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적 공간 - 왜 노인들은 그곳에 갇혔는가
오근재 지음 / 민음인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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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를 맞이해 노인층 인구증가율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시대, 그리고 앞으로 노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노인을 위한 도시는 어디에 있는가…….

 

교수라는 직함을 반납함과 동시에 사회적인 잣대로 '노인'이 된 저자는 《퇴적공간》을 통해 노인이 머무르는 공간 탑골공원과 종묘시민공원 일대를 탐사하며 그들도 한 때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대한민국에서의 노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한다. 유리방황하는 존재인 노인. 잉여의 존재로 퇴적 공간에 쌓여 있는 노인의 모습을 기록한 이 책은 노년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다가올 미래의 본모습일 수도 있다.

 

 

 

 

모든 인간을 물화 시켜 버리고 시장의 효율만을 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 중심에서 벗어나는 순간 인간은 상품 가치를 잃어버리고 쓰레기처럼 분리되어 잉여 인간의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화 현상이다.

 

『 수명이 짧았던 시절에 나이 많은 노인들은 희귀한 가치가 있었고 정보자로서의 가치도 있었으며 지혜자로 존경받기도 했다. (중략) 불행하게도 장수가 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 앞에 마주 서 있는 것이다. (중략) 노인의 문제는 사회학이나 생물학적인 측면에서의 상실과 인문학적 측면에서의 인간 가치 사이의 어느 지점엔가 위치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 - p32

 

 

 

저자는 1차 집단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체온이 있는 복지가 아니라 결국 돈이 매개된 복지로 이 시대의 노인들은 더욱 소외된 존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현행 복지 제도를 사회정치 시선으로 바라본다.

가족 해체의 부작용으로 인한 문제를 조명해 볼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노인 문제'이며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울 종로 3가 일대다. 1차 집단인 가정의 붕괴 현상은 신자유주의 사상으로 인한 '나'를 제외한 '남'을 경쟁관계로 인식하고 '개인'만 남고 '우리'는 사라진 실태로 이어졌다. 국가는 그 구성원들의 요구를 맞춤형으로 채워야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시도해야만 하는 아이러니가 생겼고, '요구된 복지'도 수용하기 벅찬 국가가 '찾아가는 복지'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 한다. 국가가 모든 개별자를 상대로 책임지려는 무모함으로부터 벗어나 가정과 공동체가 더불어 그 부담을 나눠지려는 정책으로 복지 문제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 노인들을 위한 복지의 철학이 새롭게 정립될 필요성을 제기한다.

 

 

 

노인은 자신이 사회적으로 용도폐기 되었다는 현실에 저항한다. 공존의 일원이 아닌 제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분리된 존재, 강제적으로 분리시키는 사회적 기호로 작동하는 실버 우대용 교통카드, 노약자 지정석 픽토그램, 요양시설 혜택 자격 등을 예로 든다. 선진화된 사회제도는 이들을 정상적인 무리로부터 분리시키고 있는데 진정한 사회보장제도의 의미를 다시금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실버세대는 노동권을 가진 주류 사회로부터 구조적으로 소외되어 있다. 노동과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주어지는 시혜는 그들의 정체성과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힐 뿐이다. 이 사회에서 더 이상 쓸모를 인정받지 못해 잉여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인간군이 퇴적되어 있는 공간인 탑골공원과 종묘시민공원을 저자는 참여자이면서 관찰자의 입장으로 바라보며 노인들의 사유를 들여다본다. 이곳은 과연 실버 세대들의 파라다이스일까 디스토피아일까. 서울노인복지회관 프로그램 사례를 들며, 센터의 지원이나 노인들의 활발한 참여에도 불구하고 덧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하는데 이미 노인 자체가 생산성의 주체가 아닌 소멸의 주체로 센터가 진정한 인간 자아실현의 텃밭이라고 하긴 어렵다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적인 노인'층이 늘어나 그들은 비록 굶더라도 빵만으로 결코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시대가 남긴 잉여 인간의 집합인 퇴적공간을 노화, 노인, 죽음의 개념을 철학, 역사, 예술, 종교, 의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며 노인과 죽음에 관한 저자의 폭넓은 사유가 담긴 《퇴적공간》을 통해 한국 사회가 노인을 바라보는 문제 즉, 작은 공동체의 회복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그리고 노인복지의 큰 그림을 보도록 부추긴다. "우리는 모두가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될 수 있는 잠재적 존재이다." 라고 저자가 말하듯 노인문제는 바로 나 자신에게 반드시 닥칠 문제다. 급변하는 이 시대의 부적응자로 보는, 자연사 이전에 존재 소멸되는 개념의 노인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퇴적공간》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읽고 미래의 모습을 바라보면 아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사회정치적으로 변화가능한 루트가 있긴 한 것일까 하는 참담한 고민도 절로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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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경계 - 생각은 어떻게 지식으로 진화하는가
김성호 지음 / 한권의책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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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떻게 지식으로 진화하는 것일까…….

창의적 사고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사람의 생각과 지식상태를 파악해 지식을 축적하는 과정, 우리가 접하는 지식이라는 것이 매우 제한적이고 때로는 왜곡된 상태로 얻어지는 경우 생각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는가를 다룬 《생각의 경계》. 카이스트 김성호 교수는 학생들의 문제해결능력의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바탕으로 그 차이점의 실마리를 생각의 경계라는 개념으로 풀어내고 있다.

 

생각의 경계라는 개념부터 아리송하다. 생각 사이의 경계, 관점의 차이에 의한 경계, 미지의 세계와의 경계, 학문 분야 사이의 경계 등 경계의 개념과 경계에서의 인지적, 정서적 특징을 먼저 알려준다.

 

 

생각이란 것의 최초의 실마리는 남의 생각이나 외부 자극과 나의 지식공간이 맞부딪히는 지점인 생각의 경계 부근에서 발생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이미 생각의 경계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반면 경계 너머는 불확실한 미지의 세계다. 내가 무엇인가를 채워가야 할 빈칸이라고 하면 쉽게 이해된다. 익숙한 생각의 경계를 넘어 바깥세계를 상상하고 낯선 분야의 또 다른 지식을 습득할 때 생각의 영역을 넓혀주고 새로운 생각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생각은 지식에 기반을 두고 있고, 상상은 생각의 경계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생각의 영역을 확장해주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생각'을 한다는 강력한 증거는 무엇일까? 바로 '질문'이다. 질문은 생각의 시작이며 새로운 지식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활동이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빈칸 메우기 식 문제 풀기를 하면서 살아간다. 남의 말을 듣다가 한두 마디 놓치면 문맥을 고려해 별 어려움 없이 내용을 이해하고 알아듣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식이 풍부하다는 것은 빈칸 메우기를 잘하는 상태를 말한다. 복잡할수록 상황의 매듭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도 생긴다. 이때는 '왜'를 통해 원인과 이유를 알고 배경과 의도를 이해해 그 근본 원인, 즉 상황의 매듭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게 되면 객관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질문은 생각의 갈피를 잡아가고 있다는 중요한 신호인 셈이다. 질문하는 과정은 생각 속을 여행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이때 본질적인 것에 의문을 갖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빈칸을 새로운 지식과 결합해 메워주는 역할인 '왜'라는 것이 바로 생각과 생각의 만남, 지식의 결합을 위한 촉매제다.

  

『 잘 배우기 위해서는 잘 들어야 한다. 잘 듣는다는 것은 상대의 말을 나의 관련 지식에 투영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지식을 접하면서 관련 지식에 올바르게 투영하기 위해서는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조립식 건물을 지을 때 건물의 구조물을 적재적소에 연결하는 것과 같다. 접합되는 부분에 조금의 틈도 생기지 않도록 잘 연결시켜야 한다. 이렇게 잘 연결된 새로운 지식은 확장된 지식구조로 발전할 수 있고, 생각공간을 그만큼 풍부하게 펼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 p240

 

우리가 가진 지식은 지식 그 자체라기보다 실제로는 '지식의 단면'인 경우가 많다. 지식 단면들이 실제 투영되는 과정에서 같은 사람의 이야기라도 각자의 지식에 따라 투영되는 지식이 저마다 달라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사람은 자기의 지식을 토대로 이해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 지식을 받아들인 지식 투영과 지식 단면의 생성 과정에서 나오는 질문 자체도 일종의 지식 단면이다.

하지만 지식의 투영은 반드시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맹점. 받아들이는 사람이 잘못 받아들이는 경우 그것은 진리가 왜곡된 형태다. 사람의 생각이 얼마나 특정한 영역이나 틀에 얽매이고 고착될 수 있는가를 통해 지식과 행동심리학적 인간의 본성과의 관계를 통해 지식의 결합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오류를 지적한다. 지식과 경험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안다면 지식의 확장을 위해서는 논리적 사고 능력이 필요한 이유가 된다. 이 외에도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지식의 선택적 강화현상, 관련된 지식과의 단절인 편견과 집착, 지식의 수동적 과식 상태, 지식 조종 시대에서의 수동적 주입상태, 고정관념이라 일컫는 지식의 고착화 등 다양한 왜곡현상이 발생한다.

 

 

 

지식 습득 과정은 아이를 통한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하고 있는데 주입식의 형태로 어느 정도 지식 흡수가 진행된 뒤에는 지식구조의 선택적 강화 또는 재구성 단계에 접어들고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은 지식의 초기구조가 성숙하는 단계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식전달자로서의 부모 역할의 중요성과 의사소통의 효과적인 방법에 관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창의성이란 것은, 지식공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사고의 전이에서 비롯된다.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것 때문에 사고가 제한될 수 있지만 '사고의 전이'를 통해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헬렌 켈러를 예로 들고 있다. 생각은 경험, 지식에 의해서 제한받는다. 그러나 지식에 기반을 둔 상상을 통해 지식 간의 경계를 허물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지식과 창의적 발상의 세계를 열 수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한 통섭과 융합이 바로 이런 맥락이 아닐까 한다.

 

꽤 방대한 느낌이 들어 어렵게 느껴졌지만, 내 지식의 빈칸 채우기 의욕을 불러일으킨 책이었다. 화두를 던질 때마다 책장이 쉽게 넘겨지진 않았지만 책을 덮고 나서도 다시 찬찬히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고 행동심리, 학습, 기억, 메모, 창의성, 자녀교육, 통섭, 융합 등 다양한 주제의 베이스 역할을 하는 책이라 생각된다. 내 생각이 더는 창의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고 있단 느낌이 든다면, 내 아이의 생각 날개를 어떻게 활짝 펼쳐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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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예찬 - 번역가의 삶과 매혹이 담긴 강의노트
이디스 그로스먼 지음, 공진호 옮김 / 현암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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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의 남미 문학 번역가 중 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디스 그로스먼 번역가의 삶과 매혹이 담긴 강의노트 《번역 예찬》. 문학평론가이자 학자인 저자 이디스 그로스먼은 부업으로 단편소설을 번역하다가 90년부터 전업 번역가로 활동하게 되었다고 한다.

 

《번역 예찬》에서는 강연에 기초하여 번역은 왜 중요하냐는 질문을 토대로 번역의 매력과 문학 읽기의 즐거움, 번역의 가치, 번역가의 과제를 논하고 소설 외 시 번역 방법론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번역이란 행위는 제2의 작품으로서의 번역으로 다루고 있어 사뭇 강한 어조로 번역의 가치를 주장하고 한편으로 번역가를 깎아내리는 출판계 실태를 비판한다.

 

 

괜찮은 번역, 읽기 쉬운 번역, 충실한 번역이란 무엇일까?

이디스 그로스먼이 말하는 번역가는 그저 문학의 시녀, 시종 역할이 아닌, '작가'라고 말한다.

그래서 분별없는 직역주의 번역을 꼬집는다. 문학 번역의 목적은 번역서의 독자가 정서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원서의 독자가 맛본 심미적인 경험에 상응하는 원문의 맛을 보길 바라는 것이다. 기본적인 문자적 의미 외에 함축하고 있는 의미나 암시를 알아보는 능력을 갈고닦아야 하는데 이런 과정은 원작자가 창작에 쓰는 언어에 대한 노력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번역가는 원문에 마음의 귀를 기울여 원작자의 음성을 듣는 청자의 역할 뿐 아니라 번역문을 들려주는 화자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독서가라면 느끼겠지만 간접 경험 중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깊은 것은 문학 작품을 통해 접하게 되는 종류의 경험이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언어. 번역물이 없다는 가정을 해 본다면 아찔하다. 번역 덕에 얻을 수 있는 언어 간의 생산적인 교환은 강력한 파급력이 있어 뛰어난 소설가여도 번역 없이는 한계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번역은 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문학이 중요한 것과 같은 이유와 측면에서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 문학이 있는 곳에 번역이 있습니다. 문학과 번역은 허리가 붙은 샴쌍둥이와 같아 절대로 갈라놓을 수 없습니다. 』 - p44

 

좋은 번역이란 어떤 것이어야 할까.

번역의 이상향으로 충실성을 든다. 그러나 충실성을 직역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번역가는 문맥을 번역하는 사람이오, 번역가는 그 책에 대한 비평적 독서가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번역이라 함은 출판계의 일용직 노동이 아닌 두 담화 영역을, 두 경험 영역을, 두 독자 그룹을 잇는 살아있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번역가의 충실함은 어휘의 짝짓기가 아니라 문맥에서 드러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즉 원저자의 어조와 의도와 담화 수준이 암시하고 반향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좋은 번역이 좋은 이유는 문맥상의 의미에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 - p83

 

스페인 걸작문학을 영어로 가장 훌륭하게 옮긴 책 중 하나로 평가받는 <돈키호테> 번역의 경험담에서는 번역가로서 경험한 번역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원작과 400년이라는 세월의 흐름, 숱한 번역서, 해설서, 학술서 등이 있는 상황에서 필연적인 어휘상의 어려움과 모호한 구절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주석의 필요성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현암사에서 2013년부터 출간 중인 100년 전의 작품인 나쓰메 소세키 시리즈가 자연스레 떠오르기도 했다. 그 시리즈를 읽으면서 번역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던 경험을 했던 나로서는 고전을 현대의 번역으로 매치시키는 작업의 중요성에 이디스 그로스먼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었다.

 

 

번역서 없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읽지 못하는 중요한 언어가 얼마나 많고, 번역되지 않았더라면 전혀 알지 못할 소중한 문학 작품은 또 얼마나 많은지. 번역 작품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은 우리나라보다 영미 쪽이 더 심한가 보다. 저자는 자국어의 울타리에 갇힌 영미 출판계를 비판한다. 다른 언어권 문학의 번역을 육성하고 장려해야 할 이유를 많이 다루고 있는데 사상교류의 기초적 작용의 역할, 즉 독자인 우리가 번역을 통해 받는 혜택이 무엇인지를 통해 그 이유를 말한다. 노벨 문학상 심사 대상이 되려면 영어로 번역되는 것이 중요한데 정작 영미권 출판사는 번역을 꺼리는 현상으로 인해 번역 문학을 육성할 윤리적, 문화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다양한 세계와 문화를 위한 포용의 번역이 필요하다.

 

번역가의 문학적 감수성과 원문을 최대한 깊이 들여다보는 능력이 특히 강조되는 시 번역에 관한 이야기는 시를 즐겨 읽지 않는 나에겐 조금 어렵게 다가오긴 했다. 시를 번역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반드시 어떻게 번역해야 한다는 번역 시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알려주고 있으니 시 번역에 특히 관심 있는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힐듯하다.

 

강의를 기반으로 한 책이어서 책 분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번역의 중요성, 번역가가 지녀야 할 자질과 과제, 번역가의 위상에 관한 알짜배기 글만 담겨있어 쉽게 책장을 넘길만한 책은 아니었다. 부록으로 이 책의 번역가 공진호님과 도서비평가 로쟈 이현우님이 번역과 번역가에 대한 화두를 국내 현실을 살펴 이야기 나눈 인터뷰가 실려있는데, 문학 번역가로 살아가면서 느낀 고민을 경험담 속에 풀어내는 공진호님과 인문서 번역의 어려움과 번역과 관련한 국내 출판계 현실을 이야기하는 이현우님의 이야기는 영미 출판계 현실에서 이야기한 《번역 예찬》에서 느꼈던 약간의 아쉬움을 보충하고 있다.

 

 

번역의 가치는 물론이고 번역자와 편집자의 자질 등 번역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번역 예찬》을 통해 번역서의 비율이 높은 국내 출판 현실에서 번역의 중요성을 제대로 고민해 볼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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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리 파워 - 평범한 인생을 바꾸는 확률 높은 성공 전략 달인의 길
김태현 지음 / 중앙위즈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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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 어느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훈련을 통해 해당 분야의 이치를 깨달아 그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

 

평범한 사람을 위한 성공의 왕도는 바로 달인의 길이라고 한다.

나를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브랜드로 만드는 길이요, 나를 브랜드화하는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다.

내가 가진 가장 값진 자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투자해 목표 달인을 추구하는 방법과 달인이 되는 과정에서 경험하게 될 힘을 다루는 책  《마스터리 파워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노력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엘리자베스아덴코리아 대표로 재직하면서도 방통대 재학 중인 저자의 이력은 끊임없이 자기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어 더욱 신뢰감을 준다.

 

 

우리 인생의 목표는 행복과 성공이다. 행복과 성공의 진정한 본질을 파악하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행복과 그 반대인 불행의 요소를 인지하며, 내 결정이 행복과 불행 중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를 생각하는 습관을 지니게 되면 (이 역시도 연습이 필요하다) 행복을 성취할 수 있는데 성공도 이루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논리다. 행복이 성공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붙어 급성장하게 된다. 이때에 이르면 희망이 보이고 스스로 어떠한 노력이 더 필요한지를 깨우치게 되는 것이다. 즉 달인의 입문에 도달하게 된다. 대부분 달인의 입문인 가파른 상승곡선에 도착할 때쯤이면 싫증을 내거나 인내심 부족으로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곤 한다. 이런 후회를 막으려면 달인에 대한 이해, 달인에 이르는 준비과정, 달인의 길에서 경계해야 할 점을 알아둬야 한다.

 

 

『 달인에 이르는 길에 경계해야 할 점은 타성이다. 타성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반복만 되풀이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 - p42

 

 

 

'어떤 달인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목표 달인을 결정하는 과정, 계획을 통한 준비과정, 훈련을 통한 실천과정을 다양한 달인 사례와 경제, 사회, 심리이론을 접목해 설명한다. 나만의 독특한 핵심역량을 키우기 위한 나 자신의 고민과 반복을 통한 훈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계를 뛰어넘는 힘을 가지게 되는 달인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 과정을 방해하는 사소하다고 판단한 약점, 언젠가 신드롬 등의 장애물을 사전에 예측하고 경계, 극복할 수 있는 조언은 물론 목표 달인을 성취해 가는 동안 필요한 조직생활, 인간관계에서의 지혜도 알려준다.

 

『 우리가 모든 학문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다 지혜라고 할 수 있다. 달인은 오랜 기간의 경험을 거쳐 몸소 체득한 지혜를 실천까지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니, 달인의 지혜는 어떤 학문 못지않은 가치를 지닌 것이다. 』 - p149

 

 

 

달인의 길에 가장 필요한 덕목은 인내와 끈기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고, 포기하면 끝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한방은 있지만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달인의 길이 누구에게나 최상의 성공 공식이 될 수는 없겠지만, 성공으로 가는 수십 가지 길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행복과 성공을 향한 길을 제시하고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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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영어두뇌 - 국내 유일 영어두뇌 전문가가 밝히는 영어의 해법
박순 지음 / 엘도라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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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더욱 쉽고 효과적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뇌과학을 연구해 왔고 KBS스페셜 <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진짜 이유>에 영어전문가로 출연, 영어교육 멘토로 활약 중인 영어두뇌 전문가 박순 저자의 책 《아이의 영어두뇌

 

열과 성을 다해 영어를 위해 시간과 돈을 쏟아부어도 우리나라 영어 실력은 그저 보통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영어두뇌'란 영어를 구사하는 데 있어 더욱 편리하고 간단하게 두뇌에 작용하도록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의 영어두뇌에서는 영어두뇌가 어떻게 물리적으로 작동하는지 두뇌가 언어를 처리하는 과정을 알아보고 "내 아이에게 왜, 언제, 어떻게 영어를 가르칠 것인가?"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원리와 방법을 다루고 있다.

 

 

 

 

 

우리 아이의 두뇌 속에 영어라는 길을 트는 과정은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두뇌의 효율성을 확보하면 영어를 위해 투자하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두뇌를 영어에 최적화시킬 수 있으면 작은 동기부여나 자극만으로도 영어를 쉽게 익힐 수 있게 되어 한마디로 일단 길이 트이면 영어두뇌는 평생 지속한다고 한다. 하지만 획일화된 기준 즉, 저마다 발달속도가 다른 아이들, 부모 성향, 가정환경 속에 '시기'의 중요성에만 치중하고 나머지 다른 변수를 등한시하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 부모가 아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직접 영어책을 소리내어 읽어주는 것만큼 효과적인 영어학습법은 없다. 』 - p21

 

독서행위를 좋아하는 편이라 내 아이도 텍스트를 의식하지 않고 의미와 내용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얻는 단계로 가면 좋겠다는게 엄마입장에서 원하는 바인데 (한글책을 읽을 때 글자 하나하나를 따지지 않고 스르륵 읽어내는 단계를 생각하면 되겠다) 그 과정을 위한 다양한 기본 마인드를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언어습득 형성의 이른바 '결정적 시기'에 관한 이야기도 자세히 풀어내고 있는데 두뇌발달 뇌과학적 측면에서는 타당하긴 하지만, 그 결정적 시기는 영어두뇌를 온전히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오히려 그 시기는 '민감한 시기'라고 부르는 것이 바르다고. 오래전의 뇌과학계에서 발전한 현재 뇌과학계는 두뇌의 가소성, 성인의 두뇌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쪽이다. 결정적 시기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절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지만 민감한 시기는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면 여전히 변화 가능함을 전제로 한다. 이는 모국어 실력을 제대로 갖춘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로 된 책을 거부하는 경우 아이가 우리글 책에 재미를 느끼는가를 살펴보라고 한다. 모국어 실력을 제대로 갖추면 국어두뇌에서 영어두뇌로의 길이 효과적으로 열린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영어에 대해 흥미를 잃는 순간 영어두뇌 만들기는 끝장이라고. 어떻게든 해치워야 할 숙제로서의 영어가 아닌 즐거운 정보를 전달해주는 도구로서의 영어로 다뤄야 한다. 부모가 아이의 관심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영어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다수의 부모가 겪는 문제를 짚어주는데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가 불편한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아이가 몇 살이 지났더라도 혹은 영어를 못하더라도 각자에게 알맞은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SAR 학습법으로 통칭하는데 엄마의 목소리로 충분히 듣기,리내어 읽기, 그리고 앞의 두 가지가 충분히 어우러져 기본 어휘가 풍부하고 국어책을 즐겨 읽는 상황에서의 영어책 다독. 이렇게 세 단계를 강조한다. 이 과정을 들여다보면 아이의 두뇌는 부모의 무릎에서 자란다는 말이 와 닿는다. 소리내어 많이 읽어주기를 실천하면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효과적인 영어 두뇌 만들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엄마표 영어교육책이 그간 많이 나왔었는데 영어교육을 전공한 아빠표 영어교육책을 보니 남다른 느낌이다. 성향이 다른 두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한 사례, 그중에서도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던 첫째 아이의 영어경계심 풀기 과정은 특히 눈여겨 볼만하다. 남의 아이가 좋아하는 추천도서목록 따위 없다. 대신 우리 아이에게 알맞은 교재, 아이의 나이에 맞는 효과적인 접근을 위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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