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마리오네트
치넨 미키토 지음, 권하영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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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독성은 좋지만, 통속적인 플롯과 무리한 동기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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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실종되지만, 세상은 그녀의 존재 여부보다 '미모의 상속녀'라는 키워드에만 집중한다. 언론과 대중에 의해 재창조되는 온갖 '선정적인 괴서사'는 그 자체로 그녀의 유령이 되어 도시를 떠돈다. 조이스 캐럴 오츠 소설답게 심리 묘사가 많고, 서사의 연결성이 없어서 읽는 데 꽤 긴 시간이 걸렸지만, 묘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자극적인 사건 하나 터지면 미디어는 물론 유튜버에 댓글까지- 열심히 2차 창작으로 가짜 뉴스를 전파하고 그것이 마치 도시를 움직이는 에너지인 양 소비되고, 상품화되고 재생산·소비되는 현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풍자한 소설. 내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조이스 캐럴 오츠가 되길 바란다. 연세도 있으신 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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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윌리엄 아이리시의 <죽은 자와의 결혼>을 2005년에 샀으니, 약 20년간 알라딘에서만 산 영수증이다. 천만 원이 넘는 금액인 줄은 몰랐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일반 서점에서 책을 더 많이 살 때다. 다른 인터넷 서점도 이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래도 연간 책 구입에 꽤 큰 비용을 쓰는 편이다.

김훈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책이 의식주보다 높은 곳에 있을 순 없다고!

돈 많은 사람들의 독서 생활은 내 알 바가 아니다.

다만 나는 내 벌이에서 월간, 연간, 보고 싶은 책을 얼마나 많이 살 수 있을까가 발등에 떨어진 문제다. 종잇값이 오르고, 인건비가 오른 만큼 다른 물가도 다 올랐다. 방세도 오르고, 차비도 오르고, 정식 값도 올랐다.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

그렇다고 한 끼 식사를 굶고, 삼각 김밥으로 때워가며 책을 살 순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그래도 책은 의식주 아래에 있다. 

술 안 마시고, 담배 안 피우고, 여행 안 다니고- 그 돈으로 책을 산다. 그런데도 읽고 싶은 책은 많고, 지갑은 빠듯하기만 하다. 

대개 사람들은 책값이 치킨 값을 능가하면, 치킨을 사 먹지 않을까 싶다. 그 편이 훨씬 더 행복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리라. 치킨 대신 책을 사보는 내가 그들의 행복 가치를 재단할 순 없으리라. 나 역시 때론 책보다 치킨을 택하는 게 더 낫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보급판 문고가 나와주면 좋겠다.

책의 겉모습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 내용, 알맹이만 중요할 따름이다. 

뭔가, 책에 대한 내 애정은 여전한데, 책은 엄청 콧대를 높이며 '돈도 없으면서 어딜!'하며 도도하게 구는 듯해서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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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3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살인교수 2024-11-04 12:35   좋아요 0 | URL
네이버에서 ‘알라딘 25주년‘으로 검색해보니, 바로가기 주소가 뜨더군요. 알라딘에서 찾아 들어가는 경로는 잘 모르겠네요.
 

3백여 페이지 책이 이제 22000원이나 하는 세상이다!

 나처럼 돈 없어도 굳이 종이책 사서 보려는 독자는 다 혀 깨물고 죽으라는 소리인가? 아니면 도서관 이용 권장 가격인가?

 도서 정가제 이후 책값은 쉬지 않고 고공행진 중이다.

 두껍지도 않은 책 한 권에 22000 원이라!! 독자의 심리적 안정선이었던 2만원 선을 이리도 무참히 깨버리다니. 이제 너도나도 득달같이 올려치기 할 테고, 30000원 선도 머지않겠지!

 어쩌겠나? 책 안 읽는 나라에서 책으로 돈 벌어보려는 출판사 사정도 모르는 바는 아니겠다만, 그렇다고 이렇게 가격으로 후려치기만 하면 나 같은 독자는 그냥 군소리 말고 도서관으로 가라는 거지? 거지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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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11-01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책을 안 읽는 민족인지 출판사는 아직 덜 깨달은 모양입니다. 아니면 그만큼 자신있다는 소리인지도 모르고요.ㅎ 안쓰럽게도 중고책 아니면 도서관 대출 또는 출판사 협찬만이 대안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ㅠ

살인교수 2024-11-01 21:21   좋아요 1 | URL
책 안 팔리는 부담을 책값 상승으로만 대체하려는 듯해서 보기 좋지 않더군요. 독자에게 그 부담 고스란히 떠넘기는 것 같아서요. 일반적으로 300~400페이지 책은 18000원 선을 넘지 않길 그저 바랄 뿐이죠, 저처럼 힘없는 독자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저렴한 보급판 문고가 나와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요~

박균호 2024-11-01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몇년 사이에 종이값은 여러 배 올랐습니다. 게다가 인건비에다 각종 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제가 책을 내는 입장에서 하는 말 같기는 한데 두 사람의 한끼 식사값도 안되는 비용으로 적어도 일주일은 재미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리 호된 비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살인교수 2024-11-01 21:57   좋아요 1 | URL
출판사 입장에서 보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만- 비슷한 페이지의 다른 소설들은 아직 16000원 대에서 18000원 사이를 오가는 게 평균 가격이라, 22000원은 너무 높게 느껴졌습니다. RHK가 신생, 일인 출판사도 아닌 듯한데...! 출판사 사정 일일이 헤아릴 순 없지만, 독자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가격인 건 틀림없습니다.

박균호 2024-11-01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것을 생각해보니 대형출판사의 소설 장르라면 가격이 좀 쎄긴하네요. 아무도 내지 않는 작품성 있는 책을 내는 지만지 출판사라면 이해가 되는 가격이겠습니다.

아서코난도일 2024-11-05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00페이지도 안되는 책이 할인되도 거의 이만원 돈이라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근데 유독 이 출판사가 다른 출판사보다 책값이 비싸긴 하더라고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인기있는 작가라 그런가 신간 나올때마다 리뷰에 책값 비싸다고 난리들인데 이 작가는 신예 작가라 그런가 책값에 대해 별말이 없나 했네요~
실제로 책 받아보니 (포인트 때문에 ㅈㅁㅋ 에서 샀네요) 책은
좀 고급스런? 디자인이긴 하나 비싸긴 한것 같습니다.

살인교수 2024-11-05 14:04   좋아요 0 | URL
공포소설 좋아해서 읽어보고는 싶네요~ 요즘은 워낙 종이책 값이 비싸서 ‘밀리의 서재‘와 도서관 앱 서비스로 책을 읽습니다. 그래도 최애 작가 신작 나오면 안 살 수 없겠죠~
 
엘리펀트 헤드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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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보던 소녀가 어느 날 눈앞에서 풍선처럼 펑 폭발해버린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 안에서 여자의 머리가 짜부라지듯 터진다. 산탄총으로 저격한 것도, 폭탄을 설치한 것도 아닌데- 이 불가해한 살인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끔찍한 참극의 뒤에는 시스마라는 특수 약물이 존재한다. 인간의 뇌를 자극해서 극한의 흥분과 쾌락 상태를 견디다 못해 자기 머리를 쪼개어 뇌를 꺼내게 만든다는 악마의 약물! 약물 효과의 연쇄 작용은 시공 붕괴와 세상의 소멸에까지 이를 수도 있는데...!


<엘리펀트 헤드>는 그나마 조금은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 정상을 찍은 전작 <명탐정의 제물>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시 괴랄한 악취미 때로 돌아간다. 온갖 엽기적인 상상과 변태적 설정이 잔혹 스플래터 무비처럼 펼쳐진다. 스토리를 요약하기도 힘들며, 책 속 미스터리를 단번에 이해하기도 힘들다.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복선과 단서로 활용되고, 양자역학부터 뇌 과학, 타임 패러독스, 평행 우주 등의 장르적 설정이 총망라된다. 어마어마한 판타지적 토양 위에 괴랄한 상상력이 끝없이 덧칠되며, 그렇게 쌓아 올린 특수한 무대 장치로 선보이는 추리 파트는 나름 논리적이긴 하다.


다만 정점을 찍은 <명탐정의 제물>과 비교하면 완성도도, 흥미도 떨어진다. 엄청 기대를 한 신작인데, 두 가지 측면에서 아쉬웠다. 하나는 작가의 특기인 '특수 설정'이 너무 지나쳤다는 것이다. 상상력은 엄청나지만, 그 상상력이 너무 높게 치솟다 보니 나중에는 저 멀리 구름 위에서 자기들끼리 추리를 주고받는 흐릿한 기분이 들었다. <명탐정의 제물> 때처럼 선명하게 모든 것을 관통하는 강력한 한방이 부족했다. 또 하나, 작가의 악취미라 할 수 있는 '변태적 막장' 성향이 너무 강해서 이 점은 싫었다.


뇌 속 뉴런의 수는 인간이 약 115억 개고, 그다음으로 많은 코끼리가 약 100억 개라고 한다. 코끼리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인간이 그토록 많은 뉴런을 보유한 것은 기이하다. 그런데도 인간의 뇌 실험은 지금도 과학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이뤄진다. 무엇을 더 바라는 걸까? 코끼리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몸집을 가진 주제에 코끼리보다 10배 많은 뉴런을 보유하고 싶은 걸까? 코끼리는 알고 있다. 그러다 인간들 머리가 전부 터져 죽을 것이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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