰여졌다면 추리소설만큼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쟝르가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추리문학이라니까 금방 떠오르는 작품이 없기에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그나마 최근에 나온 책은 아니고 2002년에 출간된 책이니 거의 20년전이다. 

900여쪽의 두툼한 책 속에 한국 추리 작가 스물 여덟 명의 스물 여덟 작품이 들어있다. 스물 여덟 명 작가 이름을 훑어봐도 아는 이름은 김내성, 이상우, 김성종, 이렇게 겨우 세명. 다른 작가들의 이력을 보니 신춘문예 출신 작가도 있고, 시나리오 공모전으로 등단한 작가, 한국추리문학 대상을 수상한 이력을 가진 작가, 방송드라마를 쓰고 있는 작가등 다양하다. 

간단하게나마 작가 이름, 제목, 읽은 소감 정도라도 적어놓지 않으면 기억하기 어려울 것 같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해서 몇줄씩 남겨본다.


김내성, 타원형 거울

-치정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범인으로 지목받는 사람이 화자가 되어 사건을 풀어나간다. 마지막 반전으로 인해 끝까지 독자는 누가 진짜 범인인지 혼란스럽다.

현재훈, 그밤에 있은 일

-역시 치정에 의한 살인. 수사보다는 유도심문으로 자백을 받아내도록 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는 것이 좀 안타깝다.

이경재, 바꿔바꿔

-거짓말을 하는데 든 시간과 노력에 비해 푸는데는 단순한 추리력과 증거만 있으면 된다. 깔끔한 마무리였다.

노원, 짧은 불륜, 긴 악몽

-아무리 사랑에 눈이 멀었다고 해도 이렇게 헛점 많은 범인이 있을까. 전체적인 줄거리는 자연스럽게 짰지만 캐릭터를 좀더 살렸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제목이 너무 직접적인 것도 유감이다.

이상우, 두 사람이 가는 지옥

-분량만큼 간단한 이야기이다. 사건 발생 동기, 범인 추적 과정,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 등,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제목의 '두사람이 가는 지옥'이란 불륜지옥. 역시 치정살인 이야기라는 뜻이다.

이원두, 아내 지키기

-무난한 스토리 라인이지만 추리문학이라고 하기엔 추리할 기회가 별로 없이 이야기가 끝난다. 바람난 여자와 남자, 그를 의심하는 상대방. 여기까지 읽어오는 동안 모든 작품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 구성이다.

김성종, 어느 창녀의 죽음

-'여명의 눈동자' 작가이다. 그런 선입관을 가지고 읽어서인지,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 한편의 드라마를 연상시켰다. 사회소설의 성격도 있긴 하지만 두드러진 정도는 아니다.

김남, 바닷가의 두 남자

-은행 권총 강도가 썩은 방탄 조끼로 인해 범행 실패라니, 너무 뻔한 스토리 아닌가.  이 작품에도 역시 추리는 없다. 수사도 없다. 그냥 에피소드일뿐.

정현웅, 어느 여공의 죽음*

-지금까지 읽은 작품들중 사회성을 보여주는 확실한 경우이다. 여대생의 위장 취업, 중소기업 경영 비리, 갑질 문제, 언론사의 공정 수사 결과 은폐 등, 일개 기자의 소신은 감히 여기에 대적할 수 없었다.

강형원, 여름 추리 학교의 살인*

-실제 존재하는 추리 작가들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특이한 구성이다. 추리학교에 참석한 추리작가들중 한명이 거기 모인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다. 참신해보이는 구성에 비해 살해동기나 수사과정이 빈약하고 전형적인 것이 아쉽다.

권경희, 늪은 허우적거리는 자를 더 깊이 끌어들인다

-이게 왜 추리문학으로 분류되는지 모르겠다. 살인 사건이 나오면 다 추리 소설인지. 자살인줄 알았던 아내의 죽음에 목격자가 있었고 자살이 아닌 타살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절대자에 대한 저항을 목적으로 위증을 결심하는 대목이 현실성이 없어보인다.

김상헌, 작전완료*

-제목만 봐서는, 그리고 마지막 줄에 이르기 전에는 도무지 어떤 결말인지 예측이 안되는, 의외로 참신한 작품이다. 비행기 폭파범에 의한 테러 사건 처럼 전개되다가 반전 결말까지, 단편의 특징을 충분히 이용하며 진부하지 않았다.

유우제, 빛의 살인

-극장에서 영화 관람중이던 한 남자의 죽음의 원인은 심장마비로 밝혀졌지만 나중에 그날 옆자리에 앉았던 남자는 그날을 되돌아보다가 그때 심장마비를 유발시킨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이수광, M의 사냥

-이쯤에서 이책 읽기를 그만 두어야 할까 망설이게 한 졸작이다. 여자들만 골라 연쇄살인을 벌이는 사이코패스의 독백, 그 이상의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이다.

장세연, 위험한 주말

-심드렁한 부부관계에 찾아온 아내의 옛 애인에 대한 질투심으로, 아내와 동승한 차에서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남편. 나중에 아내는 임신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진다. 새로울 것 하나 없는, 그냥 꽁트.

한대희, 수출살인

-역시 치정에 의한 살인 사건이다. 특이한 제목이지만 내용과 큰 관련 없어보인다. 스토리보다 그저 하나의 평범한 사건 기록 수준. 초반부 완전범죄에 대한 설명도 불필요해보인다.

백휴, 휠체어 여인

-묘하게 빨려 들어가는 스토리이다. 다만 과거 여인과 헤어진 동기가 여인의 등의 흉터 보기가 싫증나서라는 설정이 현실성 떨어지고 억지스러워 보인다. 그래서 여자가 투신하는 것으로 복수를 계획한다는 것도 현실성없고 억지스러운 건 마찬가지이다.

이승영, 숲속의 마녀

-화성에서 발생하고 있는 연쇄살인의 공통점은 성교후 독극물에 의한 살인이라는 점이다. 성적인 내용과 엽기적 방법의 살인을 접목시켜 흥미를 만들어내고 싶었나. 저속함과 불쾌함만 남긴다.

최종철, 빨간 스카프

-범행에 사용한 물건을 담당형사에게 보내는 선물 포장용으로 사용하는 어리숙한 범인도 있나? 플롯의 어리숙함이다.

김차애, 열대어를 사랑한 남자

-구성이나 이야기 흐름에 무리가 없다. 문장이 자연스럽고 편하게 읽힌다. 살인의 동기와 결과가 엽기적이긴 하지만 갑작스럽지 않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진다.

류성희, 사쿠라 이야기*

-추리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지만 미스터리라고 하면 맞다. 이야기의 소재도 신선하고 역사의식도 담고 있어 여기 실린 수십편의 글중 좋은 작품으로 꼽고 싶다.

서미애,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그럴듯하다. 제목부터 독자를 끌어당긴다. 서른 가지 방법을 무색하게 만든 타인의 한가지 방법이 나온다.

이기원, 라스트 카니발

-연쇄성 폭행사건을 다루고 있다. 고단수 범인의 정체가 결말에 드러난다. 살인동기가 모호하다는 단점과 의외의 긴장감을 주는 구성이라는 장점을 보여준다.

정석화, 종족보존의 법칙

-환상에 기반한 이야기. 앞에 전개된 상황들이 다소 황당한 결말로 급마무리 된 느낌이다.

현정, 거울여자의 죽음

-상대에게서 자신의 퍼스나를 발견할때 그 상대방을 사랑하게 되지만 꼭 정상적인 사랑으로 진행되진 않는다.

황세연, 천생연분

-천생연분과 천생악연은 종이 한장 차이일수 있음을 보여준다. 애초에 이 세상에 천생연분이란 없다고 해야할까. 부부 사이 말이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몇 작품 (* 로 표시) 을 제외하고는 실망스럽기만한 책이었다. 스물 여덟 명의 작가에게 자신의 작품이 들어간 저서 한권을 더해주었다는 것 외에, 독자들에겐 어떤 의미를 주었을지 모르겠다. 

이십년이 지난 지금은 이 책이 나온 2002년보다 한국추리문학에 뚜렷한 변화와 발전이 이루어져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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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계국

 

 

 

 

 

 

 

 

 

 

 

 

벌개미취  송엽국

 

 

 

 

 

 

 

 

 

 

어제로서 2020년 봄은 끝나고

여름이 시작된 것으로.

 

오후 산에 다녀와서

오늘의 두번째 샤워를 해야했다.

 

위 사진의 금계국과 벌개미취 송엽국은

어느 분 산소 둘레에 피어있는 꽃들.

산책할때 거의 매일 보는데

볼때 마다 눈길을 붙든다.

 

COVID-19 시작된 올해 초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온라인 강의의 수혜를 나도 보고 있다.

내가 이용하고 있는 사이트는

www.edx.org

오랜만에 전공 관련 과목 하나를 신청해서 듣고 있는데

내가 이런 기회 아니면 앞으로 언제 하버드 대학의 생화학 강의를 들을 수 있냐 말이다.

중간에 그만 두기 아까울 정도로 내용이 탄탄하고 전문적이다.

다른 과목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이렇게

산에 다니고 온라인 강의 듣고 쪼만한 스마트폰 화면으로 영화보느라

책은 뒷전이라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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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20-06-06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개미취보다는 송엽국 같은데요.
그런 좋은 싸이트가 있군요~~~

hnine 2020-06-07 04:36   좋아요 0 | URL
nama님 말씀 듣고 보니 송엽국이 맞는 것 같아요.
본문 수정했습니다. 감사드려요.

moonnight 2020-06-07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_@;;;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 너무 좋습니다♡ COVID-19 동안 저는 그냥 틀어박혀서 술마시고 노는 게 다인데 부끄럽네용ㅜㅜ;;;;

hnine 2020-06-08 04:43   좋아요 0 | URL
이제 누가 공부하라고 시키는 사람도 없어요. 스스로 찾아 하면 하는거고 안하면 마는거고. 그게 좋기도 하고 좀 서운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moonnight님 술 마실때 책도 옆에 끼고 있는거 알아요 ^^
 

 

 

 

 

뱀딸기

 

 

 

 

 

 

 

 

 

 

 

 

 

때죽나무

 

 

 

 

 

 

아카시아도 이미 한물 갔다.

싸리나무와 찔레꽃이 많이 보이는 가운데 가끔 저렇게 빨간 뱀딸기가 눈에 띄었다.

 

 

 

 

 

 

 

 

 

 

 

 

 

 

 

 

 

 

 

 

 

 

 

 

아들 방 책꽂이에서 위의 책을 발견하고 읽었는지, 무슨 내용이던지, 물어보았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과학밖에 없다는 거예요."

라고만 대답하고 더 이상은 말이 없기에 다 안 읽었나보다 했다.

 

내가 지금 반쯤 읽고 보니, 아들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이 해박한 학자가 수려한 문장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 세상에 과학만이 옳다, 과학만이 진실이라는 주장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이 믿고 의존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과학이라는 것이고 대중에게 그것을 설득하고 싶었던 것 같다.

과연, 설득당하지 않을 사람 있을까 싶다.

나도 아직 다 안읽었긴 하지만 현재까지 읽은 소감은 그렇다.

 

제목의 demon은 '비과학'보다는 '유사과학'을 지칭하는게 이 책에서는 더 맞는다고 생각한다.

 

 

 

 

 

 

 

 

 

 

 

 

 

 

 

 

 

 

 

 

demon의 상대적인 자리에 angel 아니고 light 을 쓴 것도 눈여겨 본다.

 

 

 

 

 

 

 

 

 

 

 

 

 

"어둠을 저주하기 보다 한 자루의 촛불을 켜는 것이 낫다."

 

이건 과학의 임무, 사명이라고 해둘까?

섣불리 의미를 달기도 주저되는, 놀라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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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6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27 0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10대와 통하는 생물학 이야기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35
이상수 지음 / 철수와영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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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생물학은 발견의 학문이었습니다."

이 책의 머리말 첫 문장이다. 단순히 관찰하고 분류하고 이름 붙이고 기능을 밝히는 것이 주 내용이었던 생물학이 지금처럼 생명의 설계도를 바꾸는 분야까지 넓혀지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두 가지 획기적인 발견이 큰 몫을 했다. 다윈의 진화론과 와트슨과 크릭의 DNA 구조 규명이 그것인데 이를 계기로 생물학은 과거 발견의 학문에서 오늘날 생명공학이라는 분야에 이르기까지 급 발전, 진보해왔다.

평범한 제목과 저자 소개만으로는 이 책이 기존의 생물학에 관한 책들과 어떻게 비슷하고 어떻게 다른지 가늠할 수 없었다. 다 읽고보니 현재 생물학의 경향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만 중요한 생물학의 역사도 포함시켰고, 다른 분야에 비해 이렇게 빠른 발전과 진보를 이루느라 미처 진지하게 다룰 기회를 놓치고 있었던 생명 윤리 문제, 다른 생물 종과 인간의 관계 분열, 종의 절멸과 변이종의 출현 등 인간이 자초하여 당하고 있는 후폭풍 문제들을 빠뜨리지 않았다. 빠뜨리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꽤 설득력있고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생물학은 자연과학에 속하면서도 다른 자연과학 분야들과 무엇이 다른가에 대하여, 생물학은 예외를 껴안는 학문이라고 표현한 것에 공감한다.

 

물리와 화학 현상에는 원래 예외가 없죠. 그러나 생물학의 현상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생물학에서 예외가 발생하는 이유는 우연이라는 요소 때문인데요.

생물학에 법칙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예외를 인정할 뿐이죠. 어쩌면 예외가 낳은 다양성을 품기 위해 현재의 법칙마저 구부리는 것 그것이 생물학의 운명일지 모릅니다 (50~61쪽 발췌).

 

법칙은 있으나 예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기 때문에 법칙을 따르되 우연에 의해 발생하는 예외에 대해 구부릴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DNA→RNA→단백질이라고 하는 central dogma (중심 법칙) 도 레트로 바이러스에 의해 반박을 받았고 (코로나 바이러스도 레트로 바이러스), 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레온 단백질도 여기 합세하였다.

유전 정보를 구성하고 있는 A, G, C, T 이 네 가지 염기에 몇가지를 더 해서 'XNA'라는 확장된 DNA를 만들어내기도 하였다는 것은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 인간에 의해 개발된 것이라고 한다.

1980년대 개발되어 노벨화학상을 받기도 했던 PCR 기술이 이제 생물학 연구실 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될 기술이 되어 요즘 처럼 매일 뉴스에까지 등장하는 시대가 올거라고 상상이나 했던가. (이 책에는 PCR 방법에 대해 기술적인 설명 뿐 아니라 어떤 괴짜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어떤 딜레마를 극복하고 개발되었는지도 재미있고 구체적으로 설명이 되어 있다.)

다윈이 진화론에서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진보' 개념을 멋대로 해석하여 자기 주장에 이용하는 비(非)과학자들에 대한 일침, DNA를 생명의 일부가 아닌 정보의 조각으로 보는 경향때문에 인공 세포가 만들어지기도 했으나 (2010년) 이것은 가상세포의 수준에서 그칠 뿐 진짜 세포로 행동하지 못하더라는 것, DNA 정보가 전부일줄 알았지? 놀리기라도 하듯이 후성유전학이 숙제로 남아 있다는 것등, 생물학 이야기는 누가 어떻게 써도 솔깃하고 재미있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며 아쉬운 점이라면

1. 인용과 참고 서적이 더 구체적으로 제시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뒤에 한페이지에 걸쳐 책과 웹사이트가 수록되어 있긴 하지만 본문 내용중에 인용 표시가 있어야한다고 생각된다.

2. 책 제본이 읽는 사람에게 매우 불편하게 되어 있다. 양손으로 책을 붙잡고 읽으라는 것인지. 출판사에서는 이점을 고려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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