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꽃 산딸나무 역시 밤에 보니 낮에 보는 것과 달라보인다.

꽃은 더 하얗고,

잎은 초록이라고 하기 망설여지게 검푸렀다.

 

 

 

 

 

 

 

 

동네 꽃집 간판,

그 옆에 수국 화분.

 

 

 

 

 

 

 

 

한창이던 이팝나무 꽃 다 졌고

쥐똥나무가 활짝이었다.

말 그대로 '만발 (滿發)'

 

이름과 달리 향기가 좋은 꽃

 

 

 

 

 

 

 

 

 

만발인 꽃이 있으면

벌이 바쁘다.

 

 

 

 

 

 

 

 

 

두어 달 전

벚꽃 있던 자리

 

 

 

 

 

 

 

 

(이름 찾아봐야하는데) -> '자주달개비꽃'이랍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 그림 잘 그리는 친구가 있었는데

저 수련꽃을 나처럼 그냥 흰색 한가지 색이 아니라

대여섯 가지, 아니 그 이상의 색을 써서 그리는 것을 보고

내가 그리고 있던 그림을 어디다 숨기고 싶었다.

 

 

 

 

 

 

 

 

이미 핀 수련

아직 봉오리인 수련

 

 

 

 

 

 

 

 

 

 

 

 

 

 

앞쪽엔 수련, 뒷쪽엔 노랑붓꽃

 

 

 

 

 

 

 

 

 

 

 

 

 

 

 

오리 세마리가 유유히 수영하고 있다가

사진 찍고 나니 푸드득 일제히 날아가 버렸다.

 

 

 

 

사진에 담을 재주가 없는

새소리,

여름 기운,

내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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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19-05-26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수국을 보면서 참 비현실적인 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꽃이 어떻게 파랑색일 수가 있어.. 하면서. ㅎㅎ
첫번째 사진은 산수유가 아니라 산딸나무;; 하얀게 꽃처럼 보이지만 진짜 꽃은 그 안에 쬐끄만애들이구요. 꽃처럼 보이는 하얀색은 사실 꽃을 싸고있는 포라는 잎이에요. 그나마 겨우 하나 알고 있는 식물이름이라.. 아는체 하고 갑니다 ^^*

hnine 2019-05-26 20:31   좋아요 0 | URL
산수유가 아니라 산딸나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슷하지도 않은 꽃들인데 저도 모르게 산수유라고 써버렸네요. 산딸나무가 알면 서운하겠어요 ^^
무식쟁이님, 닉네임 아닌걸요. 꽃잎과 포 구분도 해주시고. ^^


minee 2019-05-26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여섯번째 사진은 ‘자주달개비꽃’ 이랍니다.

hnine 2019-05-26 23:03   좋아요 0 | URL
우앙, 고맙습니다.
그러고보니 달개비꽃이랑 비슷하게 생겼어요. 꽃이 좀 더 크고 잎도 더 크더군요.

페크pek0501 2019-05-26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홉 번째 사진이 참 좋네요.

hnine 2019-05-26 23:06   좋아요 0 | URL
페크님, 2주 전에 갔을때 몇송이 안피었더니 오늘 가니까 제법 많이 피었더라고요. 좀 더 있으면 꽃이 더 많이 피거든요. 그때 또 사진 찍어올릴께요.
물 속에 큰 물고기도 지나다녔고 오리가 날아오르는 모습은 가까이서 보니 멋있었어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연못이 있어서 저는 해마다 좋은 구경을 하고 있어요.
 
축복
켄트 하루프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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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 번역본이 소개된 것이 2017년이니까 아주 신간은 아니라서 읽기 전부터 제목과 표지가 눈에 익다. 우연히 즐겨듣는 팟캐스트에서 이 책이 소개되는 것을 듣고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제목의 소설, 에세이가 적지 않은데 이 책은 미국 작가 켄트 하루프의 장편 소설이다. 1943년에 태어난 그는 이 책이 미국에서 출판된 다음해인 2014년, 지병인 폐질환으로 71세의 나이를 끝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니까 책 제목은 축복이라고 되어 있지만 죽음에서 시작해서 죽음으로 끝나는 내용의 책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제목이 왜 축복일까.

 

미국 콜로라도 주 한 마을에서 철물점을 하고 있는 대드 루이스. 77세 나이에 의사로부터 이제 살아있을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는 말을 듣는다. 병원에서 치료받을 단계도 아니고 이제 집에서 쉬며 조용히 생을 정리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의사의 선고를 듣고 흥분하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없다. 그가 우는 장면은 뒤에서 딱 한번 나오는데 177쪽까지 이야기가 진행된 후이다. 어떤 특별한 상황은 아니었다. 자기가 경영하는 철물점을 차를 타고 지나가던 중이었다. 손님이 물건을 구입하고 있었고 점원이 돈을 받고 영수증을 떼어주는 것을 본 것 뿐이었기에 옆에 타고 있던 아내는 남편이 우는 이유가 궁금해서 물었지만 그는 대답을 못하고 울기만 한다.

나중에 집에 와서야 말한다. 거기서 내가 보고 있던 것은 바로 내 인생이었다고.

아까 상점 앞에서 내가 울었던 것 말이오. 나로 하여금 울음을 터뜨리게 한 그 일 말이오. 거기서 내가 보고 있던 것은 바로 내 인생이었소. 어느 여름날 아침 앞쪽 카운터에서, 나와 다른 누군가 사이에 오간 사소한 거래 말이오. 몇 마디 말을 주고받는 것. 그냥 그뿐이었소. 그런데 그게 전혀 쓸모없는 일이 아니었던 거요. (182쪽)

사소한 일상,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 순간이 바로 죽음을 앞두고 나를 울릴 시간들이라니.

대드 외에 여섯 명의 여자가 나온다. 대드의 아내 메리, 대드의 딸 로레인, 오랜 이웃 버타 메이와 버타 메이가 돌보는 손녀딸 앨리스, 그리고 윌라 존슨과 그녀의 딸 에일린이다. 버타 메이는 암으로 딸이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은 노부인이고 자기 외에는 혼자 남은 어린 손녀딸을 맡아 돌볼 사람이 없다. 윌라 존슨은 오래전에 과부가 되어 혼자 살아 왔었고 지금은 사십년 교직에 있다 은퇴한 그녀의 딸 에일린과 함께 살고 있는데 에일린도 이미 육십이 넘은 나이.

대드가 죽음을 맞는 과정이 큰 줄기를 이루지만 큰 줄기와 더불어 외로운 아이 앨리스의 마음을 열어주고 가족의 역할을 조금이나마 해주려고 이웃들이 마음 쓰는 이야기, 마을의 젊은 목사와 주민들 사이의 대립, 수십년전 집을 나간 대드의 아들 프랭크,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혹시 프랭크가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 등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맞물려 진행된다.  이 이야기들이 어쩌면 그렇게 잘 어울리게 엮여있는지.

사람의 심리를 풍경 묘사로 대신하는 것은 켄트 하루프의 강점 중 하나가 아닌가 할 정도로 책 여기 저기서 눈에 띄었다. 특히 300쪽부터 시작되는, 네 여자가 개울에서 함께 수영을 하는 장면은 무심한듯 객관적인 기술로 보이기도 하지만 나이 들어감에 따른 육체의 변화 묘사를 통해 불가항력적인 세월의 흐름, 수영이라고는 해본적이 없는 앨리스에게 처음 수영을 가르쳐주는 과정을 통해 나이든 세대가 이제 자라나는 세대에게 주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작가의 의도가 보이는 명장면으로 꼽고 싶은 부분이다.

후반부에서 마을 주민들로부터 배척받고 목회 활동을 중단하고 있는 목사 라일에게 대드의 가족은 대드를 위한 마지막 기도를 부탁한다. 바로 benediction, 축복의 기도이다.

저희의 마음이 이 자리에 계신 대드 루이스와 더불어 평온하기를 비옵니다. 이 방안에 평온함과 사랑과 조화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 집 바깥의 저 모든 힘들고 충돌하는 세상도 똑같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당신이 더는 고통이나 후회나 불행이나 가책이나 스스로에 대한 회의나 걱정 없이 이 육신의 세계를 떠나실 수 있기를, 모든 시련과 곤경과 근심을 놓아두고 떠나실 수 있기를 빕니다. 오로지 당신이 평온하시기를 빕니다. 이 방안에 있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도 평온하기를 기원합니다. 이제 저희는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이 모든 축복을 구하나이다. 아멘. (425) 

대드 루이스가 이 세상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듣는 말이다. 굳이 종교와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더라도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죽음으로 떠나보내는 순간을, 이렇게 축복을 구하며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죽기 전까지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는 작가는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어떤 이야기도 아니고 어찌 보면 지루하고 결말이 이미 다 밝혀져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선택했을까. 대단한 업적이 있는 것도 아닌 평범한 한 노인의 죽음을 통해, 본인 역시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의 의미를 채우려 했던 것일까.

 

 

 

 

 

* 영어의 "benediction"은 우리말로 "축복" 보다는 "축복의 말, 축사"에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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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11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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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령 가난한 연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본다고 하자. 가난을 직접 겪어보지 못했다면 듣고 본것에 의지해서, 상상을 가미해서 쓸 것이고 그 상상도 그리 새로울 것 없을, 십중팔구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지어내는데 그치지 않을까. 몸소 가난을 뼈저리게 경험한 사람이라면 너무 사실적이고 고발적인 이야기로 빠지기 쉽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읽는 사람의 동정심을 불러 일으킬까 머리를 쥐어짜며 말이다.

이 소설에서 가난한 40대 남자와 가난하고 병약한 20대 여자는 서로 편지를 주고 받는 형식으로 그들이 가진 모든 걸 보여준다. 남이 쓴 글을 옮겨적는 일을 하는 하급 관리 마까르 제부쉬킨. 일 자체도 단순하고 보잘것 없는데다가 그나마 정기적으로 일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돈이 떨어지면 그야말로 먹고 입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다.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다. 오로지 편지를 주고 받는 바르바라 외에는.

마까르 제부쉬킨이 유일하게 소통하는 여자 바르바라는 나이로 보자면 제부쉬킨의 딸 격인 20대, 병약하고 가난한 여자이다. 이미 부모를 모두 여의었고 혼자 마음 속으로 좋아하던 첫사랑까지 병으로 먼저 떠나보낸 일을 겪은, 마음에 상처가 많은 아가씨이다. 집도 없고 변변하게 수입이 될만한 일을 못하니 궁핍하게 살고 있지만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있어 여러 모로 제부쉬킨과는 달라보인다. 그녀는 끊임없이 제부쉬킨에게 이책 저책을 권하며 읽어보라고 하고 제부쉬킨은 읽으려고 노력하지만 그가 더 관심있는 것은 소위 3류 소설이라고 하는 단순한 책들이다. 또한 바르바라가 책을 읽으며 정신적 빈곤을 벗어나려 하고 다른 사람이 자기와 자기의 가난한 생활을 어떻게 보는가엔 비교적 신경쓰지 않는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반면 제부쉬킨은 자기가 그렇게 가난하여 제대로 행색을 못갖추고 능력없고 비루해보이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아채고 무시하고 대수롭지 않은 사람으로 여기며 깔보는 것에 대해 무척 신경을 쓴다. 또한 자신도 도움을 받아야할 처지이면서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그냥 보아넘기지 못하고 무리를 해서 그들을 도와주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바르바라도 포함된다. 바르바라는 이런 제부쉬킨의 행동에 대해 그러지 말것을 당부하기도 하지만 제부쉬킨은 자기가 좀 더 도와주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할 뿐 멈추지 않는다. 옮긴이 석영중 교수는 해설에서 이런 것들이 둘 사이의 좁혀질 수 없는 차이를 만들고 있다면서 비극적 결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까지 했다.

결말에서 바르바라가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대목은 이제까지의 어떤 가난한 상황보다 더 비극적이다. 그 선택의 배경에는 자신의 극도의 가난도 가난이지만 그대로 있다가는 자기때문에 제부쉬킨의 파멸까지 초래할지 모른다는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그 선택이 제부쉬킨을 파멸에서 구제했을까 하는 것은 의문이다.

가난을 묘사하는 도스트예프스키의 능력이랄까, 정말 탁월하다. 우연히 지나다 듣게 된 옆집 남자의 흐느낌, 상사 앞에 서 있는데 하필 입고 있던 낡은 옷에 간신히 매달려 있던 단추가 눈 앞에서 떨어져 버리는 장면, 그것에 대한 제부쉬킨의 심리 묘사등은 도스트예프스키가 이 작품을 겨우 25세때 처녀작으로 발표하였음에도 일약 문단의 주목을 받게 한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누구는 태어날때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돈 자루로 실컷 먹고 마시고 즐겨라, 누구는 입맛이나 다시거라 너는 그거면 충분하느니라 알겠느냐 너는 그런 인간이란 말이다'라는 생각을 한다는 제부쉬킨의 말에서도 보이듯이 그당시 자본주의 사회로 급변해가는 과도기 러시아 사회를 고발하는 문장도 여기 저기서 엿볼 수 있다.

천재들이란 그 업적이 당대에서 빛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로 계속 그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이다. 도스트예프스키의 영향을 받은 문학가나 철학자들은 계속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쏟아지는 신간에도 눈이 가지만 가끔 이렇게 오래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볼 때가 있다. 세번까지 읽어본 책이 있는데 앙드레 지드의 <지성의 양식>이었고 도스트예프스키의 이 책은 이번이 두번째. 다락방님의 글을 읽고서이다.

 

영어에서처럼 러시아어에서도 가난이란 단어가 불쌍하다는 뜻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가난한 사람들은 도스트예프스키가 살았던 그 시대에만 있지 않다. 지금도 여전히, 어쩌면 더 극빈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우리 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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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5-18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의 후기를 읽는 것은 정말 즐거워요. 작품을 보는 방식이랄까 그 책 안에서 캐치하는 것, 그리고 볼 수 있는 게 다른 것 같거든요. 반갑게 잘 읽었습니다. 나인님.

hnine 2019-05-19 05:15   좋아요 0 | URL
처음 읽을땐 물론 스토리 전개를 따라가는데 집중하게 되는데 두번째 읽을땐 일단 내용을 알고 읽으니까 작가가 무엇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작가의 의도를 읽으려는 것에도 신경을 쓰면서 읽을 수 있게 되는것 같아요. 그러고보면 세번은 읽어야 그 작품에 대해 제대로 알수 있는게 아닐까 싶은데 세번씩 읽는 책이 일생에 몇권이나 될까요.
다락방님께 감사드려요. 알라딘 친구들끼리의 관계가 이런 것 아닐까요. 책으로 이어지고 책으로 깊어지는 ^^
여기서만 가능한 관계이지요.

2019-05-18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9-05-19 05:21   좋아요 1 | URL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이런 단호박같은 말씀이 저는 참 좋더라고요 ^^
가난은 안겪는게 최선이다보니 될수록 안겪기 위해서 무리해서 일을 진행시킬때가 있지 않나 되돌아보기도 해요. 누구나 다른 사람의 가난에 비해 나의 가난이 더 중요하고 심각하게 여겨지니까 가난하면 이기적이 되기도 쉬운 법인데 이 책에서 주인공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도무지 이기적인 구석이 없어요. 소설은 현실에서 출발하지만 현실에서 안보이는 어떤 면을 보여주거나 일깨워줄때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dd 2019-05-26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러시아어로 ‘가난한‘이라는 뜻에도 불쌍한이란 뜻이 있어요 ^_ㅠ 잘 읽고 갑니다!

hnine 2019-05-26 15:53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구실까??? ^^)
 

'저런 옷을 도대체 누가 살까?'

생각하는 그 순간 같이 쇼핑을 하던 남편이 말한다.

"저 옷 괜찮다!"

나는 차마 방금 하던 내 생각을 그대로 얘긴 못하고 대답을 얼버무린다.

 

"풀밭이 좀 이래야 멋이 있지."

사람의 인공적인 손길이 안가서 자연스러워 보인다며, 내가 보기엔 돌보지 않아 내팽겨쳐진 것 같은 풀밭을 지나며 남편은 말한다.

 

도대체 어떻게 부부가 되었는지, 도대체 공통점이란게 있긴 있는지, 처음 만났던 때 기억을 더듬어 보기도 하지만 20년도 더 지난 일이 기억이 잘 날리 만무이다. 기억이 나면 또 어쩔거냐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살고 있다.

 

근래 어떤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젊은 남녀 둘이 이제 막 커플이 될랑말랑 하는 타이밍. 첫 데이트를 한다고 만나긴 만났는데 정작 함께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맞는게 하나도 없는 것이다. 계속 의견 불일치.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맞는게 한개도 없다고 서로 툴툴거리며 결국 점심도 푸드코트에 가서 각자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나서 우리는 아무래도 커플은 안되려나보다 실망하며 돌아가던 중, 남자가 갑자기 인형뽑기를 해야겠다고 한다. 그 캐릭터인형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며 인형뽑기기계에 동전을 넣었는데 동전만 먹고 작동이 안된다. 남자는 가게 주인에게 얘기하지만 가게주인은 지금까지 그런 일이 없었다며 남자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그냥 포기하려는 남자를 보다못해 여자가 대신 가게 주인에게 따박따박 따진다. 자기가 못가진 면을 여자에게서 발견하는 남자는 여자가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엔 바람이 불어 여자가 목에 매고 있던 스카프가 풀어져 날라가더니 옆의 개천 같은 곳에 떨어졌다. 아끼는 스카프라며 안타까워하는 여자를 보더니 남자는 망설일것도 없이 신발을 적셔가며 개천에 풍덩풍덩 들어가더니 스카프를 주워다가 여자에게 건네준다. 아무렇지도 않게 몸사리지 않고 자기를 위해주는 남자를 보고 조금전까지만 해도 유치하고 어린애 같다고 여기던 여자의 마음도 움직인다.

서로 공통점이 한개도 없다고 투덜거리던 커플은 곧 나는 이렇게 밤 바람 느끼며 걷는게 좋다고 여자가 말하자 남자가 자기도 좋아한다고 맞장구 치며 드디어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다고 좋아한다. 한여름 40도 가까이 푹푹 찌는 날씨 너무 싫다고 한 사람이 말하자 다른 사람도 자기도 그렇다고 맞장구, 그렇다고 해서 영하 30도 추위에 오들오들 떠는 것은 너무 싫다고 그러니 다른 쪽도 나도 그렇다며 맞장구. 누구나 그럴 것 같은 것들을 하나씩 대며 공통점을 하나씩 더해 간다.

결국 이들은 우린 연인 되긴 틀렸나보다 생각했던 걸 취소하고 좀 더 사귀어 보기로 한다.

 

남녀 사이, 꼭 부부나 연인 아니라 친구 사이에도, 공통점이 있으면 좋겠지만 꼭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아홉가지 공통점과 한가지 다른 점이 있는데 다른 점 한가지를 크게 보며 우리 관계는 이래서 안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을 때 비슷한 점들을 떠올리며 그 덕에 이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 같다.

하나의 사람 자체가 하나의 우주라는데, 어떻게 공통점이 다른 점보다 더 많을 수 있겠는가.

서로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것 자체가 무리이지.

네가 나에게 맞춰라 요구하는게 무리이지.

 

 

 

 

 

 

 

 

 

 

 

 

 

 

 

 

토끼풀

 

 

 

 

 

 

 

 

이팝나무

 

 

 

 

 

 

 

벚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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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 (不發)"이라는 글자가 화면에 나타날 때 혹시 영화 속 저 인생, 불발인가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저는 오히려 이 세상에 불발인 인생은 없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면서 확인하게 되었답니다.

 

 

 

추천해드립니다.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2017)

 

 

 

감독, 각본: 임대형

주연: 기주봉, 오정환, 고원희, 전여빈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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