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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인문학
조이엘 지음 / 섬타임즈 / 2024년 5월
평점 :
조선시대와 현대를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의 사소한 연결 고리를 통해 새로운 인문학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 조이엘 작가의 신선한 관점과 배꼽 빠지게 웃긴 입담으로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조이엘 작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사소한 것들을 통해 깊이 있는 인문학적 통찰을 이끌어냅니다.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하는 계기가 뭘까요? 이 단순한 질문은 퇴계 이황과 선조의 관계에서 시작하여 현대 사회의 긴급상황 대응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것은 유머책인가 역사책인가! 역사적 사건의 배경에 담긴 이야기들을 21세기 현대어로 비유해 소개하는 방식이 독특합니다. 낄낄거리며 웃다가도 인문학적 질문 속에서 깊은 생각의 세계로 끌려갑니다.
퇴계 이황이 선조를 두고 생각한 "모든 열심은 다 좋은가?"라는 질문은 조이엘 작가가 던지는 수많은 철학적 물음 중 하나입니다. 능력은 없는데 자기주장 강한 사람이 상급자가 되어 열심까지 장착했는데 그 사람이 왕인 경우는 예나 지금이나 국가 비상사태가 되는 겁니다.
블랙코미디를 장착하고 날카롭게 풍자하는 조이엘 작가의 통찰력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은 단순히 역사적 지식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하고 고민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은 퇴계 이황의 생애 마지막 여정을 시작으로 선조와의 대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비하인드 스토리, 입체적인 캐릭터 허균이 던진 핵폭탄들, 윤선도의 삶과 같은 역사적 인물들과 사건들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제대로 몰랐던 인물들의 이면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조이엘 작가는 이러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엮어 오늘날의 현실적인 이야기로 확장합니다.
각 이야기는 짧고 간결하지만, 그 속에는 깊은 인문학적 통찰과 재미가 가득합니다. 실록을 바탕으로 실제 기록된 내용을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신조어를 섞어 맛깔나게 전달하니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인 서울을 고집한 편지는 유명하지요. 그 편지를 현대어로 바꾸니 기절초풍할 만큼 재밌는 편지로 재탄생합니다.
현대적 해석만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조이엘 작가는 우리가 띄엄띄엄 알고 있던 지식이나 접점이 없을 것 같던 정보들을 촘촘히 엮어 놀라운 연결고리를 발견해냅니다.
"우리 사회는 나머지 99%로 살아도 행복한 사회인가?"라는 질문처럼 현재의 사회 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뜰 수 있도록 돕습니다. 기회조차 없었던 조선시대 서얼들의 이야기가 현대에는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짚어주며, 문화 자본과 사회 자본이라는 키워드를 공정과 엮어 풀어내기도 합니다.
과거의 인물과 사건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를 재조명하고, 일상의 사소한 대화에서 깊이 있는 질문을 건져올리며 독자의 생각을 자극하는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인문학 여행을 누려보세요.
저자는 인문학적 사유의 대표적 인물로 퇴계 이황을 16세기 조선의 소크라테스에 비유합니다. 그리고 17세기를 대표하는 조선의 소크라테스로 윤선도를 손꼽습니다. 각자의 시대에서 깊이 있는 철학적 통찰과 도덕적 가르침을 통해 후세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황은 그가 쓴 책 《성학십도》를 1타 강사 수준으로 선조에게 알려줬건만 정작 선조는 열공하지 않았다는 에피소드도 등장합니다. 한국 고전시가 최고 명작 <오우가>를 쓴 윤선도는 관직 생활보다 유배 생활이 훨씬 길었을 만큼 의로운 삶을 실천했던 인물입니다.
“진실만을 말하고, 빠짐없이 말하고, 목숨이 위험해도 말하는 사람이 ‘조선의 소크라테스’ 칭호를 얻을 수 있다. … 21세가 한국에 윤선도는 있는가? 21세기 한국은 윤선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나라인가?”라는 저자의 질문이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시대를 초월한 인문학적 가치와 사유를 엮어내며 현대에 던지는 질문과 통찰을 독자들에게 상기시키는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 역사책을 읽을 때, 뉴스를 볼 때 생각의 힘을 키운다는 게 이런 방식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주는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