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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글리코
아오사키 유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5년 6월
평점 :
학교 축제 문제로 학생회와 게임 대결을 하게 된 이모리야 마토. 그녀는 게임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소녀다. 첫 대결은 계단 오르기 게임. 문제는 계단에 지뢰를 설치해 그곳을 밟으면 10계단 밑으로 내려와야 한다. 플레이어들은 상대가 설치한 지뢰 위치가 어디인지 유추하면서 게임에 임해야 한다. 이모리야 마토는 승리를 자신하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다. 이제껏 한 번도 게임에서 진 적이 없는 강적이며, 실제로 마토의 모든 수를 훤히 꿰뚫고 있다. 마침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마토. 과연 그녀는 어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게임을 역전시킬까?
<체육관의 살인>, <수족관의 살인> 단 두 편으로 평단과 독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헤이세이 엘러리 퀸으로 등극한 아오사키 유고의 신작 <지뢰글리코>는 현시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화제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 '야마모토 슈고로 상 수상',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위'등 굵직한 모든 상을 휩쓸며 무려 10관왕을 달리고 있다. 몇 년 전, 요네자와 호노부가 <흑뢰성>으로 휩쓴 다관왕의 기록이 다시 한번 재현되고 있다. <흑뢰성> 같은 묵직한 분위기는 없지만, 읽는 재미 면에선 <흑뢰성>을 압도했다. 말 그대로 이 소설은 현재 일본 오락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정점에 있다.
천재 게임 소녀 마토를 중심으로 총 다섯 번의 기발한 게임이 펼쳐진다. 계단 오르기, 카드 짝패 맞추기, 가위바위보, 다루마 게임, 포룸 포커- 소설 속 게임들은 의외로 흔히 볼 수 있는 종류의 간단한 게임들로 구성됐다. 거기에 한 가지씩 특별 룰이 첨가된다. 그 특별 룰에 심리적 트릭이 오고간다. 이런 기발한 묘수가 오가는 게임 이야기를 좋아한다. <라이어 게임>, <카이지>, <카케쿠루이>, <문의 바깥>, <목숨이 걸린 게임에 휘말려 마음에 안 드는 놈들을 기꺼이 다 죽이기로 했다> 등등. 특히 이 소설은 <라이어 게임>, <카이지>, <카케쿠루이>에서 조금씩 영향을 받은 느낌이 든다. 거기에 문체나 분위기는 니시오 이신의 소설처럼 경쾌하다.
게임 소설이지만 배틀 물의 형식을 띠고 있어서 어딘지 <드래곤볼>을 보는 느낌도 든다. 소설 속에서도 계속 <드래곤볼>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작가가 의식하고 그런 분위기를 넣은 듯하다. 처음의 적이 나중에 동료가 되고, 더 나중에는 해설자가 되어 더 강력한 적과 맞서는 구조는 <드래곤볼>을 쉽게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궁지에 몰려 죽기 직전의 상황에서 초사이언으로 변하는 손오공처럼 주인공 마토 역시 언제나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기상천외한 묘수로 단번에 역전을 꾀한다. 게임 과정이 고르게 일정 수준을 유지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가위바위보 게임에서의 대반전이었다.
게임적인 부분 외에도 소설은 소녀들의 청춘과 우정, 성장이라는 테마까지 두루 다룬다. 만화 같은 소설이지만, 그 만화적 감성만이 녹여낼 수 있는 청춘의 낭만성이 치열한 승부의 영혼 속에서 고요히 박동하고 있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작은 것이든,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든, 언제나 한결같이 최선을 다해 전력을 쏟아야 한다. 결과보단 그 과정이 눈부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