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윌리엄 아이리시의 <죽은 자와의 결혼>을 2005년에 샀으니, 약 20년간 알라딘에서만 산 영수증이다. 천만 원이 넘는 금액인 줄은 몰랐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일반 서점에서 책을 더 많이 살 때다. 다른 인터넷 서점도 이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래도 연간 책 구입에 꽤 큰 비용을 쓰는 편이다.
김훈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책이 의식주보다 높은 곳에 있을 순 없다고!
돈 많은 사람들의 독서 생활은 내 알 바가 아니다.
다만 나는 내 벌이에서 월간, 연간, 보고 싶은 책을 얼마나 많이 살 수 있을까가 발등에 떨어진 문제다. 종잇값이 오르고, 인건비가 오른 만큼 다른 물가도 다 올랐다. 방세도 오르고, 차비도 오르고, 정식 값도 올랐다.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
그렇다고 한 끼 식사를 굶고, 삼각 김밥으로 때워가며 책을 살 순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그래도 책은 의식주 아래에 있다.
술 안 마시고, 담배 안 피우고, 여행 안 다니고- 그 돈으로 책을 산다. 그런데도 읽고 싶은 책은 많고, 지갑은 빠듯하기만 하다.
대개 사람들은 책값이 치킨 값을 능가하면, 치킨을 사 먹지 않을까 싶다. 그 편이 훨씬 더 행복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리라. 치킨 대신 책을 사보는 내가 그들의 행복 가치를 재단할 순 없으리라. 나 역시 때론 책보다 치킨을 택하는 게 더 낫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보급판 문고가 나와주면 좋겠다.
책의 겉모습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 내용, 알맹이만 중요할 따름이다.
뭔가, 책에 대한 내 애정은 여전한데, 책은 엄청 콧대를 높이며 '돈도 없으면서 어딜!'하며 도도하게 구는 듯해서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