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쓴 이혼일지 - 지극히 사적인 이별 바이블
이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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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여정을 고스란히 담은 솔직하고 위트 있는 기록 <잘 쓴 이혼일지>. 이혼을 겪어가는 과정을 법적, 현실적, 정서적, 물리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혼 후유증을 다룬 책이 아닙니다. 관계의 해체와 그 과정에서 얻는 새로운 자아 발견의 기록입니다.


15년 차 예능 방송 작가로 활동해 온 이휘 작가. 서른넷에 이혼했습니다. 그것도 무탈하고 정갈하게. 창피하거나 후회해 본 적은 없다고 합니다. 이혼을 겪으며 타인의 기준에 대해서 덜 예민해지기로 결심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이혼 후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작가의 경험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이혼 바이블이지만 이별의 고통, 관계의 해체를 겪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카카오 브런치에서 6주 만에 100만 뷰를 돌파한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나는 힘든 사람들이 서로가 잘 지낸다는 신호를 무사히 주고받고 살았으면 좋겠다. 괜찮으면 괜찮아서, 괜찮지 않으면 괜찮지 않다는 이유로.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잘 겪어냈고 잘 지내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 p9





자신의 인생을 BC(Before Crisis, 이혼 전)와 AD(After Divorce, 이혼 후)로 구분합니다. 이혼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얼마나 큰 전환점인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연애할 때 '오늘부터 1일'이라는 말처럼 이혼을 제안한 날을 기점으로 과거와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혼 과정의 단계적 흐름을 반영하면서, 작가의 감정과 심리적 여정을 따라가봅니다. <잘 쓴 이혼일지>는 법적, 현실적, 정서적, 물리적 이별의 모든 과정을 통해 우리가 이혼의 복잡성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혼은 법적 서류로만 끝나는 게 아닙니다. 법적 이혼은 단지 시작에 불과합니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이혼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고뇌와 성찰의 연속이었습니다. 이혼 과정을 감정적으로 풀어내기보다는, 위트와 절박함이 뒤섞인 담담한 목소리로 서술합니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서로에게 무례하지 말아야지'라는 문장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처럼 굴면서도, 그 문장 뒤에는 시퍼런 칼 같은 마음도 함께 품고 있었다. 언제 서로에게 베일지 모르는 위험한 관계였다." - p31





1부 법적 이별 편에서는 이혼 결심 선언으로 시작합니다. 삶과 정체성을 다시 정의하는 출발점입니다. 자신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하는 순간을 포착하게 됩니다.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정서적 피로, 관계의 소진, 그리고 더 나은 삶에 대한 갈망 등이 복합적으로 숨어있습니다.


2부 현실적 이별 편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마주하는 지점입니다. 이혼은 서류 상으로 끝났다고 해도 끝난 게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 관계는 어찌나 복잡한지요. 청첩장을 뿌리는 마음으로 소식을 전해야 했습니다. 살림살이도 반으로 찢어야 합니다.


3부 정서적 이별 편에서는 관계의 끝자락에 너무 오래 머물렀음을 자각하는 순간을 담아냅니다. 너무 오래 머물렀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더 일찍 결단을 내리지 못한 아쉬움과 후회를 상징합니다. 하지만 이 후회를 통해 배운 것들이 있고, 더 나은 자신을 위해 수용하고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혼을 결심한 후 돌아보는 지난 시간이 고통스럽고 후회스럽지만, 결국 이를 수용하는 과정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동안 참고 견뎠던 결혼 생활의 문제점들을 돌아보며, 왜 이혼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를 들려줍니다.


"하고 싶어서 한 이혼인데, 이혼하고 이사까지 하면서 왜 우냐는 질문은 이혼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 p193


4부 물리적 이혼 편에서는 이혼 후의 삶을 조망합니다. 이혼 후에 찾아온 감정들, 새롭게 맞이하는 일상, 그리고 자신을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들이 담겨 있습니다. 재정, 생활 패턴, 감정적 변화 등 이혼 후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가며 자신의 삶을 재설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혼을 단순한 관계의 해체로 보기보다는, 개인의 성장과 자아 발견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입니다. 이혼을 결심하고 실행하는 초기 과정에서 겪은 혼란이 시간이 지날수록 자아 성찰과 새로운 시작에 포커스가 맞춰집니다.


이혼의 다차원적 측면을 단계적으로 다루며, 이혼 과정을 담백한 표현으로 풀어낸 <잘 쓴 이혼일지>. 이혼 전후의 감정 변화, 법적 절차, 그리고 삶의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관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안겨줍니다..


모두가 겪지는 않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 이혼. 작가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지나간 관계를 돌아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이 과정은 결국 자신을 찾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이혼이 단순한 실패가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진심을 담아낸 <잘 쓴 이혼일지>. 사회적 시선과 맞서 싸우며 자신의 선택을 지켜가는 모든 여성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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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의 세계 - 어느 알려지지 않은 차원과 그곳에서 온 기이한 생명체들에 대한 기록
유린 지음, 도밍 그림 / 고블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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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린 작가의 <너머의 세계>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현실 공간인 학교, 아파트, 영화관, 서점 등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을 엮은 기록물입니다. 스크랩북 형식의 소설이라 낯설고 독창적인 전개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신비한 차원 너머에 존재하는 생명체와 불가사의한 현상들을 탐구하며 오싹한 공포를 선사하는 공포소설 모음집 <너머의 세계>. 유린 작가의 독특한 스토리텔링과 도밍 작가의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올컬러 삽화가 현실과 미지의 차원을 넘나들게 만듭니다.


이 소설은 나폴리탄 괴담 장르입니다. 일본에서 유래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친숙하게 먹던 나폴리탄 스파게티가 사실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었다는 오싹한 상상력을 펼치게 만드는 결말을 가진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초자연적 현상을 주제로, 일상과 비일상을 넘나드는 공포를 조명하는 방식의 장르입니다. 전형적인 도시 괴담의 특징을 가집니다.





우리를 불가사의한 사건의 중심으로 서서히 끌어들이는 첫 번째 장 '침투'. 산장에서 일어나는 신비한 현상, 만물상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 학교와 영화관에서 벌어지는 이질적인 공포들... 일상 공간에서조차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더 공포감이 몰려옵니다.


산장 투숙객을 위한 이용 안내는 단순한 안내문을 넘어 섬뜩한 경고로 변합니다. 새벽 1시 이후 일행의 목소리가 들려도 문을 열지 말라는 규칙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그 너머에 무언가 존재한다는 두려움을 심어줍니다.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는 만물상의 매력적인 제안 뒤에 감춰진 대가는 무엇일지에 대한 불안이 서서히 스며듭니다. 학교와 영화관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들은 이미 익숙한 환경에서조차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감각을 자극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 너머의 세계가 우리 삶 속으로 침투해 들어오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스토리텔링입니다.





두 번째 장 '사냥'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차원의 존재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서서히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들’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소름 돋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일상의 공간 속에 숨겨진 그들의 세계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한옥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놀이 사건에서는 평화로운 전통 마을의 모습이 점차 이질적인 분위기로 물들어갑니다. 그 공간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공기와 사건에 빠져들며 한 발 한 발 미지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게 됩니다.


유랑 서커스단 사건 역시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공간을 배경으로 합니다. 서커스의 환상적인 쇼와 그 안에 숨겨진 불가사의한 존재들이 서로 엮이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세 번째 장 '잠식'은 공포감이 절정에 이르며, 그들의 세계가 우리의 현실을 잠식해가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가장 평범한 공간에서 가장 섬뜩한 순간들을 포착합니다.


복도에서 찰박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라도 절대 직접 확인하려 하지 말 것, 화단에서 하얀 막대가 발견되면 절대 만지지 말 것 등 기이한 규칙이 있는 아파트. 집이라는 울타리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없음을 느끼게 만듭니다.


불길한 분위기는 더욱 심화되며 이제 너머의 존재들은 완전히 우리를 삼키려 합니다. 더 이상 그들의 세계와 우리의 세계가 구분되지 않습니다. 책을 덮은 뒤에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는 이유입니다.


초현실적이고 기묘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소설 <너머의 세계>. 스릴러, 미스터리, 괴담을 선호하는 이들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공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현실의 경계 너머에 존재하는, 당신이 모르는 또 다른 세계를 그려냅니다. 차원이 다른 공포를 선사하는 나폴리탄 괴담의 세계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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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라토 : 거세당한 자
표창원 지음 / &(앤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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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첫 범죄 소설 데뷔작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묘사가 기대되었는데, 역시나 초반부터 심장을 조여오는 긴장감 속으로 훅 끌어들입니다.


전형적인 추리 소설의 단순함을 넘어선 긴밀함과 깊이를 보여주는 수사 과정이 일품입니다. 현실감을 더해주며 범죄 수사에 참여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표창원 작가가 그려내는 범죄의 세계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카스트라토’의 뜻은 거세된 남자 성악가를 의미합니다. 17~18세기 유럽에서 카스트라토는 소년 시절에 거세되어 성인 남성의 신체적 성숙은 멈추되, 높은 소년의 음성을 유지한 남성 가수를 가리켰습니다. 이들은 오페라에서 여성의 역할을 대신하거나 고음역대를 소화해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발견된 남성 신체 일부. 매주 금요일마다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는 단순한 범죄 소설을 넘어, 우리 사회의 돈과 권력에 의해 왜곡된 정의를 고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소설에서 ‘카스트라토’라는 단어는 단순히 신체적 거세를 넘어, 권력과 돈을 좇아 스스로를 거세한 자들을 상징합니다. 부와 권력에 굴복하여 인간성을 상실한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카스트라토에 빗대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설의 핵심 인물들이 권력과 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타인의 인권을 짓밟는 모습은 인간성과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각 사건이 벌어진 장소에 따라 13개의 사건으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작해 서울의 주요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건들은 하나같이 충격적입니다.


세종문화회관, 남산도서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우리가 익숙한 공간들이 사건의 무대가 되면서 현실감을 극대화합니다. 도심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친숙하면서도 비일상적인 공포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일상과 공포가 얽힌 독특한 긴장감을 안깁니다. 실재하는 공간에서 사건이 벌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몰입하게 됩니다.


사건 케이스별로 분석한 자료가 있어 시각적으로 환기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매 사건의 핵심을 정리하며 수사의 단서들이 하나둘씩 맞춰지기 시작하는 여정을 함께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실체에 한 걸음 다가가며, 범인의 배후에 숨겨진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긴장감이 이어집니다.





주인공 이맥 경사는 인왕서 강력5팀의 팀장입니다. 이맥은 카스트라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와 얽힌 인물들과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사건 장소의 변화에 따라 인물 간의 얽힌 관계들이 조금씩 구체화되며 긴장감을 증폭시킵니다. 작가는 이맥의 심리적 갈등과 과거의 사건들이 현재와 얽히는 과정을 통해 사건 해결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그 복잡함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는 범죄와 부조리의 얽힘을 통해 사적 복수와 공공 정의 실현의 갈림길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이 소설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정의란 무엇인가'이며, 이야기를 통해 그 답을 스스로 고민하게 됩니다.


표창원 작가는 경찰과 프로파일러로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속 수사 과정을 리얼하게 그려냅니다. 현실 범죄 수사에 관심 있는 미스터리 소설 마니아, 사회 정의와 부조리한 권력 구조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하는 소설입니다.


범죄 소설의 새로운 페이지터너, 소설가 표창원의 서막을 알린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 경험에서 우러나온 리얼한 수사 과정과 이야기 전반에 깔린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 눈을 뗄 수 없는 사회 비판적 범죄 소설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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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
홀리 그라마치오 지음, 김은영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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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번 이상의 남편, 200번 이상의 새로운 삶. 끝없이 바뀌는 남편, 끝없는 선택. “최근 몇 년간 출간된 데뷔작 중 가장 기발한 소설 《타임스》”이라는 찬사처럼 정말 독특한 소재로 펼쳐지는 소설입니다.


결혼은 선택인가, 숙명인가? <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가 던지는 결혼의 딜레마를 만나보세요.


어느 날 다락방에서 남편이라고 하는 낯선 남자가 내려옵니다. 로렌은 결혼한 기억이 없습니다. 애초에 결혼이라는 걸 해본 적 없는 싱글이었습니다. 하지만 휴대폰에는 나도 모르는 결혼 사진이 빼곡합니다. 집 인테리어도 바뀌어 있습니다. 손에 들고 있던 머그잔의 무늬도 순식간에 바뀌어 있습니다.


그 남편이 다시 다락방으로 올라가면 사라지고, 새로운 남편이 내려옵니다. 남편이 바뀌면 집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가족과 친구들의 기억까지 모두 새롭게 바뀝니다.





홀리 그라마치오 작가의 유머와 기발한 상상력이 매력적인 <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 끝없이 바뀌는 남편들이라는 독특한 설정만으로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제목을 보자마자 빵 터지며 즐거운 상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로운 남편이 내려올 때마다 새로운 결혼 생활을 하니 게임의 리셋 버튼을 연상시킵니다. 국적, 인종, 성격, 직업이 다른 남편들과의 만남은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합니다.


물론 때로는 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남편도 있습니다. 성격파탄자 느낌이 들면 일부러 얼른 다락방으로 다시 올려보내기도 합니다. 다채로운 캐릭터 덕분에 다음엔 어떤 사람일까? 하는 기대감이 이 소설의 매력입니다.


"만약 남편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이 결혼할 수 있는 남자들이 정해져 있고 그 범주 안에서 남편들이 선택돼 나타나는 거라면, 그래서 언젠가 남편이 바닥나는 거라면? 남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부터 낮은 사람 순으로 나타나는 거라면? 아니 그 반대라면?" - p182


매번 다른 사람과 인생을 함께해야 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자연스럽게 결혼과 인간관계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집니다. 게임 디자이너인 작가의 이력답게 넘사벽 상상력을 발휘합니다.


로렌은 200명 이상의 남편들과 인생을 함께합니다. 어떤 남편은 외모가 마음에 안 들어 돌려보내고, 또 어떤 남편은 잠시나마 그녀의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로렌의 남편일 뿐만 아니라 그녀의 선택을 대변하는 존재들입니다.





로렌의 인생은 남편이 바뀔 때마다 재구성됩니다. 한 번의 선택이 얼마나 인생을 바꿀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게임에서처럼 모든 것이 초기화되는 세상을 살아가는 로렌의 모습을 보며 무한한 선택이 주어진다면,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을까라는 철학적 질문을 고민하게 됩니다.


현실에서는 게임에서와 달리 리셋 버튼이 없습니다. 하지만 인생에 리셋 버튼이 있다면 과연 지금의 삶을 계속 살고 싶을까라는 고민은 내 선택의 무게, 지금 나의 인생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끊임없는 남편 교체는 사랑이 무엇인지, 결혼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냅니다. 결국 로렌이 선택한 남편이 그녀의 진정한 사랑일까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인생은 여러 갈래의 선택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선택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 사랑과 결혼은 어떤 선택을 통해 유지될 수 있을까요?


남편이 200번 바뀌어도 결혼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여전히 미궁 속에 있는 것만 같은 로렌의 최종 선택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인생의 선택에 대한 통찰을 얻고 싶다면 이 소설에서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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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현대사 - 드라마처럼 읽는 이웃들의 이야기
배진시 지음 / 책과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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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세대의 갈등과 공존을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묘사한 <이웃집 현대사>. 세대의 기억을 엮은 독특한 소설입니다. 시간여행을 떠나는 기분입니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가 경험한 변화와 가치관의 충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지숙과 기철 부부네를 중심으로 위로는 1905년생부터 아래로는 2012년생까지 3세대에 걸친 등장인물들은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아가며 꿈, 욕망,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좌절하고 다시 일어섭니다. 현대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채로운 이야기 덕분에 시대의 흐름과 그 시절을 살아낸 이들의 감정이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1970년대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당시 주요 사건들이 인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70년대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인 인물인 장준하의 의문사는 당시 억압적인 정치 상황을 상징하는 사건 중 하나입니다. 이 사건을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의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집 문제는 큰 골칫거리입니다. 세대가 다르더라도 집을 향한 갈망은 변함이 없습니다. 70년대에는 집을 소유하는 것이 단순한 자산 이상의 상징성을 지녔던 시기입니다.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뒤바꾸고, 또 세대 간 경제적 격차를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보여줍니다.


1980년대는 이념 대립과 사회적 갈등이 고조된 시기였습니다. 다양한 민주화 운동과 이념 충돌이 인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배진시 작가는 이 시대에 한국 사회가 어떻게 급격히 정치화되었는지, 각기 다른 이념이 어떻게 세대 간의 갈등을 촉발했는지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더불어 경쟁적인 교육 시스템은 성적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믿음을 가지도록 만들었습니다. 당시 교육과 사회적 기대가 어떻게 개인의 삶을 제한하고, 좌절감을 안겨줬는지 고민을 담은 에피소드가 인상 깊습니다.


1990년대는 물질적 풍요와 소비문화가 급속히 확산된 시기입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통해 경제적 번영의 이면에 존재하던 어두운 현실이 드러납니다.


90년대에는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며 기성세대와 충돌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X세대의 가치관은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달랐으며, 그들의 삶의 방식은 그 시대의 물질주의와 맞물려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이 시기 소비와 욕망이 어떻게 사람들의 정체성을 바꿨는지, 그로 인해 생긴 세대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이어집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중심을 이룹니다. 결혼이 더 이상 낭만적 사랑의 결과물이 아니라, 계약과 같은 사회적 제도로 변질되었음을 보여줍니다.


2000년대 말, 한국 사회는 또다시 커다란 변화를 맞이합니다. 2016년 광화문 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사람들은 사회적 불평등과 부조리에 저항하며 새로운 시대를 요구했습니다. 각 세대가 나름의 방식으로 공존하고,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모습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다양한 세대가 살아온 삶의 흔적을 엿보는 시간 <이웃집 현대사>. 세대 간의 차이가 단순한 갈등이 아닌, 서로 다른 기억과 경험의 공존임을 일깨웁니다.


삐삐와 휴대폰의 등장, 노량진 고시촌 모습 등 사회 변화는 물론이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IMF 외환위기, 광화문 촛불 집회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이 생생하게 재현되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실적인 배경 속에서도 드라마처럼 극적인 인간관계와 사건들이 얽혀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 세대 간의 갈등과 그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역사를 몸소 체험한 이들에게는 잊힌 기억을 되살리고,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선사하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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